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용성(용성)에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았는데, 먹구름이 갑자기 몰려오더니 대낮을 집어삼켰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조명 아래, 360° 파노라마 유리창을 통해 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어느새 창문에 김이 서리더니 빗물이 창문을 타고 흘러내렸다. 강소원(강소원)은 바닥까지 내려오는 유리창에 몸을 기댄 채,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은 것도 모른 채 어깨에 걸친 실크 잠옷이 허리까지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옥처럼 매끄러운 몸은 이미 쾌락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더니 강소원이 절정에 달했을 때 터져 나온 신음 소리를 완벽하게 가려주었다.

남자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등 뒤의 뜨거운 온기가 사라진 강소원은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몸이 갑자기 커다란 손에 의해 뒤집혔다. 식었던 열기가 다시 몰려오자 그녀는 마치 깊은 바다 속 인어처럼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흔들렸다.

강소원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달렸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몇 번이나 기절했다가 죽을 것 같은 순간에 극도의 쾌락에 의해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빗물이 창문을 적시더니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날이 밝아올 때, 강소원은 남자가 그녀의 등에 엎드려 가느다란 손목을 꽉 잡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 밑에 있는 붉은 점을 천천히 문지르는 것을 느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설명할 수 없는 위험한 기운을 풍겼다.

"내가 누군지 알고

내 침대에 기어 올라온 거야?

응?"

유혹적이고도 섬뜩한 목소리에 강소원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렬한 질식감이 뒤따라오더니 그녀를 이 황당한 춘몽에 익사시킬 뻔했다.

강소원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몇 번이나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야만 꿈 때문에 질식사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마치 저승사자의 부름처럼 벨 소리가 울리자 강소원은 '도오빠/오빠'라는 세 글자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일주일 전, 남자가 무정하고도 차갑게 내뱉은 말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원아, 장씨 가문 태자님을 알고 있지? 도오빠/오빠 좀 도와줘. 그 사람과 하룻밤만 보내면 돼."

"내가 네 언니를 좋아하는 거 알고 있잖아. 장도현(장도현)을 포기해야만 나와 함께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도와줄 거지?"

강소원은 심도윤(심도윤)이 그녀에게 이 말을 할 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녀가 전혀 알지 못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당시 그에게 물었다. "장도현 침대에 기어 올라가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왜 꼭 나여야만 해?"

심도윤은 당시 이렇게 대답했다.

"넌 서연이의 동생이잖아. 서연이가 제일 싫어하는 동생."

강소원은 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실소를 터뜨리더니 벨 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릴 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도오빠/오빠." 부드럽고 순종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도윤은 1초간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술자리가 있는데, 장도현도 참석해."

그랬구나. 어쩐지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했어.

강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잠시 후 기사가 옷을 가지고 너를 데리러 갈 거야. 옷 갈아입는 거 잊지 마." 심도윤은 천천히 지시를 내리더니 다시 말했다. "최근 E.R 봄여름 복고 쇼의 마지막 기회를 서연이에게 양보해. 다른 기회를 줄게."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강소원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강서연(강서연)은 그녀가 가산을 빼앗을까 두려워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녀를 강씨 가문 사업에서 멀어지게 했다.

좋아, 그녀는 강서연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모델 업계에 발을 들인 그녀는

이렇게 하면 강서연과 강씨 가문에서 멀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서연은 작년에 갑자기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심도윤의 도움과 강씨 가문의 지원 아래, 그녀는 빠르게 업계의 신예로 떠올랐다. 원래 강소원에게 주어졌던 기회는 모두 강서연에게 빼앗겼다.

강서연의 갑작스러운 변덕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고, 심도윤은 이 일에 큰 공을 세웠다.

그는 매번 똑같은 말로 그녀를 상대했고, 변명조차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얻은 기회라도, 심도윤은 한마디 말로 그녀의 기회를 강서연에게 넘겨주었다.

어릴 때부터 강서연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그녀의 것이라도 모두 양보해야만 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강서연은 강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였고, 심도윤이 마음속에 품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강소원은 하수구에 숨어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보잘것없는 쥐에 불과했다.

"응, 도오빠/오빠가 결정해." 강소원은 낮은 목소리로 쉽게 타협했다.

심도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강소원의 눈빛이 갑자기 차갑게 식더니 하얀 손가락으로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도오빠/오빠'라는 세 글자를 '심도윤'으로 바꾸고도 만족하지 못한 그녀는 결국 '바보'라고 저장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씻었다.

30분 후, 심씨 가문 기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소원은 문을 열고 미리 준비된 옷을 건네받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크 천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침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강소원은 첫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여우처럼 가늘게 찢어진 눈매는 사람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눈꼬리에 있는 붉은 점은 그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몸매도 완벽했다. 한 치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타고난 미인이었다.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 기사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쳐다봤다. 곧바로 실례를 깨달은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소원 아가씨, 이제 출발할까요?"

강소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야색(야색)은 용성(용성)에서 유명한 유흥업소로, 이곳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위층이었다.

