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손에 종이봉지를 든 정욱은 구강시에 위치한 선라이즈 데코레이션 코퍼레이션의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

종이봉지 안에는 커피가 들어 있었고, 커피를 엎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안녕하세요. 박동근 씨가 주문한 커피가 도착했습니다. 어디로 배달해 드리면 될까요?"

안내 데스크 직원은 정욱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따라오세요."

정욱은 택시 콜 기사였으며 조금 전 4만 원의 배달비로 커피 한 잔을 배달해 달라는 박동근의 전화를 받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잠시 후, 안내데스크 직원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는 굳게 닫힌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자 사무실 안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익숙하게 들려왔고 번뜩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욱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그래, 내가 잘못 들은 거야.'

스스로 최면을 걸었지만 문 안에서 전해오는 소리는 점점 커지는 것만 같았다.

"아앙, 동근 씨. 이러지 마요..."

"이리 와. 그 도톰한 입술을 당장 집어삼키고 싶어. 네 무능력한 남편은 너의 입에 키스한 적도 없지?"

정욱은 이 대화를 듣고 벼락 맞은 듯 제자리에 멍해 있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주먹으로 세게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문 열어! 당장 이 문 열라고!"

그러자 안내 데스크 직원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에게 말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문은 "펑" 하고 열렸다.

그리고 정욱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오른쪽 볼에 찍힌 빨간 립스틱 자국이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정욱은 손에 든 종이봉지를 바닥에 내던지고 바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광경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하얀 피부와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가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둘러 속옷을 입고 셔츠 단추를 잠그고 있었다.

"강연우!" 정우는 사무실이 떠나갈 정도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방금 들은 그 신음 소리는 정말 그의 아내 강연우의 목소리였다.

그는 가슴에 무거운 바위가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정욱은 강연우를 노려보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연우! 우리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어. 낮에는 나가서 택시 콜 기사로 일하고 밤에는 너의 가족을 돌보면서 살아왔다. 너에게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했어. 3년 동안 넌 나를 손도 대지 못하게 했잖아! 난 줄곧 네가 원칙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 어떻게 다른 사람의 사무실에서 이런 짓을 벌여!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어? 내가 대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자기, 자기가 여긴 어쩐 일이야?" 겨우 셔츠 단추를 잠근 강연우는 그의 앞에 한 발자국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너무 급한 행동에 그녀의 깊은 가슴 골은 차마 가라지 못했다.

그때, 박동근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너의 무능력한 남편이 너무 궁금해서 커피 배달을 시켰어. 너무 궁금하잖아. 매일 내 품에서 아양을 떠는 너를 공주로 떠받드는 남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정욱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픽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전까지 당황스러움에 말을 더듬었던 강연우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데릴 사위로 자신의 집에 들어온 정욱에 대하여 강연우는 줄곧 좋은 감정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택시마저도 그녀의 돈으로 구매한 것이다. 이런 쓸모 없고 구질한 남편에게는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강연우는 박동근과 정욱 사이에 다가가 팔짱을 끼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 나는 너를 속이려고 한 적 없어. 지금 박동근 대표님과 비즈니스에 관해 의논을 하고 있을 뿐이야."

정욱은 이를 악물고 코웃음을 쳤다. "비즈니스 할 때 가슴도 주물럭 거리며 얼굴에 립스틱 자국도 남겨?"

사무실 문 앞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안내 데스크 직원은 마침내 상황을 이해하고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떨고 있는 정욱을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 "택시 콜 기사가 어떻게 회사 대표를 이겨요?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택시를 백 년 운전해도 우리 대표님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해요."

안내 데스크 직원의 말을 들은 박동근은 더욱 거만하게 행동하며 강연우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와인이 담긴 잔을 그녀에게 건넸다.

강연우는 조금 망설이다 그가 건네는 잔을 받고 그의 잔에 부딪치며 함께 와인을 마셨다.

정욱의 시선이 박동근과 강연우의 몸에서 떼지 못했다. 그들의 뻔뻔스러운 행동에 정욱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는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 살에 박혔다. 증오와 역겨움이 지금 그의 마음속에 가득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뭐야? 폭행이라도 하려고? 경비원 어디 있어!"

