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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五界)의 주인인 그녀
오계(五界)의 주인인 그녀

오계(五界)의 주인인 그녀

56 회차
완결
26세기 용병에서 가문의 폐물로 환생한 야천설의 여정을 다룬 오계(五界)의 주인인 그녀는 전계의 전승을 이어받아 오계를 압도하는 fantasy 서사입니다. 신단을 만들고 야수를 조련하며 복수를 완수하는 주인공의 adventure와 화끈한 action이 돋보입니다. 신비로운 제왕과의 얽히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이 romance novel은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웹소설입니다.
오계(五界)의 주인인 그녀 - 1화

"천한 년 주제. 버둥대지 말고 얌전히 다리나 벌려 우리를 즐겁게 해줘야지!"

"역시 명문 가문에서 자란 아가씨라 그런지, 피부가 비단보다 더 부드럽군. 이 촉감은 역시..."

바닥에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소녀의 귓가에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음란한 말들이 계속 들려왔다.

체구가 육중한 사내들의 손아귀에 옷이 찢겨 손바닥만 한 속옷밖에 남지 않았고, 공기 중에 드러난 피부에는 처참한 채찍 자국이 가득해,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왜, 왜 나를 이리 대하는 것이냐..." 잔뜩 겁에 질린 얼굴에 눈을 크게 뜬 소녀는 자신에게 추잡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려는 듯했다.

사내는 거친 손으로 소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며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큰 아가씨가 내린 명이니 우리를 탓하지 말거라. 우리도 아가씨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만 얌전히 있으면, 우리도 부드럽게 대해줄 것이다. 하하하!"

야씨... 소녀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졌다. 야천교, 야씨네... 그녀는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해를 입힌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린 뒤, 혀를 깨물고 자결을 선택했다.

"빌어먹을. 정말 숨을 거뒀다고? 더는 재미를 볼 수 없게 되었군!"

"서둘러. 시체에 온기가 남아있으니 재미는 끝까지 볼 수 있겠지..."

바로 그때, 음산한 바람과 함께 어디선가 피어 오른 검은 기운이 공기 중에 퍼지더니 소녀의 몸을 단단히 감싸고 몸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잠시 후, 소녀의 굳게 감긴 눈이 번쩍 뜨이더니 동공에 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몸을 깔고 있던 사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사내의 목을 힘껏 졸라 비명이 새어 나오기 전에 목뼈를 부러뜨렸다.

"어, 어떻게!"

한패가 목이 졸려 즉사하는 것을 본 다른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당장 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분명 아주 짝에도 쓸모 없는 계집인데, 무슨 힘으로 사람까지 죽이는 거지?'

그러나 소녀는 사내에게 도망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사내의 시체를 발로 옆으로 차던지고 돌을 손에 움켜쥐더니 도망치는 사내의 뒤통수를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돌멩이는 정확히 사내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짧은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진 사내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소녀는 날카로운 바위로 사내의 머리를 힘껏 내려쳤다.

분수처럼 터져 나온 뜨거운 피가 소녀의 몸에 가득 튀었다.

어느새 숨을 거둔 사내의 머리가 완전히 피투성이 된 것을 발견한 야천설은 그제야 바위를 아래로 떨구고 흐린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여기는 어디지?'

그때, 머릿속에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기억들이 썰물처럼 밀려 들어왔고, 극심한 두통에 야천설은 머리를 부여잡고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26세기 최고의 용병인 그녀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정처 없이 떠돌던 영혼은 다른 세계에 그녀와 이름이 똑같은 소녀의 몸에 들어와 환생하게 된 것이다.

몸 주인은 인간계 청현국 명문 가문인 야씨 가문 다섯째 아가씨로, 비록 양녀이지만 야씨 가문의 다른 자손과 똑같이 현령 시험을 받았다. 그러나 현령을 응집하지 못한 그녀는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다.

오늘 몸 주인은 야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야천교에 의해 고혼산에 버려진 것도 모자라 사내 두 명에게 몸이 더럽혀지는 모욕을 참지 못해 결국 원한을 품고 혀를 깨물어 자결한 것이다.

그리고 26세기 용병 신분인 야천설이 몸 주인의 육체를 물려받고 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났다.

뒤죽박죽인 기억을 정돈한 야천설은 마른 입술을 혀로 가볍게 핥으며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천설이라는 담대한 이름을 갖고, 이리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다니..."

"이렇게 된 이상, 내 반드시 너의 원한을 풀어줄 것이다. 너를 괴롭힌 자들은 너보다 더한 고통을 경험하고, 처참한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줄게."

찬바람이 들판을 가로질러 불어오자 추위에 재채기를 한 야천설은 그제야 자신의 옷이 다 헤진 것을 발견하고 낮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순간, 그녀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잠식할 것 같은 검은 기운이 주위를 맴도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기운을 알아차린 야천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이 검은 기운들 모두가 음기라니!'

'어쩐지 주변에 음기가 득실거리더라니... 이 몸이 바로 전설로만 듣던 극음의 몸이었구나!'

손 마디마디 관절을 가볍게 움직인 야천설의 마음 속에 몇 가지 추측이 생겼다. 어쩌면 극음의 체질이 그녀가 수련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바로 그때, 야천설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약간의 소환력을 느꼈다.

'무엇이 나를 부르고 있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야천설은 땅에 깔린 백골을 가뿐히 지르밟고 맞은편에 있는 동굴로 향했다.

야천설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그림자가 바위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잘생겼고, 짙은 눈썹과 뚜렷한 코, 오른쪽 눈가에 작은 눈물 점까지 매력적이었으며 살짝 다문 입술과 창백한 안색에서 병약미가 묻어났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순백의 비단옷을 입고 있는 남자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공동묘지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 떨어진 신선을 연상케 했다.

남자의 몸에 걸친 옷에 시선을 고정한 야천설은 눈이 탐욕스럽게 반짝였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녀에게 깨끗한 옷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팔을 앞으로 뻗은 그녀는 그의 옷을 벗기려 했다.

"땡!"

그때, 방울 하나가 남자의 소매 사이로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바닥을 내려다본 야천설의 두 눈에 놀란 기색이 언뜻 스쳤다.

그녀는 방울을 손에 쥐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짙은 붉은색을 띠는 방울의 위에는 검붉은 기체가 감돌고 있었고, 정면에는 금색의 해골 조각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직감적으로 방울이 범상치 않은 것을 느낀 그녀는 귀찮은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방울이 멋대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붉은빛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등골이 오싹해 나는 것을 느낀 야천설은 손끝에서 약간의 따끔거리는 느낌이 전해졌다. 방울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그녀의 손끝을 베어 공기 중에 흩어진 피가 방울에 닿았다.

방울에서 한 가닥의 붉은 실이 나오더니 야천설과 남자를 하나로 연결했다.

화들짝 놀란 야천설이 방울을 버리려 할 때, 바위에 무릎 꿇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던 남자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야천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를 힘껏 움켜쥐고 바닥에 누르며 날카롭게 물었다. "너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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