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한 여자가 내 메이트의 눈을 가진 아이를 데리고 내 병원에 나타났다.

그 아이는 오직 그의 알파 혈통에만 발현되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여자는 내 메이트, 강태준이 아이의 아버지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정신적 연결을 통해, 그가 어디에 있냐는 내 물음에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그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날 밤, 팩의 갈라 파티에서 그는 그 아이를 보호하려다 나를 밀쳤다.

그 충격으로 나는 방금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내 아이를 유산했다.

내가 바닥에 쓰러져 피를 쏟는 동안, 그는 무릎이 까진 제 아들을 달래기 바빴다.

단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내연녀는 나중에 그의 이름으로 나를 거부하며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가 파괴한 여자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제1화

서은하 POV:

코를 찌르는 소독약과 약초 냄새가 내 진료실을 가득 채웠다.

평소라면 내 영혼을 안정시켜 주던 향기였지만, 오늘따라 숨 막히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내가 흑월 팩의 수석 힐러가 된 첫날이었다.

오롯이 내 능력으로 얻어낸 자리였고, 내 메이트인 알파 강태준도 함께 축하해 준 자리였다.

하지만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위로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었다.

그 여자는 내게 보내는 선전포고 그 자체였다.

그녀의 이름은 윤채아, 하급 계층의 오메가였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태준의 폭풍우 같은 잿빛 눈을 꼭 닮은 작은 아이가 앉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애가 자꾸… 발작을 일으켜서요.”

신경을 긁는 고양이 같은 목소리로 채아가 말했다.

“팩의 다른 힐러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수석 힐러님만이 진단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나는 이안이라는 이름의 그 아이를 보았다.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혼란스럽고 불규칙했다.

미약하지만 익숙한 혼돈의 울림.

고대의 문헌에서나 읽었던 희귀한 에너지 불균형.

오직 흑월 팩의 알파 혈통에서만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었다.

내 안의 늑대가 불안감에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때, 나는 맡았다.

아이에게서 배어 나오는, 그녀의 값싼 향수 냄새에 거의 묻힐 뻔한 희미한 향기를.

소나무 숲 위로 폭풍우가 쏟아지는 냄새, 축축한 흙과 번개가 내리치는 냄새.

강태준의 냄새였다. 내 메이트의 냄새.

심장이 미친 듯이 갈비뼈를 두드렸다.

“아이 아버지의 성함은요?”

나는 환자 정보 서류를 책상 너머로 밀며 간신히 물었다. 목소리가 바짝 조여들었다.

채아는 천천히, 의도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펜을 집어 들고 우아한 필체로 썼다.

강태준.

그 이름이 하얀 종이 위에서 검은 얼룩처럼 나를 노려봤다.

세상이 기울어지는 것 같았다.

“알파의 혈통은… 그걸 지킬 완전한 가족이 필요하겠죠. 안 그런가요, 힐러님?”

채아의 눈이 내게 고정된 채 말했다.

도발은 날카로운 은빛 칼날 같았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목소리를 꿀처럼 달콤하게 바꿨다.

“태준 씨…”

두 운명의 영혼을 잇는 신성한 연결, 메이트 본드를 통해 태준의 따뜻한 애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감정은 내 앞의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 느낌은 물리적인 충격이 되어 내 폐에서 공기를 앗아갔다.

나는 눈을 감고 우리의 정신 연결, 마인드 링크를 통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야?’

숨길 수 없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생각이었다.

그의 대답은 즉시, 능숙하고 매끄럽게 돌아왔다.

‘원로들과 회의 중이야, 내 사랑. 저녁 식사에 늦을지도 몰라.’

그 거짓말은 우리 관계 속에 박힌 얼음 파편이었다.

차갑고 역겨운 것이 내장을 뒤틀었다.

채아는 전화를 끊고 승리에 찬 미소를 지었다.

“태준 씨가 우리 데리러 오는 중이에요.”

나는 뻣뻣한 동작으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내 진료실은 중앙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몇 분 후, 태준의 검은색 세단이 멈춰 섰다.

그는 팩의 업무를 처리하는 알파의 격식 있는 태도가 아닌, 편안하고 여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는 아들 이안을 품에 안았다.

나는 그가 채아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완벽한 알파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때, 내 메이트의 마인드 링크 고유 신호가 의식 속에서 울렸다.

