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남운시.

이씨 가문은 골든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연회를 열었다. 주차장에는 외제차들이 수북했고 여러 곳의 빈객들이 축하를 올리러 왔다.

이씨 가문은 3년 동안 신속히 발전하였고 지명도가 낮은 작은 가문에서 곧바로 현지 10대 가문에 오르게 되어 명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밤, 그들은 박씨 가문과 손을 잡을 계획이었기에 앞날이 창창하였다.

이서연은 흰색 드레스에 붉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기에 좋은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녀는 정교한 메이크업에 자태가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3년 전, 김혁도는 우연히 이서연을 만나게 되었고, 밥 한끼의 은혜를 갚기 위해 이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갔었다. 그가 암중에 몰래 이씨 가문을 도와주었기에 오늘날 기세가 드높은 이씨 가문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곁에 서있던 김혁도는 이씨 가문이 곧 은혜를 원수로 갚을 거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빈객들이 거의 다 모인 걸 보자 이씨 가문의 가주 이본웅은 빈객들을 자리로 안내하였다.

김혁도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본웅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큰 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혁도야, 데릴사위는 주탁에 앉을 수 없다, 규칙을 잊은 것이냐?"

그 말에 김혁도는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무언가를 수군거렸고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는 핸드폰을 꺼내 몰래 동영상을 찍기까지 하면서 모두 구경거리라도 기다리는 듯하였다.

김혁도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 3년 동안, 이씨 가문은 발전할 수록 그를 점점 더 깔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토록 수치스러운 규칙도 정하게 된 것이다.

김혁도는 집에서 주탁에 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다.

오늘 이본웅의 갑작스러운 비난에 김혁도는 은은한 예감이 들었다.

"아버지, 오늘 같은 자리에선 일단..."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 이서연의 남동생 이건한이 그의 말을 끊었다. "이게 어떤 자리인지는 아는 가 봐? 평소 집에서는 개처럼 말도 잘 들었으면서. 왜, 신분이 높은 사람들 앞에서는 허세라도 부리고 싶은 거야? 자기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었나 봐? 그래?"

이건한은 평소에 거만하고 방자했기에 늘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존재였다. 김혁도가 암중에서 해결하지 않았으면 그는 진작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어머니 유소월은 코웃음을 치더니 비아낭거렸다. "혁도야, 서연이가 그때 널 불쌍히 여겨 거둬주지 않았더라면 네가 오늘까지 살 수 있었을까? 오늘날 우리 이씨 가문은 남운시에서 손에 꼽힐 만한 집안이 되었어. 그럼 너도 자기 위치를 잘 파악해야지, 더 이상 뻔뻔하게 이곳에 눌러앉지 말고."

이건한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개를 키워도 주인한테 은혜를 갚을 줄 알겠는데, 너 같은 등신은 그저 우리 가문의 발목을 잡을 뿐이야.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손에 꼽힌다고?

자기 위치를 파악하라고?

이씨 가문의 발목을 잡는다고?

하.

김혁도는 냉소를 지었다.

그는 본래 최상급의 전사였고 A, B, C, D를 초월하여 거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S급에 도달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그는 몸에 신기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의 무술 실력은 아주 뛰어났고 신체기능은 극히 비과확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유명하다는 용병단 협회 스카이 용병단의 창시자이기도 하였다. 과거 온 세상을 통틀어도 그는 패자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어떤 방법을 써도 S+급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자신의 체내에 있는 그 신비한 힘을 파악하기 위해 그는 3년동안 자신을 봉인하였다. 그리하여 스카이 용병단을 해산하고 일반적인 생활로 복귀한 것이다.

3일 뒤면 그는 봉인을 해제할 수 있었고 그때가 되면 이씨 가문에서도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그들과 이런 인연이 있을 순 없을 것 같았다.

김혁도의 그런 태도에 이본웅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소리쳤다. "김혁도! 그게 무슨 태도야? 우리를 비웃는 거야?"

김혁도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였고 은혜도 모르는 사람들과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이서연의 태도였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려 이서연을 바라보자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태도에 김혁도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서연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김혁도는 그녀에게 물었다.

뜻밖에도 이서연은 엄숙한 말투로 김혁도에게 말했다.

그녀는 김혁도는 좋은 사람이어서 작은 가정을 잘 보살핀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으면서 모든 사람이 발전하고 있는데, 오직 김혁도만이 제자리 걸음을 하여 집안의 가정부로 살아가고 있으니.