강소원은 처음으로 이곳에 왔기에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기사는 그녀를 VIP 통로로 안내했고, 통로는 바로 꼭대기 층으로 이어졌다.

룸 안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강소원은 문을 열자마자 담배 연기에 기침을 참지 못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빠르게 차오르는 습기에 가려졌다.

그녀는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심도윤을 찾아냈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오빠/오빠."

심도윤은 눈을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가 입은 옷이 너무 적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바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손짓했다. "소원아, 이리 와."

강소원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크 천은 그녀의 엉덩이를 겨우 가렸고, 허벅지 아래의 피부는 그대로 드러났다. 걸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흔들리며 매력을 뽐냈다.

등 뒤의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고, 움직일 때마다 어깨뼈가 움직였다. 옥처럼 하얀 피부는 사람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악의적인 시선을 무시하고 조용히 사람을 찾았다.

강소원의 시선이 남서쪽 구석에 멈췄다.

남자는 다리를 꼬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역광을 받은 그의 기세는 더욱 차갑고 날카로워 보였고, 눈빛은 극도로 침착했다.

강소원의 시선을 느낀 그는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강소원은 깜짝 놀라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오늘의 목적을 떠올린 그녀는 온몸의 피가 솟구치더니 흥분으로 가득 찼다.

회차 2

"심 도령, 이런 미인은 어디서 데려왔어? 소개 좀 시켜줘 봐."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데. 당장 데뷔해도 되겠다."

"이리 와서 오빠 옆에 앉아." 진우진이 옆에 앉은 여자의 허리를 툭 치며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리를 뜨기 전 자신을 쏘아보는 여자의 시선에도 강소원은 아무 말 없이 꼿꼿이 서 있었다.

오늘의 목적은 장도현에게 접근하는 것이지, 이런 잡무리를 상대하러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시껄렁한 농담이 끝날 때쯤, 심도윤이 적절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강소원이라고, 우리 회사 소속 모델이야. 오늘 마침 쉬는 날이라 얼굴도 익힐 겸 데려왔어. 다들 나중에 보면 잘 좀 챙겨줘."

진우진이 피식 웃었다. "심도윤 네가 데려온 사람인데 우리가 잘 챙겨줘야지."

심도윤은 그저 옅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내 강소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원아, 알아서 자리 찾아 앉아."

그 말의 속뜻을 즉시 알아차린 강소원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방 남서쪽 구석으로 향했다.

진우진의 옆을 지날 때 그가 일부러 엉덩이를 옆으로 빼며 자리를 만들어주었지만, 강소원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씨발!"

진우진이 막 화를 터뜨리려던 찰나, 강소원이 장도현의 바로 옆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는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비단 진우진뿐만 아니라,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쪽 구석을 쳐다봤다.

장도현이 귀국한 지 일주일 남짓. 오늘은 진우진이 그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환영회였다.

어릴 때부터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은 모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장도현은 그들과는 격이 다른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고위 관료에, 이모는 외교관, 아버지는 군 장성, 어머니는 과학계의 권위자였고, 외할아버지는 수조 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재벌 총수였다.

장씨 가문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쥔 명문가였다.

장도현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신비주의에 가까웠다. 진우진이 용성에서 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장도현의 외할아버지 덕분이었다.

사실 오늘 장도현이 이 자리에 참석해 준 것만으로도 진우진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장도현은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저 여자는 지금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걸까?

감히 장 대도령의 역린을 건드리다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낀 진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강소원을 끌어내려 했지만, 누군가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진우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심도윤이 보였다.

심도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진아, 한잔해."

진우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심도윤의 의도를 간파했다.

심도윤은 강소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만약 장도현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그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강소원을 용성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심도윤은 정말 잔인한 놈이었다.

하지만 진우진은 눈앞의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여 장도현이 화를 내더라도, 모든 책임은 심도윤에게 떠넘기면 그만이었다.

자신이 심도윤의 계획에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강소원은 장도현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손목이 파르르 떨리며 값비싼 술이 잔 밖으로 조금 흘러넘쳤다.

강소원은 손목에 묻은 술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허둥지둥 사과했다. "장 도령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눈앞으로 휴지를 내밀었다.

"소원 씨, 조심해요." 장도현은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지만, 시선은 일 초도 더 머물지 않았다.

평소의 오만하고 차가운 기색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강소원은 입술을 꾹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룸이 워낙 넓은 탓에 진우진은 장도현에게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 주느라 일부러 다른 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답답할 지경이었다.

진우진은 심도윤을 돌아보며 물었다. "강소원, 저렇게 그냥 보내도 괜찮아?"

심도윤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웃었다. "별것도 아닌 사생아일 뿐이야. 우리 서연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진우진은 혀를 차며 아까 강소원이 지나갈 때 풍겼던 달콤한 향기를 떠올렸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연민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8년이나 너만 보고 오빠라고 불렀는데, 강서연 친동생이기도 하고... 사생아라고 해도 이건 좀..."

"진우진." 심도윤이 그의 말을 차갑게 끊었다. "걔를 장도현 침대로 보내지 않으면, 서연이가 포기를 안 해."

