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눈보라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유라 씨는 추위에 떨고 있었어."

그는 마치 내가 비정상이라는 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잖아."

그는 내 위성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나를 급하게 파낸 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그의 새 여자친구, 한유라가 나타났다.

내 스마트 담요를 몸에 두른 채였다.

그녀는 내 손도끼를 이용해 내 마지막 방어막인 등산복을 찢어버리며 미소 지었다.

"유난 떨지 마."

그가 말했다.

내가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 소매 끝에 몰래 꿰매 놓은 비상용 비컨의 존재를.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비컨을 작동시켰다.

제1화

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복수심에 불타는 신의 분노처럼 우리를 덮친 눈보라가 아니었다.

사지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독점 기술로 만든 시제품,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지리산 고지대의 바람은 물리적인 실체였다.

얼음과 소음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벽이 되어 우리의 작은 원정 텐트를 강타했고, 앵커에서 뽑아버릴 듯 위협했다.

텐트 안 공기는 바깥의 영하 40도보다 아주 약간 나을 뿐이었다.

이가 너무 세게 부딪쳐서 깨질 것만 같았다.

"태준 씨."

폭풍의 포효 속에서 내 목소리는 가늘고 희미하게 울렸다.

"담요가 필요해요. 지금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나는 '케이클라임'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우리가 현장 테스트 중인 기술의 핵심 개발자였다.

나는 숫자를 알았다.

몸의 떨림이 멈추고 신체 기능이 정지하기 시작하는 정확한 지점을 알고 있었다.

나는 위험할 정도로 그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장비 가방의 지퍼를 더듬었다.

손가락은 얼어붙은 나뭇가지처럼 뻣뻣하고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시제품 '스마트 담요'가 있어야 할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저체온증의 안개를 뚫고 차갑고 날카로운 공포가 온몸을 꿰뚫었다.

그 담요는 내 걸작이었다.

생체 피드백을 기반으로 열을 생성하고 조절하는 마이크로 필라멘트로 짜여, 북극 같은 환경에서도 72시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었다.

나의 안전망이었다.

그리고 그게 사라졌다.

"어디 있어요?"

나는 약혼자이자 이번 원정의 프로젝트 팀장인 강태준을 올려다보았다.

평소에는 솔직하고 읽기 쉬웠던 그의 잘생긴 얼굴이 굳게 닫힌 가면 같았다.

그는 내 눈을 피했다.

다른 배낭의 끈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움직임이 불안정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담요요, 태준 씨. 시제품 말이에요. 내 가방에 없어요."

그의 얼굴에 죄책감인지 짜증인지 모를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거. 유라 씨 줬어."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 같았다.

"네? 뭐라고요?"

"유라 씨가 얼어 죽을 것 같다고 하잖아."

그는 마치 내가 비상식적인 사람인 양 방어적인 말투로 말했다.

"울고 있었단 말이야, 서진아. 정말 힘들어했어.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 추위는 감당할 수 있잖아."

한유라.

어떻게든 이 중요한 원정에 끼어든 마케팅 인턴.

원정 내내 내가 데이터와 임무에 집중하는 동안, 강태준에게 눈웃음을 치며 연약한 척 연기하던 바로 그 인턴.

"태준 씨."

나는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며, 그에게 이 상황의 냉정한 현실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이건 '약간의 추위'가 아니에요. 해발 1,700미터에서 벌어지는 4등급 눈보라라고요. 내 장비는 스마트 담요의 발열 기능과 함께 사용해야 이 조건에서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그녀의 장비는 일반 보급품이고요. 애초에 그녀는 여기 올라오면 안 됐어요."

"유난 떨지 마."

그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너무나 익숙한 그 비난이 추위보다 더 아프게 와 닿았다.

그는 항상 자신이 듣기 싫은 사실을 내가 말할 때면 나를 유난 떤다고 몰아세웠다.

"당신은 항상 당신 기술에 대해 너무 오만해, 차서진. 자기가 산에서 천하무적인 줄 알지."

"이건 오만이 아니에요! 열역학의 문제라고요! 그거 없으면 난 죽어요, 태준 씨. 이해가 안 돼요? 내 몸이 지금 기능을 멈추고 있단 말이에요."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현기증이 덮쳐 텐트의 나일론 벽으로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더 필요했어."

그는 완고하게 턱을 굳히며 주장했다.

"우리는 팀으로 움직여야 해. 당신은 항상 팀을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기 자신과 자기 프로젝트밖에 생각 안 하잖아."

"이 프로젝트는 우리 목숨을 구하기 위한 거라고요!"