강연우는 고개를 쳐들고 정욱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 안 가고 뭐해? 설마 한 대 맞고 싶니?"

그때, 박동근의 사무실에 경찰봉을 든 경비원들이 달려왔다.

정욱은 천천히 주먹을 풀고 강연우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강연우, 너 언젠가는 꼭 후회할 거야."

말을 마친 그는 박동근의 사무실을 떠났다.

강연우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나온 정욱은 두 사람에게 복수할 방법만 생각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고 이영석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강씨 가문의 3년 데릴 사위의 심성 수련이 정식으로 끝났습니다. 클라우드 하이 리조트에 있는 아파트를 보상으로 장만해 드릴 겁니다. 오늘부터 도련님은 그동안 금지된 능력을 자유로이 사용하셔도 됩니다."

"다음 단계의 수련은 비즈니스에 관한 업무로 이번에도 훌륭하게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미 킹랜드 그룹의 인수를 마쳤고 오늘부터 도련님계서 대표로 관리하시게 될 것입니다."

"네." 정욱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전화기 너머 이영석은 강연우의 안부도 물었다. "사모님과는 잘 지내고 계시나요? 결혼식을 올려 이제 도련님의 정체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말을 들은 정욱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필요 없어요. 그 여자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회차 2

전화를 끊은 정욱이 엑셀을 밟은 발에 힘을 세게 주자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구강시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누비고 다니는 그는 마치 지난 3년 동안 받아왔던 모든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정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으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문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다.

8살에는 무술을 배웠고 13살에는 뮤직 아카데미에서 여러분야의 음악을 연수했으며 18살에는 이미 경영학과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참가해 고급 의류 기술도 터득했다.

3년 전, 그는 가족으로부터 그의 심성을 훈련시키는 시련을 받고 강씨 어르신의 도움으로 강연우와 결혼하여 데릴 사위로 3년간 살아왔다.

3년 동안 그는 전에 배운 지식과 정씨 가문의 재산을 사용할 수 없었고 오직 평범한 사람으로서 생활해야 했다.

그는 시련이 끝난 즉시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지만 지금은......

정욱은 콧방귀를 뀌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연우,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박동근 그 자식, 나에겐 상대도 안 돼. 내 정체가 밝혀지는 그 날, 너의 표정을 기대할게."

저녁 6시가 넘은 시각, 그는 천천히 차를 돌려 구강시에 있는 강씨 저택으로 향했다.

마음에 억눌려 있었던 화가 이제는 완전히 풀렸다.

정욱은 자신의 물건을 챙기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 그는 이제 강씨 저택을 완전히 떠나려고 했다.

"왔어? 얼른 씻고 내려와서 밥 먹어." 거실로 들어서자 강연우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강연우는 태연한 표정을 하며 정욱에게 손짓했다.

3년 동안 가족들의 식사는 정욱이 직접 준비했고 오늘은 강연우가 처음 그를 위해 요리를 했다.

정욱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방에 돌아가 트렁크에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 넣었다.

강씨 저택에서 그가 지낸 방은 제일 꼭대기 층에 있는 작은 다락방이었다.

정욱과 강연우는 명목상으로 부부였지만 3년 동안 정욱은 그저 강씨 가문의 하인이자 운전기사에 불과했다.

짐을 모두 챙긴 그는 1층으로 내려와 떠나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때, 주방에서 강연우가 달려 나와 그의 앞을 가로막고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왜 이렇게 자기 주제를 몰라? 박동근 씨와 비즈니스로 만났을 뿐이야. 그것도 안 돼? 박동근과 가깝게 지내면 모든 일이 쉬워지잖아. 그래서 그랬어. 선라이즈와 계약하면 할머니한테 인정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어. 내가 돈을 더 많이 벌면 너도 그깟 택시 콜 하지 않아도 돼. 그렇지 않아?"

그녀의 말에 정욱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돈과 명예를 위해 내 영혼과 몸을 팔지 않아!"

말을 마치자 그는 갑자기 가문이 그에게 준 심성 시련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연우, 우리 이혼하자."

그의 말에 강연우는 눈을 크게 떴다.

"미쳤어? 지금은 안 돼! 이혼해도 강예린의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 해!"

"킹랜드 그룹 부 대표님도 그 결혼식에 참석할 거야. 내가 만약 킹랜드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은 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까지 우리 강씨 가문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조금이라도 나와서는 안 돼!"

