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한 나의 아내가 만렙 재벌이다
어두운 밤이었다.
먼 별장에서 비춰오는 불빛은 어두운 밤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궁 저택의 거실에서 가끔씩 전해오는 웃음소리는 밤하늘을 뚫고 멀리 퍼졌다.
별장의 주방은 크지만 창문이 닫아 있어 무척 더웠다. 정나연은 홀로 더위 속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냄비 속에 끓고 있는 수프를 들여다보자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녀는 아침부터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아직 약을 사러 약국에 가지도 않았으며 푹 쉬지도 못했다. 그녀는 새벽부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야, 저녁은 아직이니?? 세상에! 뭐가 그렇게 느려. 너 같은 게으름뱅이가 우리 오빠랑 결혼했다니, 믿겨지지 않아!" 남궁정은 부엌 문 앞에 서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정나연은 메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남궁정의 이런 태도에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다.
"곧 준비될 거예요."
남궁정이 퉁명스레 말했다. "빨리 빨리 좀 해. 우리 오빠랑 은하 언니가 식사를 기다리는 중이니까. 은하 언니는 너 같은 시골뜨기와는 달라. 언니는 이번에 돌아오기 전까지 줄곧 해외에서 치료받고 있어서 몸이 약하거든. 언니의 건강을 잘 지켜봐 줘야 한다고. 은하 언니를 굶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우리 오빠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정나연은 들고 있던 국자를 더 세게 쥐었다. 매서운 가슴의 통증을 느낀 그녀의 몸이 얼어붙었다.
남궁민과 3년 전에 결혼했을 때부터 정나연은 순종적인 아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남궁민은 그녀의 수고를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정나연은 아무 의미가 없는 사람이고 심은하와 비교조차도 되지 않았다.
남궁정은 비웃었다.
"내 말 잘 들어, 정나연. 우리 할머니가 얼른 손주를 보고 싶다고만 하지 않으셨어도 네가 우리 오빠랑 결혼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그 때 은하 언니가 있었다면 오빠는 절대로 너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하여튼 어디 가나 넌 쓸모가 하나도 없어.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애도 못 낳았잖아."
이때, 정나연의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그녀는 남궁정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꾹 참았다.
바로 그 때 그녀는 밖에서 희미하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내가 당신과 나연 씨를 귀찮게 하는 거 아니겠지? 나연 씨 화났어?" 이 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요염하게 들렸다.
"아니. 네 일이 더 중요해."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애정을 담아 대답했다.
남궁민은 정나연을 단 한 번도 이렇게 따뜻하게 관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동안 그녀가 그토록 갈망해온 관심은 다른 사람 몫이었다.
정나연은 홀로 부엌에 서 있었고 그녀의 아픈 가슴은 점차 가라앉았다. 그녀가 곁눈질로 쓰레기통 안에 있는 양초와 선물상자를 바라보았다. 마음 속 그녀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정나연은 지난 몇 년 간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을 쏟아 부었던 남편인 그는 오늘이 그들의 결혼 3주년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나연은 몸이 아팠지만 기념일 축하를 위해 풍성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심은하를 위한 환영 만찬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의미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정나연의 모든 노력, 관용, 그리고 희망은 오늘 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나연 씨,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심은하는 미안해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정나연은 무표정으로 앞에 있는 아름답고 연약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은하 씨는 저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심은하의 얼굴에 떠 있던 미안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정나연을 쳐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나연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민이의 마음 속에 있는 유일한 여자는 나야. 민이가 당신과 결혼한 건 그 사람 할머니 때문일 뿐이라고. 이 가짜 결혼식 놀음은 3년이면 충분해.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이 집안에서 정당한 내 자리를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민이의 마음을 얻을 거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게 좋아. 부끄러움은 아껴두고 이만 떠나는 게 어때?"
이 말을 들은 정나연은 심장이 조여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경쟁자를 마주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모를까 봐 하는 말인데 난 아직 남궁민의 아내예요. 남궁 가문의 사모님이라고요. 여기에는 당신이 말한 '자리'가 없어요."
그 말은 마치 심은하의 가슴을 찌르는 천 개의 칼과도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흉악한 표정이 나타났다.
"안일하게 굴지 마. 당신이 가진 칭호는 당신의 생득권이 아니야. 그건 취소될 수도 있다고. 게다가 만약 당신 때문에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민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두고 봐!"
정나연의 마음에 불길한 예감이 일었다.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정나연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심은하는 도마 위에서 칼을 집어 들고 자신의 복부를 찌르려고 했다.
정나연은 그녀를 막으려고 했으며 심은하의 손목을 잡으며 외쳤다. "미쳤어요?"
심은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몸싸움을 하던 도중 정나연은 날카로운 칼에 팔을 베이고 말았다. 그녀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때 심은하의 옷에서 피가 스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
심은하는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민아, 도와 줘! 나연 씨가 나를 죽이려고 해!"
정나연은 거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했다. 그 순간 남궁민이 부엌으로 급히 들어왔다.
정나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막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녀의 팔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거의 의식을 잃을 때 그녀는 남궁민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 심은하를 들어 올렸고 피 웅덩이에 누워 있는 정나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급하게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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