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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자매의 경멸, 연인의 거짓말
의붓자매의 경멸, 연인의 거짓말

의붓자매의 경멸, 연인의 거짓말

37 회차
완결
바이올리니스트 서아영은 연인 강태준의 배신으로 대중 앞에서 치욕을 겪고 지옥으로 떨어진다. <의붓자매의 경멸, 연인의 거짓말>은 한 여자를 파멸시키려 한 재벌 로맨스 이면의 잔혹한 음모를 다룬 미스터리 스토리다. 끔찍한 고문과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아영은 자신을 낙인찍은 강태준의 무서운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벽한 실종과 자유를 계획한다. 배신과 생존의 경계에서 뒤틀린 진실을 찾아가는 긴박한 서사의 웹소설.
의붓자매의 경멸, 연인의 거짓말 - 1화

최고급 주한 예술원 갈라 파티.

장학생 바이올리니스트인 나, 서아영은 드디어 이곳에 속한 기분이었다.

특히 내 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키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사 남자친구 강태준 덕분에.

하지만 기부자들의 이름이 떠야 할 거대한 스크린이 깜빡이며 살아났다.

그리고 그 위로, 지극히 사적인 내 침실 영상이 재생되었다.

대한민국 상류층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의 가장 깊은 치욕이 공개적인 소비거리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경악의 숨소리가 잔인한 속삭임과 조롱 섞인 웃음으로 변해갈 때, 내 세상은 산산조각 났다.

나의 닻이라 믿었던 강태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그를 발견했다.

내 의붓자매 한세라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우리의 관계 전체가 나를 파멸시키기 위한 ‘재미있는 심심풀이’였다고 인정하는 그의 모습을.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짐승처럼 끌려간 나는, 그의 친구들에게 어두운 골목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고문을 견뎌야 했다.

고춧물이 목구멍을 태웠고, 터지는 플래시가 내 공포를 담아냈으며, 시뻘겋게 달궈진 인두가 어깨에 낙인을 찍었다.

이 모든 것은 대중의 오락거리였고, 강태준이 허락한 일이었다.

그는 나중에 소름 끼치게도, 납치범들에게 나를 ‘처리해 버리라’고 지시했다.

한때 나를 지지해 주던 그 남자는 어째서 이토록 괴물 같은 잔인함을 계획했을까.

나를 망가뜨리고 낙인을 찍은 것도 모자라, 나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뒤틀린 복수심을 부추긴 어두운 비밀은 무엇이며, 나는 과연 그의 무서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뼛속까지 파고드는 이 배신은 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단지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세상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완벽하게 사라져 주리라.

그가 만들어낸 폐허에 등을 돌리고, 나 서아영이 마침내 자유로워질 미래를 내 손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제1화

주한 예술원의 웅장한 홀 안의 공기는 후끈했다.

비싼 향수 냄새와 희미하게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 그리고 서울 상류층의 나직한 대화 소리가 짙게 뒤섞여 있었다.

서아영은 바이올린 케이스를 꽉 쥐었다.

낡은 가죽 케이스는 주변의 반짝이는 드레스와 날렵한 턱시도 사이에서 유독 도드라졌다.

이곳은 연례 기금 모금 갈라, 음악을 축하하기 위한 밤이었지만, 아영에게는 그저 자신에게 없는 돈과 인맥을 과시하는 자리로만 보였다.

장학생이라는 신분은 마치 주홍글씨 같았다.

하지만 강태준은 그녀의 닻이었다.

그는 그녀 곁에 서서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유의 제스처였다.

그는 젊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사였고, 그의 가문 이름은 서울 곳곳의 건물에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게도, 그녀의 남자였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긴장 풀어.”

태준이 자유롭게 흐르는 샴페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여기 있을 자격 충분해, 아영아.”

그녀는 그 말을 믿고 싶어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때, 인파 속을 우아하게 가로지르는 의붓자매, 한세라가 눈에 들어왔다.

세라는 피아니스트였지만, 그녀의 재능은 그녀의 인기와 아영에 대한 경멸감에 가려져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세라의 입술이 아주 살짝 비틀렸다가 이내 외면했다.

그 침묵의 무시가 아영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아영의 의붓아버지이자 세라의 아버지인 한정혁은 딸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거나, 혹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언제나 가족의 완벽한 이미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졌다.

정적이 흘렀다.

무대 위, 기부자 명단을 띄우기 위한 대형 스크린이 깜빡이며 켜졌다.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것은 이름이 아니었다.

거칠고 사적인 영상이었다.

아영은 숨을 헙, 들이마셨다.

화면 속 여자는 바로 자신이었다.

은밀한 순간, 침실의 한 장면.

소리는 희미했지만, 영상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루엣만 보이지만 체격이 익숙한 남자는, 누가 봐도 태준을 의도한 것이 분명했다.

홀 전체에 경악의 탄성이 파도처럼 번졌다.

사람들의 휴대폰 불빛이 켜지며 스크린을, 그리고 핏기가 가시는 아영의 얼굴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감각이 마비된 그녀의 손에서 바이올린 케이스가 미끄러져, 잘 닦인 대리석 바닥 위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공포에 질린 침묵 속에서 그 소리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리고 속삭임이 시작되었다. 음흉하고 잔인하게.

“저거… 서아영 아니야?”

