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세 번째 각인 기념일, 나는 만찬을 준비했다. 지난 3년간 내 알파 남편, 권시혁은 나를 유리 인형처럼 대했다. 나의 ‘연약한’ 체질을 그의 냉담함에 대한 변명거리로 삼으면서. 그럼에도 나는 오늘 밤만큼은 그가 마침내 나를 봐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다른 암컷 늑대의 향수를 풍기며 집에 돌아왔다. 내가 영혼을 갈아 넣어 준비한 기념일 저녁 식사를 힐끗 쳐다보더니, 급한 팩 미팅이 있다는 거짓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며칠 후, 그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연례 갈라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가는 길에 그는 그녀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다.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걱정 마, 세라. 지금 가고 있어.”

그가 말했다.

“너의 가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 사랑해.”

그가 나에게는 단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세 단어. 그는 급브레이크를 밟고는 거대한 늑대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두운 길가에 나를 버려두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폭풍 속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온 내 심장은 마침내 산산조각 났다. 나는 그의 짝이 아니었다. 나는 그의 진정한 사랑이 부르면 언제든 버려질, 잠시 자리를 채우는 대용품, 소품에 불과했다.

빗물이 나를 전부 씻어내 주길 바라는 바로 그 순간,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갈랐다. 차 한 대가 내 바로 앞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한 알파의 압도적인 기운은 내 남편을 어린애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였다. 그의 날카로운 은빛 눈동자가 내게 고정되었고,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소유욕 가득한 으르렁거림이 울려 퍼졌다.

그는 마치 세상의 중심을 찾은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 것이다.”

제1화

로즈마리와 마늘 향이 소독약 냄새처럼 차갑고 고요한 집 안을 맴돌았다. 나는 오후 내내 꼼꼼하게 양고기 로스트를 준비했다. 시혁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잘 닦은 최고급 접시 위에 구운 감자와 아스파라거스를 정렬하는 내 모습은, 마치 마지막 결전을 앞둔 병사 같았다. 3년. 우리의 세 번째 각인 기념일. 삼키려 해도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애처롭고 완고한 희망 덩어리가 목구멍에 걸려 있었다. 어쩌면 오늘 밤은. 오늘 밤만큼은 그가 마침내 나를 바라봐 줄지도, 나를 *알아봐* 줄지도 모른다.

언제나 너무 작고 연약하게만 느껴졌던 내 손이 리넨 식탁보를 열 번째 매만지며 미세하게 떨렸다. 손끝에 닿는 천의 감촉은 서늘하고 빳빳했다. 뱃속에서 불안하게 휘감기는 열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창밖으로 청담동의 땅거미가 하늘을 멍든 보라색과 부드러운 회색으로 물들이고, 도시의 불빛은 떨어진 별들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 안의 유일한 빛은 식탁 중앙에 놓인 두 개의 새하얀 양초뿐이었다. 촛불은 내 심장의 광적인 박동을 고스란히 비추듯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는 집에 올 거야. 내 노력을 볼 거야. 기억해 줄 거야.* 이 주문은 닳고 닳은 기도문처럼 생일, 명절, 그리고 수많은 외로운 밤마다 되풀이했던 익숙한 것이었다.

현관문 자물쇠에 열쇠가 들어가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갈비뼈를 두드리는 심장을 안고 서둘러 촛불을 켰다. 미친 듯이 요동치는 신경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했다. *웃어, 서아야. 행복해 보여야 해. 절박해 보이면 안 돼.*

시혁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넓은 어깨가 문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명성 그대로 강력한 알파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훤칠한 키, 내 차보다 비쌀 게 뻔한 어두운색 정장을 흠잡을 데 없이 차려입은 모습, 약한 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지배적인 아우라까지. 하지만 나를 덮친 첫 번째는 그의 힘이 아니었다. 그의 향기였다.