내 목소리는 증오스러운 절박함으로 갈라졌다.

"그게 이 프로젝트의 유일한 목적이에요!"

"누나가 당신에 대해 한 말이 맞았어."

그가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태희 누나는 항상 당신이 이기적이라고 했지. 나나 가족보다 자기 커리어를 항상 우선시할 거라고."

강태희.

'케이클라임'의 핵심 공급업체이자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물류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속물적인 누나.

그녀는 나를 동생의 성공을 위한 파트너가 아닌 경쟁자로 여기며 항상 나를 싫어했다.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자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오해일 거라는 어리석은 희망, 내 안에 남아있던 마지막 온기가 사라졌다.

이건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그들이 나에 대해 만들어온 이야기였고, 몇 달, 어쩌면 몇 년 동안 곪아온 원망이었다.

"이 약혼, 끝났어요."

나는 속삭였다.

그 말은 입안에서 재처럼 썼다.

내 죽음 앞에서 비참하고 연약한 선언이었지만, 그게 내가 가진 마지막 무기였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벨트에 채워진 작고 단단한 케이스의 위성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은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간신히 덮개를 열었다.

엄지손가락이 비상 비컨 버튼 위를 맴돌았다.

내가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강태준의 손이 쇠사슬처럼 내 손목을 낚아챘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의 악력에 팔 전체로 고통이 퍼져나갔다.

그는 나보다 힘이 세고 덩치도 컸다.

이 좁은 공간에서 나는 완전히 불리했다.

"구조 요청하는 거예요, 태준 씨. 얼어 죽기 전에."

나는 그에게 저항하며 헐떡였다.

"그런 짓은 못 해!"

그가 내 얼굴 몇 인치 앞에서 쉭쉭거렸다.

그의 매력은 사라지고, 추하고 공황에 빠진 분노만이 남았다.

"비컨을 작동시키면 원정 전체가 중단돼! 이게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 알아?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어? 이 프로젝트를 띄우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는 내 손에서 전화기를 비틀어 빼앗았다.

"네가 모든 걸 망칠 거야!"

그가 기기를 무기처럼 들고 으르렁거렸다.

"부숴버릴 거야. 맹세코, 차서진, 네가 내 커리어를 망치게 두느니 이걸 산산조각 내고 말겠어."

내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싸움은 내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팔다리가 무겁고,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시야 가장자리부터 어둠이 스며들었다.

바로 그때, 텐트 입구가 열렸다.

한 줄기 바람과 눈이 안으로 몰아쳤고, 그와 함께 한유라가 들어왔다.

그녀는 반짝이는 은색 천의 내 스마트 담요에 싸여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달린 통합 제어판에서 부드러운 파란 불빛이 깜빡였다.

얼어붙은 황혼 속에서 따뜻한 등대처럼.

그녀는 편안해 보였고, 거의 아늑해 보이기까지 했다.

"태준 씨, 괜찮아요?"

그녀는 설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 너머로 엿보더니, 바닥에 쓰러져 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머, 서진 씨. 꼴이 말이 아니네요."

그녀는 일부러 팔을 들어 올렸다.

장갑 낀 손에 쥔 고급 화학 손난로, 내 고급 손난로를 과시했다.

그것은 또 다른 내 디자인인 독점적인 젤로, 12시간 동안 강렬한 열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는 그것들도 그녀에게 주었다.

전부 다.

"태준 씨가 정말 다정했어요."

한유라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은 폭풍보다 훨씬 더 오싹한 악의로 반짝였다.

"내 걱정을 엄청 하더라고요. 나는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말했어요. 워낙 강한 분이시잖아요."

그녀의 미소에 담긴 순수한 악의에, 나는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가오는 추위 앞에서 그것은 짧고 무력한 불꽃이었다.

내 마음은 혼란과 배신감으로 소용돌이쳤다.

"쉬게 둬, 유라야."

강태준이 그녀에게 돌아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보호하듯 팔을 둘렀다.

"그냥 좀 유난 떠는 거야. 고작 담요 하나 가지고. 무슨 생사가 걸린 문제도 아니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차가운 무시 그 자체였다.

그는 내가 필사적으로 뒤졌던 내 낡은 장비 가방을 보았다.

내 일반 보급용 예비 손난로도 사라진 것을 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는 것을.

"당신은 경험 많은 산악인이잖아, 차서진."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뚝뚝 묻어났다.

"조금 움직이면 괜찮아질 거야. 연약한 척 좀 그만해."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를 여기에 죽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 깨달음은 생각이 아니었다.

얼어붙은 뼈 속 깊이 자리 잡은 확신이었다.

