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아, 아파 죽겠네. 나 아직 죽지 않은 건가? 하긴, 죽으면 아프지도 않겠지. 근데 여긴 어디지? 지붕은 왜 이렇게 낡은 거야?"
윤도회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낯선 곳이었다. '왜 갑자기 이곳으로 온 거지? 그런데 여긴 대체 어디야? 저 낡은 지붕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밖은 또 왜 이리 시끄러워?'
밖에서는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을 전체가 들릴 정도였다. 정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윤도회는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저 속으로 그들이 빨리 조용해지기를 바랐다.
밖에서는 선씨가 차남 내외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를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악을 썼다.
선씨가 이토록 길길이 날뛰는 이유는 둘째 아들이 윤도회를 부자 상인에게 팔아넘기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선씨는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그들 내외를 핍박하며 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이라고 언성을 높였지만, 차남 윤이강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들 윤이강은 그녀의 말이라면 늘 고분고분 따랐지만, 선씨는 그런 아들이 탐탁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점쟁이가 그녀의 손자가 장차 가문을 번성하게 할 것이라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에게는 손자가 한 명밖에 없었고, 그건 바로 장남의 아들이었다.
점쟁이의 말에 미신적으로 집착한 그녀는 모든 것을 큰아들 윤이현의 가정에 쏟아 부었다. 게다가 큰며느리 하씨 역시 매일 시어머니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곤 했다.
하씨의 이름은 하유민이었고, 윤씨네로 시집온 후 슬하에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딸은 윤도회와 동갑으로 올해 17살이었고, 성에 있는 서원에서 글공부 중인 큰아들은 14살, 작은아들은 7살이었다.
큰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친척 관계였기에, 윤씨 가문에 시집온 후 두 사람의 사이는 유난히 돈독했다.
반면 윤이강은 연씨와 혼인을 맺었다. 연씨의 본명은 연미정이고, 윤씨 가문의 어르신이 살아생전 차남을 위해 직접 구해온 처자였다. 윤이강과 연미정이 혼인한 지 3년 후, 윤씨 어르신은 병으로 별세했다.
윤이강과 연미정 부부는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장녀 윤도회는 올해 17살이었고, 두 남동생은 각각 14살과 7살이었다.
윤도회가 깨질 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딱딱한 나무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으로 밀려드는 온갖 기억들 때문에 또다시 까무러치고 말았다.
밖에서는 여전히 말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 악독한 시어머니는 쉴 새 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큰며느리는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윤이강은 실망과 비통이 서린 눈으로 노모를 응시했고, 반면 그의 형 윤이현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동생 가족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머니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아들이 장차 관직에 오르면, 더 이상 동생 따위는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어우야, 아무래도 도희를 그 호상한테 시집보내는 게 좋겠다. 그럼 너도 팔자가 펴일 테고, 그 호상한테서 장인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
신씨 곁애서 팔짱을 끼고 아니꼬운 눈길로 윤이강 내외를 바라보던 윤이현이 헛기침을 하더니 넌지시 말했다. "만약 형님도 슬하에 있는 딸내미를 그 늙은 영감탱이의 첩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대신 이 혼약을 응하시지요." 윤이강이 그 말에 서슴없이 반박해 나섰다.
"너...네가 감히 나한테 대들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윤이현은 동생을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불효자식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지금 이 어미는 네놈의 그 쓸모없는 딸년을 호상한테 시집보내 가문을 돕고자 하는 것뿐인데, 그것마저 싫으냐? 내가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어! 이렇게 키우지 말았어야 했어!" 선씨는 아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아이고 작은 서방님, 도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인데, 어찌 저희 도영이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그런 소린 하지도 마십시오." 하씨가 발끈하며 거들었다.