"킹랜드 그룹? 부 대표님?" 강연우의 입에서 킹랜드 그룹이 나오자 정욱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는 바로 강연우의 어깨를 밀치고 방을 나섰다. "이제 나는 강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이혼에 관한 일은 내가 변호사를 찾아 처리할게."

"이 쓸모 없는 자식! 비열한 놈! 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킹랜드 그룹과 계약하면 너는 나를 똑바로 쳐다볼 자격도 없어!"

정욱이 이렇게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을 보고 강연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는 화가 나서 정욱이 엘리베이터 입구에 사라질 때까지 줄곧 그를 쫓아다니면 욕을 했다.

저택에서 나온 정욱은 차가운 표정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강연우, 킹랜드 그룹 대표가 바로 네 앞에 서 있는데도 넌 몰라. 그래도 킹랜드 그룹과 협력하고 싶다고? 꿈이나 꿔."

회차 3

다음 날, 강예린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강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로 태어난 그녀의 결혼식은 스마일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오후 5시가 되자 지하 주차장에는 고급 자동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우아하게 차려 입은 손님들이 하나 둘씩 예식장으로 들어왔다.

강씨 그룹은 유래 깊은 가문으로 구강시의 유명 인사들을 모두 초청했다.

강연우도 차를 주차장에 세워 놓고 1층 로비에 들어갔다.

1층 로비에는 강씨 가문 사람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강연우는 제일 먼저 강씨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고 다음 강인국과 안민정에게 인사를 드렸다.

강씨 할머니는 아들이 두 명 있었다. 큰 아들 이름은 강인철이고 둘째 아들 이름은 강인국이었다.

강예린은 강인철의 딸이자 강연우의 사촌 동생이었다.

강인철은 강연우가 홀로 예식장에 도착한 것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 "정욱은 어디 갔어? 지금 손님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까 빨리 주차장으로 내려가 손님들 차를 주차하고, 종업원들이 음식을 나르는 것도 도와야지.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 결혼식을 망치면 나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강연우는 머리를 숙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사람 오늘 못 올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강씨 노부인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놈이 감히! 우리 가문에서 3년을 먹고 놀았으면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게 도리 아니야? 강연우! 당장 그 자식에게 전화 걸어! 10분 안에 예식장에 튀어오라고 전해!"

강연우는 하는 수없이 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휴대폰 너머 정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지금 예식장으로 와. 할머니께서 네가 음식 나르는 걸 도와주길 바라셔."

"음식을 나르라고? 하, 나는 이미 내 변호사한테서 이혼 서류를 접수했어. 그러니까 넌 더 이상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지시 내릴 자격 없어." 정욱은 이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강연우는 끊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할머니를 돌아보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 이 사람 안 오겠대요."

노부인은 격분하며 지팡이를 땅에 내리쳤다. "뭐라고? 3년을 우리 가문에서 놀고 먹은 주제에 감히 내 말을 무시해?"

그녀의 화난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방금 로비에 들어선 박동근도 그 광경을 보고 강연우의 곁에 다가가 물었다. "할머니, 누가 할머니를 화나게 만들었어요?"

강연우는 몸을 돌려 그에게 설명하고 모든 잘못을 정욱에게 돌렸다.

박동근은 듣자 입꼬리가 올라가 나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두 사람이 헤어질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강씨 가문의 데릴 사위 정욱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제가 호텔에서 그가 한 여자를 껴안고 호텔 방에서 나온 것을 봤습니다. 두 사람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보는 눈 앞에서 키스까지 했다니까요."

"뭐라고?" 노부인은 지팡이로 땅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 "감히 우리 가문에 데릴 사위로 들어와 바람을 피운다고? 이런 죽일 놈! 우리 강씨 가문을 대체 얼마나 우습게 본 거야?"

강연우와 박동근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그녀는 오늘 정욱이 예식장에 오지 않은 것을 보고 박동근의 말을 굳게 믿었다.

그녀는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곁에 있는 강오민을 쳐다보며 말했다. "강오민! 지금 당장 정욱 이 천한 놈을 내 앞으로 데려와! 우리 강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 가문인지 보여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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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릴 사위가 재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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