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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떠나고 난 그의 이상형이 되었다
그를 떠나고 난 그의 이상형이 되었다

그를 떠나고 난 그의 이상형이 되었다

96 회차
완결
5년의 헌신 끝에 버림받은 서지안은 강남에서 새 삶을 꿈꾸지만, 오빠의 숙적이자 냉혈한인 부서준과 하룻밤을 보낸다. billionaire romance novels의 정석인 부서준은 차가운 본모습을 버리고 그녀를 향한 광기 어린 집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modern novel 속 엇갈린 운명과 위험한 유혹을 그린 로맨스 소설.
그를 떠나고 난 그의 이상형이 되었다 - 1화

"결혼식이 이렇게 시끄러운 건 처음 보네. 들었어? 허 변호사의 소꿉친구가 호텔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대."

문 밖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의 수군거림에 서지안은 마음이 쓰라렸다.

진유나가 자살 소동을 벌인 건 이번이 99번째였다.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그녀와 허준혁의 결혼식이었다.

진유나가 자살 소동을 벌였으니, 그녀는 또 한 발짝 물러서야 할 것이다.

그녀와 허준혁이 연애한 5년 동안, 진유나는 5년 내내 자살 소동을 벌였다.

그때마다 허준혁은 제일 먼저 진유나를 달래러 달려갔다.

서지안은 심지어 이 사랑에서 자신이 끼어들지 말아야 할 제3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허준혁은 지난번 진유나를 달래러 가기 전, 그녀에게 약속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녀는 그의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고 오늘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죽고 싶으면 죽게 내버려 둬. 나한테 전화해서 뭐 어쩌라는 거야?"

서지안이 고개를 번쩍 들자, 발코니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탓에 허준혁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신? 감히 하지도 못해. 자살 소동을 몇 번이나 벌였는데, 피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잖아?"

마지막으로 그녀는 허준혁이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더 하는 것을 들었지만, 목소리가 너무 낮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허준혁이 전화를 끊고 뒤를 돌아보자 서지안과 눈이 마주쳤다.

서지안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진유나를 찾아가지 않았다니…

그러니까, 그녀를 속이지 않은 걸까?

정말 마지막일까?

"왜 그렇게 쳐다봐? 곧 결혼식이 시작될 텐데, 준비는 다 됐어?" 허준혁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하지만 서지안은 여전히 기뻤다.

그녀는 허준혁이 선천적인 감정 표현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경우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풋풋한 설렘부터 지금의 진심 어린 사랑까지, 그녀는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허준혁에게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을까?

서지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짱을 끼고 눈가에 웃음이 가득 번졌다. "준혁아, 드디어 우리 결혼하는 거야…"

허준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알고 있어."

대기실 문이 열리고,

"신랑 신부 입장!"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순식간에 식장을 장악했다.

서지안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허준혁의 팔짱을 끼고 단상으로 향했다.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준혁의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사회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하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서지안의 얼굴에 굳은 미소가 얼어붙었다. 이 벨 소리는 그녀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진유나의 전용 벨 소리였기 때문이다.

허준혁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또 무슨 일이야?"

사회자는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아마 수년간 사회를 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지금 바로 갈게."

허준혁은 한마디를 남기고 성큼성큼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순식간에 식장은 술렁거렸다.

"가지 마…" 서지안은 웨딩드레스를 끌고 그의 뒤를 쫓아가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허준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것 같았다.

몇 초 후, 그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설명했다. "진유나가 정말 투신했어. 지금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아. 하객들을 잘 달래고 있으면 금방 돌아올게."

"허준혁!" 서지안은 그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지금 가면 나 결혼 안 해!"

허준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후회하지 마."

서지안은 심장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끼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허준혁은 그녀의 눈물을 보고 심장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그녀가 자신과 타협했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서지안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곱게 자란 재벌가 아가씨가 집안과 연을 끊고 경성에서 그와 함께 고생하며 지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항상 그의 편에 서 있었다.

그녀의 가장 큰 소원은 그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진유나가 자살 소동을 벌일 때마다, 그녀는 늘 그를 대신해 뒷수습을 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로 그를 협박하는 것을 보니, 정말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진유나에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사실이었다.

그는 서지안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허준혁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움직이려 할 때,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다시 진동했다. 그는 바로 전화를 받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하객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신랑은 왜 도망간 걸까?

식장이 혼란에 빠진 것을 본 서지안은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린 뒤, 멍하니 서 있는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결혼식은 취소되었습니다…"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서지안은 더 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이 지나면 자신이 경성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서지안이 허준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재벌가 도련님들을 마다하고 가난한 남자와 함께 고생하며 지내왔다. 드디어 결실을 맺는 날, 허준혁에게 버림받았다.

서지안이 호텔 밖으로 달려 나갔을 때, 호텔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허준혁은 진유나를 안고 에어 매트리스에서 내려왔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눈이 빨개지도록 울고 있었다.

"준혁아, 어떻게 나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있어? 우리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만해." 허준혁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다.

진유나는 그의 얼굴을 감싸 쥐고 짙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싫어!"

서지안은 진유나의 행동을 보고 허준혁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어린 시절 그의 얼굴을 감싸 쥐고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가 내 얼굴 만지는 거 싫어."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고,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허준혁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진유나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마음껏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결국 진유나는 울음을 그치고 환하게 웃었다.

서지안은 허준혁의 감정 표현 장애가 모든 사람에게 차갑고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진유나를 안고 구급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하루하루, 해가 거듭될수록 언젠가는 허준혁의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차갑고 아름다운 눈동자에 그녀에 대한 기쁨과 관용이 가득 담길 것이라고.

하지만 결과는,

그녀는 처참하게 버림받았다.

허준혁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감정이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닐 뿐.

서지안은 웃음을 터뜨리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서지안, 너는 정말 어리석고 한심한 사람이야.

지난 5년은 그저 그녀의 꿈이었을 뿐이다.

이제 꿈이 깨졌으니,

그녀도 깨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서지안은 대기실로 돌아와 웨딩드레스를 벗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결혼식의 혼란으로 인한 파문이 여전히 강하게 일고 있었기 때문에, 서지안이 변호사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떠들썩하게 토론하던 동료들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서지안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원래 낯이 두꺼운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법학과 수재 허준혁을 쫓아다닐 때, 그녀는 이미 학교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용감하게 앞으로 밀고 나아갔지만, 이제야 허준혁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댜로 깨달았다.

서지안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에서 사직서를 인쇄하고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뒤, 허준혁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직서를 내려놓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했다.

허준혁의 전화였다.

"결혼식을 취소했다고 하던데? 왜 미리 나랑 상의하지 않았어? 사무소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몰라?"

"결혼식을 취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 서지안은 차갑게 반박했다. "그 많은 하객들을 호텔에 앉혀 놓고 네가 진유나를 구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할까?"

허준혁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 서지안이 자신에게 대들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지안은 작은 태양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며 재잘거렸다. 그녀는 항상 활기 넘치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에게 화를 낸 적도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잘못했어." 허준혁은 항상 이성적이고 침착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서지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정말 겁도 없이 허준혁을 쫓아다녔다. 선천적으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서지안은 책상 위에 놓인 사직서를 흘깃 쳐다봤다. "허준혁, 나 사직…"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혁아, 나 허리가 너무 아파. 빨리 와서 좀 주물러 줘."

"지금 바쁘니까 이만 끊을게."

곧바로 전화기 너머에서 '뚜뚜'하는 통화 종료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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