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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삼촌, 왜 이러는 거예요
작은 삼촌, 왜 이러는 거예요

작은 삼촌, 왜 이러는 거예요

46 회차
완결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박주헌에게 거절당한 김유나는 그의 세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작은 삼촌, 왜 이러는 거예요>는 조카일 뿐이라는 차가운 말에 상처받은 그녀가 새로운 운명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romance novel이다. billionaire romance books답게 화려한 상속자와의 결혼을 앞둔 순간, 후회로 가득 찬 박주헌이 다시 나타나 그녀를 붙잡는다. 뒤바뀐 관계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 modern novel의 매력을 확인해 보자.
작은 삼촌, 왜 이러는 거예요 - 1화

김유나는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박주헌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헌아, 연서가 돌아왔으니 너희도 이제 결실을 맺어야지. 하지만 너희 집에 있는 그 여자 말인데, 성격이 만만치 않던데? 걔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 거야?"

유리문 너머, 조명이 어두운 탓에 박주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무심한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걘 아직 어려, 애가 하는 말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

"김유나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걔가 널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 걔가 널 쫒아 다닌지도 몇년이 됐는데, 정말 단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 없냐?"

진성우의 질문에 김유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녀도 궁금했다. 박주헌이 자신에게 마음이 흔들린 적 있는지.

나른한 자세로 소파 중앙에 앉아 있는 박주헌은 성숙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나는 아직 어려. 그리고 너희들, 다시는 그런 농담 하지마. 유나는 그저 내 조카일 뿐이야. 걔를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어."

'걔를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어.'

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김유나의 심장을 꿰뚫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문 밖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연히 민연서겠지. 네 첫사랑이잖아. 김유나와는 차원이 다르지."

박주헌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따가 민연서 앞에서 유나 얘기 꺼내지 마. 오해할까 봐 걱정돼."

"그게 우리한테 부탁한다고 될 일이냐?"

진성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김유나 성격 몰라? 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걸?"

"맞아."

옆에 있던 친구도 맞장구치며 웃으며 놀렸다. "근데 박주헌. 김유나도 이제 스무 살이 넘었어? 그냥 세컨드로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집에 한명, 밖에 한명 얼마나 좋아? 걔는 널 미친듯이 좋아하잖아. 아마 거절하지 않을 걸?"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주헌이 싸늘한 눈빛이 그에게 닿았다.

"헛소리 집어 쳐. 애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형한테 입양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

"내 마음 속엔 민연서 하나 밖에 없어.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역겨우니까."

문고리를 잡고 있던 김유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내 사랑이 역겨웠다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한 순간에 힘이 풀려 버렸고 말 할 힘조차 없었다.

고개를 숙인 김유나는 고인 눈물을 꾹 참으며 걸음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어두운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되어 있는 이 술집은 한적한 강변 가에 위치해 있다. 그 탓에 길가에 택시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김유나는 생일 선물을 꼭 움켜쥔 채, 빠르게 걸었다.

방금 들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지난 몇년 동안, 난 대체 뭘 고집하고 있었던 걸까?'

'나...김유나... 그렇게 하찮은 여자였나?'

김유나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걷다 보니 어느새 사거리에 다다랐고 지나다니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그녀의 눈을 찔렀다. 순간.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놓치고 말았다.

생일 선물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상금으로 산 커프스, 꽤 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강서준, 네 제안에 동의 할게. 결혼 하자."

강서준은 그녀보다 다섯 살이 많았다. 그는 박씨 가문 이웃에 살았고 둘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다. 나중에 강서준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학을 떠났고, 얼마 전에야 돌아왔다.

현재 강북에 자리를 잡은 그는 며칠 전에 김유나를 불러 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그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집안에서 너무 결혼을 재촉을 하는 탓에 진저리가 난 다는 것이다.

"유나야. 우린 어쩔 수 없이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팔자야. 집안 어른 들은 우리가 행복하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아. 그들은 그저 결혼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있어."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하는 거라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우리 둘이 결혼하는 건 어때?"

당시 김유나는 그의 제안이 웃기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쁠 것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건물을 바라봤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네온 사인, 마치 박주헌을 향한 자신의 사랑 같았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사이니,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오빠네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하신다며? 빨리 진행해도 좋아."

남자는 그녀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 몰랐다. 그는 2초간 침묵하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언제 데리러 갈까?"

김유나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선물을 내려다봤다. "인턴십 일정을 정리하고 연락할게.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강서준과 결혼하기로 결정했으니, 굳이 H시에서 인턴십을 할 필요는 없었다.

통화를 마친 김유나는 한참을 걸은 후에야 택시를 잡아 사우스 베어로 돌아왔다.

사우스 베어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고급 저택 단지로, 그녀가 원래 살던 집에서 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본가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김유나가 9살이 되던 해, 김씨 그룹은 파산했다. 거액의 빚을 감당하지 못했던 부모님은 함께 목숨을 끊었고 집은 불에 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눈이 뒤집힌 채권자들은 9살 밖에 되지 않은 김유나에게 까지 마수를 뻗쳤다.

바로 그때, 박주헌이 그녀를 박씨 가문으로 데려왔다.

당시 17살이었던 그는 형인 박명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형, 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입양 자격이 없어. 형이 유나를 입양해 줘. 앞으로 유나는 내가 책임 질게."

박주헌은 약속을 지켰다. 그녀에게 최고의 삶을 제공해 주었고 십여 년 동안 한결같이 그녀를 아끼고 보살폈다.

그는 항상 김유나의 삼촌으로 자처했으나 김유나는 단 한번도 그를 삼촌이라 부른 적 없었다.

박주헌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녀였다.

18살이 되던 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녀는 고백을 했다.

그녀의 고백에 박주헌은 그녀를 나무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고 자신은 그저 그녀의 삼촌일 뿐이니 허튼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그녀가 이성친구를 곁에 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김유나는 그게 질투라 생각했고 자신을 거절 하는 건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어린 탓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빨리 어른이 되면 되지 않을까?'

김유나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고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졌다.

'어른이 되어도 소용이 없는 걸까...'

'사랑하지 않는 여자, 그에겐 그저 부담일 뿐이겠지...'

'그래 박주헌, 이제 널 놓아 줄게...'

집에 도착한 김유나는 눈물을 닦고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잠을 설칠 줄 알았으나 의외로 숙면을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김유나는 하품을 하며 주방으로 다가갔다. "유 아주머니, 이렇게 일찍..."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주방에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허리에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앞치마는 그녀의 아름다운 허리라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긴 머리는 머리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박주헌의 첫사랑이자 전 여자친구인 민연서다.

"유나야, 일어났어?" 민연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침을 다 차리고 나서 너를 깨우러 올라가려고 했는데, 일찍 일어났네?"

이렇게 시끄러운데 깨지 않는다면 그건 귀에 문제가 있는게 틀림 없다.

김유나는 여태 참고 있던 숨을 내쉬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긴 무슨 일이세요?"

민연서는 부끄러운 듯 입을 가리며 말했다. "어젯밤에 주헌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내가 데라다 줬어. 씻겨주고 옷도 갈아 입혀 줬지. 그러다 문뜩 네가 혼자 집에 있다는 게 생각나더라고? 너와 함께 먹으려고 아침을 준비했던 거야."

즉, 두 사람은 어젯밤을 함께 보냈다는 말이다.

예의상 억지로 유지하던 김유나의 미소가 흔들렸고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굳이 그쪽이 제 아침을 챙겨 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때, 뒤에서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유나,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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