"아무튼 저는 도희를 그 늙은 영감탱이한테 시집보내지 않을 겁니다. 제 딸을 위해 좋은 신랑감을 찾아줄 거라고요. 그리고 이 혼약은 형님 내외가 약속한 것이니,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십시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형님과 형수님이 제 처자식을 괴롭히는 것을 참아왔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따라 형제간에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두 분은 되러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네요. 평소 우리 식구를 괴롭히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요. 농사일에 등골이 휘는 건 저희 내외지만 추수를 끝내면 늘 쥐꼬리만한 식량을 받았죠. 게다가 돈도 제가 가장 많이 벌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0년 동안 할 만큼 했습니다. 어머니, 이제 저희 식구는 분가를 할 겁니다." 윤이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분가? 네가 감히 분가를 하겠다고? 이 불효자식!" 선씨는 다리를 치며 소리쳤다.
"어머니, 이강이가 분가를 하겠다고 하니 내버려 두십시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겁니다.
나가겠다면 맨몸으로 나가야 할 겁니다." 윤이현은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요, 어머니. 우리 아들은 앞으로 관직에 오를 귀한 몸인데 저런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들한테 시달리면 안 되잖아요." 하씨가 맞장구쳤다.
"그래, 정녕 분가를 하겠다면 맨몸으로 나가거라. 큰아들아, 얼른 가서 촌장을 모셔오너라." 선씨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촌장이 파적에 관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세 장의 서류는 선씨, 윤이강, 그리고 촌장에게 주어졌고, 마지막 한 장은 촌장이 관아에 제출하여 분가가 정식으로 완료되었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내 물건은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맏이야, 잘 지켜 보거라." 선씨가 으름장을 놓았다.
"네, 어머니."
"얼른 짐이나 챙겨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윤이강은 가족들을 재촉했다.
"네, 서방님."
"네, 아버지."
윤이강 가족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겼다. 연씨는 기절한 딸의 짐을 챙겼고, 윤이강은 딸을 수레에 조심스럽게 실었다. 그들은 정말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딸이 늙은 호상의 첩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제 조카이자 손녀를 때려죽일 뻔했다. 만약 그가 제때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의 딸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지낼 수가 없었다. 만약 딸을 지킬 수 없다면, 그는 누구의 아버지도 될 자격이 없다.
"아버지,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윤도민이 물었다.
"너희 어머니의 고향에 가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자."
윤이강은 남은 보따리들을 수레에 실으며 웃음을 지었다.
"네, 아버지. 어서 가시죠. 누나를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윤도민은 혈색이 가신 윤도회를 보며 재촉했다.
윤이강 가족이 윤씨 가문을 떠날 때, 윤이현이 쫒아 나오며 소리쳤다. "분가를 했다고 해서 네 딸이 혼약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 분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게다."
윤이강은 수레를 밀고 기절한 딸과 가족을 데리고 태어난 이후로 쭉 지내온 여강촌을 떠났다.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 어머니와 친형에게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동정했지만, 결국 남의 집안일이라 섣불리 개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윤씨 가문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늘 마을의 가십거리였다. 이기적이고 각박한 그들과는 아무도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두 시간가량 걸은 후, 그들은 드디어 연씨의 친정인 대영촌에 도착했다. 마침 마당을 쓸고 있던 처남댁 송씨가 시누이와 매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송씨의 본명은 송금매였고 매부가 기절한 조카를 수레에 싣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시누이, 시매부! 도회가 왜 이 지경이 된 겁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올케언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 해요." 연씨가 급히 그녀를 안으로 이끌며 말했다.
"그래요,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매부, 우선 도희를 방으로 들여보내 눕히세요." 송씨가 서둘러 말했다.
"무슨 일이냐? 뒤뜰까지 시끄럽구나."
방 안에 있던 노부인 연씨가 물었다. "어머니, 시누이와 시매부가 왔습니다. 근데 도회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송씨가 시어머니에게 대답했다.
"뭐라고? 우리 도회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머니, 일단 진정하십시오. 제가 말씀드릴 게요. 우선 저희들이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순 없을 가요? 저와 서방님은 윤씨 가문에서 분가를 했어요. 그래서 잠시 이곳에서 지내다가, 다른 방법을 찾아 이사할 생각이에요." 연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래, 여분의 땅이 있으니 너희들이 지낼 집을 지을 수 있을 게다. 그러니 걱정 말고, 이 어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말해 보거라."