만약 그녀에게 오직 자신을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한 거라면 돈을 들여 가정도우미를 찾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그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남편이지, 매일 빨래에 식사 준비밖에 할 줄 모르는 남편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이씨 가문은 한층 더 올라갈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김혁도는 그녀와 가치관이 다를 뿐만 아니라 눈높이와 신분도 진작에 같은 등급이 아니었다. 다른 세계의 사람은 절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가 없는 법이다.

그 말에 김혁도는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의 이서연은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물질적 조건이 풍족해지면서 그녀도 달라진 건가?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에는 왜 그런 애기 안 한 거야?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건 박씨 가문과 동맹을 맺기 위해서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 앞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식, 그래도 꽤 똑똑하네! 오늘 밤 우리는 동맹을 맺을 뿐만 아니라 서연이는 너와 이혼을 하고 나 박운결에게 시집을 오게 될 거야!"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한 남자가 안으로 걸어왔다. 그의 사치스러운 옷차림과 장신구는 그가 재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줬고 그의 뒤에 따른 경호원들은 모두 기력이 왕성해 보였다.

박운결을 보자마자 자리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씨 가문과 박씨 가문은 남운시 명문 가문 중에서 10위와 8위의 자리에 있었다. 박씨 가문에서는 최근에 큰 거래가 성사되었기에 7위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다.

두 가문이 동맹을 한다면 곧바로 5위안에 드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박운결은 오래 전부터 이서연의 미색을 탐하였기에 이씨 가문과 동맹을 맺는 조건도 이서연과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이씨 가문에게 그건 매우 얻기 어려운 기회였기에 진작부터 박운결과 내통하였다.

"서연아, 그게 진짜야?" 사실 김혁도는 답을 알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물었다.

이서연은 무표정으로 덤덤히 말했다. "김혁도, 내가 조금 전에 분명히 말했잖아. 우린 이제 같은 레벨이 아니라고."

이건한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꽉 쥔 채 협박하였다. "김혁도! 우리 누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때려죽일 수가 있다!"

김혁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당신들이 어떻게 발전한 건지는 알고 있는 거야?"

이건한은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당연한 소리를! 우리 누나가 뛰어난 사람이고 우리 일가족의 노력으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혁도는 손을 저으며 매정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 "너한테 물은 거 아니야."

김혁도는 눈앞에서 자리를 비키라고 눈치를 주고 있는 박운결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한테 묻는 거야."

박운결은 그 말에 큰 웃음거리라도 들은 듯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잘못들은 거겠지? 뭐라고 한 거야?"

"너희 박씨 가문의 장사는 내가 안배한 거야, 네가 이씨 가문과 동맹을 맺는 걸 보고. 하지만 두 집안에서 날 이렇게 대하다니."

김혁도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는 몇 초 동안 침묵이 지속되더니 바로 폭소가 터졌다.

이서연은 난처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분별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혁도야, 진짜 이렇게 창피하게 굴 거야? 당신도 자존심이 있는 걸 알아. 하지만 현실을 받아드려야지. 이 3년동안 당신은 우리 집안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우린 같은 레벨이 아니라고. 좋게 헤어지면 안 되는 거야? 제발 체면 좀 남겨. 응?"

그때, 갑자기 상을 내리치는 큰 소리와 함께 이본웅이 성을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혁도! 일부러 소란을 피우려는 거지. 내가 지금 선포하는데, 너 김혁도를 철저히 우리 집안에서 쫓아내겠다. 자네 더 이상 우리 이씨 가문과 관계가 없네. 어떻게 살아남을지 똑똑히 두고 보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회차 2

모든 사람들은 다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은 아주 젊은 여성이었고 자태와 카리스마가 이서연이랑 막상막하였고 심지어 그녀보다 한 수 위인 듯하였다.

그녀는 바로 남운시 장씨 가문의 아가씨 장유정이었다.

장씨 가문은 9위였고 그 실력은 물론 이씨 가문보다 높았기에 박씨 가문과 경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씨 가문 내부의 모순이 점점 더 커가면서 발전 속도가 느려졌고 심지어 뒷걸음을 치기까지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5위 안에 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유정이 김혁도의 편을 들어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장씨 가문의 아가씨가 왜 이 데릴사위의 편을 들어주는 거지? 둘이 무슨 사이라도 되는 건가?"