"나를... 버리고 가는 거예요?"

나는 간신히 말을 더듬었다.

"우리는 본부 텐트로 가서 나머지 팀원들과 상황을 조율할 거야."

그가 무시하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그렇게 추우면 눈 동굴이라도 파. 소란 피우지 말고."

한유라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짓된 걱정이 배어 있었다.

"저희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 서진 씨?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여요."

마지막 남은 힘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아, 나는 담요를 향해, 내 생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손가락이 천에 스쳤다.

"저리 가!"

강태준이 나를 세게 밀쳤다.

그냥 민 것이 아니라, 두 손으로 폭력적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내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얼어붙은 땅에 끔찍한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눈앞에서 별이 터져 나왔고, 다가오는 어둠과 뒤섞였다.

"태준 씨!"

한유라가 외쳤지만, 그것은 연기였다.

나는 그녀의 연극적인 숨소리, 거짓된 충격을 들을 수 있었다.

"저 여자가 날 공격하려고 했어요!"

"차서진, 너 대체 왜 이래?"

강태준이 내 위에서서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포효했다.

"저 사람은 인턴이야! 당신은 수석 연구원이고! 프로답게 굴란 말이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세상이 기울고,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분노, 배신감, 얼어붙은 추위, 모든 것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한 점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눈보라의 울부짖음 속에서, 긴 터널 끝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멀고 희미하게 강태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이야. 이 질투와 드라마, 정말 지긋지긋해."

어둠이 나를 삼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유라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가짜 눈물이 내 담요의 파란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나를 내려다보고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승리의 미소였다.

그때,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귀 바로 옆에서 날카롭고 금속성의 찢어지는 소리.

그것은 손도끼가 고어텍스를 꿰뚫는 소리였다.

내 마지막 보호막이 파괴되는 소리였다.

"태준 씨, 저 여자 미쳤나 봐요!"

한유라가 비명을 질렀다.

"자기 옷을 스스로 찢고 있어요!"

그것이 세상이 까맣게 변하기 전 내가 들은 마지막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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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2

세상은 빛이 아닌, 공황에 빠진 목소리들의 희미한 소음과 바람의 끊임없는 비명으로 돌아왔다.

나는 눈 속에 얕게 파인 구덩이, 급하게 만들어진 구덩이에 누워 있었다.

강태준과 한유라가 내 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그들의 모습은 휘몰아치는 흰 눈 속에서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였다.

"그냥 몸이 축 늘어졌어요!"

한유라가 말했다.

그녀의 고음의 비명은 내 귀에 거슬렸다.

"자기 재킷을 찢더니 그냥... 기절해 버렸어요. 고산병 때문인 것 같아요."

강태준이 나를 흔들었다.

그의 손길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차서진! 차서진, 일어나! 이딴 짓 그만해!"

나는 말을 하려고, 그들이 살인자라고 말하려고 애썼지만, 턱이 굳어 있었다.

얕고 거친 숨을 쉴 때마다 폐가 타는 듯했다.

추위는 이제 침입자였다.

내 가슴속, 두개골, 골수 안에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감각이 아니었다.

내가 되어가고 있는 그 자체였다.

"쇼하는 거야."

새로운 목소리가 비웃었다.

다른 등반가 중 한 명, 강태준의 친구가 내 눈구덩이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유라한테 담요 줬다고 삐진 거지. 완전 애새끼네."

강태준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를 걱정이 아닌, 완전한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럴 줄 알았어. 날 조종하려는 거야. 죄책감 느끼게 만들려고."

"태준 씨, 그녀가 움직이지 않아요."

한유라가 말했다.

그녀의 가짜 동정심에 이제 진짜 공황의 기색이 섞여 있었다.

"아마 우리가..."

"아마 그녀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배워야 할 거야."

강태준이 쏘아붙였다.

그는 내 팔 밑을 잡아 나를 눈구덩이 안으로 더 깊이 끌어넣었다.

내 부츠는 얼음에 쓸모없이 긁혔다.

그는 구덩이 가장자리에 눈을 다져 넣어, 사실상 나를 생매장했다.

"그녀는 머리 좀 식힐 필요가 있어. 말 그대로."

그는 일어서서 비싼 장갑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의 다리를 잡으려고 애썼다.

내 손가락이 마지막 힘을 다해 그의 방한 바지 천을 움켜쥐었다.

"태준 씨... 제발..."

그는 내려다보며 내 손을 걷어찼다.

그의 표정은 순수한 혐오감으로 가득했다.

"한심하긴."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요, 태준 씨. 그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것뿐이에요."

"넌 너무 착해, 유라야."

