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한 대학교 체육관.
파란색 농구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그는 체육관에 굴러다니는 빈 물병과 탄산음료 캔을 집어 들었다.
"대학이 매일 농구 경기를 열면 좋을 텐데. 그러면 100만원은 쉽게 모일 거야. 생일 선물로 채영이 줄 아이폰 사기도 쉬울 거야."
김민재는 정돈되지 않은 체육관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에 빈 병과 캔이 많았다.
그가 그것을 줍고 있을 때 탈의실에서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몰려나왔다.
그 가운데 빨간 머리의 정민형이 보였다. 그는 친구들과 장난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정민형은 김민재를 보고는 근처에 있던 양말을 주워 김민재에게 던졌다.
피할 새도 없이 양말은 김민재의 얼굴에 맞고 떨어졌다. 톡 쏘는 시큼한 냄새가 그의 코를 스쳤다.
"야, 내가 너 돈 쉽게 벌라고 애들한테 일주일 동안 빨래하지 말고 옷 두라고 했어. 냄새 죽이지?"
정민형이 그의 친구들에게 손짓하자 다른 사람들도 김민재 쪽으로 더러운 빨랫감을 던졌다.
"너 같은 쓰레기는 학교에서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
"너무 쪽 팔린다!"
"쓰레기 줍는 게 아니라, 일부러 우리 재미를 망치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 바보야!"
"나는..."
김민재는 어깨 위에 있었던 더러운 양말을 털어냈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렇지만 그는 정민형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민재는 가난한 집안의 대학생에 불과했다.
그는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과외나 숙제 대행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가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김민재가 선택권이 있다면 정민형처럼 지나치게 거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람과는 절대 아무것도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는 김민재는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했다. 그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분노를 억눌렀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김민재는 정민형과 그 친구들이 던진 옷들을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10만원." 김민재가 말했다.
정민형은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 김민재에게 던졌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정민형은 말했다. "자, 다른 부탁. 10만원 짜리야. 학교 출입구에 소포 하나 갖다 줘. 차선우 주면 돼."
정민형은 그의 나머지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김민재는 떨어진 돈을 주웠다. 돈을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쩌겠어. 돈 버는 일인데. 해야지. 괜찮아.' 김민재는 스스로 생각했다.
그는 텅 빈 체육관에 남아 남은 쓰레기를 치웠다.
청소가 끝나고 김민재는 재활용 센터로 향했다. 모은 공병들을 팔기 위해서였다.
그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김민재는 차선우를 위해 학교 대문으로 달려가서 소포를 챙겼고 다시 체육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김민재는 오늘 번 돈을 꺼내 세어 보았다.
그는 지쳤지만 그 돈은 그에게 큰 가치가 있었다.
그의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싶어했다.
문 앞에서 선 김민재는 여자의 신음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왜 목소리가 익숙하지?'
문 반대편 여자의 신음 소리는 계속됐다.
김민재의 얼굴은 붉어지고 그의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다. 무언가 불길했다.
그 목소리는 김민재의 여자친구 박채영의 목소리와 너무 닮았다.
"선우야, 너무 좋아. 그렇게...멈추지 마."
"이제 그만. 자, 우리 채영이. 지나가다가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 속옷이야. 다음엔 이거 입고 하고 싶어."
김민재는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 그의 여자친구가 분명했다.
"채영아? 뭐해?"
분노한 김민재는 문을 발로 차며 열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에 놀라 멍해졌다.
회차 2
체육관 안의 락커룸.
김민재는 그의 여자친구 박채영이 차선우에 기대며 키스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흥분과 욕망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한편, 차선우는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다.
"젠장!"
분노와 충격 속에서 김민재는 크게 소리쳤다.
강한 고통과 굴욕감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박채영는 서둘러 치마를 내리며 그녀의 하얀 다리를 감췄다.
"김민재, 여기서 뭐해?"
"내가 물어야지 그건. 오늘 친한 친구랑 쇼핑 간다고 했잖아. 왜 니가 여기 있어?"
김민재는 박채영에게 물었다.
"채영아, 나의 가난함이 너에겐 창피한 일 인거 나도 알아. 그런데 이거는 아니잖아. 차선우 이 자식, 여자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분노로 빨개진 눈으로 김민재는 덧붙였다.
김민재는 박채영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었다.
하지만 그의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김민재는 용납할 수 없었다.
박채영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제 다 알았으면 굳이 숨길 필요 없겠네. 내가 너 같은 가난한 루저랑 같이 있길 원한다고 생각해? 미안하지만 너랑 만난 거 친구랑 내기 때문에 그런 거였어. 니가 그걸 진지하게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채영아, 나는 너 좋아해." 김민재가 진심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심지어 내가 핸드폰 사고 싶다고 했는데 한달 씩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그랬잖아. 한심하게! 이 아이폰 차선우가 사준 거야. 그리고 비싼 가방도 선물해 줬다고."
차선우는 몸을 일으켜 김민재의 손에 있는 소포를 보았다.