진우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강서연의 어릴 적 꿈은 장도현과 결혼해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었다.

심도윤이라는 죽마고우가 있었고,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강서연은 기어코 장씨 가문과 혼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강서연의 어머니와 장도현의 어머니는 대학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혼약을 맺었다.

다시 말해, 장도현은 강서연의 약혼자나 다름없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재벌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특히 강서연 스스로가 장도현의 약혼녀라고 자처하고 다녔다.

"근데 궁금한 게, 강소원이 장도현 침대에 들어갈 거라고 어떻게 확신해?" 진우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강소원이 예쁘긴 하지만, 장도현이 여자를 한두 번 봤겠어?

심도윤은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해봐야 알지 않겠어?"

진우진은 심도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서연은 이복동생인 강소원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강소원이 만진 물건은 절대 손대지 않았고, 그 버릇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심도윤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해 강서연이 장도현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진우진은 심도윤의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회차 3

어둑한 조명 아래, 장도현의 넓은 어깨가 대부분의 빛을 가려준 덕에 강소원은 여러 사람의 시선을 피하며 어둠 속에 숨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장도현과 대화를 나누려 고개를 살짝 들었지만, 그는 차갑고 무심한 기운을 풍기며 그녀를 상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강소원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강소원은 그와 반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그녀는 기가 죽어 한쪽에 서서 장도현이 다른 사람들과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것을 들을 뿐이었다.

심도윤 역시 이 상황을 눈치채고 미간을 찌푸렸다.

진우진은 옆에서 비꼬는 말을 잊지 않았다. "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모양이군."

심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강소원을 너무 과대평가했어."

두 번이나 성공하지 못했으니,

장도현에게 그녀 같은 타입은 먹히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뿐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강소원은 심도윤의 뒤를 따르면서도 때때로 장도현 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그녀에게 머물지 않았다.

술에 취한 진우진이 장도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한 척하려다, 허공에 멈칫한 손을 어색하게 거두었다. "장 도령, 우리가 아무리 그래도 어릴 때 같이 자란 사이인데, 시간 날 때 자주 좀 뵙지요. 그…… 성동 프로젝트, 장 도령께서 꼭 좀 마음에 담아둬 주십시오!

내일 제가 바로 프로젝트 계획서를 장씨 댁으로 보내겠습니다!"

"음." 장도현은 미동도 없이 대답했다. "진 총께서 직접 오실 필요 없습니다. 내일 비서 시켜서 가지러 가라고 하겠습니다."

진우진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그럼 너무 번거로우실 텐데요!"

"번거롭지 않습니다." 장도현이 말했다.

강소원은 바로 뒤에 서서 똑똑히 듣고 있었다. 진우진이 장도현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절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 여기며 속으로 멍청이라고 흉봤다.

비서더러 가지러 오라는 건, 정상적인 업무 절차를 밟으라는 뜻이 아닌가.

조금의 체면도 봐주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멍청이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강소원." 심도윤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강소원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시선은 장도현을 향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눈에는 여전히 그녀가 담겨 있지 않았다.

"장 도령 좀 모셔다드려." 심도윤이 노골적인 목적을 드러내며 말했다.

강소원은 바라던 바라는 듯 장도현에게 반쯤 다가섰지만,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소원 씨가 수고할 필요 없습니다."

장도현은 고개를 숙여 마침내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장도현은 여전히 강소원을 보며 뒷말을 이었다. "아직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심도윤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불쾌감을 삼키고 장도현을 배웅한 후, 강소원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원원아, 네가 이런 일 하나 제대로 못 할 줄은 몰랐네."

강소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하게 눈을 깜박였다. "그분이 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데, 저도 어쩔 수 없잖아요."

심도윤이 극도로 실망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입을 열려 할 때, 등 뒤에서 맑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소원!"

이 목소리는 강소원에게 너무나 익숙했다.

마침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던 참이었다.

강소원은 교활하게 미소 지으며 몸을 돌려 도망쳤다.

강서연은 붉은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고 요염한 모습으로, 따져 묻기 위해 온 듯한 기세였다.

심도윤은 강서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왔어?"

강서연은 단단히 화가 난 듯, 그 말을 듣고는 냉소했다. "오빠가 감히 나한테 어떻게 왔냐고 물어?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강소원이 자기 형부 침대로 기어 올라갔겠네, 안 그래?"

심도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형부야!"

곱게만 자라 이런 수모는 겪어본 적 없는 강서연은 심도윤을 밀치고 강소원을 쫓아갔다.

강소원은 장도현이 떠난 방향으로 달렸다.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그녀가 숨을 헉헉거리며 벽을 짚자,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강서연의 외침이 저승사자의 부름처럼 귀에 거슬렸다.

강소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좀 짜증이 나서, 아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문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그녀가 기대자마자 문이 안에서 열리면서, 그녀의 등이 온통 낯선 차가운 향기가 나는 품에 부딪혔다.

머리 위에서 피식하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소원 씨는 남의 품에 안기는 걸 꽤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당해봐야 정신 차리는 남자들

1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