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서윤아, 넌 구지영처럼 재미도 없는 애보다 훨씬 낫다. 예뻐 죽겠어."

"시헌 오빠. 여긴 오빠와 지영이의 신혼방이잖아요. 지영이가 돌아오면 어떡해요?"

송시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걱정 마. 지금쯤 걔는 바보처럼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찾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와인, 이미 내가 사 놨어. 방금 너랑 같이 마신 게 바로 그거거든."

"아잉, 시헌 오빠. 정말 나빠요."

그 순간, 남녀의 목소리가 수많은 가시처럼 구지영의 심장을 동시에 찔러 왔다.

그녀는 자신과 송시헌의 신혼방 문 앞에 조용히 서서, 열린 문틈으로 손가락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밀어 열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 그들의 위선을 들춰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들어가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그녀의 눈을 더럽힐 수 없었고, 오직 마음만을 더럽힐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멍청한 바보였으니까.

1년 전, 구지영은 '혼향'의 제조법을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가, 조향 세가의 후계자 송시헌이 검은 차량 여러 대에 쫓기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그를 구했고, 그 대가로 두 눈을 잃었다.

송시헌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결혼으로 보답하겠다고, 평생 곁을 떠나지 않고 돌보겠다고 말했다.

19살의 구지영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송시헌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 교통사고는 그녀가 송시헌을 처음 본 날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온갖 애를 써 거금을 들여 산 레드 와인을 손에 쥔 채, 구지영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장님용 지팡이를 짚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서윤아,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너였어. 내일 그 눈먼 년이랑 결혼 안 해. 그 여자 개코가 내 향수 사업에 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였지, 아니었으면 아버지 말 듣고 그런 병신을 집에 들일 이유도 없었어. 게다가 걔, 네 집안에서 시골 고아원으로 보낸 사생아잖아?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년이 어떻게 너 같은 정통 구씨 가문 아가씨랑 비교가 되겠어. 감히 나 송시헌의 짝이 될 수나 있겠냐고."

그는 비웃듯 말을 이었다. "맞다. 육씨 가문 그 망나니랑 도박하다가 졌거든. 그래서 빚 대신에 걔를 팔아넘겼어. 내일, 좋은 구경이나 해 보자고."

그 말에 구지영의 청초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공허한 두 눈에는 거대한 검은 그물이 드리운 듯, 한 줄기 빛조차 스며들지 않았다.

'허허! 눈이 먼 게 당연하지, 구지영.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시집가고 싶어 했던 남자라니. 짐승과 다를 게 뭐가 있지?'

구지영이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이곳에서 1년을 살았기에, 1층에서 2층까지 계단이 총 몇 개인지, 가구와 물건들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까지 모두 똑똑히 외우고 있었다.

송시헌은 그녀가 다칠까 봐 별장 위아래의 날카로운 모서리마다 충돌 방지 스트립을 붙여 주었다. 바로 그런 세심함과 다정함이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붙잡았고, 결국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걸었고, 발걸음이 무언가에 걸려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지팡이가 버텨주어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계단 위를 이리저리 더듬었다.

그때, 그녀의 작은 손에 보잘것없이 작은 천 조각 하나가 걸렸다. 레이스에, 진주까지 박혀 있었다.

구지영은 그것이 야한 속옷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구지영은 이런 노골적으로 섹시하고 도발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어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 좀 전에 남녀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위 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그 더러운 물건을 던져버리고, 걸음을 재촉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구지영은 와인 오프너와 와인잔을 찾아냈다. 숙성도 시키지 않은 채, 자신을 위해 와인을 한 잔 따랐다.

눈이 멀어버린 자신을 위해서였다.

지난날 달콤했던 레드 와인이 유난히 목을 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서 하인들이 공손히 맞이하는 소리에, 구지영은 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했다.

송시헌의 어머니, 그녀의 미래 시어머니 서문희였다.

이번에 직접 온 것은 그녀에게 맞춰 제작한 웨딩드레스를 가져다주기 위함일 것이다.

