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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천재로 각성했다
이혼 후 천재로 각성했다

이혼 후 천재로 각성했다

67 회차
완결
남편을 업계 1위로 만든 대가는 배신과 비참한 최후였다. 죽음 끝에서 회귀한 그녀는 이제 울며 매달리는 대신 복수의 칼날을 간다. <이혼 후 천재로 각성했다>는 배신당한 주인공이 천재적인 알고리즘으로 전남편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담은 modern novel이다. billionaire romance books 특유의 긴장감과 함께 과거의 죽음에 얽힌 mystery story를 파헤치며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치밀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혼 후 천재로 각성했다 - 1화

첫 만남

침실 공기가 섬뜩할 만큼 차가웠다. 김아영은 눈을 뜨기도 전에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그건 에어컨 온도를 20도로 맞춰 놓은 탓이 아니었다. 마치 죽음을 경험한 그녀의 뼛속에서부터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킹사이즈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집트산 면 시트가 식은땀으로 축축한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심장이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미친 듯이 뛰었다. 쿵, 쿵, 쿵. 그것은 생존의 리듬이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피부는 따뜻했고, 살아있다는 감각이 생생했다. 그녀는 더 이상 병원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다. 서준이 로비에서 그녀의 사망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 그녀는 더 이상 병상에 누워 모니터의 수평선을 듣고 있지 않았다.

김아영은 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은 노골적일 만큼 현대적이었다. 크롬 장식, 검은색 가죽 가구, 그리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창까지. 그곳은 펜트하우스의 탈을 쓴 금빛 새장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협탁 위 디지털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7시. 10월 14일.

그 날짜가 물리적인 충격처럼 그녀를 덮쳤다. 10월 14일. 서준이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개장 벨을 울리기로 한 날. 서준 그룹이 '혁신적인' 새 알고리즘을 발표할 날. 바로 서준이 인맥 관리를 위해 밖을 나도는 동안, 그녀가 세탁실에 처박혀 낡은 노트북으로 밤새워 완성한 그 알고리즘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이 바로 그가 그녀를 버리는 날이라는 사실이었다.

묵직한 참나무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화장대 위 크리스털 꽃병이 가늘게 떨렸다.

서준이 방으로 들어섰다. 그는 이미 맞춤 제작한 차콜색 정장을 빼입고 머리까지 완벽하게 손질한 상태였다. 자신이 표지를 장식했던 모든 잡지 속 모습처럼 잘생기고, 날카로우며, 속이 텅 빈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다이아몬드 커프스를 매만지며 방 건너편 전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온전히 심취해 있었다.

"일어났어?" 그의 목소리는 무심했고, 아무렇게나 툭 던지는 말투였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그녀는 가끔 손질이 필요한 가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침대로 다가와 두툼한 서류 뭉치를 이불 위로 던졌다. 서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다리 위로 미끄러졌다.

"사인해." 서준은 차갑고 참을성 없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명령했다. "변호사들이 오늘 아침에 서류를 제출하면, 장 마감 후 인터뷰에서 내가 싱글이라는 걸 발표할 수 있다고 했어. 투자자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지. '매력적인 독신남'이라는 서사가 요즘 먹히거든."

김아영은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이혼 합의서. 굵은 글씨가 그녀를 노려보는 듯했다.

지난 생에서, 이 순간은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녀는 울고, 애원하고, 그의 팔에 매달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물으며 더 나은 아내가 되겠다고, 더 조용히 있겠다고, 그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를 사랑했기에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가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김아영은 손을 뻗어 서류를 만졌다. 손끝에 건조하고 거친 종이의 감촉이 전해졌다.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도, 목이 메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후련했다.

그녀는 서준을 올려다보았다. 3년 만에 처음으로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 그는 업계의 거물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벽돌 하나하나, 코드 한 줄 한 줄로 쌓아 올린 받침대 위에 서 있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서준이 입술을 비틀었다. "눈물은 아껴둬. 우리 둘 다 이 순간이 올 줄 알았잖아. 넌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지만, 솔직히 말해서 넌 그냥 트레일러 파크 출신이 펜트하우스에서 공주 놀이하는 것뿐이었어. 우리 둘 다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트레일러 파크 소녀. 그것은 그가 가장 즐겨 쓰는 무기였다. 그는 그녀의 보잘것없는 출신을 들먹이며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관심 한 조각에도 감사하게 길들였다.

김아영은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 일어섰다. 부드러운 카펫에 발이 닿았다.

그녀의 자세가 변했다. 순종적인 아내의 구부정한 어깨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김아영은 서준을 지나쳐 방 한편에 놓인 마호가니 책상으로 성큼성큼 향했다. 어제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유연한 우아함이 그녀의 몸짓에 깃들어 있었다. 아니, 죽음이 그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일깨워 주기 전까지는 그런 우아함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

서준은 그녀의 침묵에 순간 당황했다. 그는 그녀가 더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무반응에 연습해 둔 대사가 엉망이 된 기분이었다.