‘회의가 길어졌어.’

그의 정신적 목소리에는 거짓 후회가 섞여 있었다.

‘팀원들이랑 밖에서 저녁 먹기로 했어. 오늘 밤엔 집에 못 들어가.’

하지만 그의 말 뒤로, 그가 숨길 수 없는 다른 소리가 링크를 통해 새어 나왔다.

아이의 행복한 외침.

“아빠!”

그 거짓말에 마지막 남은 평정심이 산산조각 났다.

그를 중심으로 세워졌던 나의 세계가 먼지처럼 무너져 내렸다.

손은 떨렸지만, 내 행동은 단호했다.

나는 책상 위 전화기를 들었다.

몇 달 전 외워두었지만, 그를 위해 한 번도 걸지 않았던 번호를 눌렀다.

두 번째 신호음이 울리고 차분하고 이국적인 억양의 목소리가 답했다.

“달의 성소, 알리스테어 소장입니다.”

“소장님.”

내 목소리는 텅 비어 있었다.

“흑월 팩의 서은하입니다. 6개월 연구원 펠로우십 관련해서… 아직 자리가 있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은하 씨. 거의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네, 아직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완전한 격리를 요구합니다. 기간 내내 본가 팩과는 어떤 연락도 할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창밖으로 내 모든 것이자 영혼의 반쪽이었던 남자가 그의 다른 가족과 함께 차를 몰고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회차 2

서은하 POV:

“훌륭합니다.”

알리스테어 소장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자리는 확정되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스위스에서 뵙겠습니다.”

일주일.

그리고 6개월간의 완전한 고립.

완벽했다.

이제 순수한 독이 되어버린 이 관계를 끊어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태준과 함께 쓰던 알파 스위트룸을 내 삶 속의 유령처럼 걸어 다녔다.

온 집안이 우리 사랑의 박물관 같았다.

메이트 서약식 때 받은, 우리 이름이 새겨진 은잔.

처음 함께 여행 갔을 때 찍은 액자 속 사진.

그의 팔이 나를 감싸고, 우리 둘 다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역겨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부엌에서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었다.

은잔이 먼저였다.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며 대리석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사진 액자가 뒤따랐다.

그의 거짓된 얼굴 위로 유리가 부서져 흩어졌다.

나는 옷장을 뒤집어엎었다.

그가 ‘외교 회의’에 입고 가던 비싼 정장들을 꺼냈다.

모든 옷에서 다른 팩, 다른 암컷 늑대들의 희미한 냄새가 났다.

그의 출장에서 온 기념품들, 그의 배신이 남긴 장신구들, 그 모든 것을 봉투에 쓸어 담았다.

마지막으로 내 짐을 쌌다.

내 책, 내 옷, 내 치료 도구들.

택배 기사를 불러 실버 크릭 팩에 있는 내 가장 친한 친구 아라의 구역으로 보내도록 했다.

새벽이 되자 내 몸뚱이를 제외한 나의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그는 다음 날 저녁에 돌아왔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나를 끌어안으려 했다.

“보고 싶었어.”

그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속삭였다.

하지만 내게서 느껴지는 건 오직 채아의 냄새뿐이었다.

그녀의 싸구려 같고 역한 오메가 향이 그의 피부와 머리카락에 온통 배어 있었다.

나는 불에 덴 듯 움츠러들며 우리 둘 다 놀랄 만큼의 힘으로 그를 밀쳐냈다.

“은하?”

그의 미간이 혼란스럽게 furrowed.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선물이야. 출장에서 사 왔어.”

안에는 화려한 은제 용기에 담긴 작은 에센셜 오일 병이 있었다.

채아가 쓰는 것과 같은 오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의 거미줄 속에서 내가 은에 심각한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 금속은 우리 종족을 태우는, 모든 늑대인간에게 알려진 약점이었다.

내 메이트가 그것을 잊었다는 것은 부주의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나는 그 은을, 그의 완전한 무시의 증거를 쏘아보았다.

분노가 뱃속에서 차갑고 단단한 매듭으로 뭉쳤다.

“태준아.”

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이 가질까?”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가 이 상황을 어떻게 거짓말로 빠져나갈지 보고 싶었다.

그는 몸을 굳혔다.

“은하야, 우리 얘기했잖아. 지금은 팩에 온전히 집중해야 해. 시기가 좋지 않아.”

