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아가씨, 귀국을 환영합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날씬한 몸매의 여자가 캐리어를 끌고 태연한 표정으로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롱 코트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선글라스가 그녀의 절세미모라고 불릴 만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카리스마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이윽고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러자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즉시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유진아, 공항에 도착했느냐?" 휴대폰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어르신, 굳이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절 마중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전설 속의 암흑가 큰 아가씨가 돌아 왔다는 걸, 사람들이 모를까 봐 걱정하시는 거에요?" 미간을 찌푸린 김유진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 섞여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환영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하, 암흑가 대부의 유일한 후계자인데, 이 정도 체면치레는 당연한 거 아니냐?"

김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귀국한 거에요. 그러니 조용하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신분이 노출되면 안되니까요."

"그래,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다 준비해 놨다." 휴대폰 너머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유진이 고개를 돌려 앞쪽을 바라보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대가 천천히 다가와 멈춰 서더니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리려 공손하게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 올라탄 김유진이 다리를 꼬고 앉아 물었다. "그래서, 뭘 준비해 놨다는 거예요?"

"곧 알게 될 거야."

"네? 그게 슨 말이에요?"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게 자료를 보냈어."

통화를 마치자 김유진의 휴대폰에 자료가 도착했다.

[김유진, 김씨 가문에서 어릴 적 잃어버린 막내아들. 수년간의 수소문 끝에 김씨 가문은 드디어 막내 아들이 여씨 가문에 입양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됨. 다만 여씨 가문은 원수의 보복으로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고, 김씨 가문의 막내 아들만 살아남음.]

자료를 읽은 김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때, 둘째 어르신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네 아버지의 죽음은 김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더구나. 유진아 지금부터 넌 김씨 가문의 막내아들 김유진이야.]

바로 그때, 김유진의 동공이 수축했다. 갑자기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운전기사를 쳐다보았고 운전기사는 그녀를 향해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운전기사는 갑자기 핸들을 꺾었고 질주하던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그대로 길가의 가로수에 충돌했다.

강한 충격에 김유진은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앞이 캄캄해 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유진아, 괜찮아? 형 놀라게 하지 마."

다급한 목소리에 김유진은 바로 눈을 떴고 그 즉시 걱정이 가득 담긴 한 쌍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당신은..."

"난 네 형이야."

김유현은 김유진의 손을 꼭 잡고 흥분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진아, 둘째 형이 미안해.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네가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둘째 형?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했다고?'

잠시 멍하니 있던 김유진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김씨 가문의 둘째 김유현이고 그녀의 현재 신분은 김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막내 아들 김유진이다.

"유진아,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김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유현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머리가 조금 아플 뿐이에요."

그렇다,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자인 자신은 지금부터 남장을 하고 김씨 가문의 막내 아들 행세를 해야 했다. 아무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서라지만 이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그녀는 김씨 가문이 막내 아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나면, 뼈도 못 추릴 게 뻔했으니 말이다.

"의사 선생님!"

김유현은 김유진의 상태가 걱정되어 얼른 의사를 부르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사이, 김유진은 슬쩍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C컵이었던 가슴은 붕대로 단단히 압박하고 있어 A컵이 되어 버렸고, 가슴을 옥죄는 듯한 갑갑한 느낌에 그녀는 짜증이 치밀었다. 그리고 긴 생머리였던 머리카락도 어느새 짧게 잘려있었다.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위풍당당한 암흑가의 큰 아가씨가 한 순간에 남자가 되어버렸다니...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녀의 원수들은 아마 배를 끌어 안고 그녀를 비웃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 제 동생이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어서 진찰해 주세요."

김유현은 의사를 끌고 다급하게 병실로 들어왔다.

의사는 김유진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동공을 확인하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유진씨. 심폐기능을 확인해야 하니 윗옷을 걷어 올려 주세요."

회차 2

김유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어두운 눈빛으로 의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전 그냥 머리가 아플 뿐인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 검사는 꼭 필요합니다, 유진 도련님."

의사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김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어쩔 바를 몰랐다.

상의를 들어 올리면, 그냐가 여자라는 사실이 즉시 탄로 날 것이다.

"유진아, 의사 선생님 말씀 들어." 김유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겉으로 보기엔 큰 상처는 보이지 않지만 내상을 입었을 수도 있어."

"저..."

"유진아!!"

바로 그때, 한 여자가 병실로 뛰어 들어 왔다.

병상에 앉아 있는 김유진을 발견한 여자는 곧바로 다가가 그녀를 몸을 품에 꽉 끌어 안았다.

"아이고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가 드디어 우리 아들을 찾았어."

김유진은 여자의 온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몸을 빳빳하게 굳힌 채 감히 미동도 하지 못했다. 자칫 움직였다가 붕대로 압박한 가슴이 여자에게 닿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유진이 지금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에요." 김유진이 그녀를 설득했다.