"내 말 들었어?" 그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쏘아붙였다. "서류에 사인하라고. 나 시간 없어. 차가 아래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김아영은 멈추지 않았다. 움찔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를 복도에 놓인 짐짝처럼 사소한 장애물인 양 가볍게 비켜섰다.

책상에 도착한 그녀는 묵직한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몽블랑. 첫 번째 결혼기념일에 그녀가 그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그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너무 무겁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아영은 만년필을 손에 쥐었다. 완벽한 무게감이었다. 균형 잡힌, 치명적인 무게.

그녀는 서명란을 내려다보았다. 서준. 그의 서명은 날카롭고 공격적이었다. 그 옆에는 김아영의 서명을 위한 빈칸이 있었다.

기억들이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가 잠든 동안 밤새워 시장 동향을 분석하던 그녀.

그녀가 짠 코드가 그의 첫 스타트업을 파산에서 구해냈다.

회의 직전 그의 귓가에 속삭여준 그림자 전략은 훗날 그의 위대한 아이디어로 둔갑했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 그녀의 마음, 그녀의 영혼, 그녀의 존엄성까지.

그녀는 만년필 뚜껑을 열었다.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딸깍' 소리가 울렸다.

"위자료는 협상 없어." 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서류에 명시된 금액 그대로 받게 될 거야. 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이지. 욕심부리지 마."

김아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숨소리처럼 작은 소리였지만, 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쓴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아이가 양자 물리학을 설명하려는 걸 지켜보는 어른의 웃음 같았다.

"당신 돈, 필요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와 대화할 때마다 그녀를 괴롭히던 미세한 떨림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 몸을 숙여 만년필 촉을 종이에 눌렀다. 검은 잉크가 영원처럼 번져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김아영.

서아영이 아닌, 김아영.

그녀는 만년필 뚜껑을 닫고 서류를 그에게 던졌다. 서류가 공중에서 팔랑거리다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서준은 허둥지둥 서류를 잡았고, 그 바람에 애써 유지하던 침착함에 금이 갔다. 그는 서명을 내려다보았다. 엉망으로 휘갈겼거나 항의의 낙서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서명은 우아하고 날카로웠으며, 완벽한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었다.

"너… 너 지금 사인한 거야?" 그는 말을 더듬었다. "이렇게 순순히?"

"그래." 김아영은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그가 원하는 인형이 되기 위해 사들였던 디자이너 드레스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높은 선반에 손을 뻗어 낡은 가죽 여행 가방을 꺼냈다. 3년 전,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 가져왔던 바로 그 가방이었다.

"지금 떠나는 거야?" 서준이 그녀를 따라가며 물었다. 그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분명 원하는 바를 이뤘고 이겼는데도, 어쩐지 승리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송두리째 잃고 있는 기분이었다.

김아영은 가방에 몇 가지 필수품을 던져 넣었다. 청바지 한 벌, 스웨터 한 벌, 그리고 그녀의 낡은 노트북. 뚜껑에 불사조 스티커가 붙어 있는 바로 그 노트북이었다.

"합의서에 30일 이내에 집을 비워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서준은 다시 오만함을 그러모으며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네가 빨리 떠날수록 좋지. 다음 주에 디자이너들이 와서 여기 인테리어를 싹 바꿀 예정이거든."

김아영은 여행 가방의 지퍼를 잠갔다. 지퍼 소리는 마치 시신 가방을 닫는 소리처럼 섬뜩하게 울렸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날 쫓아낸다고 생각하나 보네." 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며 여행 가방을 끌고 문으로 향했다. 바퀴가 단단한 바닥 위에서 위잉, 소리를 냈다.

서준이 문을 가로막았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컸다. 그는 자신의 물리적인 존재감을 이용해 그녀를 위협하며, 둘 사이의 권력 구도를 상기시키려 했다.

"그 문을 나서는 순간, 넌 아무것도 아니야." 서준은 몸을 숙이며 비웃었다. "네가 왔던 그 쓰레기장으로 돌아가. 내 이름 없이는 이 도시에서 아무도 널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김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어둡고, 끝없이 고요한 심연 같았다.

"맞아."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누리는 그 삶,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천재성이 필요하거든."

그녀가 한 걸음 다가서자, 서준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메모라도 해 뒀길 바라." 그녀가 나직이 속삭였다.

그녀는 그를 밀치고 지나갔다. 그의 어깨와 부딪혔지만, 그녀는 휘청이지 않았다. 그녀는 침실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나 펜트하우스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그녀가 만들어 낸 사치의 풍경을 가로막는 순간, 김아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7시 15분.

시장은 두 시간 15분 후에 열린다.

그녀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의 공기는 탁했지만, 그녀에게는 신선한 산소처럼 느껴졌다.

"카운트다운 시작." 그녀는 텅 빈 엘리베이터를 향해 중얼거렸다.

서준은 '공짜'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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