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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요원이 왕비가 되다
특수요원이 왕비가 되다

특수요원이 왕비가 되다

37 회차
완결
현대 최고의 특수요원 소서연이 《특수요원이 왕비가 되다》 속 박대받던 적녀로 빙의한다. 냉혹한 가족과 약혼자의 배신에 맞서 통쾌한 복수를 시작한 그녀는 판타지 세계를 뒤집어놓는다. 치밀한 액션과 복수극이 담긴 이 fantasy novel은 섭정왕 배현석과의 예기치 못한 인연으로 이어지며, 모험과 로맨스가 공존하는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웹소설이다.
특수요원이 왕비가 되다 - 1화

소서연은 누군가 그녀의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옷을 마구 찢어 벗기는 느낌을 받은 것과 동시에 귓가에는 남자들의 비웃음이 섞인 듯한 거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자마자 음흉하게 생긴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하하, 마침 깨어났네. 하마터면 지루할 뻔했잖아."

말을 마친 남자는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소서연의 옷깃을 찢었다.

눈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가 드러나자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특수부대 출신인 그녀는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두 팔에 힘을 실어 남자를 단숨에 제압하려 했으나,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내 몸이 아니야!'

그녀는 분명 테러리스트의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바로 상황을 파악한 소서연은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두 눈에 살기가 넘실거렸다.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비열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훈련 기억을 떠올린 소서연은 젖 먹던 힘까지 주어 남자가 그녀의 몸을 덮치려 할 때, 다리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

"쾅!" 소리와 함께 남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천한 계집이, 감히 날 밀어내? 내 오늘 반드시 네년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린 남자는 그녀를 향해 험한 욕설을 내뱉었다.

남자의 일행이 반응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손서연은 남자들의 포위망에서 빠르게 빠져 나왔다.

"저년을 당장 잡아 오거라. 지옥이 어떤 것인지 내 똑똑히 알려줄 것이다!"

도적 우두머리는 다리 사이를 감싸 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무리의 도적들이 일제히 소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편, 누군가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 숲길의 끝에서, 시위병이 호화롭기 그지없는 마차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때, 섬세한 손가락이 마차 문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광택 하나 없는 검은색의 망포를 입은 남자의 굵은 이목구비가 싸늘하게 식어 내렸고, 고고한 분위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이 감돌아 주위 사람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의 지독히고 깊은 눈동자가 소서연을 발견하더니 놀라운 빛이 약간 피어 올랐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보기에 약해 빠진 것 같지만, 정확히 급소만 노리는 공격은 보통 사람의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마차 곁에 선 시위 욱이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예는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힘이 모자라군. 힘을 조금 더 키웠다면 도적들이 큰코다칠 수도 있을 텐데."

마차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멈춰 섰고, 도적 무리들 중 누구도 마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소서연의 공격은 도적들의 화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들을 찾아 사주한 사람은 그녀의 몸만 더럽히고 목숨은 해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도적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고, 몇몇은 허리춤에 찬 칼까지 꺼내 들고 소서연의 뒤를 쫓았다.

앞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소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 무기도 없는 그녀는 한 무리 도적의 상대가 될 수 없는 데다, 도적들이 무기까지 휘두르면 상황은 더욱 불리해질 것이다.

특수 부대 요원 출신인 그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가랑이를 움켜잡고 있는 도적 우두머리를 흘깃 돌아본 그녀는 그를 인질로 삼아 남은 도작들을 협박하기로 마음먹었다.

소서연은 뒤쫓아오는 도적들의 심기를 더욱 도발한 후, 도적 우두머리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몸 주인의 체력을 과대평가했다.

몇 발짝 달리지도 않았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버렸다.

'이제 끝났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을 겨눴다.

"이런, 안타깝게 되었군."

마차에 기대선 욱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는 꽤 영리해 보이나,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네. 게다가 왕야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군.'

욱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차 안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목숨은 살려야지."