딸의 이야기를 들은 노부인은 당장이라도 윤씨 가문의 악독한 신씨를 찾아가 따지고 싶었지만, 사위가 이제 윤씨와 연을 끊었다는 말에 겨우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부지런한 사위가 처자식을 굶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손녀가 늙은 호상의 손에 넘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윤도회를 시집보내는 거였다. 그래야만 늙은 호상이 마음을 접을 테니까.
이 나라에서 만약 누군가 남의 아내를 탐하면 그것은 곧 중죄였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남의 아내를 건드릴 수는 없으며, 그런 죄를 저지른 자는 유배를 보내어 고역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한다.
회차 2
윤도회는 이부자리에 누워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혼인이라니, 내가 결혼을 한다는 건가? 하지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닌가?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았어? 아니면 이 모든 게 그냥 꿈?' 하지만 꿈일 리는 없다. 현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도회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비밀 조직에 가입해 남다른 인생을 살아가야 할 그녀가 여행 도중 사고를 당해 죽었다. 죽었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서 과거의 모든 행실에 대한 재판을 받아야 할 텐데,
하늘은 그녀에게 장난을 치듯, 세계 역사에 나타난 적 없는 고대 세계로 그녀를 보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마음씨가 고약한 할머니와 가난한 집안이었다. 다행히도 이 몸의 부모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녀가 팔려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시대에나 타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욕망에 빠져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잡아서 벌을 줘야 한다.
윤도회는 왜 이 몸의 주인이 왜 이렇게 나약한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인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자신의 능력을 숨기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몸 원래 주인의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수치스러움을 지금의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윤도회가 생각하기에 정녕 괴물로 여겨진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그녀였다면,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놈들은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윤도회는 그녀의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외삼촌과 외숙모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는 것을 들으며 다시 잠에 들었다.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 저도 이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도회를 빨리 시집보내지 않으면, 화가 될까 걱정입니다. 게다가 그 호상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고요." 연씨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유일한 방법은 도회를 시집보내는 것입니다. 비록 썩 내키진 않지만, 도회가 평생 수렁에 빠져 사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장인어른, 장모님. 이 마을에 적합한 가문이 있습니까? 성실하고 착한 사내라면, 저와 도회 엄마는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윤이강이 조급함에 몸을 앞으로 기울며 두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있긴 하다만, 사위. 운율이라는 젊은이가 있는데 인품이 훌륭하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지금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네. 성실하고 부지런한 젊은이지만, 부모님의 친가 쪽 평판이 썩 좋지 않아. 특히 장씨 큰어머니는 조카들을 괴롭히기 일쑤지. 비록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분가했지만, 오히려 쫓겨났다고 하는 게 맞을 게야. 다행히도 그 아이 어머니가 남긴 밭 세 마지기가 있어, 집을 짓고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다네. 하지만 운율이가 사냥을 나갈 때마다, 큰집 사람들이 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가곤 한다네. 만약 도회가 그 집으로 시집간다면, 큰집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아무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걸세. 만약 그 집이 마음에 든다면, 내일 나와 영감님이 운율이 그 젊은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겠네." 노부인이 말했다.
"그 젊은이가 두 분 말씀대로 성품이 바른 사람이라면 문제될 거 없습니다. 만약 운율이 가족이 도회를 괴롭힌다면, 분가했어도 제가 그 아이를 지길 겁니다. 도회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가 아닙니다. 저희 부부는 그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겁니다." 윤이강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도 서방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어머니." 연씨도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쉬거라. 당분간은 참고 기회를 노려야 한다. 많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 게다가 이제 분가도 했으니,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게야. 나도 장씨 노파가 어떻게 될지 보고 싶구나. 이미 늙어서 노망이 든 것 같으니 말이다. 조카가 관직에 오르지 못하면, 장씨 노파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볼 게야." 노부인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노부인은 산기슭에 있는 마지막 집으로 향했다. 손녀와 운율의 혼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대나무 울타리 앞에 도착한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운율아, 운율아. 집에 있느냐?" 그녀는 운율이가 사냥을 나갔는지, 아니면 숲에서 밤을 보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물었다.