그가 대답했고, 그의 목소리에 담긴 따뜻함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느껴졌다.

"가자. 배고파지면 본부 텐트로 기어 오겠지."

그들의 발소리는 폭풍에 삼켜져 희미해졌다.

나는 혼자였다.

완전히, 철저히 혼자였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에게 죽도록 버려졌다.

추위는 포식자처럼 더 깊이 이빨을 박아 넣었다.

내 몸은 이제 떨림을 멈췄다.

끔찍한 이정표였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내 심부 체온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근육이 얼어붙고, 장기가 기능을 멈추기 시작했다.

내 시선이 등산복에 닿았다.

찢어진 부분은 어깨 바로 아래였다.

약 20센티미터 길이의 길고 삐죽삐죽한 상처가 안쪽 층을 외부 환경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바람이 그 틈으로 직접 파고들어, 이미 기능을 상실해가는 내 몸을 끊임없이, 잔인하게 공격했다.

한유라는 내 장비를 망가뜨린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치명타를 날렸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원초적이고 절박한 욕구가 솟구쳤다.

위성 전화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하나 있었다.

강태준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비밀.

내 등산복.

내가 입고 있는 이것.

이것은 그냥 일반적인 '케이클라임' 등산복이 아니었다.

스마트 담요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두 번째 시제품이었다.

그리고 왼쪽 소매단 안쪽, 솔기 자체에 꿰매진 작고 압력 감지식 비상 비컨이 숨겨져 있었다.

이중 안전장치.

나만의 개인 보험.

나는 그것에 닿아야만 했다.

왼팔은 내 것이 아닌, 얼어붙은 고깃덩어리 같았다.

나는 그것을 움직여 얼굴 쪽으로 구부리라고 명령했지만, 거의 까딱도 하지 않았다.

오른팔은 그나마 좀 더 반응이 있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나는 그것을 가슴을 가로질러 끌어당겼고, 장갑 낀 손가락으로 반대쪽 소매를 할퀴었다.

천은 얼음으로 뻣뻣했다.

감각 없고 쓸모없는 내 손가락은 천을 잡을 수 없었다.

눈물이 뺨에서 얼어붙었다.

이게 끝이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었다.

배신당하고, 버려지고, 내 약혼자가 직접 판 도랑에서 꽁꽁 얼어붙은 채로.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은 분노가 마지막 힘을 불어넣었다.

나는 이렇게 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이기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왼쪽 손목을 입으로 가져가 소매단을 세게 물었다.

턱에 가해지는 충격적인 고통을 무시하고, 두꺼운 소재를 이로 꽉 물었다.

머리를 이용해 소매를 위로 끌어당겨 솔기를 드러냈다.

거기에 있었다.

천 속에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돌기.

나는 손목을 구덩이의 얼음벽에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아무 일도 없었다.

압력 센서가 얼어붙었다.

날카롭고 국소적인 충격이 필요했다.

바람에 빼앗긴 짐승 같은 외침과 함께, 나는 내 손목을 내 헬멧에 내리쳤다.

솔기 안에서 작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붉은 불빛이 한 번 깜빡였다.

작동되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너무나 강렬해서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 뒤를 이어 압도적인 피로감이 덮쳤다.

내 몸은 더 이상 줄 것이 없었다.

내 머리가 눈 위로 힘없이 젖혀졌다.

눈꺼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세상은 평화롭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흰색으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냥 눈을 감는 것이 너무나 쉬울 것 같았다.

잠드는 것이.

어둠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할 때, 그림자가 내 눈구덩이 위로 드리워졌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시야가 흐릿했다.

한유라였다.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내 담요의 파란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가짜 눈물은 사라졌다.

그녀의 표정은 차갑고 계산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직 살아있네?"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맞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질기네."

그녀는 손도끼를 들어 올렸다.

작고 잔인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졌다.

"태준 씨는 정말 순진해. 당신이 그냥 심술부리는 거라고 진짜 믿고 있어. 몇 년 동안 당신을 원망해왔다고 나한테 말했어. 당신 그림자 속에서 사는 걸 증오한다고. 모두가 당신이 '케이클라임'의 진짜 천재라는 걸 아는 걸 싫어한다고. 그는 그냥 당신을 짓밟을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말들은 얼음송곳이 되어 내 마음의 마지막 따뜻한 부분을 꿰뚫었다.

"그는 기꺼이 그랬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당신이 실패하는 걸 보는 걸 기뻐했어."

그녀는 내 옆 눈 속에 손도끼를 던졌다.

마지막 경멸적인 제스처였다.

