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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메스를 든 그녀는 미쳤다
손에 메스를 든 그녀는 미쳤다

손에 메스를 든 그녀는 미쳤다

71 회차
완결
신분을 숨긴 채 헌신하던 차서윤은 남편의 배신에 미련 없이 이혼을 선언한다. 사실 그녀는 세계적인 천재 외과의이자 유럽 마피아 가문의 후계자였다. <손에 메스를 든 그녀는 미쳤다>는 정체를 드러낸 그녀가 의학계와 흑도를 뒤흔드는 과정을 그린 강렬한 mafia novel이다. 광기 어린 소유욕을 지닌 교부 구태오와의 위험한 관계, 그리고 진실을 쫓는 mystery story가 얽히며 몰입감을 더한다. 배신한 이들을 압도하는 그녀의 활약을 담은 이 romance novel은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선사한다.
손에 메스를 든 그녀는 미쳤다 - 1화

차서윤은 손에 든 보온 도시락을 조심스럽게 가슴에 품고 심씨 그룹 건물로 들어섰다.

이 약선(藥膳) 한 그릇을 위해 그녀는 인맥을 총동원해 남미 지하 경매장에서 단 한 포기뿐이라는 혈갈초(血竭草)를 어렵게 확보했다. 그 뒤로 6시간 내내 냄비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달였다.

남편 심도훈이 심각한 편두통을 앓고 있었기에, 이 요리는 그의 생명을 연장해 줄 유일한 방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차서윤의 눈에 들어온 건, 심도훈이 임세린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임세린, 그녀는 심도훈의 첫사랑이었다.

차서윤은 속으로 의아해했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세상에, 세인트 메디컬 콘퍼런스 초대장이에요?" 임세린은 환하게 웃으며 초대장을 받아들더니, 차서윤을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던졌다.

"왔어?" 차서윤의 인기척을 느낀 심도훈이 입을 열었다. 그는 그녀의 손에 들린 보온 도시락에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곧 무심하게 거두며 말했다. "거기 놔둬."

심도훈의 태도를 본 임세린은 더욱 우쭐해졌다. 손에 든 초대장을 자랑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도훈 오빠, 고마워요. 이거 전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가들만 참석할 수 있는 학회라면서요? 오빠가 저한테 이런 걸 준비해 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가 곧 박사 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큰 선물까지… 정말 감동이에요."

'선물?' 문 앞에 멈춰 선 차서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건 세인트 측에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의학 강연에 초대하기 위해 특별히 보낸 초대장이었다.

차서윤은 그저 심도훈에게 대신 받아 두기만 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어느새 다른 여자를 기쁘게 하기 위한 '선물'로 둔갑해 있었다.

차서윤의 어머니는 평생 희귀 유전병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하지만 연구가 막 돌파구를 찾으려던 순간, 누군가의 음모로 실종됐고 '학술 조작'이라는 누명까지 쓴 채 자취를 감췄다.

지난 5년 동안 차서윤은 심씨 가문에서 '요리만 할 줄 아는 가정주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택 지하의 허름한 실험실에 틀어박혀, 눈이 빨개지도록 약제를 조제하고 데이터를 검증하며 어머니의 연구를 몰래 이어 왔다.

지난주, 차서윤의 연구 성과는 마침내 국제 의학 협회의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과했다.

이 초대장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결백을 밝히고, 유전병 환자들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차서윤은 앞으로 다가가 임세린의 손에 쥐인 초대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내 거야. 내놔."

초대장을 쥔 임세린의 손이 굳어지더니, 그녀는 재빨리 심도훈의 등 뒤로 숨었다. "서윤 언니, 왜 이러세요? 이건 도훈 오빠가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요."

심도훈의 안색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차서윤, 그건 너한테 아무 쓸모 없는 물건이야. 난 이미 세린이한테 줬어."