“그 장학생?”

“강태준 이사랑? 세상에, 완전 스캔들이네!”

태준의 친구들인 최우진과 박민혁이 서 있는 구석에서 날카롭고 조롱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얼굴은 악의적인 희열로 빛나고 있었다.

영상은 그녀의 가장 깊은 치욕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계속 재생되었다.

아영은 그 자리에 뿌리 박힌 듯 서 있었다.

온몸이 떨렸고, 수치심이 속에서부터 그녀를 불태웠다.

바닥이 자신을 삼켜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준은 어디에 있지?

분명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녀는 필사적으로 인파 속을 훑었다. 그는 사라졌다.

그를 찾아야 했다.

그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이다.

그가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으니까.

그녀는 군중 속을 비틀거리며 헤쳐나갔다.

얼굴들은 흐릿했고, 목소리들은 판단의 불협화음이었다.

“뻔뻔하긴.”

“몸으로 출세하려고 했네.”

“듣자 하니 걔네 엄마랑 똑같다던데.”

스캔들로 경력이 망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은 또 다른 고통의 칼날이 되어 박혔다.

아영은 피난처를, 태준을 찾아 무거운 참나무 문을 밀고 나갔다.

그녀는 개인 기부자 라운지로 이어지는, 사람이 덜 붐비는 복도로 들어섰다.

숨을 돌리고 생각할 시간이, 단 한순간이라도 필요했다.

그녀는 클러치 안에서 태준에게 주려고 뜨개질하던 작고 미완성인 목도리를 더듬었다.

어리석지만 진심이 담긴 선물이었다.

반복적인 바늘의 움직임은 보통 그녀를 진정시켜 주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불이 켜진 골방의 벨벳 벤치에 주저앉았다.

손가락이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그때, 문이 살짝 열린 옆 라운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우진과 민혁의 목소리도.

“…완벽하게 성공했네, 임마.”

우진이 의기양양한 투로 말했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이었어.”

“바이올린 떨어뜨리는 거 봤냐?”

민혁이 킥킥거렸다.

“진짜 대박이었지.”

태준이 낮고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

아영이 알던 따뜻한 웃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버릇을 좀 가르쳐줄 필요가 있었어. 2년 전에 세라 독주회 자리를 뺏어간 거… 세라가 아직도 잊지 못하거든. 이건 그냥 작은 복수일 뿐이야.”

아영의 뜨개바늘이 멈췄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독주회 자리? 복수? 세라를 위해서?

“그럼 이 모든 거, 걔랑 사귀고, 영웅 행세한 거… 전부 연기였어?”

우진이 감탄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재미있는 장난감이었지.”

태준이 경멸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라가 걔가 망신당하는 걸 원했고, 난 언제나 세라 편이니까. 게다가 그 여자, 너무 사람을 잘 믿어. 거의 식은 죽 먹기였지.”

“영상은? 실제로 누가 유출한 건데?”

민혁이 캐물었다.

“그냥 공동 작업이었다고 해두지.”

태준이 매끄럽게 말했다.

“중요한 건, 메시지는 전달됐다는 거야.”

공동 작업.

그의 말이 아영의 머릿속, 갑자기 울부짖는 침묵 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녀가 사랑하고 믿었던 남자가, 그녀의 공개적인 파멸을 계획했다.

세라를 위해서.

2년 전, 이겼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있었던 경연 때문에.

라운지 문이 활짝 열리고 태준이 걸어 나왔다.

그의 친구들이 뒤를 따랐다.

그는 아영을 보고는 멈칫했다.

방금 전까지 차갑고 계산적이던 그의 눈이, 놀란 척 커졌다가 이내 걱정으로 부드러워졌다.

“아영아! 여기 있었구나! 온 데를 다 찾아다녔어. 괜찮아? 아까 그 일은 정말 비열했어!”

그는 그녀에게 달려와 보호하듯 어깨를 감쌌다.

우진과 민혁은 그의 뒤에서 히죽거렸다.

“저 사람들 말 듣지 마, 아영아.”

태준이 그녀가 늘 믿었던, 부드러운 연고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힐끔거리는 몇몇 사람들을 쏘아보았고, 그들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내가 처리할게.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낼 거야.”

그의 손길이 그녀의 피부에 얼음처럼 닿았다.

그의 말은 위로의 기괴한 패러디였다.

그녀의 마음속에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6개월 전, 악명 높은 교수가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그녀를 낙제시키고 장학금을 위협했을 때.

태준이 매력적인 후원자이자 강력한 이사로서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그는 저녁 식사에 그녀를 데려가, 사소한 학내 정치 때문에 좌절하기엔 너무 재능이 아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안전하고,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진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그는 그녀의 영웅이었다.

그때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는 나에게 안전한 둥지를 만들어주는 새 같다고.

이제 그 둥지는 치밀하게 설계된 덫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녀를 감싼 그의 팔의 온기는 거짓이었다.

그의 걱정스러운 시선도 거짓이었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녀는 덫에 걸렸다.

지금 그녀의 머리카락에 대고 나직이 보호의 말을 속삭이며, 충격에 빠진 구경꾼들 사이를 헤쳐나가는 바로 그 남자에 의해, 완벽하게 덫에 걸렸다.

그의 사랑은 잔인하고 계산된 게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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