욱이는 멍한 얼굴에 흠칫 놀란 기색이 언뜻 스쳐 지나가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가 자리에서 돌아서자마자 도적의 처절한 비명이 숲을 가득 채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도적이 소서연에게 멱살이 잡힌 채 목을 물어뜯긴 것이다.

그녀가 입술에 힘을 주자 도적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목을 감싸 쥐고 자리에 쓰러졌다.

소서연의 잔인한 공격에 잔뜩 겁을 먹은 도적들이 자리에 얼어붙은 사이,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그녀가 능숙한 솜씨로 긴 칼을 휘두르자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지며 그녀의 살기 가득한 눈매가 칼날에 비쳤다.

분명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행동이었지만, 어딘가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흘러 넘쳐 보였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 욱이는 눈을 더욱 크게 떴다.

소서연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에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몸이 어찌나 연약한지, 잠깐의 움직임으로 기력이 모두 소진됐다.

도적 무리는 이미 목숨을 잃었고, 목이 찢어진 도적은 그녀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땅에 누운 소서연은 체력을 회복하며 몸 주인의 기억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몸 주인은 안정후부의 적장녀로 신분이 무척 고귀한 사람이다. 뻔한 소설 주인공의 기구한 삶이 늘 그렇듯,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안정후 부인은 난산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소서연은 안정후의 눈엣가시로 전락했다.

이후 안정후는 새 부인 서씨를 들였다. 서씨 부인은 첫째 딸 소미연을 낳은 이듬해 아들과 딸을 연달아 출산하여 안정후부에서 더욱 입지를 다졌다.

서씨는 자애로운 인상에 유려한 자태를 뽐냈지만, 마음은 지독하게 악랄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소서연을 진심으로 아끼는 듯하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음모를 꾸며 소서연이 안정후와 노부인에게 예쁨을 받지 못하게 했다.

모진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녀에게도 꽤 든든한 정혼자가 있었다. 바로 현재 황제의 넷째 황자였다.

허나 넷째 황자는 다른 황자들과 많이 달랐다. 그의 생모는 신분이 가장 낮은 하급 궁녀였기에, 그는 황자 신분이었으나 황제의 관심과 애정을 받을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황제의 황자가 아니던가.

몸 주인은 혼인만 하면 힘든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혼례 이야기가 오가던 중, 서씨 부인이 몇 날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점성술사는 소서연에게 드리운 불운이 원인이라고 하면서 불운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서연이 직접 성 밖에 있는 사찰을 찾아가 부처님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소서연은 안정후부로 돌아가는 길에 도적을 만났고, 도적에게 괴롭힘을 당할 뻔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의 영혼이 몸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몸 주인의 기억을 빠짐없이 살펴본 그녀의 안색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몸 주인은 아마 모르겠지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기억 속에서 몸 주인의 정혼자와 그녀의 이복 여동생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씨는 두통이 없던 사람인데, 왜 하필 정혼 전날에 심한 두통을 느꼈으며, 몸 주인은 왜 안정후부로 돌아오는 길에 도적을 만나 순결을 잃을 뻔했을까?

만약 몸 주인이 순결을 잃으면 황실에 시집갈 수 없게 된다.

칼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소서연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흥미진진하네.'

웃음소리에 하마터면 놀라 까무러칠 뻔한 도적 우두머리는 지옥의 염라대왕이라도 본 사람처럼 겁에 질린 눈빛으로 소서연을 쳐다봤다.

소서연이 그를 돌아보자 공포에 질려 눈을 더욱 크게 뜬 우두머리는 피가 흐르는 목을 부여잡을 새도 없이 헐레벌떡 도망쳤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쿨럭, 쿨럭..."

거칠게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 남자는 입에 고인 피로 인해 계속 기침을 했다.

체력이 거의 회복된 소서연은 곧장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가슴을 짓누르고 목에 칼을 겨누며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이실직고하거라."

잔뜩 겁에 질린 도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놓아주면 사실대로 말하겠다."

소서연은 남자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가슴을 짓밟은 발에 더욱 힘을 주며 재촉했다. "내가 셋 셀 때까지 말하지 않으면,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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