"쓸데 없는 소리. 장유정 씨가 이 놈을 안중이 둘 리가 있겠어. 내가 보기에는 장씨 가문에서 이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동맹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것 같은데."

"일리 있네. 안팎으로 호응하는 것 같으니 우리는 구경 삼아 보자고."

장유정은 김혁도의 앞으로 걸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혁도 씨, 오랜만입니다."

김혁도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본 뒤에야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반년 전, 그들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났었다. 그때 장유정의 부친은 큰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측은지심에 그녀의 부친을 구해준 것이었다.

그 뒤로부터 장유정은 김혁도를 관찰하고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깊어졌고 그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입니다." 김혁도는 덤덤히 대답하였다.

그들의 대화는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이씨와 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듣기에는 몹시 거북하였다. 마치 그들의 자존심이라도 찌른 듯 불쾌하였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우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언짢아진 이서연은 바로 물었다. "유정아, 이게 무슨 뜻이야?"

장유정은 신속히 대답하였다. "말 그대로야. 이곳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딘가는 받아들일 테지. 당신들이 김혁도 씨를 싫다고 하니 우리가 받아드리겠다는 말이야!"

그 말에 현장은 바로 시끌벅적해졌다.

장유정의 애매모호한 말에 사람들은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마치 무슨 사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이건한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취향이라곤 특이하네요. 부잣집 도련님들은 눈에 안 차고 이렇게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놈이 좋은 거예요?"

"허허, 이건한. 너희 집에서는 확실히 졸부라는 단어를 생생하게 표현하네. 명문 집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뼛속은 여전히 저속하기 짝이 없으니." 장유정은 유유히 입을 열었고 현장의 분위기는 일촉즉발이었다.

이본웅은 마른 기침을 했고 잔뜩 언짢아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강한 자에게 약한 그는 장씨 가문과의 충돌을 피하고 싶었다.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말이다.

계속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박운결도 입을 열었다. "유정아, 너희 둘이 어떤 사이든지 간에 이건 우리 집안의 가정사야. 네가 끼어드는 건 아니지 않아? 네가 이 자식을 거두겠다고 해도 이혼을 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니?"

"도련님 말 한번 잘하셨습니다!" 이건한은 웃으면서 박운결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는 아주 알랑거리는 노비와도 같아 꼬리가 있었으면 꼬리를 살랑살랑 젓고 있었을 것이다.

"좋아." 장유정은 김혁도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김혁도 씨, 빨리 결단을 내시길 바랍니다. 이씨 가문에서 이 수모를 당할 필요가 있습니까? 걱정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제가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유소월은 눈을 내리깔았고 가늘게 뜬 눈에서는 교활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정아, 이놈을 보물이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점쟁이한테 물어보았는데, 요 몇 년 동안 이놈이 우리 이씨 가문을 방해했다고 하더군.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거야."

"허, 이씨 가문을 일으킨 사업은 누가 선물해 준 겁니까?" 그때, 김혁도는 자세를 바꾸고 팔짱을 낀 채 제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그는 그들이 말한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랑은 거리가 몹시 멀어 보였다.

이건한은 왼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박길중 님이지. 아니면 너겠어?"

"만약 내가 박길중에게 분부하지 않았다면 그가 그렇게 큰 규모의 사업을 너희 가문에 줬을 리가?"

김혁도는 박운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 박씨 가문이 뭔 대수라고? 내 분부가 없었다면 당신들이 그 장사를 할 수나 있었겠어?"

그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지더니 다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박길중이 어떤 사람인데?

그는 스카이 용병단의 주인인 C급 용병이었다!

비록 스카이 용병단은 해산한 뒤로부터 점차 종적을 감췄지만 3년 전, 그들은 물론 본시 가장 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용병단의 주인 혹은 그의 부하들의 얼굴을 볼 기회조차 없었다.

분부?

김혁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얼마나 웃긴가?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너무 큰 타격을 받은 김혁도가 미친 줄 알고 만족스러워하였다.

반면, 박운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최근 박씨 가문의 그 장사는 확실히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인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 그게 김혁도랑 무슨 상관이야?

박운결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조롱하는 듯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제일 대단하네. 다 네 덕분에 우리 가문이 이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거야. 고마워."

"믿지 못한다면 불러오면 그만이지."

김혁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길중, 골든 레스토랑에 와서 3년 전의 일을 설명해 봐."

김혁도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의 동작은 몹시 자연스러웠고 자태가 당당하였다.