그에게서만 나는 소나무와 축축한 흙의 익숙한 냄새 아래, 다른 향이 섞여 있었다. 다른 암컷 늑대의 사향과 뒤섞인, 날카로운 꽃향수. 내가 두려워하게 된 그 냄새. 그가 말하는, 회의가 늦게까지 이어지고 순전히 업무적인 파트너십의 증거라는 그 냄새였다.

조심스럽게 지었던 내 미소가 무너졌다. 애써 잠재우려 했던 내면의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었어. 또. 우리 기념일에.*

차가운 회색 돌 같은 그의 눈이 식당을 훑었다. 촛불, 완벽하게 차려진 식탁, 내가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음식의 향기를 인지했다. 그의 눈에는 어떤 온기도, 기쁨의 기색도 없었다. 그저 턱이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굳어질 뿐이었다.

“서아야.”

그의 목소리는 애정이라곤 한 톨도 없는 낮은 저음이었다. 그가 넥타이를 풀자, 실크가 스치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울렸다.

“이게 다 뭐야?”

“기념일 축하해, 시혁 씨.”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가늘고 힘없이 들렸다. 나는 희망에 찬, 어리석은 몸짓으로 식탁을 가리켰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걸로 만들었어.”

그는 다가오지 않았다. 문가에 서서, 나의 애처로운 희망과 그의 차가운 현실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만들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네 몸은… 약하니까.”

그 말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다가왔다. 그가 몇 년 동안 써먹던 변명. *연약함.* 그것은 그가 만든 새장이었고, 그는 각인한 날 나를 그 안에 가둬버렸다. 그는 그것을 이용해 거리를 두고, 우리의 결속을 완성하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나를 정서적으로 방치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내가 보호받아야 할 섬세한 존재라고 설득했다. 그의 언어로는 무시당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의 그 완고하고 어리석었던 희망이 마침내 죽었다. 그의 차가운 시선 아래 시들어 가슴속에서 재로 변했다.

“그냥 좋은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패배의 맛이 나는 말을 나는 속삭였다.

“급한 팩 미팅이 있어.”

그는 이미 몸을 돌리며 나와 내 노력을 사소한 방해물인 양 무시했다.

“태산 그룹이 남쪽 구역에 손을 뻗치고 있어. 내가 처리해야 해.”

그는 알아볼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는 텅 빈 집의 정적 속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두 개의 꺼져가는 촛불, 완벽하게 조리되었지만 차갑게 식어가는 음식, 그리고 다른 여자의 향수 유령과 함께 홀로 남겨졌다.

정적이 두껍고 숨 막히게 나를 짓눌렀다. 나는 식탁 의자 중 하나에 주저앉았다. 광택 나는 나무의 차가운 감촉이 다리에 와 닿았다. 내 시선은 내가 가졌어야 할 삶, 이 방 안을 떠돌았다. 청담동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동네의 크고 텅 빈 집, 디자이너 가구, 존경받는 알파의 짝으로서의 삶. 모든 것이 가짜였다. 아름답고 텅 빈 거짓말.

잔인한 고문관인 내 마음은 우리의 각인식 기억을 되풀이했다. 의식용 예복의 무게, 공기 중에 퍼지던 향 냄새가 아직도 느껴졌다. 그가 내 앞에 서서, 그토록 잘생기고 강력한 모습으로, 평생 나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가슴에 부풀어 올랐던 희망을 기억했다. 그는 결속의 마지막 단계, 우리의 영혼을 진정으로 연결해 줄 그 단계를 결코 밟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완전한 알파 결속의 강렬함이 나의 ‘섬세한’ 본성에겐 너무 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를 믿었다. 한동안은.

이제 나는 진실을 알았다. 내 연약함 때문이 아니었다. 나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나는 찬장 위에 놓인 태블릿을 더듬었다. 생각의 나선에서 벗어나게 해줄 무언가, 어떤 것이든 필요했다. 화면을 켜자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 서울 팩 소식지의 톱 뉴스가 떠 있었다.