"네, 연씨 할머니.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운율이가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이 노인네가 너와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안에 들어가서 얘기해도 되겠느냐?" 노부인은 웃음을 지으며 넌지시 부탁했다.
"네, 들어오십시오."
집에 들어온 노부인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녀는 평소에 마음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오늘 너를 찾아온 건,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다."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운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운율아, 혼약을 맺은 처자는 있느냐?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너를 위해 처자를 구한적 있느냐?" 노부인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아니요, 할머니.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의혼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운율이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보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하마. 오늘 너를 찾아온 건, 이 할미의 손녀와 혼인하길 바라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왜 하필 저입니까? 게다가 할머니의 손녀는 저와 혼인하길 원합니까? 저는 가난한데다 어린 동생 두 명을 돌봐야 합니다. 할머니의 손녀가 저와 함께 고생하길 원할까요?" 운율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도회는 착한 아이다. 그리고 이 할미도 너에게 숨길 생각은 없어. 만약 네가 도회와 혼인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 것이야. 솔직이 말해서 어떤 늙은 호상이 예쁘장한 도회가 마음에 들어 첩으로 데려가려 했거든. 하지만 도회는 그 호상과 혼인하길 원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도회의 부모도 큰집과 연을 끊고 이곳으로 왔고. 우리가 지금 걱정하는 건 돈과 권력을 쥔 그 늙은 호상이 포기하지 않을 까봐서야. 이 할미는 네가 자라는 모습을 쭉 지켜봤단다. 네가 성품이 바르다는 걸 알고 있기에 너를 찾아온 게야.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할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하거라." 노부인은 진심으로 말했다.
"그 분이 원한다면, 저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촌장이 그러시길 징집을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관청에 낼 황금 열 냥이 없으면, 저는 군역을 져야 합니다. 그러니 두 어린 동생을 돌볼 방도가 없습니다. 할머니도 아시겠지만, 큰집 사람들의 인품이 좋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재산을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제가 집에 없을 때마다 동생들을 괴롭히고 쓸만한 물건들을 훔쳐갑니다. 만약 제가 그 분과 혼인한다면, 적어도 동생들을 돌봐줄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이 정말 저와 함께 고생하길 원할까요?" 운율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도회는 착한 아이야. 그 늙은 영감탱이와 혼인하는 것보다 너와 혼인하길 원할 것이니라. 그럼 그렇게 정하자. 얼른 매파를 알아보거라. 이 할미도 이제 돌아가야겠다. 네가 편한 날에 의혼을 하자구나. 예물은 없어도 된다. 네가 도회 그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잘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게야." 노부인은 안심한 얼굴로 말했다.
"네, 할머니. 감사합니다." 운율은 고마운 얼굴로 대답했다.
노부인은 마음을 짓누르던 짐을 홀가분히 털어놓고 집에 돌아왔다. 때는 아직 아침 먹을 시간도 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노부인이 오늘 아침 일찍 무엇을 하러 나갔는지 알고 있었기에, 희망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어머니, 어떠셨습니까?" 연씨가 다급하게 물었다.
"걱정 말거라, 운율이 그 아이가 혼사를 동의했어. 이제 운율이가 매파를 보내 혼담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예물은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그 아이가 힘 자라는 대로 할 게다. 우리는 아이의 혼수를 준비하면 된다. 이 어미는 운율이 그 아이를 쭉 지켜봤거든. 성품이 고른 애라 도회를 잘 돌봐줄 것이라 믿는다." 노부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오늘 도회에게 이 사실을 말해줄 거예요. 그 아이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믿어요." 연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 도회도 이해할 게야.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니까."
