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막대 사탕을 입에 문 초청황이 능숙하게 자신의 공구함을 열었다. "이번엔 워낙 고귀한 신분의 거물이라서 감이 잘 잡히지 않네."

"청황, 넌 법의관이야, 법의관이라고! 본업을 할 때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대해주면 안 될까? 특히 네 입에 물고 있는 그 사탕 말이야. 시체를 보고도 입맛이 있니?" 초청황의 직장 동료 곽효동은 한껏 미소를 머금은 초청황을 쳐다보며 머리가 아프다는 듯 물었다

아리따운 아가씨거늘, 스물 여덟이 되도록 만나는 남자는 물론 근처에 수컷 하나 없었다. 아, 곽효동은 별도로 처리하는 걸로 하고.

아무튼 초청황의 예쁘장한 얼굴과 얌전해 보이는 인상에 구애를 하는 남자들도 무수히 많았지만, 시체 해부에 대한 그녀의 변태적인 열정과 광기 때문에 남자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선배, 당분 is 도파민! 몰라요? 기분이 좋아야 일 효율도 올라가죠. 선배도 하나 먹어봐요." 말을 하면서 초청황은 자신의 가방에 넣은 막대 사탕을 꺼내 곽효동에게 건넸다.

그녀의 말에 곽효동의 안색이 사색이 되더니 연신 손사래를 쳤다. "싫어, 이번 부검을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 돼. 고인은 고위 관리인으로, 많은 기밀 정보가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어. 입막음 때문에 살해당했을 확률이 커. 위에서 무슨 생각으로 하필이면 우리 두 사람한테 부검을 맡겼는지, 좋은 일도 아닌데 말이야..."

"좀 조용히 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곽효동의 말을 끊어먹은 초청황은 시체의 배를 천천히 갈랐다. 한참 뒤집더니 안에서 작은 쇠고리 모양의 물건을 발견했다. "키다."

"무슨 키지?" 곽효동이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식염수로 열쇠를 깨끗하게 닦은 초청황이 자세히 관찰하며 대답했다. "은행 금고 열쇠인 것 같아요. 사망자는 피습을 당하기 전에 열쇠를 삼켰을 거예요."

"죽을 때 집 내부가 엉망진창이었다고 하던데, 설마 범인이 찾는 물건이 이 열쇠일까?" 곽효동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깨문 초청황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단 위에 보고해요.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보고해야 할 거예요."

"그래." 곽효동은 빠르게 몸을 돌려 부검실을 나섰고, 초청월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뒤 다시 부검에 집중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부검을 마친 초청황이 시체를 꿰매려고 할 때 차디찬 총 한 자루가 초청황의 머리를 겨눴다.

"물건 이리 내."

초청황은 가볍게 혀를 두 번 내두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에 선배도 가담했나 봐요."

"청황, 난 널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빨리 열쇠 내놔." 총을 쥔 곽효동의 손이 떨리는 것 같더니 목소리까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한테 중요한 물건이야. 열쇠를 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곽효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초청황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손에 쥔 수술 칼로 곽효동의 손목을 그어 손에 쥔 총을 떨어뜨렸다. 그런 초청황의 핀잔이 들려오기도 전에, 가슴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빨간 피가 그녀의 하얀 수술복을 물들였다.

"청황이는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잔뜩 화난 목소리로 총을 쏜 동료에게 소리를 지른 곽효동은 바닥에 쓰러지려는 초청황을 품에 안으려고 손을 뻗었다. 몸이 빠르게 식어가고 의식도 점점 흐려졌다. '이런! 심장을 맞았네.' 살 희망이 없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낀 초청황은 천천히 눈을 감았고 마지막으로 본 것이 곽효동의 충혈된 눈과 과하게 움직이는 입놀림이었다.

하... 뭐라는 거야?

초청황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우람진 체격에 서슬 퍼런 칼을 쥐고 있는 회자수(刽子手)였다. 이 장면은 분명 고대 망나니가 사형을 집행할 때의 장면인데. 가슴이 선뜩하게 내려앉은 초청황이 몸부림치려 시도했지만 목을 옥죄는 고통에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수많은 기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단번에 밀려오는 느낌에 초청황은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한편,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온 여동생이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언니, 어찌 이리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단 말입니까..."

