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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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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회차
완결
마음을 앗아가는 칼날 같은 유혹의 세계, 로맨스 소설 '본 색'은 날카로운 본능을 지닌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 무릎을 꿇는 과정을 담았다. 위험한 게임임을 알면서도 뛰어든 그의 선택과 치열한 감정의 충돌을 다룬 이 현대 소설은 액션과 로맨스의 긴장감 넘치는 조화를 선보인다.
본 색 - 1화

늦은 밤, 조하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없이 침대에 누웠다.

얼굴은 아직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술에 취해 돌아온 송진남은 기분이 꽤나 좋은지 밤새 다섯 번이나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네 번째에 콘돔이 모두 떨어졌다.

마지막에는 송진남이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그녀를 침대에 꽉 눌러 미친 듯이 그녀를 안았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즐기는 쾌감은 좋았으나, 그 결과는 그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스물여덟 살의 송진남은 한창 나이에 사업도 잘 풀리고 있어 생리적 욕구도 강했다.

결혼 3년 동안, 송진남은 계속 피임을 해왔다.

그녀도 원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반년 동안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녀와 송진남의 피가 흐르는 아이를.

송진남은 만에 하나 꼽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침대 위에서 그녀를 만족시키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가끔씩 달콤한 말도 속삭여주곤 했다.

1년 전, 그녀는 송진남에 대한 감정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관심과 거부에서 좋아함으로 변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었다.

하지만 송진남은 침대 위에서만 그녀에게 열정을 쏟아낼 뿐, 다른 때에는 여전히 차갑게 대했다.

"약 사 먹어." 남자의 차갑고 무심한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방해했다. "임신하면 골치 아프니까."

그녀는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 "네." 하고 대답했다.

마침 배란기였지만 송진남이 술을 마셨으니, 설령 임신이 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송진남의 말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송진남은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로 향했다.

그의 곧고 훤칠한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시선을 거뒀다.

그때, 귀를 찢는 듯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조하은이 송진남의 휴대폰을 들자 화면에 '서현'이라는 두 글자가 깜빡거렸다.

강서현.

송진남의 비서.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여자는 강준 사투리가 섞인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소문에 따르면, 강서현은 6년 전 경성에서의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송씨 그룹에 입사했다고 한다. 송진남의 곁에 남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상사와 부하직원이었지만, 실제로는 연인이었다.

그때, 마디가 뚜렷한 손이 불쑥 나타나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다정하게 "서현아."라고 불렀다.

목소리 끝에는 총애와 기쁨이 가득 묻어났다.

조하은의 가슴에 또다시 구멍이 뚫리는 것 같았다.

송진남은 그녀와 통화할 때 항상 용건만 딱딱하게 말했고, 이렇게 다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진남 씨, 누가 나 괴롭혀. 나 좀 살려줘, 빨리 와줘― 나 클럽 제로야―"

송진남은 조하은 앞에서 피하지 않고 통화를 했고, 강서현의 애원하는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금방 갈게. 근처에 사는 친구가 있으니, 바로 그쪽으로 보낼게. 일단 문부터 잠그고. 경찰에 신고는 했어……?" 송진남은 안색이 굳어진 채 옷방으로 향했다.

조하은은 화가 나 몸이 가늘게 떨렸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를 따라갔다.

지난달, 그녀는 방송국 동료들과 함께 북교로 야외 촬영을 나갔다가 맞은편에서 역주행하던 덤프트럭을 피하려다 차가 길옆 도랑으로 처박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모두가 다쳤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를 다쳐 피가 철철 흐르자, 허둥지둥 송진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진남은 술자리에서 접대 중이었고, 그녀가 흐느끼든 말든 "전화할 정신은 있는 걸 보니, 죽지는 않겠네. "라는 말을 남기고 끊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강서현에게 일이 생기자 송진남은 취한 몸을 이끌고 두말없이 달려가려 한다. 이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서현을 위로하고 있었다. 조하은은 강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고, 단지 간헐적인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조하은은 한발 앞서 현관문을 막아서며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술 드셨잖아요, 운전하시면 안 돼요."

"질투야, 걱정이야? 응?" 송진남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빛이 어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는 거예요." "그딴 가식, 필요 없어." 송진남은 갑자기 팔을 내리며 비정하리만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진남이 잡아끄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송진남은 떠났다.

커다란 방에 그녀 혼자 남겨졌다. 텅 빈 방은 지난 3년 간의 결혼 생활과 같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큼함과 억울함이 가슴속에 퍼져나가 온몸을 휘감았다.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진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억눌렀다.

같은 자세로 바닥에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 일어설 때 다리가 저리고 쑤셨다.

조하은은 침실로 돌아갈 기분이 아니어서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웅크렸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때, 귀를 찢는 듯한 휴대폰 벨 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송진남일 거라 생각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거실에서 침실로 달려가 휴대폰을 받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은아, 네 그 쓰레기 같은 남편이 강서현 때문에 '제로'에서 사람 팼대! 맥주병으로 대가리를 깨버려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게,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더라!"

전화를 건 사람은 절친 강소미였다.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잔뜩 흥분한 목소리였다.

조하은은 숨이 턱 막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아." 하고 대답했다.

송진남이 강서현을 얼마나 아끼는지 아는 그녀로서는, 사람을 때린 것은 물론이고 설령 살인을 저질렀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제로는 강성에서 가장 비싼 개인 클럽이었다.

또한 송진남과 그의 불량한 친구들이 자주 어울려 다니는 곳이기도 했다.

"어떤 취객이 강서현을 화장실에 몰아넣고 몸을 더듬는 등 추행했대." 강소미는 계속해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제일 먼저 달려간 목격자 말로는, 강서현 가슴에 온통 키스 마크가 찍혀 있고, 속옷까지 벗겨졌었다더라! 다행히 강서현이 기지를 발휘해서 여자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고는 하던데……"

그 뒤로 강소미가 무슨 말을 더 했는지, 조하은은 한마디도 귀에 담지 못했다.

강소미의 전화에 잠이 완전히 달아난 그녀는 휴대폰을 움켜쥔 손이 섬뜩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방금 강소미 앞에서 태연했던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체면이라도 지키기 위한 발버둥이었을 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려 휴대폰을 열었다.

하지만 송진남이 제로에서 사람을 때렸다는 소식이 이미 인터넷에 퍼져 있었다.

무슨 풍류객이 미인을 위해 노발대발했다느니, 송씨 그룹 부사장과 여비서의 은밀한 사랑이라느니……

송진남은 사랑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패도 총재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조하은은 보면 볼수록 화가 치밀어, 결국 휴대폰을 던지고 스탠드 조명을 껐다.

어둠 속에 잠기자, 그녀의 머리는 오히려 더 맑아졌다.

혼인신고를 한 지 3년, 송진남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클럽 여자들과 뜨거운 관계를 맺었다. 강서현은 송진남의 편애를 등에 업고 보란 듯이 그녀를 도발했다.

이 순간, 그녀는 겉부터 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이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전 5시 30분이었다.

송진남은 침실로 오지 않고, 바로 옆 서재로 들어갔다.

조하은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심호흡을 한번 했다.

송진남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몇 번 더 문을 두드린 후, 그녀는 직접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누가 들어오래?" 송진남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불쾌한 듯 즉시 얼굴을 굳혔다.

그녀는 두 손을 맞잡고 송진남의 무정한 두 눈을 용감하게 마주했다. "이혼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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