노부인은 연씨의 손등을 다독이며 그녀를 위안했다. "네, 어머니."
점심이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난 윤도회는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다. 이미 새로운 몸으로 이 세상에 왔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고아인 그녀는 단란한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따뜻한 가정을 가져보고 싶었다. 이 몸의 부모와 모든 사람들은 원래 주인을 매우 아끼고 사랑했다.
윤도회는 죄책감을 느꼈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윤씨 가문 사람들에게 맞아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 지금이 훨씬 나았다.
"도회야, 깨어났느냐? 몸은 좀 괜찮으냐?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어미가 죽과 약을 가져왔으니, 얼른 먹고 일어나야지. 그리고 이 어미가 너한테 할 말이 있단다." 연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어머니." 윤도회는 얌전하게 대답했다.
"우선 이 죽을 먹고 그 다음 약을 먹거라. 그 후에 얘기를 나누자구나."
연씨는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죽 그릇을 내밀었다. 딸이 죽을 먹고 약을 먹는 동안, 그녀의 남편도 방에 들어와 딸과 혼사에 대해 논의할 준비를 했다. 윤이강은 딸이 반대할까 봐 걱정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그동안 벌어들인 은자는 모두 그의 어머니의 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회야, 몸은 좀 괜찮으냐? 아비가 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윤이강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에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잘못이 있다면, 할머니와 큰어머니의 잘못이죠." 윤도회가 위로했다.
"아비와 어미가 너에게 할 말이 있다. 다 듣고 나서 네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지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단다. 너를 악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너를 시집보내야만 한다." 윤이강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 시집을 간다고요? 누구와 혼인합니까?" 윤도회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운율이라는 젊은이와 혼인할 거야. 할머니가 주선한 일이다. 운율은 성품이 바른 사내지만, 가난하고 어린 동생 두 명을 돌봐야 한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시댁도 없고. 아비와 어미는 너희가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는다. 너는 부지런한 아이이고, 운율도 마찬가지니까. 이것이 네가 악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너의 큰어머니가 호상과의 혼약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윤이강은 한숨을 쉬며 나름 해석을 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좋다고 하시니, 저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윤도회는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그래, 얼른 쉬거라. 아비와 외삼촌은 숲에 가서 돈이 되는 물건들을 찾아오마."
윤이강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고개를 숙인 윤도회를 주의 깊게 살폈다. "네, 아버지. 조심이 다녀오세요." 윤도회는 나직이 대답했다.
부모님이 떠난 후, 윤도회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고, 가족도 생기고, 결혼까지 해야 한다니. 근데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전생에는 결혼은커녕 남자친구도 사귀어보지 못했는데. 근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너무 못생긴 건 아니겠지? 그래, 그래. 남편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기는 거지 뭐.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길 바란다. "
회차 3
연씨 할머니는 손녀 윤도회를 운율에게 시집보내기로 마음먹은 후, 딸과 며느리를 불러 모아 그녀의 혼수품에 대해 의논했다. 그녀들은 운율이 납채를 할지 말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연씨 할머니의 아들과 사위는 사냥을 하러 산에 올랐고, 며느리는 집에 남아 연씨 할머니를 도왔다. 연씨 할머니의 남편은 윤씨네 차남이 분가를 해서 대영촌으로 이사 왔다는 소식을 촌장에게 알리러 갔다.
"미청아, 우리 이제 도회의 혼수품을 준비해야 할 것 같구나. 운율이 납채를 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거다. 도회가 무사히 시집가서 첩으로만 살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단다."
"어머니, 저도 어머니와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희도 은자가 없는데, 도회의 혼수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연미정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천을 조금 가지고 있으니, 도회의 이불과 새 옷 두 벌 쯤은 넉넉히 지어줄 수 있어. 그리고 잡곡과 쌀 한 말 정도는 내줄 수 있어. 더 이상은 줄 수 없구나. 혼사가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어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너도 알잖니. 집에 혼기를 앞둔 여자가 있어야지 미리 혼수품을 준비할 거 아니야. 게다가 네 아들은 아직 어리니 처자를 찾아 의혼을 하기엔 한참 멀었고.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할 게야."