"걱정 마. 내가 당신 대신 그 사람 잘 돌봐줄게."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나를 내 파멸의 끔찍하고 얼어붙은 진실과 함께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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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3

바람이 울부짖었다.

나의 임박한 죽음을 위한 애절한 교향곡처럼.

비컨의 작은 붉은 불빛은 비밀스러운 약속이었지만, 매 순간 희미해져 가는 약속이었다.

시간은 나의 적이었다.

추위는 나의 사형 집행인이었다.

한유라의 말이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잔인한 주문처럼.

그는 기꺼이 그랬어.

내 등산복의 찢어진 부분은 벌어진 상처였다.

방수, 방풍 장벽인 고어텍스 겉감이 손상되었다.

내의가 노출되어, 바람에 날리는 미세한 눈에 빠르게 젖어들고 있었다.

축축함이 피부에 닿아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생명은 분 단위로 측정되고 있었다.

눈 밟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강태준과 다른 사람들이 본부 텐트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미친 듯한 순간, 내 가슴속에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가 나를 데리러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한유라가 그의 팔에 매달려 연극적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저 여자가 날 공격했어요, 태준 씨! 그냥 상태 좀 보러 갔는데, 손도끼로 나한테 달려들었다고요! 완전히 미쳤어요!"

내 손도끼.

그녀가 내 등산복을 찢는 데 사용했던 것.

방금 내 옆에 던져 놓았던 것.

그것은 눈 속에 놓여 있었다.

나를 향한 무기로 왜곡되고 있는, 저주스럽고 조용한 증거물.

"이게 대체 뭐야?"

강태준이 포효했다.

그의 눈이 내 재킷의 찢어진 부분에 닿았다.

그는 그 상처를 치명적인 부상이 아닌, 내 광기의 증거로 보았다.

"자기가 한 짓이야!"

다른 등반가가 끼어들었다.

"유라 씨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나는 말을 하려고, 부인하려고 애썼다.

"그녀가... 그녀가 찢었어요..."

말은 얼어붙은 목소리로 나왔고, 바람에 흩어졌다.

강태준은 듣지 못했다.

아니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한유라의 눈물 젖은 얼굴과 내 망가진 모습을 번갈아 보았고, 그의 판결은 즉각적이고 절대적이었다.

그의 눈빛이 마침내 나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혼란도 아니었다.

차갑고 단단한 확신이었다.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는 나를, 그의 약혼녀를, 그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여자를 보며 괴물을 보았다.

"넌 항상 내가 관심을 주는 사람이면 누구든 질투했지."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독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이건 너한테도 역대 최악이야."

"이런 수준의 압박감을 감당할 깜냥이 안 되는 거지."

다른 누군가가 무시하는 듯한 어깨짓과 함께 말했다.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예쁜 신입이 관심 좀 받는 걸 못 견디는 거야."

"정말 프로답지 못해."

또 다른 목소리가 덧붙였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야."

그 말들이 나를 때렸다.

하나하나가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그들은 내 주위에 이야기를 쌓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약해서 부술 수 없는 거짓말의 감옥을.

강태준은 한유라 옆에 무릎을 꿇고, 내 스마트 담요를 그녀 주위로 더 단단히 감쌌다.

"괜찮아, 자기야."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몇 년 동안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내가 여기 있잖아. 저 여자가 널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그 애칭,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밀한 그 말이 칼날의 마지막 비틀림이었다.

한유라는 훌쩍이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 너머로, 그녀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은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넌 짐 덩어리야, 차서진."

강태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평하고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마치 폐기해야 할 결함 있는 장비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팀에 위험하고, 너 자신에게도 위험해."

나의 희망, 그 작고 어리석은 불꽃이 완전히 꺼졌다.

해결할 오해도 없었다.

호소할 사랑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그의 경멸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현실만이 있었다.

나는 눈 속으로 다시 쓰러졌다.

마지막 싸울 힘이 빠져나갔다.

추위는 이제 위안이었다.

고통의 끝을 약속하는.

"나는 프로젝트 팀장이다."

강태준이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공식적이고 권위적인 톤을 띠었다.

"그리고 나는 공식적으로 차서진의 이번 원정 자격을 박탈한다. 그녀는 우리가 후송을 준비할 때까지 여기에 남는다."

그는 나의 사형 선고를 공식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현기증이 덮쳐왔고, 세상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포기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깊고 하얀 심연 속으로.

내 의식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때, 새로운 소리가 눈보라의 포효를 뚫고 들려왔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 점점 더 커지는 깊고 규칙적인 울림이었다.

두두두두두.

헬리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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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내버려둔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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