신중하게 기억을 더듬은 초청황은 바로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떠올렸다. 그녀는 현시대 법의관 초청황에서 소명 왕조 초씨 가문의 적녀 초청황으로 환생했다. 게다가 진국 장군 첩의 아이를 받는 일을 도우다 함정에 빠져 억울하게 진국 장군의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을 죽였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가녀린 행색으로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여동생이 바로 공범이다!

진국 장군은 몹시 화가 난 상태이고, 황제는 진국 장군 장상무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그녀를 처형하라는 명을 내렸다. 초씨 가문은 진작 그녀를 가문에서 내쫓았고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온 여동생은 초청황의 처참한 죽음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을 뿐이다.

"오시(午时:옛날,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를 말함)다, 형을 집행하라!" 단두대 위, 감참관 구왕야가 명을 내렸고, 회자수가 높이 칼을 들어 올렸다. 서슬 퍼런 칼날에서 반사된 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초청황이 큰 소리로 외쳤다.

"소녀 억울하옵니다... 왕야, 장장군(蒋将军)의 첩은 회임하지 않았습니다. 소녀 억울합니다!"

먹물을 들인 듯한 현색 용포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는 상투를 틀어 백옥 동곳을 꽂은 구왕야는 기백이 흘러 넘쳤다. 게다가 칼로 깎아 내린 듯이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싸늘한 눈빛은 나태하기로 세간에 소문이 난 왕야라 할지라도 그 매서운 인상을 숨기지 못했다.

군무진은 단두대에 꼼짝없이 묶인 여자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죽음을 바라던 여자였는데, 칼이 목에 닿으려는 순간 갑자기 억울함을 외친다고?

"초청황, 폐하께서 이미 어명을 내렸다. 어명은 거역할 수 없다는 것 모르느냐? 게다가... 억울하다? 누가 네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회차 2

처형장 밖, 백성은 자신들이 추앙하는 장군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초청황이 처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초청황의 여동생은 회자수가 칼을 휘두르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녀가 죽어야만 자신이 그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그녀가 죽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왕야라 하여도, 이미 정해진 그녀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니.

절망의 끝에 선 초청황이 모든 희망을 놓으려 할 때, 구왕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너에게 증명할 기회를 주겠으나..."

"구왕야... 폐하께서 이미 어명을 내리셨..." 처형장에 있던 관원 한 명이 군무진에게 언질 했다.

그러자 군무진은 단호하게 한 손을 치켜들어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 "황제한테는 내 직접 얘기할 것이다. 만약 초청황이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초씨 일가 모두가 정말 그녀를 따라 목숨을 바칠지...궁금하구나." 그러면서 날카로운 시선을 초청황에게 던졌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군무진을 감격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감읍하옵니다, 왕야."

군무진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더 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다면, 죽을 운명은 달라지지 않을것이오. 알겠느냐?"

비록 초청황은 한 가닥 희망을 얻었지만, 그녀의 목숨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때, 그녀의 곁에 있던 여동생이 참지 못하고 원망을 토해냈다. "언니, 어떻게 우리 가족 모두의 생명을 걸 수 있단 말입니까?"

"청월아, 넌 언니의 억울함을 믿지 않는 것이냐?" 초청월을 바라보는 초청황의 눈빛은 마치 물결이 찬란한 햇빛에 반사되어 번득이는 것 같았다. 초청월은 그저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청월은 당연히 언니가 장군님의 아이를 해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초청월의 가냘픈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허나, 이건 우리 초씨 가문이 구족을 멸하는 죄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언니, 어찌 이리도 마음을 모질게 먹을 수 있습니까?"

"내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할 일이 무엇이냐?" 초청황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초청월을 응시하며 반문했다.

"언니..."

무의미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초청황은 초청월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증거가 있다고 내 입으로 말했으니, 난 반드시 그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 청월이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만약 내가 결백을 증명하였다면, 이 단두대에 오를 사람은 네가 될 것이니 말이다.

초청월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얘졌지만, 아무도 증거를 찾지 못할 것이라 굳게 확신했다. 초청황은 더욱 그러지 못할 것이다!