"정민형 이 자식, 일 잘하네. 그 자식을 시켰는데 어떻게 네가 왔지?"
차선우의 말에 김민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정민형이 김민재를 속였다.
신나는 얼굴로 차선우가 10만원짜리 지폐를 트레버에게 던지며 조롱했다. "가난한 우리 민재야. 니가 박채영의 몸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일은 니 혼자 상상만 하라고. 자, 여기 수고비. 10만원이면 됐지?
10만원이면 니 수준에 맞는 사람이랑 잘 수 있잖아."
"차선우, 죽여버릴 거야!"
모욕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김민재는 차선우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감히 반격을 한다고?"
차선우는 김민재를 주먹으로 때렸고 김민재는 바닥으로 넘어졌다.
차선우는 키가 큰 편이었다. 딱 봐도 180cm는 넘을 정도였다.
농구 팀의 리더였던 차선우의 몸은 근육질이었고 운동 신경도 좋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차선우보다 키가 작았고 비유하자면 마른 오이 같았다.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진 김민재는 자신이 볼이 부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김민재는 있는 힘껏 일어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차선우가 발을 들어 김민재의 얼굴을 짓밟았다. 김민재는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김민재의 얼굴에 운동화 자국이 선명하게 났다.
움직일 때마다 온 몸이 욱신거렸고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김민재는 계속 일어나려 했다.
물론 차선우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김민재의 등에 앉은 차선우는 배낭에서 검은 펜을 꺼냈다.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차선우는 김민재의 옷에 "패배자"라고 썼다.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그는 김민재를 보며 경고했다. "내 말 기억해. 다시 날 도발하면 이 정도로 안 끝나."
그리고는 박채영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
김민재는 너무 아팠다.
다른 학생들이 상처 입은 김민재의 얼굴을 가리키고 수군댔다. 그렇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제일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배신당했다.
정민형의 조롱, 차선우에게 당한 굴욕, 그리고 박채영의 무자비함이 차례로 김민재의 가슴을 원망으로 가득 채웠다.
'왜 모두 나를 무시하는 건데? 왜 내가 이런 취급 당해야 하는 건데? 내가 가난해서, 그래서 사람도 아니라는 건가?' 김민재는 억울하고 분했다.
회차 3
낙심한 김민재는 기숙사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돈, 돈, 돈. 머리에 돈 밖에 없지! 박채영,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빨갛게 된 김민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분노와 슬픔 속에서 김민재는 멍해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그는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받았다.
"민재야, 잘 들어. 곧 19번째 생일이잖아. 이제 더 숨길 순 없을 것 같구나. 사실 우리 집안은 네 생각만큼 가난하지 않아. 부유하고 세력도 있지. 가문 규칙상 태어난 아이들은 19살이 되기 전까지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야 해. 그래서 이제야 너에게 진실을 토로하는 거야. 우리 회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아프리크에서는 금광, 중남에서는 석유 용접장도 운영하고 있단다."
핸드폰에서는 아버지의 친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민재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빠, 취했어요? 부자가 되는 상상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요. 내가 어렸을 때도 아빠는 나한테 그랬잖아요. M국에서 헬리콥터 사고, 베네치카에 가서 요트 사셨다고. 날 좀 봐요. 등록금도 지금 혼자 내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요."
그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잠시 멈췄다.
"민재야, 네가 내 말을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해. 바로 받아들이긴 힘들겠지. 나도 네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을 때 너랑 똑같은 반응이었으니까. 하지만 민재야. 내가 말한 건 진짜란다. 계좌로 100억을 보내줄 게. 용돈으로 써.”
처음에 김민재는 그 남자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들을수록 그는 더욱 의심스러워졌다.
그는 전화 화면을 보고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인 것을 깨달았다.
그는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사기꾼!"
김민재는 핸드폰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술을 한모금 크게 마셨다. 점차 그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마음에 있는 모든 쓰라림이 조금 없어진 것 같기도 했다.
하루 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에 김민재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난 김민재는 전날 과음한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천천히 일어났다.
어젯밤 그는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사실 부자라고 고백하는 꿈을 꾸었다.
'드디어 미쳤나 봐. 어떻게 부자가 되는 꿈을 꾸지? 현실은 시궁창인데.' 김민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어제의 쓰라림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
김민재는 핸드폰을 들어보고 읽지 않은 문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666으로 끝나는 은행 계좌의 잔액은 100억원입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는 멍해졌다.
놀란 그의 눈이 커졌다.
어제의 전화도 지금의 문자도 다 사실이었다. 꿈이 아니었다.
김민재의 은행 계좌에는 정말 100억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김민재는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아버지가 전화를 받자마자 김민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들, 괜찮니? 어제 그렇게 전화 끊고 다시 전화 안 와서 걱정했잖아. 어쨌든 지금 아빤 중남 가는 길이야. 새로운 비지니스 때문에 지금은 통화하기가 조금 힘들어." 김민재 아버지가 말했다.
"아빠, 어제 말한 게 진짜에요?" 김민재는 방금 들은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