고급 맞춤 새틴 드레스를 입은 서문희가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를 본 순간, 상대의 얼굴에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구지영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내일 밤에 쓸 합환주를 들이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불같이 화가 치민 것이다. "이게 시헌이가 얼마나 어렵게 구한 술인데, 네가 감히 이걸 마셔? 내일 밤엔 뭘 마시라고? 정말 눈먼 사람 하나 들였다고, 괜히 남들 속만 다 뒤집어 놓네."

구지영은 무심하게 와인잔을 흔들며,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제가 마실 술인데요. 지금 마시나 나중에 마시나 무슨 차이가 있죠? 어머님도 한 잔 드시고 싶으신가 봐요. 아직 여기 남아 있는데, 같이 한 잔을 하시겠어요?"

그녀는 반 병쯤 남은 술병을 집어 들어 건넸다. 칠흑처럼 긴 머리칼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있었고, 맑은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눈매만큼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서문희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너..."

'평소엔 얌전하기만 하던 애가, 오늘은 왜 이렇게 말이 날카로운 거지…?'

내일이 결혼식이라 준비할 일이 많았던 탓에, 서문희는 이 자리에서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뒤에 서 있던 디자이너에게 눈짓으로 웨딩드레스를 가져오게 했다. "이건 널 위해 맞춘 웨딩드레스야. 평소보다 한 치수 작게 만들었으니까,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마. 혹시라도 배가 나와서 입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매체가 생중계하는 자리야. 괜히 우리 송씨 가문 망신시키지 말고."

회차 2

"서윤아, 넌 구지영처럼 재미도 없는 애보다 훨씬 낫다. 예뻐 죽겠어."

"시헌 오빠. 여긴 오빠와 지영이의 신혼방이잖아요. 지영이가 돌아오면 어떡해요?"

송시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걱정 마. 지금쯤 걔는 바보처럼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찾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와인, 이미 내가 사 놨어. 방금 너랑 같이 마신 게 바로 그거거든."

"아잉, 시헌 오빠. 정말 나빠요."

그 순간, 남녀의 목소리가 수많은 가시처럼 구지영의 심장을 동시에 찔러 왔다.

그녀는 자신과 송시헌의 신혼방 문 앞에 조용히 서서, 열린 문틈으로 손가락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문을 밀어 열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 그들의 위선을 들춰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들어가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그녀의 눈을 더럽힐 수 없었고, 오직 마음만을 더럽힐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멍청한 바보였으니까.

1년 전, 구지영은 '혼향'의 제조법을 찾기 위해 산을 내려왔다가, 조향 세가의 후계자 송시헌이 검은 차량 여러 대에 쫓기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그를 구했고, 그 대가로 두 눈을 잃었다.

송시헌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결혼으로 보답하겠다고, 평생 곁을 떠나지 않고 돌보겠다고 말했다.

19살의 구지영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송시헌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 교통사고는 그녀가 송시헌을 처음 본 날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이었다.

온갖 애를 써 거금을 들여 산 레드 와인을 손에 쥔 채, 구지영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장님용 지팡이를 짚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서윤아,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처음부터 너였어. 내일 그 눈먼 년이랑 결혼 안 해. 그 여자 개코가 내 향수 사업에 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였지, 아니었으면 아버지 말 듣고 그런 병신을 집에 들일 이유도 없었어. 게다가 걔, 네 집안에서 시골 고아원으로 보낸 사생아잖아? 태어날 때부터 불길한 년이 어떻게 너 같은 정통 구씨 가문 아가씨랑 비교가 되겠어. 감히 나 송시헌의 짝이 될 수나 있겠냐고."

그는 비웃듯 말을 이었다. "맞다. 육씨 가문 그 망나니랑 도박하다가 졌거든. 그래서 빚 대신에 걔를 팔아넘겼어. 내일, 좋은 구경이나 해 보자고."

그 말에 구지영의 청초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공허한 두 눈에는 거대한 검은 그물이 드리운 듯, 한 줄기 빛조차 스며들지 않았다.

'허허! 눈이 먼 게 당연하지, 구지영.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시집가고 싶어 했던 남자라니. 짐승과 다를 게 뭐가 있지?'