"언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십시오." 비록 초청황의 의술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증거를 찾을 만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그야말로 허망한 소리가 틀림없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만백성의 추앙을 받고 있는 진국 장군의 심기를 건드려 어의 직책을 박탈당했으니, 판을 뒤집을 기회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말에 답하기 귀찮아진 초청황은 몸을 돌려 군무진을 향해 예를 올렸다. "왕야, 저와 함께 장군님 댁에 행차하시옵소서."

구왕야와 초청황이 진국 장군 댁에 도착했을 때, 진국 장군 장상무는 애첩을 품에 안고 위로하고 있었다. 아이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은 옥 부인은 장상무에게 떠나지 말라고 졸라댔다.

장상무는 비록 거칠고 투박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지어미는 끔찍이도 아끼는 사람이다. 유일한 한이 있다면, 혼례를 올린 지 십 년 넘게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옥 부인이 어렵게 회임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기도 전에,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장군님, 구왕야께서 오셨습니다."

"구왕야가 어인 일이더냐?" 장상무는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왕야 군무진은 5년 전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황제에게 한 잔의 술로 병권을 박탈당한 후 한가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왕야일 뿐. 하지만 아무도 그런 군무진을 무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왕야께서 초청황을 데리고 왔습니다."

"초청황!" 초청황의 이름을 듣자마자 옥 부인은 당장에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장군, 저 빌어먹을 계집이 우리 아이를 죽였습니다. 이대로 살려두면 안 됩니다! 반드시 저년의 목을 베어, 우리 품을 떠난 아이의 한을 풀어줘야 합니다!"

"옥아, 제발 진정 좀 하거라. 내 절대 저 년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당장 저 년의 목을 베겠으니!" 장상무는 옥 부인을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히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처소 밖을 나섰다.

군무진은 초청황과 함께 대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람진 풍채로 대청에 들어선 장상무 분노에 찬 눈빛이 초청황을 쏘아봤다. "구왕야,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초청황은 이미 처형되었어야 할 시간 아닌가요?"

"장 장군(蒋将军), 노여움을 가라앉히시게. 초청황이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본 왕 그 모습이 불쌍해 보여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였어. 장군도 남에게 속아 사정을 통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건 싫지 않겠소?" 구왕야는 손에 낀 옥 반지를 매만지며 날카롭게 되물었다.

"초청황 진국 장군을 뵈옵니다." 초청황이 공손하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장군께서 전장을 누비며 소명 왕조를 위해 공을 세웠다는 건 실력이 굉장한 용하신 장군이자, 지혜로운 장군이란 말입니다."

"간살부리지 말거라, 본 장군의 아이를 죽음에 몰아넣고 이리 아첨을 부리면 내 너를 가만둘 거라 생각했느냐!" 대청에 천둥처럼 울린 장상무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고막까지 울려댔다.

회차 3

"청황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소녀 항상 장군님을 존경하고 숭배해왔습니다. 장군님과 장군님의 사병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내던지고 피를 흘리며 적들과 싸우는 덕분에, 백성을 더불어 우리가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옥 부인이 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신녀, 황궁 태의원(太醫院) 유일한 여 의원으로서 곧바로 장군님 댁으로 걸음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한 초청황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처소에 들어서자마자 옥 부인의 상황을 보고 신녀 깜짝 놀랐습니다. 장군님께 이 사실을 아뢰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피습을 당하여 정신을 잃었습니다."

"넌 분명 죄가 두려워 자살하려 한 것이다!" 그때, 옥 부인이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대청에 건너왔다. 그녀는 초청황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초청황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두 발로 장군 댁 대청에 나타난 것이다. "장군, 소첩과 가엾은 우리 아이를 떠올려 주시옵소서, 그 아이는 장군님의 장자이옵니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말래도." 자신의 애첩이 비통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에 장상무는 가슴이 아려왔다. "초청황, 감히 아직도 변명을 하려는 것이냐? 내 아이를..."

"장군님!" 초청황은 그 말허리를 싹둑 끊어먹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옥 부인께서 회임을 한 적 없는데, 소녀 어찌 장군님의 아이를 해칠 수 있단 말입니까?"

