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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당한 나는 초스피드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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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 당한 나는 초스피드 결혼

53 회차
완결
7년의 헌신에도 김강준에게 파혼 당한 백아진은 미련 없이 그를 떠나 낯선 남자와 초스피드 결혼을 선택합니다. billionaire 장르의 이 romance novel은 배신한 연인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뒤늦게 후회하며 매달리는 전 연인과 새로운 인연 사이의 긴박한 갈등을 그린 웹소설을 지금 확인하세요.
파혼 당한 나는 초스피드 결혼 - 1화

"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 현재 통화 중입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

A시 민정국 입구. 짙은 회색 정장을 입은 백아진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쌀쌀한 가을바람 아래, 아름다운 그녀의 이목구비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주먹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손에 잡힌 서류는 잔뜩 구겨져 있었다.

오늘은 남자친구 김강준와 혼인신고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그녀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김강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김강준이 약속을 어긴 것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시 김강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안내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백아진이 고개를 숙이자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김씨 그룹 CEO 김강준, 여자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타남! 두 사람의 달콤한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이 부럽다는 반응을 보여 화제.]

알림을 누르자 사진 한 장이 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키가 크고 귀티가 흘렀다. 비록 옆모습만 찍혔지만, 완벽한 얼굴 선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기엔 충분했다.

특히 눈빛에서 묻어나는 부드러움은...

백아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김강준의 이런 부드러운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역시나 김강준이 그토록 고대하던 첫사랑은 달랐다.

첫사랑의 전화 한 통에 그는 혼인신고처럼 중요한 일도 내팽개칠 수 있었다.

그때,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인터넷 기사 봤지? 눈치껏 강준 오빠 곁에서 떠나.]

발신자는 임하나였다.

김강준의 첫사랑.

백아진이 휴대폰 화면을 위로 올렸다. 임하나가 며칠 전 그녀에게 보낸 임신 검사 보고서가 나타났다.

임신 8주차.

어머니 칸에는 임하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아버지 칸에는 김강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도 그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김강준은 매년 절반의 시간을 임하나가 있는 F국에서 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임하나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김강준에게 문제가 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별을 제안하는 대신 결혼을 제안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이 컸다.

그녀가 18살이 되던 해, 대학교 입구에서 김강준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모든 사람들은 김강준이 김씨 그룹의 황태자이며, 높은 산봉우리처럼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믿지 않고, 뜨거운 열정을 안고 불나방처럼 김강준에게 달려들었다.

김강준을 쫓아다닌 지 3년째, 그녀는 드디어 성공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뻐할 수 없었다.

고백에 성공한 다음 순간, 김강준은 임하나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그녀를 홀로 차가운 바람 속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때에야 그녀는 김강준에게 첫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숨을 길게 내쉰 백아진은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강준이 아닌, 본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백아진이 말했다. "정략결혼, 동의 할게요."

백아진의 어머니 장혜란은 딸이 드디어 마음을 돌리자 깜짝 놀랐다. "드디어 마음을 돌린 거야?"

백아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네."

"언제 돌아올 거야?"

"이번 달, 20일요."

말을 마친 백아진은 전화를 끊고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야.'

집에 도착한 백아진은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샤워를 하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사실, 그녀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7년, 자그만치 7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김강준과 너무 깊게 얽혀 있었다.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김강준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야 했다.

밤중.

잠이 든 백아진은 침대가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이내 차가운 품이 그녀를 안았다.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린 그녀의 귓가에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어둠 속, 눈을 감은 백아진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내일 아침 일찍 혼인신고 하러 가자."

다음 순간,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이 밝게 빛났다.

차가운 품이 멀어졌고 김강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지 마. 지금 바로 갈게..."

백아진은 뒤에서 옷을 입는 소리를 들으며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웃었다.

이내, 그녀는 침대 옆 스탠드를 켜고 문으로 향하는 김강준에게 말했다. "김강준, 가지 마..."

하지만 김강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문을 열더니 그대로 문 밖으로 사라졌다.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에 백아진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이내, 웃음을 짓던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 방울이 소리 없이 흘러 내렸다.

다음 날 아침, 백아진이 일어나자 집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김강준의 비서 심정우였다.

"백 아가씨, 이건 대표님께서 아가씨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심정우는 탁자 위에 놓인 보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백아진은 담담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네."

심정우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

김강준이 선물을 보낼 때마다 백아진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이렇게 담담한 반응은 처음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심정우는 직업윤리가 투철한 사람으로,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떠났다.

백아진은 탁자 위에 놓인 보석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것들은 모두 심정우가 고른 것이 틀림없었다.

김강준은 사과할 때마다 성의가 없었다.

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다.

띠링.

그때,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임하나에게서 온 문자였다. [강준 오빠가 보낸 선물 잘 받았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거야. 내가 강준 오빠한테 선물이라도 보내서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강준 오빠는 선물도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백아진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가 임하나를 차단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A시를 떠난 후, 임하나가 여태 그녀에게 보내 왔던 메시지를 전부 김강준에게 전송하기 위함이었다.

김강준이 그토록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임하나가 사석에서는 얼마나 역겨운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인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녀는 조용히 빌라를 둘러보았다.

이 빌라는 김강준의 것이고, 백아진의 물건은 많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정리를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그녀의 집이었다.

김강준을 열렬히 사랑했던 그녀는 김강준이 있는 A시에서 정착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게 사들인 가전제품은 팔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집안 가득 채운 골동품은 버리기 아까웠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그녀는 일단 병원에 들렸다.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먹는 족족 전부 토해 냈지만 혼인신고를 위해 검사 시간을 미뤘다.

병원.

백아진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병원 입구가 사람들로 가득 둘러싸여 있는 게 보였다. 누군가 소리쳤다. "나왔다! 나왔어! 김 대표와 여자친구가 나왔어!"

백아진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고 시선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임하나를 보호하며 포위망을 뚫고 나오는 김강준에게 고정되었다.

지난번에는 사진이었지만, 이번에는 현장 생중계였다.

그녀는 김강준의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 속에서 긴장과 위협을 똑똑히 읽어 냈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남자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김 대표님, 이 여자는 대표님과 어떤 사이입니까?"

비록 외부에서는 임하나가 김강준의 여자친구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김강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인정한 적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강준에게 고정되었다.

차 안에 앉아 있는 백아진도 마찬가지였다.

김강준은 대답하지 않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기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대낮에 이런 행동을 보이다니!

'김강준이 미친 걸까?'

그것도 여자 한 명 때문에?!

한참이 지나서야 김강준은 안색이 창백해진 기자의 목을 놓아주고 차갑게 다른 사람들을 훑어봤다.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우리 사이를 알려주지."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은 없어."

병원 입구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했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김강준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적막을 갈랐다.

"이 여자, 내가 지키는 사람이야."

"앞으로 감히 이 여자를 괴롭히거나 쫓아다니면, 그 결과는 너희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

임하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수줍게 고개를 들었고 연약한 얼굴에 김강준을 숭배하는 듯한 눈빛을 담아 그를 바라봤다.

이 장면을 목격한 기자들은 즉시 모든 걸 깨달았다.

차에 앉은 백아진은 병원에 갈 마음이 사라졌다. 그녀는 액셀을 밟아 자신의 빌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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