"쓸모가 없다고?" 차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쓴웃음을 흘렸다. "심도훈, 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판단할 일이 아니야."

곁에 서 있던 심도훈의 비서 임재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차서윤 씨, 당신 물건이라뇨? 지금 당신이 몸에 걸친 것 중에 심씨 집안 것이 아닌 게 뭐가 있죠?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게 대체 뭐가 있다는 겁니까? 임세린 씨는 해외에서 돌아온 의학 박사입니다. 초대장을 그분께 드리는 게 훨씬 낫죠. 가정주부인 당신은 책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했을 텐데, 그게 뭔지 알겠어요?"

심도훈은 임재우의 말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의 기억 속 차서윤은 매일 주방에 틀어박혀 요리만 하며 그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여자였다. 의학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철저한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그의 눈에는 차서윤이 어디선가 초대장을 구해 와,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 한 번 수를 쓰는 것처럼만 보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심도훈은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말했다. "세린이는 곧 졸업하잖아. 의학계에서 자리 잡으려면 이런 기회가 꼭 필요해. 이번 기회에 국제적인 최고 전문가들도 직접 만날 수 있고. 네가 이런 기회를 빌려 네 능력을 증명하고 내 관심을 끌고 싶어 한다는 건 나도 알아. 이제 더는 그런 노력 안 해도 돼."

'능력을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차서윤은 옆구리에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5년간의 결혼 생활 내내, 그의 눈에 차서윤은 그렇게 초라한 방식으로라도 관심을 구걸해야 하는 부속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녀가 보온 도시락을 탁자 위에 내려놓자, 뚜껑이 '탁'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초대장에는 이미 제 이름이 적혀 있어요. 제 물건으로 다른 사람에게 생색까지 내시다니, 심 대표님 정말 관대하시네요." 그녀는 임세린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임세린 씨가 의학 박사에 천재라면 초대장 정도는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왜 가정주부인 제 초대장을 탐내죠? 설마 제가 임세린 씨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시는 건가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임세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도훈 오빠, 저는 정말 몰랐어요. 저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이 초대장이 서윤 언니 거라는 것도 몰랐고요. 알았으면 절대 받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초대장을 꼭 쥔 채 차서윤 쪽으로 내밀었다. "서윤 언니, 정말 미안해요. 돌려드릴게요."

차서윤이 손을 뻗어 초대장을 받으려는 순간, 임세린의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

"찰싹." 그 순간, 초대장은 뚜껑이 열린 보온 도시락 안으로 직통으로 떨어졌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어두운 빨간색 초대장은 순식간에 기름기로 뒤덮여 더럽혀졌다.

"아이고!" 임세린은 입을 가리며 비명을 지를 듯 소리쳤다.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져서… 초대장이 완전히 더러워졌네요."

차서윤은 얼룩이 번진 초대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는 '사랑하는 서윤아, 엄마의 꿈을 이어 훌륭한 의사가 되어 주렴.' 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건 어머니가 그녀에게 남겨 준 유일한 추억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글씨는 기름 얼룩에 번져, 거의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굽혔다.

"종이 한 장도 제대로 못 들어?" 심도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더러워진 초대장을 내려다봤다. 원래라면 차서윤의 손에서 그것을 빼앗았겠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듯 그의 눈빛에는 이미 포기한 눈빛이었다.

"됐어. 그냥 종이 한 장일 뿐이잖아. 더러워졌으면 어때."

차서윤은 휴지로 초대장에 묻은 기름을 조심스럽게 닦아 냈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기름은 종이 섬유 깊숙이 스며들었고, 어머니의 글씨는 점점 더 흐릿하게 번져 갔다.

차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초대장을 손에 꼭 쥐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 덕분에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좋아. 초대장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차서윤은 심도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빠 내일 해외에서 돌아와. 같이 마중 나가 주겠다고 했잖아. 오후 3시, 항구에서 봐."

이것이 그녀가 이 결혼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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