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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아내: 쏜의 구원
계약 아내: 쏜의 구원

계약 아내: 쏜의 구원

84 회차
완결
남편의 배신으로 아이와 모든 것을 잃은 서은하. billionaire 강태준과의 잊힌 혼인 서약은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가 된다. '계약 아내: 쏜의 구원'은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억만장자와 손잡는 현대판 romance story이자 mystery novel입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그녀의 위험한 선택이 시작됩니다.
계약 아내: 쏜의 구원 - 1화

나는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아기를 애도하며 병원의 소독약 냄새 가득한 침묵 속에 누워 있었다. 모두가 비극적인 사고였다고 했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남편이 나를 밀쳤다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최진혁이 마침내 병문안을 왔다. 그의 손에는 꽃다발 대신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가방 안에는 이혼 서류와 비밀 유지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그는 내 친구이자 자신의 내연녀가 임신했다고 차분하게 통보했다. 이제 그들이 자신의 ‘진짜 가족’이며,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작된 정신과 진료 기록을 이용해 나를 불안정하고 위험한 사람으로 몰아가겠다고 협박했다.

“서류에 사인해, 서은하.”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아니면 이 편안한 병실에서 좀 더… 안전한 시설로 옮겨지게 될 거야. 아주 오랫동안.”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얼굴에서 나는 괴물을 보았다. 이건 비극이 아니었다. 내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기업 인수 합병이었다. 내가 아이를 잃고 있을 때, 그는 변호사들을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슬픔에 잠긴 아내가 아니었다. 처리해야 할 부채, 정리해야 할 골칫거리일 뿐이었다.

나는 완벽하게 덫에 걸렸다.

절망이 나를 집어삼키려던 바로 그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의 오랜 변호사님이 과거의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녀는 묵직하고 화려한 열쇠 하나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부모님께서 탈출구를 남겨두셨단다.” 그녀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속삭였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

그 열쇠는 수십 년 전, 우리 할아버지들이 맺었던 잊힌 계약서로 나를 이끌었다.

나를 한 남자에게 묶어두는, 철갑처럼 단단한 혼인 서약서. 내 남편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는 단 한 남자. 무자비하고 은둔하는 억만장자, 강태준.

제1화

품에 안아보지도 못한 내 아이의 유령이 병실의 소독약 냄새 가득한 침묵 속을 떠돌았다.

희망이 있던 자리에 텅 빈 공간이 생겨났고,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유령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소독약 냄새는 빳빳하고 얇은 시트에 배어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날카로운 화학 약품 냄새가 목을 긁었다. 굳게 닫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은 잿빛 비와 흐릿한 불빛으로 번져, 마치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내 세상은 이 네 개의 하얀 벽과, 규칙적으로 울리며 나를 비웃는 듯한 심장 박동 모니터 소리, 그리고 잔인하게 무한 반복되는 기억 속으로 오그라들었다.

*날카롭고 거친 손길. 나를 향해 돌진하던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 걱정스럽게 나를 돌아보는 대신, 내 친구였던 ‘그 여자’를 보호하듯 감싸 안던 최진혁의 얼굴. 바닥에 구겨진 내게 겨우 향했던 그의 눈에는 사랑도, 당황도 없었다. 오직 차갑고 끔찍한 무관심뿐이었다. 귀찮음. 나는 그의 행복으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이었다.*

그 기억은 내 마음속에 박힌 유리 조각 같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의사들은 비극적인 사고라고 했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을 뿐이라고. 나는 진실을 알았다. 나는 버려졌다.

문이 딸깍 열리는 소리에 과거의 수렁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움찔했다. 심장이 덫에 걸린 새처럼 갈비뼈를 두드려댔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몰래 가져온 초콜릿 바를 건네줄 내 가장 친한 친구, 지민이길 바랐다.

하지만 온 사람은 최진혁이었다.

그는 꽃을 들고 오지 않았다. 매끈한 가죽 서류 가방을 들고 왔다. 그는 문가에 서 있었다. 완벽하게 재단된 양복을 입은 낯선 남자. 방 안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짙은 차콜색 옷감. 그에게서는 비싼 향수 냄새와 그가 방금 뚫고 온 비 냄새가 났다. 그는 침대로 다가오지 않았다.

내 안의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저 남자는 미안해하지 않아. 저것 봐. 널 보고 있지도 않잖아. 기계들을 보고 있어. 계산하고 있는 거야.*

“서은하.”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사업 계약을 성사시킬 때 쓰던 그 부드럽고 합리적인 톤이었다. 한때는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였다. 이제는 소름이 끼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구멍은 사막이었고, 혀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나는 그저 그를 지켜보았다. 내 손가락은 내가 가진 유일한 방패인 얇은 담요를 움켜쥐었다.

그는 부드럽고 단호한 소리를 내며 서류 가방을 열었다. 그는 서류 뭉치를 꺼내 내 침대 옆 이동식 테이블 위에 무균적인 소리를 내며 올려놓았다. 맨 위 페이지에는 선명하고 굵은 글씨로 ‘이혼 합의서’라고 적혀 있었다.

“조건은 후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가 말했다. 그의 시선이 마침내 내게 닿았다. 평평하고 감정이 없었다. 그의 턱은 굳어 있었고, 귀 근처의 작은 근육이 경련했다. 그는 초조했다. 이 일을 끝내고 싶어 했다.