사진 한 장이 화면을 지배했다. 시혁이었다, 웃고 있는. 나에게 보여주는 그 딱딱하고 절제된 미소가 아니라, 자부심과 애정이 담긴 진심 어린, 무방비한 미소였다. 그의 옆에는 이웃 팩의 강력한 암컷 알파인 윤세라가 그의 팔에 소유욕을 드러내며 손을 얹고 서 있었다. 헤드라인은 이랬다: ‘새로운 동맹 결성: 권시혁, 윤세라 알파, 태산 그룹과 획기적인 계약 확보.’

기사는 그들의 파트너십, 시너지, 결합된 힘을 칭송했다. 그것은 그가 사적으로는 내게 부인했던 바로 그 일을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것이었다. 그는 팩 미팅에 간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 거짓말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잔인해서 숨이 막혔다.

메스꺼움과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의 파도가 나를 덮쳤다. 나는 식탁에서, 내 실패의 증거로부터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나는 도망쳐야 했다, 숨어야 했다. 복도에서 계단 아래 먼지 쌓인 창고 문을 열었다. 몇 년 동안 들어가 본 적 없는 공간이었다.

공기는 퀴퀴했고, 좀약과 잊힌 물건들의 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기침을 하며 희미한 빛에 눈을 적응시켰다. 뒤쪽, 낡은 담요 더미 뒤에 작은 나무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할머니의 것이었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 올 때 부모님이 주셨는데, 새로운 삶의 비참함 속에서 나는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고운 먼지로 뒤덮인 내 손가락이 조각된 뚜껑을 더듬었다. 희미한 삐걱거림과 함께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빛바랜 벨벳 위에 섬세한 펜던트가 놓여 있었다. 눈물방울 모양의 영롱한 월장석 하나가 은사슬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부드러운 내부의 빛으로 맥동하는 듯했다.

그 아래에는 접힌 양피지가 있었다. 잉크는 바랬지만 여전히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우아한 필체가 페이지를 가로질러 흘렀다.

*‘달이 거부당할 때, 진정한 별이 떠오르리라. 너의 피는 약점이 아니라, 열쇠이니라.’*

숨이 멎었다. 무슨 뜻일까? 나는 상자에서 펜던트를 들어 올렸다. 돌은 처음에는 차가웠지만, 내 피부에 닿자 희미하고 위안을 주는 온기가 손가락을 통해 팔로 퍼져나가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것은 내 안에 뿌리내린 얼음 같은 절망을 밀어내는 부드럽고 진정시키는 열기였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 시혁이나 나에 대한 그의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명백했다. 이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다. 그가 내게 강요한 정체성에 대한.

연약함. 나약함.

손바닥에 닿은 월장석의 온기가 조용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와 내가, 줄곧 틀렸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회차 2

다음 며칠은 텅 빈 침묵 속에서 흐릿하게 지나갔다. 시혁은 유령처럼 드나들었고, 그의 존재는 희미하게 남은 다른 여자의 향기와 아침에 싱크대에서 나는 커피잔 소리로만 확인될 뿐이었다. 우리는 기념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의 공간은 깊은 심연으로 변했고, 나는 더 이상 그 너머로 소리칠 기력조차 없었다. 나는 무감각한 안개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셔츠 아래에 숨긴 월장석 펜던트의 부드러운 온기가 피부에 닿아 끊임없는, 비밀스러운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러던 목요일 저녁,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다.

시혁은 내가 서재에서 책을 읽는 척하고 있을 때 나를 찾아왔다. 글자들이 눈앞에서 의미 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오래된 종이와 가죽 광택제 냄새는 보통 나를 진정시켰지만, 오늘 밤은 숨 막히게 느껴졌다.

그는 문가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읽을 수 없었다.

“토요일에 연례 보름달 갈라가 있어.”