구지영이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이곳에서 1년을 살았기에, 1층에서 2층까지 계단이 총 몇 개인지, 가구와 물건들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까지 모두 똑똑히 외우고 있었다.

송시헌은 그녀가 다칠까 봐 별장 위아래의 날카로운 모서리마다 충돌 방지 스트립을 붙여 주었다. 바로 그런 세심함과 다정함이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붙잡았고, 결국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걸었고, 발걸음이 무언가에 걸려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지팡이가 버텨주어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계단 위를 이리저리 더듬었다.

그때, 그녀의 작은 손에 보잘것없이 작은 천 조각 하나가 걸렸다. 레이스에, 진주까지 박혀 있었다.

구지영은 그것이 야한 속옷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구지영은 이런 노골적으로 섹시하고 도발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어 본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 좀 전에 남녀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위 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그 더러운 물건을 던져버리고, 걸음을 재촉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구지영은 와인 오프너와 와인잔을 찾아냈다. 숙성도 시키지 않은 채, 자신을 위해 와인을 한 잔 따랐다.

눈이 멀어버린 자신을 위해서였다.

지난날 달콤했던 레드 와인이 유난히 목을 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에서 하인들이 공손히 맞이하는 소리에, 구지영은 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했다.

송시헌의 어머니, 그녀의 미래 시어머니 서문희였다.

이번에 직접 온 것은 그녀에게 맞춰 제작한 웨딩드레스를 가져다주기 위함일 것이다.

고급 맞춤 새틴 드레스를 입은 서문희가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를 본 순간, 상대의 얼굴에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 구지영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내일 밤에 쓸 합환주를 들이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불같이 화가 치민 것이다. "이게 시헌이가 얼마나 어렵게 구한 술인데, 네가 감히 이걸 마셔? 내일 밤엔 뭘 마시라고? 정말 눈먼 사람 하나 들였다고, 괜히 남들 속만 다 뒤집어 놓네."

구지영은 무심하게 와인잔을 흔들며,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제가 마실 술인데요. 지금 마시나 나중에 마시나 무슨 차이가 있죠? 어머님도 한 잔 드시고 싶으신가 봐요. 아직 여기 남아 있는데, 같이 한 잔을 하시겠어요?"

그녀는 반 병쯤 남은 술병을 집어 들어 건넸다. 칠흑처럼 긴 머리칼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있었고, 맑은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눈매만큼은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서문희는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너..."

'평소엔 얌전하기만 하던 애가, 오늘은 왜 이렇게 말이 날카로운 거지…?'

내일이 결혼식이라 준비할 일이 많았던 탓에, 서문희는 이 자리에서 괜히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뒤에 서 있던 디자이너에게 눈짓으로 웨딩드레스를 가져오게 했다. "이건 널 위해 맞춘 웨딩드레스야. 평소보다 한 치수 작게 만들었으니까,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마. 혹시라도 배가 나와서 입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매체가 생중계하는 자리야. 괜히 우리 송씨 가문 망신시키지 말고."

회차 3

육태현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도건우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도련님, 조금만 천천히 걸으세요. 도련님께서 결혼할 상대가 어느 가문의 아가씨인지 알고 계십니까? 혹시라도 사람을 잘못 찾으면 어쩌시려고 이러십니까?"

그의 말에 육태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시선이 구청 로비를 한 바퀴 훑고 지나가더니, 맨 앞줄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쥐고 있는 구지영에게 고정되었다.

소녀는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얌전하고 온순해 보였지만, 눈에 띄게 예뻤다.

그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채 3미터도 되지 않았다.

육태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참이나 구지영을 바라봤다.

'불쌍한 년. 약혼자에게 팔려가는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눈먼이.'

정각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로비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함께 등장한 육태현을 본 순간 송시헌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곧바로 육태현의 팔을 붙잡아 구석으로 끌고 갔다.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나타나라고 했어? 내 계획을 망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육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 "난 원래 요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야. 게다가 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날이잖아. 웨딩카 몇 대가 무슨 대수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거래를 취소할 수 있어."