그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흘끗 보았고, 나는 채아의 이름을 보았다.

배경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업무 전화야.”

그는 등을 돌리며 재빨리 말했다.

“이건 받아야 해.”

그는 발코니로 걸어 나가 목소리를 낮춰 달래듯 속삭였다.

그가 없는 동안, 내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익명의 링크 하나.

뱃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커지는 가운데,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링크를 클릭했다.

공개된 사진 갤러리로 연결되었다.

그녀의 페이지는 전체 공개였다.

그녀의 삶, 내 메이트와 함께하는 삶의 갤러리.

태준과 이안이 함께 찍은 수십 장의 사진.

태준이 그네를 밀어주는 사진.

팩 축제에서 이안을 어깨에 태운 사진.

소파에서 잠든 태준의 가슴에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

그리고 각 사진 아래에는 우리 팩 구성원들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가족이에요, 알파님!”

“이안은 알파님을 빼닮았네요!”

온 팩이 알고 있었다.

나만 빼고 모두.

나는 바보였다.

그저 이름뿐인 예비 루나,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격렬한 메스꺼움이 덮쳐왔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위 속의 내용물을 변기에 쏟아냈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떨고 있을 때, 끔찍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단순한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내 생리가 늦어지고 있었다.

회차 3

서은하 POV:

다음 날 아침, 나는 팩 의료 센터에 가장 먼저 출근했다.

내가 믿는 후배 힐러에게 혈액 검사를 부탁했다.

환자 것이라고 둘러댔다.

한 시간 후,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돌아왔다.

“수석 힐러님, 호르몬 수치가 명확합니다. 환자분은 임신 6주입니다.”

임신.

그 단어가 조용한 진료실에 울려 퍼졌다.

아이.

다른 가족이 있는 남자의 아이.

방금 그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아이.

숨쉬기조차 힘든 차가운 절망이 나를 덮쳤다.

이 아이는 내 일부이자 내 영혼의 일부였지만, 내 믿음을 산산조각 낸 남자와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나는 멍한 상태로 병원을 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원로 회의실 쪽으로 걸었다.

모퉁이를 돌자 목소리가 들렸다.

태준의 낮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

“채아야, 진정해.”

나는 커다란 돌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들이 한적한 골방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채아는 태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언제, 태준 씨?”

그녀가 흐느꼈다.

“언제 날 루나로 만들어 줄 거야? 그 여자는 그냥 힐러잖아! 난 당신 아들을 낳아줬어! 후계자를!”

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지친 애정이 묻어 있었다.

“말했잖아, 은하를 버릴 생각은 없어. 그 관계는 신성한 의무야. 그녀는 내 책임이야.”

책임.

사랑이 아니라.

영혼의 짝이 아니라.

의무.

그가 그녀를 안고 있을 때, 채아의 눈이 그의 어깨 너머로 올라와 내 눈과 마주쳤다.

승리에 찬, 악랄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내가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것 또한 나를 위해 연출된 또 다른 연극이었다.

내 안의 마지막 희미한 희망의 불씨가 꺼졌다.

나는 임시방편이었다.

그의 진짜 삶을 위한 편리하고 체면치레용인 껍데기.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걸어 나왔다.

내 진료실로 돌아가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의식을 예약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머니에게서 태아에게로 흐르는 달의 에너지를 끊어 임신을 종결시키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의식이었다.

두 번째 전화는 내 친구 아라에게였다.

“아라야.”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서류 좀 준비해 줘. 공식적인 메이트 관계 해소 계약서.”

그것은 거부를 향한 첫 번째 법적 단계였다.

그녀가 질문을 하기도 전에, 태준의 마인드 링크가 내 생각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요청이 아니었다.

그의 알파 권위가 담긴,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오늘 밤 팩의 연례 갈라가 있어. 넌 거기 참석해야 해. 내 미래의 루나로서 내 옆에 서.”

알파의 명령은 팩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도 쉽게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내 뼈를 울렸다.

복종을 강요하고 팩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힘이었다.

그는 자신의 메이트에게 그 힘을 사용하여 나를 연극에 강제로 참여시키려 했다.

‘갈게.’

나는 차갑고 부서지기 쉬운 정신적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마지막 하룻밤 동안 완벽한 루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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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루나의 침묵의 복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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