“후하다고?” 메마른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내 목구멍을 긁으며 기어 나왔다. “네가 우리 아기 죽였잖아, 최진혁.”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죄책감이 아니었다. 후회도 아니었다. 짜증. 순수하고 완전한 짜증이었다.

“사고였어, 서은하. 의사들도 확인했잖아.”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위험할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넌 그 이후로… 몸이 안 좋았잖아. 불안정하고. 이게 더 나은 방법이야.”

그는 다른 서류를 테이블 위로 밀었다. 비밀 유지 계약서. 법률 용어를 훑어보는 동안 피가 차갑게 식었다. 나는 그와 그의 사업, 그리고 그의… 새 가족에 대해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내 진짜 가족은 이제 내가 필요해.” 그가 말을 이었다. 독화살 같은 말들이었다. “아라 씨가 임신했어. 우린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없어야 해. 여기에 사인하면, 넌 보살핌을 받게 될 거야.”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계산된 배신의 잔인함이 온전히 나를 덮쳤다. 이건 비극이 아니었다. 내 인생을 통째로 인수 합병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관리해야 할 부채였다.

*그는 이걸 계획했어. 내가 피를 흘리고, 우리 아이를 잃고 있을 때, 그는 변호사들을 만나고 있었어. 그는 그 여자를 보호하고 있었던 거야. 그의 ‘진짜’ 가족을.* 그 생각은 너무나 비열하고 끔찍해서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만약 내가 사인 안 하면?” 나는 속삭였다. 싸울 힘이 빠져나가고, 뱃속에는 차갑고 단단한 공포의 돌덩이만 남았다.

최진혁은 테이블 가장자리를 잡은 손등이 하얗게 될 정도로 힘을 주며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예의 바른 가면이 벗겨졌다.

“그럼 나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의 목소리는 독기 어린 속삭임이었다. “나한테 진단서들이 있어. 아주 저명한 의사들에게서 받은. 모두 네가 망상과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지. 자신과 타인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이 편안한 병실에서 좀 더… 안전한 시설로 옮겨지는 걸 보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겠지. 아주 오랫동안 있을 곳으로.”

그 협박은 공기 중에 짙고 숨 막히게 매달려 있었다. 그는 나를 정신병원에 가둘 작정이었다. 그는 나를 지우고, 미친 여자로 만들고, 모든 것을 가지고 떠날 것이었다. 내 남편. 내 미래. 내 정신.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뜨겁고 조용하게 관자놀이를 타고 머리카락 속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덫에 걸렸다. 완전히, 철저하게 부서졌다.

그는 나의 항복을 보았다. 그는 넥타이를 바로잡으며 완벽하게 평정을 되찾았다. “내일 변호사가 서명을 받으러 다시 올 거야. 푹 쉬어, 서은하.”

그는 돌아서서 나갔다. 부드럽고 마지막을 고하는 문 닫히는 소리는 내 인생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나는 그가 남긴 침묵 속에서 익사하며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누워 있었다. 모니터의 경고음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못했다. 나는 해결해야 할 문제, 정리해야 할 골칫거리였다.

하늘에서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사라질 무렵, 부드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다시 열렸다. 나는 또 다른 타격을 각오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은하 아가씨?”

목소리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웠으며, 익숙했다. 나는 눈을 떴다. 친절한 눈매와 단정하게 빗어 넘긴 은발의 노부인이 서 있었다. 김 변호사님. 부모님의 변호사였고, 몇 년 동안 뵙지 못했던 분이었다. 그녀는 서류 가방 대신 낡은 가죽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방 안이 갑자기 조금 더 따뜻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내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에는 연민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의 차갑고 마른 손이 잠시 내 팔에 닿았다. 며칠 만에 처음 느껴보는 친절한 손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단다.” 그녀는 내 망가진 상태를 하나도 놓치지 않는 시선으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방금 여기 왔었다고도 들었고.” 그녀는 ‘남자’라는 단어를 마치 더러운 것을 말하듯 뱉었다.

그녀는 가방을 열어 화려하고 오래된 열쇠 하나를 꺼냈다. 놋쇠로 만들어져 묵직했고, 단순한 가죽 고리에 달려 있었다.

“네 부모님은 훌륭한 분들이셨지, 은하야.” 그녀의 목소리는 꾸준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사람 보는 눈도 아주 뛰어나셨어. 언젠가 늑대가 양의 탈을 쓸지도 모른다는 걸 예견하셨지.”

그녀는 열쇠를 내 손바닥에 쥐여 주며 내 손가락으로 그것을 감싸게 했다. 금속이 내 피부에 차갑게 닿았다.

“부모님께서 탈출구를 남겨두셨단다.” 그녀는 내 절망을 꿰뚫는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 열쇠는 서울 중앙은행의 금고를 여는 열쇠야. 그 안에서 계약서를 찾게 될 거다.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계약서. 최진혁이 꿈도 꾸지 못할 만큼의 힘을.”

그녀는 마지막으로 내 손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네 부모님은 네가 절대 진정한 덫에 걸리지 않도록 해두셨어, 얘야. 가거라. 그걸 사용해.”

그녀는 왔을 때처럼 조용히 떠났다. 내 손에 들린 열쇠의 무게와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단 하나의, 무섭고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의 빛줄기만을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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