육태현이 마음을 바꿀까 두려웠던 송시헌은 서둘러 그를 달랬다. "그래. 이따가 사진도 찍고, 서명도 해야 하니까 그때까진 입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마."

송씨 가문과 육씨 가문은 북성 경제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앙숙이었다.

육태현은 늘 가문의 기대와는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즐겼고, 어느새 28살이 된 그에게 가문은 결혼을 재촉하고 있었다.

장님과 결혼한다면, 고집불통인 할아버지를 화병으로라도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한편, 송시헌에게도 이 거래는 나쁠 게 없었다. 육씨 가문은 구지영 같은 짐을 떠안게 되고, 육씨 가문은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두 사람은 도박장에서 이미 합의를 마쳤고, 놀라울 만큼 죽이 잘 맞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의자에 앉아 있던 구지영에게 송시헌이 다가와 손을 잡아 일으켰다. "가자, 결혼 증명사진 찍으러 가자."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구지영이 의자에 앉자, 곧 한 남자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보다 훨씬 키가 큰 남자의 몸에서 독특한 나무 향이 풍겨왔다.

구지영은 고개를 숙이고 싱긋 미소 지었다.

'송시헌이 아니야. 송시헌은 이렇게 키가 크지 않아.'

육태현은 옆에 앉은 구지영을 흘깃 바라봤다. 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자, 보조개가 깊게 패였다.

그는 한동안 넋을 잃은 듯 구지영을 바라보았다.

곧 정신을 차린 그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구지영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정말 어리석은 여자군. 팔려 넘어가 놓고도 혼자서 좋아하고 있다니.'

"네, 신랑 신부님 조금만 더 가까이 붙으시고, 웃으세요." 사진사가 카메라를 들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구지영은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그저 정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의 영향인지, 육태현은 무의식적으로 가슴을 펴고 셔츠 단추를 여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송시헌은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진을 찍은 후, 세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창구로 향했다.

세 사람이 창구 앞에 앉은 모습을 본 직원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세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러 온 모습은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직원은 두 사람이 제출한 신분증을 확인하고 서명해야 할 서류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송시헌은 구지영의 손을 잡고 서명해야 할 곳을 가리켰다. "여기랑 여기에 서명하면 돼."

구지영은 펜을 쥔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명을 한 이상, 물러설 수는 없어. 나는 더 이상 송시헌이랑 아무 관련이 없는 거야. 앞으로 우리 두 사람은 라이벌이자 적이야.'

옆에 있던 육태현은 거침없이 서명을 휘갈긴 뒤, 펜을 내려놓고 송시헌과 구지영을 흘깃 바라봤다.

'라이벌의 약혼녀를 아내로 맞이하다니. 정말 흥미진진하군.'

구지영이 눈치채거나 서명을 거부할까 두려웠던 송시헌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급히 재촉했다.

"서명해. 서명하면 혼인신고할 수 있어. 그러면 내가 널 집으로 데려갈게."

그 말에 구지영은 싱긋 미소 지으며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마치 결심을 굳힌 사람처럼, 그녀는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도장이 찍힌 혼인관계 증명서를 손에 쥔 송시헌은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구지영의 손에서 서류를 빼앗듯 받아, 정장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한 장은 네가 가지고, 한 장은 내가 가질게. 내가 차 가져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구지영의 곁에 서 있던 육태현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송시헌이 혼인관계 증명서를 들고 도망치듯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끝내 참지 못한 그는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별꼴을 다 보는군. 저건 분명 내 혼인관계 증명서인데, 왜 저렇게 소중하게 간직하는 거지?'

육태현은 곁에 선 구지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지팡이를 짚고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얼굴에 외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육태현은 자신이 잔인하고 독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구지영을 다시 본 순간, 육태현의 가슴 한켠에서 연민이 스쳤다.

송시헌에게 혼인신고를 마친 후, 24시간 동안 구지영에게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씨 가문의 결혼식이 끝난 뒤에야, 그는 구지영을 아내로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인가? 북성에서 안하무인으로 악명 높은 육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다.

그의 약속은, 결코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크흠." 육태현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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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재벌 2세와 미스터리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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