장유정 외의 사람들은 물론 믿지 않는 눈치였다. 사람들은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서연 역시 실망이 잔뜩 담긴 표정으로 김혁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난 당신한테 많은 거 바라지 않았어. 우리를 뛰어넘길 바란 적은 더더욱 없었고. 난 그냥 당신이 조금이나마 진취심이 있길 바랐을 뿐이야. 하지만 지금 이 지경이 되어서까지 당신은 그 자존심을 위해 연기를 하는구나. 웃기지도 않아?"

"누나, 그만하세요. 빈객들도 오래 기다리셨으니 일단 연회를 시작하죠. 이 등신은..."

이건한은 김혁도를 힐끗 바라보더니 경멸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본인이 창피하지 않다면 이 주탁에 앉으라고 하죠. 어차피 마지막일 텐데." 그동안 우리 이씨 가문에 빌붙은 놈이 어디 적었어요? 수저 하나 더 놓는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요."

김혁도는 그들을 무시하고 가장 중앙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그는 다리를 꼰 채로 담배에 불을 붙였더니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10분 뒤에도 도착하는 사람이 없자 빈객들도 결말을 예측한 듯,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식사할 준비를 하였다.

바로 그때, 레스토랑의 사장이 직접 대문을 열자 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 직접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은 몹시 드물었다. 각 가문의 가주라도 이런 대접을 받기는 어려웠다.

사람들이 모두 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한 젊은 남성이 빠르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기세 등등하게 걸어 들어왔고 부하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반인이 아닌 듯 묵직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들의 왕림에 레스토랑의 불빛마저 더욱 선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자신감이 넘쳐 흘렸던 박운결은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허리를 굽히고 마중을 나갔다. 그는 놀라움과 기쁨이 함께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박길중 님!"

그는 본래 박길중과 악수를 하려고 하였지만 무시를 당했다.

박길중 일행은 바로 김혁도를 향해 걸어갔고 반 미터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옷차림을 정돈하고 가지런히 한쪽 무릎을 꿇은 뒤, 두 손을 맞잡고 머리 위로 올리더니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그 목소리는 어찌나 우렁찼던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현장은 순식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은 다 숨을 들이마셨다.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회차 3

박길중? 스카이 용병단? 맹주?

이 단어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울려 퍼졌고 놀라움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

이씨 가문 사람들은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김혁도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일어나, 이런 형식적인 예를 갖출 필요 없어. 오늘 난 너더러 이 3년 동안 이씨 가문이 어떻게 10대 가문에 속하게 된 건지 설명하라고 부른 거야. 참, 박운결 도련님이 최근 하고 있는 큰 장사에 대해서도 설명 좀 해줘."

박길중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선 뒤, 가지런히 김혁도를 등지고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박운결의 경호원들은 눈을 부릅뜨고 김혁도를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손찌검을 할 기세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앞에서는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박길중은 고개를 돌려 현장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3년 전, 전 맹주님의 명을 받들고 개발 지역의 절반이 되는 상가를 아무 조건 없이 이씨 가문에 증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은 경영에 전혀 소질이 없었기에 장사는 계속 밑지기만 하였죠. 하여 저는 어쩔 수 없이 암중에서 계속 그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이씨 가문의 사업은 간신히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는 이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몸을 돌리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본웅은 몸서리를 치더니 급히 그에게 달려가 최대한 낮은 자세로 두 손을 맞잡고 입을 열었다. "아이고, 박길중 님! 저희가 눈뜬장님이죠. 그때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리 직접 뵙게 되어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머리를 박아 감사를 표할 기세였다.

이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급히 달려와 머리를 박으려 하였다. 하지만 전부 박길중에게 제지당했다.

"무릎 꿇을 필요 없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니까요."

박길중은 코웃음을 치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이리도 애를 먹으며 한 가문을 도와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자신의 은인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듯하군요, 우습게도!"

그 말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분분히 김혁도에게 시선을 향했다. 김혁도가 끄떡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에 그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3년 동안 어찌 김혁도가 바로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라는 걸 몰랐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모욕을 다 했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반응이 가장 빠른 유소월은 우물쭈물하면서 김혁도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김혁도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얘야, 난 네 신분이 특별하다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넌 항상 아무 티도 내지 않으니 우리는 이런 방법으로 네 신분을 알아낼 수밖에 없었어."

이본웅은 재빨리 그녀의 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우리 착한 사위, 드디어 네 신분을 인정하는구나!"