"검사?" 이서윤은 멈칫하더니 옆에 있는 의사를 돌아봤다.

"의사 선생님, 우리 아들 괜찮은 거예요?"

"사모님, 작은 도련님께서는 현재 정상이십니다. 다만 도련님께서 두통을 호소하셔서 확인하러 왔습니다."

"네, 그럼 우리 아들 몸 구석구석 꼼꼼하게 검사해 주세요." 이서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의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김유현을 향해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

두 사람이 병실을 나가는 것을 본 김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의사를 따돌리는 일이었다. 만약 의사가 계속 검사를 진행한다면, 그녀가 여자인 것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 편입니다."

김유진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더니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날로 의사의 목을 겨눴다.

의사는 황급히 두 손을 들고 어색하게 웃었다. "아가씨, 진정하십시오!!"

김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진정하라고? 지금 이 상황에 진정하게 생겼어?"

"말해, 그 영감탱이가 도대체 뭘 꾸미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뜬 김유진의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의사는 눈앞에 있는 여자가 겉으로 보기엔 연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단이 잔인한 아가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대답이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는 당장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아가씨, 저희 흑하회는 지난 수년간 대부님을 살해한 진범을 추적해왔습니다. 최근 저희는 그 법인이 김씨 가문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입수했습니다. 하지만 김씨 가문은 해성에서 권세가 대단하여 그들 내부로 침투하여 자세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유일한 방법은 아가씨께서 김씨 가문의 잃어버린 막내 아들로 위장해 김씨 가문의 신임을 얻은 다음, 진범을 색출해 내는 것입니다."

김유진은 손을 거두고는 침대에 주저않아 쓴 웃음을 지었다. "수라의 행방을 찾기도 전에 내 정체가 먼저 탄로 날 판이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가씨. 이것 좀 보십시오."

의사는 사진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사진을 본 윤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김씨 가문의 가족사진입니다."

김유진은 사진 속 사람들을 훑어 봤다. 이내 이서윤과 김유현을 알아 봤고 이어 그녀의 눈빛은 사진 속 한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깊은 눈매와 온몸에서 퍼져 나오는 위압감을 보아하니 김씨 가문의 가주 운천성이 틀림 없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두 남자는 김씨 가문의 첫째 아들 김유혁과 셋째 아들 김유민일 것이다.

"이 사진을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김유진은많이 궁금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아가씨, 사진 속 사람들과 아가씨께서 많이 닮으셨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 말을 들은 김유진은 다시 사진을 쳐다봤다. 그제야 자신이 김씨 가문의 형제들과 많이 닮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겨우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나보고 김씨 가문의 막내 아들로 위장하라고?"

"아가씨, 신분 세탁은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차질 없을 겁니다. 이번 교통사고는 아가씨께 기억상실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드리기 위함입니다. 많은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일은 전적으로 아가씨께 달렸습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김유진은 속으로 둘째 어르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멸문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유진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의사를 쏘아봤다.

"흑하회 규율 알 텐데."

의사는 윤리의 눈빛에 짐짓 몸을 떨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가씨, 그건 걱정 마십시오. 여씨 가문은 악질 중의 악질이라 죽어 마땅합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김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흑하회는 비록 어둠의 세력이지만, 지킬 건 지키는 조직이라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건 절대 허용되지 않았다.

병실 밖, 이서윤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상위자의 기세를 뿜어냈다.

"대체 누가 우리 아들에게 손을 댔는지 범인은 찾았어?"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아주 죽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 구나!"

"엄마, 아무래도 굳이 우리가 손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김유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범인을 찾았을 때는, 이미 누군가가 그들을 처리한 뒤였어."

"처리했다고?"

이서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유현을 쳐다봤다.

"누가 한 짓이야?"

김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조사 중이야. 일단은 추측이긴 하지만 흑하회에서 처리한 것 같아."

"흑하회?" 이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흑하회는 M국에서 새롭게 떠오른 조직이잖아. 조직의 우두머리가 여자라는 소문도 들었어. 그런 조직이 왜 갑자기 해성에 나타난 거지?"

이서윤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김유현에게 지시했다. "이 일은 네가 몰래 조사해. 유진이를 어렵게 되찾았고 그 애는 가문에 돌아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 그 애는 아직 집안 사정을 잘 몰라. 그러니 조심스럽게 대해야 해. 가능한 이런 일들에 손 대게 하지마."

여기까지 말한 이서윤의 눈빛에 슬픔이 가득 번졌다. "우리 유진이, 밖에서 고생 많이 했을 거야. 그러니 우리가 잘 보듬어줘야 해."

"응 엄마, 걱정하지마."

회차 3

그때 마침, 의사가 병실에서 나왔다.

"의사 선생님, 상황은 좀 어떤가요?"

의사는 싱긋 미소 지었다. "도련님께서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후유증으로 기억을 일부 잃으신 것 같습니다. 이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서윤과 김유현은 다시 김유진의 병실로 들어섰다.

