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그들은 기억이나 할까?
그 모든 약속들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었을까?
나는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그들과, 그녀를 향한 그들의 숨 막히는 거짓 애정이 가득한 같은 방에 더는 있을 수 없었다.
“어딜 가려고.”
지혁의 손이 내 팔을 꽉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살을 파고들었다.
“사과하라고 했잖아.”
그의 눈은 차가웠다.
사업상의 경쟁자에게나 향하던 날카롭고 베는 듯한 분노로 가득했다.
내게는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나는 그가 이렇게 내 팔을 잡았던 다른 때를 기억했다.
내가 실수로 세아의 교과서에 커피를 쏟았을 때였다.
그녀는 울었고, 그는 나를 무릎 꿇려 사과하게 했다.
모든 집안 직원들 앞에서 그녀의 용서를 빌게 했다.
그 기억, 그 굴욕이 뱃속에서 불타올랐다.
나는 지쳤다.
그들의 장기 말이 되는 것에 너무나 지쳤다.
‘그들끼리 가지게 둬.’
차가운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속삭였다.
‘모든 걸 가지게 둬.’
내가 가진 줄도 몰랐던 힘으로,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팔을 뿌리쳤다.
“싫다고 했어.”
지혁의 손은 허공에 남겨졌다.
그의 얼굴은 불신의 가면이었다.
나는 전에는 그에게서 결코 멀어진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그의 손길에 녹아들고, 그의 관심을 갈망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가 너무 잘해줬나, 서하윤?”
그가 위험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문제야?”
나는 짧고 무미건조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한테 너무 잘해줬다고? 아니, 지혁아. 내가 너희 모두에게 너무 잘해준 것 같아.”
세아가 나타난 이후로,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 같았다.
사소한 관심, 무심한 애정, 우리만의 농담들.
그 모든 것이 이제 그녀에게로 흘러갔다.
내게는 부스러기만 남았다.
첫 번째 삶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되찾으려 애썼다.
모든 모욕을 삼키고, 모든 무시를 외면하고, 모든 굴욕을 견뎠다.
결코 내 것이 아니었던 사랑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죽었다.
그들이 직접 지른 불에 산 채로 타 죽었다.
살갗이 녹아내리던, 타는 듯한 고통의 기억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넌 그냥 버릇없는 애새끼일 뿐이야.”
지혁이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으르렁거렸다.
“넌 우리 양동생이야. 우리가 모든 걸 줬어. 네가 꿈도 꿀 수 없었던 집, 삶을.”
그는 또 한 걸음 다가와 나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넌 아무 권리도 없어. 우리가 널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해. 유언장에는 우리 중 한 명과 결혼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 넌 무릎 꿇고 날 선택해달라고 빌어야 마땅해.”
그는 거의 침을 튀기며 말을 뱉었다.
“아니.”
나는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안 해.”
세아는 그 순간 자신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태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가짜 고통으로 눈을 크게 떴다.
“아마… 아마 내가 그냥 가야 할까 봐.”
그녀가 속삭였다.
“아니, 넌 아무 데도 안 가!”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말하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돌아섰다.
그것은 잘 짜인 연극이었다.
“사랑해, 세아야.”
태민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 말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지만, 내 심장에 박힌 칼날이었다.
그들은 설명하려 했다.
세아에 대한 감정은 다르다고, 그녀는 그저 도와주는 친구일 뿐이라고 말하려 했다.
거짓말.
차가움이 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너무나 깊어서 거의 평화로울 정도였다.
나는 마침내, 진정으로 끝났다.
갑자기, 위에서 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머리가 홱 돌아갔다.
깜빡이는 불빛과 가정부의 경고가 머릿속에 스쳤다.
현관의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천장 고정 장치에서 짙은 먼지 구름이 떨어졌다.
“세아야!”
세 오빠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와 위험 사이에 인간 벽을 만들었다.
내 안전 통로를 막아버렸다.
나는 갇혔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샹들리에가 부서져 내게로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주적인 고통.
옆구리에서 날카롭고 부서지는 듯한 감각.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늘어뜨린 채, 힘겹게 위를 보려고 애썼다.
고통의 안개 속에서, 나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세아 주위에 모여 있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괜찮았고, 흠집 하나 없었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지혁이 미친 듯이 그녀를 살피며 묻고 있었다.
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눈이 커져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부서진 채 누워 있는 내게로 향했다.
그제야 그들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듯했다.
그들은 황급히 달려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과 짜증이 뒤섞여 있었다.
“하윤아? 젠장, 미안해.”
태민이 내 옆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우린 그게… 순간 헷갈렸어.”
순간 헷갈렸다고.
나는 그저 그녀에 대한 집착 속에서 부수적인 피해였을 뿐이다.
그들의 태양이었고, 달이었고, 별이었던 내가.
나는 웃기 시작했다.
젖고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가슴을 통해 새로운 고통의 파도를 보냈다.
갈비뼈가 불타는 것 같았다.
고통과 분노의 눈물이 눈에 맺혔다.
일어설 수 없었다.
제대로 숨 쉴 수도 없었다.
세상이 가장자리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의식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혁의 얼굴이었다.
그의 이마는 찌푸려져 있었고, 눈에는 이상하고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거의 진짜처럼 들리는 공황 상태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서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