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속 결혼 후 남편이 숨겨 왔던 억만 장자라는 것을 발견
"오빠, 결혼식이 곧 시작하잖아. 가면 안 돼!"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교은하가 다급하게 진우택의 팔을 붙잡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오늘은 교은하와 진우택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직전, 진우택은 갑자기 문자를 한 통 받고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진우택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켜, 서아가 다쳤대. 병원에 혼자 두면 무서워할 거야. 지금 당장 가봐야 해."
그의 말에 교은하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엽서아는 진우택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다.
지난 5년간의 연애 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엽서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진우택은 어김없이 그녀를 내버려 두고 엽서아에게로 달려가곤 했다.
진우택은 엽서아를 그저 여동생으로 생각할 뿐이라며 그녀에게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교은하는 5년간의 연애가 결실을 맺기만을 바라며 매번 양보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다.
엽서아가 진우택의 곁에 있어야 한다면, 그녀는 미래의 남편에게 버림받아도 되는 걸까?
교은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걸복걸했다. "안 돼, 결혼식에 네가 없으면 어떡해... 제발, 오늘만은 가지 마! 제발 부탁이야!"
진우택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만 좀 해! 지금 네가 이기적으로 굴 때야? 결혼식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지만, 서아가 다쳤다잖아. 지금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비켜!"
진우택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교은하를 거칠게 밀쳐냈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던 교은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진우택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교은하의 휴대폰이 울렸다.
교은하가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휴대폰 너머에서 여자의 오만하고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은하, 오늘 네가 우택 오빠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라며? 내가 보낸 선물 마음에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교은하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엽서아... 너 일부러 우택이 불러낸 거지?"
"그래, 일부러 그랬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우택 오빠 마음속에 내가 너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엽서아는 보란 듯이 말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겠네. 하지만 네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됐으니, 내가 다 안타깝다."
교은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내려다보며 지난 5년 동안의 고집이 우스꽝스럽게만 느껴졌다.
고아로 자란 그녀의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진우택은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줄 수 없는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교은하가 차갑게 비웃음을 터뜨렸다. "실망할 거야.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니까."
엽서아의 목소리가 더욱 경멸에 가득 찼다. "교은하, 너 정신 나갔니? 우택 오빠가 없는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할 건데?"
교은하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누가 그녀의 신랑이 반드시 진우택이어야 한다고 했지?
진우택이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떠난 이상, 그녀 또한 다른 남자와 결혼해 보란 듯이 행복해질 것이다.
"어쨌든 진우택한테 전해. 내가 버리는 거라고. 내가 버린 남자, 너나 가져. 쓰레기랑 걸레, 아주 천생연분이네. 잘 먹고 잘 살아봐."
엽서아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변했다. "교은하, 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은하는 전화를 끊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진우택을 대신할 신랑을 빨리 찾아야 했다.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예식장 밖에는 수많은 흑의 경호원들이 진을 치고 사방을 수색하는 듯했다.
신랑 예복을 입은 남자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가 앞에 선 부하에게 물었다. "결혼식이 곧 시작되는데, 신부를 찾았어?"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육 선생님, 예식장 근처를 모두 수색했지만 장씨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미 도망친 것 같습니다."
"도망쳤다고?"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그의 눈빛은 야수처럼 잔인하고 무정하게 빛났다. "결혼식이 제시간에 진행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들의 대화를 들은 교은하는 남자 역시 자신처럼 결혼식 당일 신부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남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녀를 발견한 경호원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를 가로막았다.
"아가씨, 지금 뭘 하려는 겁니까?"
휠체어에 앉은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자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교은하는 물러서지 않고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신부님이 도망치셨다면서요? 그럼, 제가 그 신부 되어드릴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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