"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한테까지 걱정을 끼쳐드려서."
"네 잘못이 아니다. 윤씨 가문 노파의 잘못이지. 앞으로 쓸데없는 걱정은 말거라. 이제 이곳에서 마음 놓고 지내렴. 네 오라버니 혼자 산에 올라가면 사냥을 많이 못할 게야. 하지만 이제부터 솜씨가 있는 사위가 곁에 있으니, 앞으로 우리 집도 넉넉히 살 수 있을 게다." 연씨 할머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어머니. 이불은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세요. 저는 형님과 함께 옷을 만들겠습니다. 그래야 빨리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운율이 언제 도회를 데리러 올지 모르겠지만, 도회가 빨리 시집을 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의 마음도 놓일 것 같아요." 한편 운율도 마음이 답답했다. 원래 혼인할 생각이 없었지만, 혼인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두 동생을 항상 돌볼 수 없으니, 아내가 곁에서 그 둘을 돌보는 것이 바람직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째지게 가난한데, 무엇으로 아내를 맞이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형님, 정말입니까? 형님께서 장가를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운헌이 물었다.
"그래. 혼인을 하면 내가 며칠 동안 산에 사냥을 하러 갈 때, 너희를 돌봐줄 사람이 있지 않을 거냐."
"형님, 형수님께서 우리 집에 오겠다고 했습니까? 우리 집을 싫어하지는 않을까요?" 운비가 물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연씨 할머니께서 너희들 형수님은 마음씨 고운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사실인지 아닌지는 집에 맞아들인 후에 알 수 있을 거 아니냐. 만약 너희들을 잘 돌보지 않는다면, 그때 수세를 써도 늦지 않다."
"네, 형님."
"형님을 믿습니다. 하지만 형님은 무엇으로 형수님을 맞이할 겁니까? 우리 집에는 예물로 쓸 만한 것이 없지 않습니까. 부모님의 재산은 큰아버지 내외가 모두 가져갔잖아요."
"산에 올라가 멧돼지를 사냥해서 예물로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해도 됩니까? 멧돼지를 예물로 쓴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지 말입니다. 만약 멧돼지를 사냥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운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세 형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늦은 것을 본 운율은 서둘러 산에 올라가 운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는 평소보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오로지 예물로 쓸 멧돼지를 사냥할 수 있기를 바랐다.
윤이강과 연만식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좋은 운이 깃들길 바랐다.
"형님, 이곳에 함정을 설치하는 게 좋겠어요. 더 깊숙이 들어가지는 마세요. 맹수가 나타나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윤이강은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앞서 가는 연만식을 불렀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연만식도 동의했다.
두 사람은 각자 함정을 설치한 후, 서로 함정을 확인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시각, 연씨 할머니와 딸, 며느리는 옷과 이불을 만드느라 바빴다. 연씨 영감은 촌장 집에서 돌아온 후, 세 손자와 함께 잡초를 뽑고 밀에 물을 주었다.
어리지만 무척 철이 든 세 손자는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열심히 도왔다. 연만식에게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었다. 딸은 몇 달 전에 시집을 갔고, 이제 15살 된 아들 연승우만 남았다. 연승우는 윤도민보다 한 살 많고, 연도군보다 여덟 살 많았다.
현재 가장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윤도회였다. 그녀는 시집을 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고, 가장 심각한 상처는 친할머니와 숙모가 그녀를 밀어 넘어뜨려 장작에 부딪혀 다친 이마였다. 그 후에도 많이 맞았는데, 아마도 그녀의 영혼이 바뀐 이유일 것이다.
유시(酉時)가 되자 연만식과 윤이강은 꿩 다섯 마리와 토끼 세 마리를 지니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설치한 함정은 내일 확인하기로 했다.