"우리 아들, 병원에서 푹 쉬고 있어야 해. 요 며칠 엄마랑 둘째 형이 번갈아 가며 병문안 올 거야."

이서윤은 김유진의 곁에 앉아 안쓰럽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네 아빠랑 큰형, 셋째 형은 지금 바빠서 오지 못했어. 그래도 네가 퇴원할 때쯤이면 모두 돌아올 거야."

"네."

김유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윤과 김유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맑고 투명해서,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이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이서윤과 김유현은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아이고, 내 새끼." 이서윤은 참지 못하고 다시 김유진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지난 세월 동안, 엄마는 계속 널 찾아 다녔어. 찾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났더구나. 나도 거의 절망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네 소식을 듣게 되었지 뭐니."

"엄마가 이렇게 널 찾았으니, 그동안 네가 받은 서러움, 엄마가 다 보상해 줄게."

"엄마, 괜찮아요."

김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전 이미 충분히 만족해요."

"그리고..." 김유진은 고개를 들어 김유현을 쳐다봤다.

"제게 이렇게 잘생긴 형도 생겼고, 진짜 행복해요!"

김유현은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렇게 순수한 동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자기 동생을 해친 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더욱 짙어졌고 놈들의 시체를 파내서 부관참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엄마, 둘째 형, 아빠와 다른 형들도 엄마처럼 저를 받아줄까요?" 김유진는 사뭇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기억에 전에도 어떤 집에 입양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았고, 결국 저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내 새끼,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이서윤은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들과 달라. 나도, 네 아빠도, 그리고 네 형들까지. 우리 전부 네가 돌아온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어."

김유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둘째 어르신이 위조한 자료에는 그가 여씨 가문에서 쫓겨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 엄마와 나, 그리고 아빠와 네 다른 형들도 100%, 아니 200% 너한테 잘해줄 거야. 그러니까 절대 걱정 하지 마." 김유현이 맞장구를 쳤다.

"네."

김유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이서윤과 김유현은 매일 김유진의 병문안을 왔다.

김유진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틈틈이 다크 웹을 통해 대부를 살해한 범인의 소식을 알아봤다.

이번에 그녀는 김씨 가문이라는 단서를 따라 놈을 추적해 보았지만 둘째 어르신이 말했던 것처럼 범인도, 김씨 가문도 너무 은밀하게 행동했던 탓에 쓸만한 정보를 얼마 알아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김씨 가문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범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내야 할 것 같았다.

현재, 김유진은 병원 정원에 앉아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있었다.

[김유민, 3회 연속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다! 영화계 역사 새로 쓰다.]

"김유민, 내 셋째 형이 대단한 배우였군. 얼굴 좀 봐... 확실히 잘생겼네." 김유진은 기사에 뜬 사진을 바라봤다. 흰색 슈트를 입은 채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 같아 보였다.

그의 우수에 젖는 눈빛은 무심코 스치기만 해도 소녀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그녀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김씨 집안 유전자는 정말 끝내주네." 김유진은 혀를 내둘렀다. "큰 형 김유혁은 금융계 엘리트잖아? 그가 설립한 명원 그룹은 여성시에서 손꼽히는 기업이고, 진출한 분야도 셀 수 없이 많군.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아버지 여천성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김유진은 대학교수에다 혁신적인 논문도 꽤 발표 했고, 심지어 학계 최고의 미남이라 불리고 있네."

김유진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대단한 거물 셋을 형으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바로 그때, 그녀는 환자 복을 입은 남자가 손에 칼을 든 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 드는 걸 보았다.

"위험해!"

김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더니 놀라운 속도로 그 남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의 다급한 부름에 앞에서 걷던 남자는 고개를 돌렸고 칼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도 하기전에 김유진이 덮치듯 그를 품에 안았다.

"죽여버릴 거야!!"

환자복을 입은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일그러진 얼굴로 칼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달려 들었다.

김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 차기로 정확하게 놈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을 날려 버렸다.

이어 그녀는 그가 잠시 멈칫한 틈을 놓치지 않고 즉시 몸을 돌려 니킥으로 그의 명치를 가격했다. 강한 충격에 남자는 뒷걸음질 치더니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간호사 두 명이 달려와 환자복을 입은 남자를 제압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간호사들은 연신 사과했다.

"이분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감정이 무너지셨습니다. 당장 병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김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감정 조절도 안 되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놔둔 거야?'

하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구한 남자를 돌아봤다.

"괜찮으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김유진은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동자는 마치 연못처럼 깊고 고요해서 그저 한번 보았을 뿐인데 그녀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부드러운 중 저음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아, 아뇨. 별말씀을요."

김유진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멋쩍다는 듯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남자, 셋째 형보다 더 잘생겼는걸? 설마 유명한 대 스타인 건 아니겠지?'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오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

1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