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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녀는 보스였다
어린 소녀는 보스였다

어린 소녀는 보스였다

52 회차
완결
절망의 끝에서 4조 원에 구원받은 소녀 박유진. <어린 소녀는 보스였다>는 순수한 아이의 가면 뒤에 숨겨진 최고의 킬러이자 재벌 상속자의 정체를 다룬 romance novel이다. 박태윤의 비호 아래 정체를 숨기던 그녀가 복수를 위해 본색을 드러내며 mafia novel 특유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거대한 권력을 둘러싼 mystery story와 압도적인 액션이 교차하는 가운데, 가차 없는 처단과 진정한 구원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
어린 소녀는 보스였다 - 1화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개인 섬.

사방이 바닷물로 둘러싸인 지하 경매장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했다.

일반적인 경매장과 달리, 이곳에 오르는 것은 진귀한 보물이나 희귀한 생물뿐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돈만 있다면 생명조차 거래할 수 있으며, 심지어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윽고 경매장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마지막으로 등장할 경매품은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 혈노입니다. 시작가는 200억 원입니다!"

경매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의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혈노? 노예가 무슨 쓸모가 있다고?"

"뭐야, 대단한 보물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더니. 허풍만 잔뜩 떨었네."

의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검은색 천으로 덮인 거대한 철장이 천장에서 천천히 내려와 경매대 위에 놓였다. 그러자 경매사가 천을 확 걷어냈다.

철장 안에는 한 소녀가 몸을 웅크린 채 반쯤 누운 상태로 갇혀 있었다.

갑작스레 쏟아진 강한 빛에, 소녀는 가늘게 눈을 떴다. 얇은 흰색 실크만 걸친 몸은 가녀린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바닥에 흩어져 새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루니, 그 모습이 눈부시도록 성스러워 보였다.

아름답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가 혈노로 전락하다니! 이건 그냥 눈앞에 놓인 장난감이나 다름없지!

순간 피가 끓어오르는 사람도 있었고, 노골적인 의심을 감추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었다.

경매사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헤이븐 아일랜드의 명예를 걸고 장담하겠습니다. 이 혈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개발에 성공한 약물체입니다. 그녀의 혈액은 온갖 독을 해독하고, 육신은 빠르게 회복되며, 수명까지 연장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독을 해독하고, 수명을 연장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희귀한 존재다!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흥분 섞인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그렇게 신기한 효과가 있다면, 말로만 믿을 수는 없죠. 직접 보여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경매사가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동편 VIP석에서 무거운 물체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화국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흥 재벌, 육민석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얼굴이 검게 변해 있었고, 입가에는 피가 섞인 거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개인 의사가 황급히 응급 상자를 열고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속수무책이었다.

경매사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번뜩이더니 바로 직원에게 철장의 채혈 장치를 작동하라고 지시했다. 투명한 튜브가 천천히 뻗어 나와 철장 속 소녀의 목덜미를 겨냥했다.

차가운 바늘이 피부를 파고들자, 소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고통스러운 듯했지만,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더는 저항하지 않았다.

특수 주사기를 통해 선홍빛 혈액 30ml가 육민석의 몸속으로 주입되자, 기적이 일어났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이 다시 온기를 되찾았고, 검게 변했던 얼굴빛은 눈에 띄게 옅어졌다. 흐릿했던 그의 눈동자에도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검은 가래를 한 번 거세게 토해 내고는, 헐떡이듯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여러분, 해독은 부가 가치일 뿐입니다. 장생이야말로 본질이죠!" 경매사가 빠르게 경매장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경매장 옆에 드리워져 있던 비단 커튼이 열리자, 직원 하나가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휠체어에 앉은 노부인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고, 손목에 연결된 생명 모니터에는 분당 심박수 38회라는 수치가 떠 있었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상태였다.

경매사가 직원과 눈빛을 교환한 후, 아까 채취한 남은 혈액을 노부인의 몸에 주입했다.

모니터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지만, 임종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심박수가 분당 68회로 치솟았고, 혈중 산소 포화도는 40%에서 80%로 급상승했다.

잠시 후, 휠체어에 앉아 있던 노부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미약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 여기가 어디죠? 혹시… 저를 천국으로 데리러 오신 선녀님이신가요?"

경매장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이내 다시 웅성거림이 번져 갔다. 경매사가 마이크를 들어 외쳤다.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가격은 순식간에 시작가 200억 원에 1조 원까지 치솟았다.

2층에 숨겨진 특별 VIP룸.

다리를 꼬고 진피 소파에 앉은 젊은 남자가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남자는 조각해 놓은 듯 선명하고 입체적인 이목구비를 지녔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경매대 위에서 피를 뽑히고도 미동 없이 반쯤 누워 있는 소녀를 내려다봤다. 경매장 아래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열기가,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보였다.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태윤 형." 강지훈이 남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희가 낙찰받은 골동품은 이미 포장되었으니 이제 떠나셔도 될 것 같아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지훈은 그가 경매장의 경매품을 계속 쳐다보는 것을 보고 물었다. "태윤 형, 낙찰받을까요? 어쩌면 둘째 도련님의 병이…"

박태윤은 손을 휘휘 저으며 콧방귀를 뀌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사기꾼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일 뿐이야. 남들 손에 휘둘리기나 하는, 쓸모없는 폐물이지."

강지훈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르며, 스스로가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동안 박태윤의 곁에는 어떤 여자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암컷 동물조차 가까이 둔 적이 없었으니, 하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길들여졌을지 모를 여 노예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사이, 경매 가격은 이미 2조 원까지 치솟아 있었다.

경매사의 세 번의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낙찰 성공!

경매에 낙찰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배가 불룩 튀어나온 부자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철장을 열어,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전리품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보였다.

이런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던 터라, 상대가 VIP 고객임을 고려한 경매사는 공손히 무릎을 굽히고 열쇠로 철장을 열었다.

그러나 철장이 열리는 순간, 소녀는 가늘게 떠 있던 눈을 활짝 떴다.

그 눈에 어려 있던 체념의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영민함과 교활함이 대신했다. 그녀는 완전히 넋이 나간 부자를 향해, 여유롭게 손키스까지 날렸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켜 철장 옆에 놓인 검은 천을 경매사 머리 위로 뒤집어씌우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경매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경매장 직원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소녀는 이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언제부터 손에 쥐고 있었는지 모를 은침이 가볍게 흩뿌려지자, 그녀의 뒤를 쫓던 경호원 몇 명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들은 얼굴이 질린 채,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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