그는 묻는 것이 아니라, 통보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놀라 작게 펄떡였다. 갈라는 청담동 팩들에게 연중 가장 중요한 사교 행사였다. 샴페인과 음악으로 위장한 정치와 권력 다툼의 밤.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첫해에는 인파가 내게 너무 벅찰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해에는 내가 지루해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알았어.”

나는 가슴속에 피어나는 갑작스럽고 거친 희망을 드러내지 않으려 중립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가? 드디어 나를 인정하려는 걸까?*

“당신이 거기 있어야 해.”

그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몇몇 동맹 알파들이 참석할 거야. 우리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

단합된 모습. 사랑하는 부부가 아니라. 그 말은 작은 찬물 세례였지만, 그가 방금 지핀 작은 불꽃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몇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준비할게.”

나는 작고 망설이는 미소를 입가에 띠며 말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미 먼 곳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돌아서 가버렸다.

그 희망은 비록 연약했지만, 다음 이틀 동안 나를 버티게 했다. 나는 1년 전 충동적으로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드레스를 찾아냈다. 별이 흩뿌려진 하늘처럼 반짝이는 깊은 남색 실크 드레스였다. 피부에 닿는 감촉이 환상적이었다.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삶의 속삭임 같았다. 토요일 저녁,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시혁이 체계적으로 지워버리기 전의 내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거울 속에는 불안한 눈빛의 낯선 여자가 비쳤지만, 처음으로 그 눈에서 반항의 불꽃을 보았다. 내 손이 가슴으로 향했고, 할머니의 펜던트를 꺼냈다. 월장석이 등불 아래서 부드럽게 빛났다. 나는 은사슬을 목에 걸었고, 돌은 목의 움푹 파인 곳에 자리 잡았다. 그 부드러운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자신감을 주었다. 갑옷처럼 느껴졌다.

시혁은 계단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그는 압도적으로 잘생긴, 완벽한 알파의 표본이었다. 그의 눈이 나를 훑었다. 짧고,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색깔이 잘 어울리네.”

그게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칭찬이라기보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나는 굶주린 여자가 빵 부스러기에 매달리듯 그 말에 매달렸다.

차 안은 조용했다. 매끄러운 검은 세단이 비에 젖은 청담동 거리를 가로질렀고, 와이퍼의 규칙적인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나는 푹신한 가죽 시트에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비싼 향수 냄새가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는 갈라에 대해, 누가 올지에 대해 물으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의 대답은 단답형이고 퉁명스러웠다. 심연은 다시 돌아왔고,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나의 연약한 희망이 해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실수였어. 그는 나를 소품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단합된 모습을 위한.*

갈라가 열리는 외딴 저택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구불구불한 길에 접어들었을 때, 그의 전화가 울렸다. 그가 화면을 쳐다보자, 그의 모든 태도가 바뀌었다. 차가운 무관심의 가면이 산산조각 나고, 날것 그대로의 공황 상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나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나는 알았다.

“걱정 마, 세라. 지금 가고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함과 사랑이 묻어 있었다.

“너의 가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 진정하고 있어. 사랑해.”

*사랑해.*

그가 나에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던 세 단어. 그 말은 내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어 심장에 박히고 비틀리는 칼날 같았다. 세상이 기울고, 소리는 둔탁한 굉음으로 변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우리 기념일을 그녀 때문에 버렸다. 이 공개적인 삶을 함께할 단 한 번의 기회인 갈라를 그녀 때문에 버리고 있었다. 그녀의 주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아니었다.

그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우리는 빽빽하고 축축한 숲으로 둘러싸인 어둡고 비바람 치는 길가에서 갑작스럽고 격렬한 정적에 휩싸였다.

그는 나를 향해 돌아섰지만, 나를 보지 않았다. 그의 눈은 멀리 있는 무언가, 그녀에게 초점이 맞춰져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

그의 명령은 마치 뒷전으로 밀린, 무시하는 듯한 말이었다.