운율은 예물로 쓸 멧돼지를 사냥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멧돼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하아,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예물로 쓸 멧돼지를 사냥해야 하는데, 빈손으로 가면 너무 무례할 거 아니야." 운율은 한숨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깊은 산속에 함정을 설치한 후, 자리를 찾아 앉아 집에서 가져온 건어물을 먹고 밤을 보낼 곳을 찾았다. 그는 멧돼지나 다른 동물을 사냥하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저 운이 좋기를 바랄 뿐이다. 운율은 이틀 밤낮을 산에서 보냈다. 셋째 날 아침, 그는 큰 멧돼지 한 마리와 꿩과 토끼 몇 마리를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멧돼지와 사냥감을 수레에 실은 후, 그만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땅에 주저앉은 채 반나절 휴식을 취하고 물과 야생 과일 세 개를 먹은 후, 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숲을 벗어난 그는 집에 남겨진 동생들이 걱정되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침내 마을에 도착한 그는 아무와도 인사를 나누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가 이틀 밤낮을 산에서 보냈으니, 몹쓸 사람들이 동생들을 괴롭히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운율은 숙모의 욕설과 동생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서둘러 수레를 풀숲에 숨기고 아무도 발견할 수 없음을 확인한 후, 집으로 달려갔다."이 망할 자식아, 당장 손 놔!
이 손 안 놔! 또 맞고 싶어? 손 놔! 손 놓으라고!" 전씨는 운비를 욕하며 손에 든 물건을 빼앗으려 했다.
"숙모님, 그건 우리 집 물건이니 돌려주십시오. 그렇게 무턱대고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운헌이 말했다.
"이 망할 자식아, 누가 너한테 이런 낯짝을 줬어! 감히 나를 막아? 네 부모도 내 앞에서 찍소리를 못했는데, 어린놈의 새끼! 너희를 노예로 팔아버릴 가보다. 이 물건은 내 거야! 내 눈에 들었으니 당연히 내 거지."
"당장 손 놔! 손 놓으라고!" 마침 뛰어들어온 운율이 소리쳤다.
"오, 잘 왔구나. 이 불효한 자식아, 큰집의 은혜도 모르고 감히 나한테 소리를 질러?"
"우리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이 물건은 우리 집 물건이니 내려놓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저한테 가문과 연을 끊을 때 남긴 명문이 있으니, 관아에 고발하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를 쫓아낸 건 당신들입니다. 저희 부모님의 재산마저 모두 가져갔으면서 또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너...너 정말 그럴 수 있어?" 전씨는 운율을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해보시죠. 저는 포졸에게 당신이 제 동생들을 때리고, 우리 집 물건을 훔쳐갔다고 이를 겁니다. 당신은 여러 가지 죄를 범했으니, 옥살이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아! 이 망할 자식이. 어쩜 네 부모와 똑같이 뻔뻔하구나!"
"형님, 제때 돌아와 주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저와 운비는 크게 다쳤을 겁니다." 운헌이 말했다.
"다쳤느냐?"
"아니요."
"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올 겁니다. 형님, 관아에 고발해야 할까요?"
"저 여자가 다시 소란을 피우면 그땐 진짜로 관아에 고발할 거야. 그나마 너희들이 무사하니 다행이다. 자,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거라. 나는 수레를 가져오마."
"네, 형님."
그 후, 운율과 동생들은 멧돼지, 꿩, 토끼가 가득 실린 수레를 끌고 연씨 가문으로 향했다. 길에서 마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멧돼지를 팔 것이냐고 물었지만, 운율은 그저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째지게 가난한 운율과 그의 동생들이 멧돼지와 산물을 예물로 삼아 연씨 가문의 손녀와 혼인하기 위해 친영을 간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이 가십거리는 며칠 동안 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떤 사람들은 운씨네로 시집가는 아가씨를 안타깝게 여겼지만, 가장 실망한 사람들은 아마도 운율을 마음에 품고 있던 마을 처녀들일 것이다. 그리하여 윤도회는 그날 운율과 함께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혼례는 간단하고 빠르게 진행되었고, 윤도회는 미처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