대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초청황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옥 부인은 더욱 아연실색하며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다. "초청황, 어찌 마음이 이리 모진 것이냐. 내 아이를 죽여 놓고, 이제 내가 거짓 회임을 하였다는 말로 모욕하려는 것이냐? 내가 10개월 동안 회임한 것이 모두 거짓이란 말이냐?"

"초청황,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려는..."

"증거가 있습니다." 초청황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장군님, 장군님은 명석하고 관대하며 아량이 넓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현혹되어 억울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죠?"

장상무는 초청황의 맑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장군님, 저 미친 여자가 하는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소첩이 장군님의 아이를 10개월 회임 했다는 사실, 누구보다 장군님께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옥 부인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 애당초 초청월의 손을 잡고 초청황을 해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후회스러웠다.

처음 그녀는 아무 아이나 데려와 장군의 아이라고 할 심산이었다. 아이가 귀한 장군 댁에서 제일 먼저 장군의 후손을 낳았으니 어렵지 않게 장군 본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말이다. 하지만 초청월은 아이만 있어서는 장군 본처가 될 수 없다고 설득하였고, 그녀와 함께 초청황을 모함하면 장군 본처 자리에 올려주겠다 약조했다. 지금이 되어서야 그녀는 약간 후회하고 있다.

"장군님, 저는 여섯 살 때부터 둘째 숙부와 함께 의술을 배웠고, 이제 어언 십 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숙비 마마의 추천과 고된 시험을 통과하여 태의원의 유일한 여 의원이 되었습니다. 소녀의 능력, 장군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라 믿습니다. 부족한 실력이라면 제가 장군님 댁에 걸음 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소녀 옥 부인의 맥을 짚을 때, 옥 부인이 거짓 회임 맥상을 보이게 하는 민간요법 약초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독 약을 복용하면 바로 정상인의 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초청황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제가 장군님께 아뢰기도 전에, 누군가가 저의 뒤통수를 내리친 것 아닙니까. 이후, 저는 장군님의 후손을 해치려 했다는 죄로 누명을 쓰고 처형장에 압송되었습니다."

"허튼소리 그만하여라! 난 그런 적 없다. 난 그러지 않았다!" 옥 부인은 놓칠세라 장상무의 손을 꽉 잡았다. "장군님, 장군님은 이 소첩의 말을 믿어 주셔야 합니다. 소첩은 절대 장군님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장군님, 예로부터 백성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적혈인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초청황은 자못 여유가 흘러 넘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 태아의 시체, 아직 처리하시지 않았겠죠?"

"그래." 그 작은 시체가 관에 누워있다는 것을 떠올린 장상무는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전해졌다. 서른이 넘어가는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이가 죽었는데,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이가 죽고 피가 응고되었으니 적혈인친으로 증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초청황은 말을 하면서 옥 부인을 흘깃 쳐다봤다.

그녀의 말에 옥 부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몰래 가슴을 쓸어 내리기까지 했다. '그래, 아이도 죽었는데 뭘 검증하겠다는 것이야.'

"하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적혈인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습니다."

옥 부인의 얼굴이 다시 한번 사색이 되었다. '안돼, 더 이상 초청황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어!'

"만약 장군님께서 진실을 알고 싶으시다면 아이의 뼈 한 조각을 내주십시오. 장군님의 아이인지 아닌지 시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초청황, 내 아이를 죽여 놓고 이제는 뼈까지 토막 내겠다는 것이냐? 어찌 마음이 이리 독하단 말이냐!" 말을 하면서 옥 부인은 장상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장군님, 가엾은 우리 아기,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었는데, 어찌 죽어서도 이런 대접을 받게 한단 말입니까? 아이의 뼈를 토막 내야 한다니. 얼마나 아플까요?"

"초청황, 혹 죽음이 두려워 옥 부인과 본 장군의 아이를 모함하여 죽음을 피하려는 것이냐?" 장상무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솔직히, 그도 의심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의 본처는 몇 십 년이 지나도록 회임 하지 못하였고, 후원 소첩들도 회임 하지 못한 것을 본 그는 자신을 의심했었다. 그러던 중 옥 부인의 회의임 소식이 들려오면서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아이를 각별히 아꼈다.

"만약 신녀 스스로 결백을 밝히지 못한다면, 초씨 가문 전체를 처형하여도 좋습니다."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냉왕의 천재 법의 왕비

1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