내가 그 말을 처리하기도 전에, 그는 차에서 내렸다. 지나가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그의 몸이 뒤틀리고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옷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뤘다. 그의 자리에는 야생의 긴급함으로 눈을 빛내는 거대한 회색 늑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어둡고 축축한 숲의 아가리 속으로.

나를 완전히, 철저히, 그리고 마침내 산산조각 낸 채로.

엔진이 식어가며 째깍거리는 소리,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속에서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무감각은 차갑고 무거운 담요 같았다. 고통은 너무나 거대해서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심장이 있던 자리에 거대하고 텅 빈 공허함만 남았다. 그의 배신에 대한 마지막,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너의 가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 사랑해.*

마치 물속을 움직이는 것처럼,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차갑고 세찬 비가 즉시 나를 덮쳐 실크 드레스를 적시고 머리카락을 두피에 달라붙게 했다. 상관없었다. 나는 얇은 힐을 신고 거칠고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위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바람이 나무 사이로 울부짖었다. 내 영혼의 황량함과 어울리는 애절한 소리였다.

나는 흠뻑 젖은 채, 죽음처럼 느껴지는 깊은 슬픔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그냥 거기 서서 폭풍이 나를 덮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폭풍이 나를 완전히 씻어내 주길 바라면서.

그때, 눈부신 빛이 나타났다.

헤드라이트가 폭우를 뚫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 불빛에 사로잡힌 사슴처럼 얼어붙었다. 시혁의 차보다 훨씬 더 위압적인, 매끄러운 검은 차량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불과 몇 인치 앞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타이어 소리는 밤의 비명 같았다.

운전석 문이 활짝 열렸다. 밤의 모든 그림자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는 듯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키가 컸고, 그의 몸에서는 공기를 짜릿하게 만드는 날것 그대로의, 길들여지지 않은 힘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시혁의 힘을 왜소하게, 어린애 장난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었다. 이 남자는 진정한 알파, 최상위 포식자였다.

그는 순전히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하지만 그가 가까워지자, 겨울 달빛 같은 그의 날카로운 은빛 눈동자가 내게 고정되었다. 그의 얼굴이 변했다. 짜증은 사라지고, 심오하고, 세상을 뒤흔드는 충격의 표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는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너무 가까워서 그의 몸에서 나오는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공기를, 내 향기를 맛보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낮고 소유욕 가득한 으르렁거림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내 발바닥을 통해 뼈 속까지 진동했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소유를 주장하는 소리였다.

그의 은빛 눈이 나를 붙들었고, 그는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한마디를 내뱉었다.

“내 것이다.”

회차 3

세상은 그 한마디에 빙글 도는 것 같았다. *내 것이다.* 그 말은 너무나 절대적인 확신과 원초적인 소유욕으로 내뱉어져, 내 슬픔과 충격의 안개를 꿰뚫었다.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 강력한 알파는 흠잡을 데 없이 재단된 정장 재킷을 벗었다. 묵직한 울 소재의 재킷에서는 비와 비싼 향수, 그리고 소나무 숲 위로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야생적이고 깨끗한 향이 났다.

그는 내 떨리는 어깨에 코트를 둘러주었다. 그 온기는 즉각적이고 충격적이었다. 뼛속까지 나를 적셨던 얼음 같은 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열기 이상이었다. 내 영혼 속으로 직접 스며드는 듯한 깊고 보호적인 온기였다.

*이 남자는 누구지?*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상황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나는 버려졌고, 심장이 부서졌는데, 이제 이 낯선 남자는 내가 마치 자기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나를 자신의 차로 이끌었다. 그의 한 손이 내 등을 받쳐주었고, 그 꾸준하고 안정적인 압력은 나를 진정시켰다.

“몸이 얼음장 같군.”

그의 목소리는 낮은 울림이었다.

“따뜻한 곳으로 갑시다.”

