

그의 숨겨진 상속자, 그녀의 도피
그의 숨겨진 상속자, 그녀의 도피 줄거리
그의 숨겨진 상속자, 그녀의 도피 - 1화
내 커리어의 정점이었어야 할 첫 개인전이 열리던 밤,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뉴스에서 그를 발견했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다른 여자를 감싸고 있는 그의 모습을. 갤러리에 모인 모두가 내 세상이 무너지는 걸 지켜봤다.
그가 보낸 문자는 내 뺨을 후려치는 마지막 모욕이었다. "가희 씨가 나를 필요로 해. 당신은 괜찮을 거야."
몇 년 동안 그는 내 그림을 '취미'라고 불렀다. 그의 수천억 원짜리 회사의 기반이 바로 내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는 나를 투명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변호사에게 전화해 그의 오만함을 역이용할 계획을 말했다.
"이혼 서류를 지루한 지적 재산권 양도 계약서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세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나를 사무실에서 내보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서명할 테니까."
제1화
서아린의 시점:
오늘 밤은 나의 밤이 되어야 했다. 서울의 심장부, 청담동에서 열리는 내 첫 개인전. 동네 카페의 작은 전시가 아니라, 내 이름을 걸고 화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는 진짜 전시회였다.
지난 4년간, 나는 작업실에 숨어 지내며 목탄과 잉크에 내 영혼을 쏟아부었다. 4년간, 나는 IT 업계의 거물 강태준의 조용하고 예술가적인 아내였다. 오늘 밤, 그 모든 것이 바뀔 예정이었다. 오늘 밤, 나는 마침내 온전한 서아린이 될 터였다.
하지만 밝고 북적이는 갤러리 안에 서 있는 내게, 그의 부재가 주는 익숙한 한기가 스며들었다. 그는 여기 없었다.
그때, 나는 보고 말았다. 낯선 사람의 휴대폰 화면에 번쩍이는 뉴스 속보를.
내 남편의 얼굴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있었다. 다른 여자를 요새처럼 감싼 채. 최가희. 그녀는 연약하고 교묘하게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보호자처럼 보였다.
사진 아래의 헤드라인은 명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기자가 그의 말을 실시간으로 인용하고 있었다. 그 말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갤러리 안의 조용한 속삭임과 동정 어린 시선들 속에서 나는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실시간으로 나의 공개적인 굴욕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휴대폰이 울렸다. 한 시간 전에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일이 좀 생겼어. 가희 씨가 나를 필요로 해. 당신은 괜찮을 거야. 축하해.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내 심장이 마침내 멈춘 것은. 극적으로 산산조각 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딸깍'하는 소리, 마지막으로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에 가까웠다.
갤러리 관장인 박 관장님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증거는 우리 주변의 수십 개 스크린에서 빛나고 있었으니까. "유감입니다, 아린 씨." 그는 나를 대신해 분노를 담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바보예요."
"바쁘신 거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그 거짓말은 수년간의 연습으로 다져진 자동반사적인 것이었다.
"이리 와요." 박 관장님이 나를 맞춤 정장을 입은 한 남자에게로 부드럽게 이끌었다. "유명한 미술 평론가께서 오셨어요. 여전히 당신의 밤입니다."
나는 그 후 한 시간 동안 자동인형처럼 움직였다. 미소를 지었다. 악수를 했다. 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 초기 스케치 연작 앞에 섰을 때, 나는 씁쓸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이 기발하고 복잡한 디자인들은 강태준에게 첫 수천억을 안겨준 앱 '에테르'의 영혼이 된 것들이었다. 내 예술은 말 그대로 그의 제국의 기반이었다.
그는 그때 내 예술을 사랑했다. 아니, 적어도 내 예술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사랑했다. 이제 그는 그것을 내 취미라고 불렀다.
그는 오늘 밤 나를 잊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나를 지워버렸다.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실수였다.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박 관장님에게 말했다.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인간이 얼마나 침착해질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뒷사무실로 걸어갔다. 내 구두굽이 콘크리트 바닥에 마지막을 고하는 날카로운 리듬을 새겼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내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김 변호사님? 저 서아린입니다."
"아린 씨! 전시회는 어때요?"
"모든 게 명확해졌어요." 내 목소리는 나 자신에게도 낯설 만큼 차가웠다. "이혼 서류 준비해 주세요. 우리가 얘기했던 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확실한가요?"
"확실해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다른 게 필요해요. 서명 페이지요. 그게 꼭 지적 재산권 양도 계약서처럼 보여야 해요. '에테르' 초기 컨셉 아트가 전시에 포함돼서, 갤러리에서 디지털 카탈로그 때문에 필요하다고 그에게 말할 거예요."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이건 비즈니스였다. 그가 유일하게 이해하는 언어.
"그건 위험해요, 아린 씨." 긴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읽지 않을 거예요." 나는 말했다. 추측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절대 안 읽어요. 특히 내 일에 관한 거라면요."
4년 동안 그는 나를 투명 인간으로 만들었다. 이제 나는 그의 무관심을 내 무기로 사용할 것이다.
"내일 아침까지 준비해 드릴게요."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내 갤러리의 밝은 조명 속으로 다시 걸어 나갔다. 내 얼굴에서 상냥한 미소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날카롭고, 자유로운 무언가가.
추천 작품




MiniShort 인기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