이건한도 급히 달려가더니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형부! 제가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 너무 잘 됐어요. 이제 우리 이씨 가문은 꽃길만 걷게 생겼네요!"

그 셋은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첨하느라 바빴다.

박길중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고 불쾌한 듯 입을 열었다. "맹주님, 이 자들이 더러운 손으로 맹주님을 만지는 걸 가만히 내버려두시는 겁니까?"

김혁도는 손가락을 까딱하며 박길중에게 계속하라고 하였다.

박길중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바로 박운결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당신, 박씨 가문이 어떻게 동교 건설 건을 맡게 된 것인지 모르는 겁니까? 그것도 박씨 가문에서 계획을 짜고 마음대로 전면적인 발전을 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교의 면적은 몹시 크고 늘 어떤 신비주의자의 개인 소유였다. 그 신비주의자가 바로 박길중일 줄이야. 그리고 건설에 관한 일을 전부 다 박씨 가문에 맡기고 마음대로 발전시키는 걸 허락하다니.

만약 박씨 가문의 이 사업이 지속되고 이씨 가문과 손을 잡는다면 짧은 시간 내에 본시 5위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쩌면 3위안에 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의 동교는 백지장과도 같았고, 미래에 남운시와 같은 규모의 도시로 발전하는 건 그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씨 가문이 높은 위치에 올라갈 것이라는 소식이 그리 널리 퍼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박운결은 급히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박길중에게 말했다. "네, 모두 다 박길중 님의 덕분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 실망시키는 일 없을 겁니다."

박길중은 한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죠. 선포하겠습니다, 박씨 가문과의 협력을 취소하겠습니다."

그 말에 박운결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죠?"

박길중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반응이 온 박운결은 기계처럼 쭈뼛쭈뼛 김혁도에게 시선을 향했고 어쩔 바를 몰라 하였다.

"맹주님, 더 이상 저희가 할 일이 없으면 먼저 물러날까요?"

다른 사람을 향할 때 선보이던 오만한 태도와는 달리 박길중은 공손한 태도로 김혁도에게 물었다.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길중 일행은 가지런히 인사를 올리고 레스토랑을 떠났다.

현장은 오랫동안 침묵이 감돌았고, 그 정적은 끔찍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마음이 복잡했고 각자 꿍꿍이를 품고 있었다.

박길중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때 눈앞에 있는 김혁도는 이 세상의 신과도 마찬가지인 존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아첨을 할 착안점을 찾지 못했고 김혁도가 그들의 조소를 떠올릴까 봐 옆에서 상황의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침묵을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서연뿐이었다.

그녀는 예상대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오므린 이서연은 천천히 김혁도 앞에 걸어가 웅크리고 앉았다. 마치 억울함을 당한 아이처럼 말이다.

김혁도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덤덤히 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어?"

"혁도야, 네가 정말 스카이 용병단의 맹주야?"

김혁도는 아무 표정도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침묵에 이서연은 언성을 높이고 분노와 억울함이 담긴 목소리로 따졌다. "왜 진작에 말하지 않은 거야? 네가 진작에 말했으면 오늘 같은 소란이 일어났겠어?"

김혁도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이 사람들의 본성을 알았기에 그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진작에 말했으면? 당신들이 믿어는 줬겠어?"

이서연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더니 계속 따지고 들었다. "왜 날 속인 거야? 나한테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한 거야?"

김혁도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 누가 누구한테?

"혁도야, 내가 필요한 건 나랑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남편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 하지만 당신은 그동안 신분을 숨겨왔고 오늘 이씨 가문의 앞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기까지 했어. 이게 상처가 아니면 뭐야? 아니면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서 우리 집안을 모욕하기 위해 짠 판이었어?"

"판? 내가 3년 동안 겪은 온갖 수모가 너희 집안을 모욕하기 위해서라고?"

김혁도는 말도 안 되는 그녀의 트집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해명을 하기 싫었기에 바로 자리를 떴다.

장유정도 급히 그의 뒤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지금 가장 기쁜 사람은 그녀였고 가장 많은 미움을 받고 있는 사람 역시 그녀였다.

떠들썩하던 축하 연회는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연회를 계속 진행해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박운결이 마른기침을 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향한 것을 보자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서 박길중 씨 본인을 뵌 분이 있습니까?"

그 말에 이본웅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급히 물었다. "도련님, 그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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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릴 사위 봉인 해제: S+급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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