나는 너무 놀라 저항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조수석에 앉히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차 내부는 온통 검은 가죽과 광택 나는 크롬으로 되어 있었고, 안의 공기는 따뜻하고 건조했다. 밖과 내면의 폭풍으로부터의 안식처였다. 그가 운전석에 앉자, 그의 존재감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공간은 더 작아졌지만, 무한히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는 질문으로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운전했다. 그의 큰 손은 핸들을 단단히 잡고 있었고, 그의 은빛 눈은 때때로 나를 향해 조용하고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우리는 반짝이는, 비에 씻긴 청담동 거리를 지나 그가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매끈하고 현대적인 고층 빌딩의 개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갈 때까지 달렸다. 이곳은 태산 타워, 태산 그룹의 본사였다. 주지한. 그 이름이 떠올랐다. 이 지역 전체에서 가장 강력하고, 수수께끼 같으며, 두려움의 대상인 알파. 시혁이 그토록 감명받고 싶어 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그의 펜트하우스는 맨 꼭대기에 있었다. 유리와 강철, 미니멀한 가구로 이루어진 광활한 공간이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창문은 아래 도시의 숨 막히는 전경을 드러냈다. 어둡고 폭풍우 치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빛의 바다. 이 모든 공간은 내가 시혁과 함께 살던 차갑고 전통적인 집과는 정반대였다. 이 공간은 현대적이고, 강력하며, 살아 있었다. 그에게서만 느껴지는 조용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는 나를 부드러운 가죽 소파로 이끌고 잠시 사라졌다가, 두꺼운 캐시미어 담요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내 위에 담요를 덮어주자, 그의 손가락이 내 팔을 스쳤다. 그 접촉에 정전기 같은 짜릿함이 온몸을 관통했다.

“차를 좀 내오지.”

그의 목소리는 이제 더 부드러워졌다.

그가 없는 동안, 나는 담요에 싸여 앉아 있었다. 그의 재킷 무게가 여전히 어깨에 남아 있었다. 나는 그의 집을 둘러보았다. 남성적이고 깔끔했지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넓고 현대적인 벽난로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 불꽃은 광택 나는 콘크리트 바닥에 따뜻하고 춤추는 빛을 던졌다. 공기는 타는 나무 냄새와 그의 독특하고 매혹적인 향으로 가득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안전하다고, 보살핌받는다고 느꼈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두 잔을 들고 돌아왔다. 그가 내게 한 잔을 건네자, 그의 손가락이 필요 이상으로 내 손을 감쌌다. 도자기의 온기가 얼어붙은 내 손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내 맞은편 안락의자에 앉았다. 나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보호적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그는 그저 기다렸다. 그의 은빛 시선은 인내심이 강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내게서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기념일 저녁 식사. 끊임없는 변명들. 다른 여자의 향기. 차 안에서의 마지막, 잔인한 말들. 완전하고 철저한 유기.

나는 낮고 떨리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가운 피부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주지한은 들었다. 그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진부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는 그저 들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조용하고 들끓는 분노가 그의 눈에 쌓이기 시작했다. 시혁을 향한 위험한 불길이었다. 그의 턱은 너무 꽉 다물어져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그의 손은 의자 팔걸이 위에서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쥐고 있었다.

내가 말을 마치고 목이 메어 흐느끼자, 그는 “유감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그놈은 멍청한 놈이야.”

그렇게 확신에 찬 말은 내 안의 부서진 공간에 내려앉아 새로운 무언가를 쌓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동정받아야 할 연약한 짐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나를 버려진 보물로 보았다. 그의 조용하고 보호적인 존재감 속에서, 나는 가능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명료함을 느꼈다. 수년간의 정서적 조종이 사라지고, 나는 내 결혼 생활이 무엇이었는지 똑똑히 보았다. 감옥이었다.

나는 그의 담요에 싸여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깊고 꿈 없는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커피 냄새와 거대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새날의 부드러운 빛에 잠에서 깼다. 폭풍은 지나갔다. 주지한은 손에 머그잔을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 이미 깔끔한 셔츠와 어두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영토를 살피는 왕처럼 보였다.

내가 뒤척이자 그는 돌아섰다. 그의 눈에 작고, 거의 알아챌 수 없는 부드러움이 깃들었다.

“좋은 아침, 서아 씨.”

그의 입술에서 내 이름이 들리는 것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옳게 들렸다.

그의 조용한 분노의 불길과 그의 보호 속 안전함에서 벼려진 새로운 결심이 내 뼈 속에 자리 잡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나는 더 이상 시혁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연약하지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켜 헝클어진 머리를 얼굴에서 치웠다.

“전화 좀 써도 될까요?”

그는 말없이 자신의 전화를 건넸다. 나는 몇 년 동안 통화한 적 없는 우리 가족 변호사의 번호를 찾았다. 내 손은 떨렸지만, 내 목적은 등뼈에 박힌 강철 막대 같았다.

김 변호사는 두 번째 벨 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전문적으로 간결했다.

“김 변호사님, 저 서아예요.”

내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차가웠다. 내 귀에도 낯설게 들렸다.

“권시혁 알파와의 이혼 소송을 진행해 주세요. 사유는 메이트 본드 방치와 불륜입니다. 즉시 처리해 주셨으면 해요.”

전화기 저편에서 놀란 침묵이 흘렀다.

“서아 씨? 확실한가요?”

“제 인생에서 이보다 더 확실했던 적은 없어요.”

나는 고개를 들어 주지한의 강렬한 은빛 시선과 마주쳤다. 그는 천천히,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승인했다. 그것이 내가 필요했던 모든 격려였다.

“모든 걸 끊어주세요. 그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나는 딸깍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총성처럼 들렸다. 끝났다. 내 옛 삶과의 마지막 끈이 끊어졌다. 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나를 거부했던 늑대에게 돌아갈 길은 없었다. 현기증 나는 자유의 감각이 나를 덮쳤다. 너무나 강력해서 무서웠다.

하지만 아드레날린이 사라지자, 현기증의 파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방이 격렬하게 기울었다. 시야 가장자리에서 어둠이 스며들었다. 지난 열두 시간 동안 나를 지탱해 주었던 힘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지한 씨.”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숨을 헐떡였다.

나는 쓰러졌다.

그는 불가능한 속도로 움직여, 내가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방을 한달음에 가로질러 나를 붙잡았다. 그는 나를 단단한 가슴에 꼭 안아 들었다. 내 머리는 그의 어깨에 힘없이 기댔고, 몸은 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때, 그 일이 일어났다.

부드러운 온기의 원천이었던 내 가슴의 월장석 펜던트가 갑자기 폭발했다. 눈부시고 영묘한 빛, 은빛의 찬란한 빛이 돌에서 쏟아져 나와 우리 둘을 감쌌다. 그것은 거친 빛이 아니라, 잊힌 에너지로 가득 찬 강력하고 고대적인 빛이었다.

나는 심장 바로 위 피부에서 이상하고 타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빛은 시작된 것처럼 빠르게 가라앉았다. 주지한은 긴장된 몸으로 숨을 헐떡이며 나를 안고 있었다. 나는 약하게 몸을 일으켜 눈을 깜빡이며 떴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내 가슴의 창백한 피부 위에 빛나는, 복잡한 문장이 있었다. 초승달이 빛나는 별을 품고 있는 소용돌이치는 문양이었다. 달빛으로 만든 문신처럼 보이는 그것은 반짝이는 은빛으로 내 피부에 새겨져 있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전설적인 혈통의 상징이었다.

바로 그 순간, 바닥에 떨어진 주지한의 전화가 격렬하게 울렸다. 화면에 모든 보안을 우회하는 최우선 순위 긴급 경보가 떴다.

그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은빛 눈이 불신과 점차 번지는 공포로 커졌다. 그는 낮고 암울한 속삭임으로 메시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월황(月皇)이 깨어났다. 그들이 알고 있다. 그녀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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