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일주일 후, 블랙쉴드 컨설팅으로부터 확인 이메일이 도착했다. ‘1단계 완료. 새로운 신분 서류 처리 중. 예상 완료 기간: 4-6주.’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너무나 강렬해서 마치 육체적인 해방감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탈출을 설계하는 건축가였다.

파리. 그 단어가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태준과 함께 알던 5성급 호텔과 미슐랭 레스토랑의 파리가 아니었다. 이곳은 그녀의 파리가 될 것이다. 마레 지구의 작은 아파트, 조용한 삶, 작고 독립적인 아트 갤러리에서의 일. 아무도 ‘강태준의 아내’를 모르는 삶.

그녀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자신의 삶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유령처럼 펜트하우스를 배회하며 15년간의 공유된 기억들을 정리했다. 옷장 뒤편 벨벳 상자 안에는 태준이 결혼식 날 주었던 강씨 가문의 가보인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할머니 유품이야.”

그는 진심 어린 눈으로 말했었다.

“우리 가문의 미래를 상징하지. 이제 영원히 당신 거야.”

영원히. 그 단어는 씁쓸한 농담이었다. 그녀는 차갑고 반짝이는 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것들은 미래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녀의 침묵에 대한 대가였고, 그녀 자신의 심장이 부서지는 것을 방조한 대가였다.

그녀는 근처 자선 경매장으로 가서 익명으로 기부했다. 기부 확인서는 목걸이 자체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다른 것들은 차마 버릴 수 없었다. 거짓된 미소로 가득 찬 사진 앨범들. 그들의 초기, 더 행복했던 여행에서 온 어리석은 기념품들. 그가 그녀의 베개 위에 남기곤 했던 손편지들.

그날 밤, 그녀는 그것들을 거실의 커다란 벽난로로 가져갔다. 하나씩,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거짓된 행복의 순간에 포착된 그들의 얼굴이 오그라들고, 검게 변하고, 재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불은 그들의 과거를 삼켰다. 거짓이었던 사랑을 위한 장작더미였다.

태준은 다음 날 ‘출장’에서 돌아왔다. 그녀가 모르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그는 벽난로 선반 위, 그들의 결혼사진이 있던 빈자리를 발견했다.

“우리 사진 어디 갔어, 혜진아?”

그가 약간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액자 새로 하려고 보냈어.”

그녀는 매끄럽게 거짓말했다.

“유리에 금이 갔더라고.”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그는 너무 정신이 없었고, 그의 비밀스러운 삶에 너무나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의 것이 아닌, 희미한 꽃향수 냄새. 그의 캐시미어 코트 깃에서 길고 검은 머리카락 한 올을 보았다.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믿는 남자의 행복한 무지 속에서 집안을 활보했다.

“당신을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어.”

며칠 후 그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발표했다.

“파티야. 내가 없었던 동안의 당신 생일을 보상하기 위해서. 모두를 초대했어.”

그녀의 진짜 생일은 몇 주 전, 그녀가 혼자 보냈던 그날이었다. 이 파티는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사교계를 위한 공연, 완벽한 커플이라는 가면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참… 사려 깊네.”

그녀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심플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했다. 다른 여자들의 반짝이는 드레스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처형식에 참석한 구경꾼 같았다. 펜트하우스는 꽃으로 가득 찼고, 샴페인은 자유롭게 흘렀으며, 구석에서는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하고 있었다. 화려함과 행복의 완벽한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그 여자를 보았다.

윤아라. 그랜드 피아노 근처에 서서, 한 사이즈 작은 듯한 강렬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나이 든 여자가 혜진 옆을 지나갔다.

“어머, 오늘 정말 멋지네.”

여자는 아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 빨간색, 당신한테는 좀 과감한 선택인데!”

여자는 혜진의 팔을 툭 치고는 지나갔다. 혜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아라를 그녀로 착각하고 있었다. 대체품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명백해서, 사람들이 복제품을 원본으로 혼동하고 있었다.

아라는 겁에 질려 보였다. 그녀는 작은 지갑을 방패처럼 가슴에 꼭 껴안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 안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 같았다.

태준은 그녀의 불안을 보고 즉시 대화를 끊고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허리에 보호하듯 손을 얹고, 귓가에 무언가 속삭였다. 그녀의 뺨에 희미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혜진은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물속을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태준 씨.”

그녀는 낮고 고른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거죠?”

태준은 움찔했지만, 재빨리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혜진아, 자기야! 아라 씨를 제대로 소개해주고 싶었어. 우리 아이를 품고 있는 사람이니까, 가족의 일원처럼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는 작은 소동을 눈치채기 시작한 군중을 향해 돌아섰다.

“여러분.”

그는 거짓된 환대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윤아라 씨입니다. 혜진이와 제가 가족을 이루는 데 기꺼이 도움을 주기로 한, 가족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혜진이의… 여동생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여동생. 그 말은 공개적인 강등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니었다. 권력 있는 커플의 반쪽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젊고 더 임신 잘하는 여자를 그들의 삶에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비로운 언니일 뿐이었다. 굴욕감은 육체적인 것이었다. 가슴에서 얼굴로 퍼져나가는 뜨거운 열기였다.

태준의 관심은 이미 아라에게 돌아가 있었다. 그는 그녀를 군중 속으로 이끌며, 그의 권력 있는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그의 손은 결코 그녀의 등에서 떠나지 않았다. 혜진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자신들만의 태양 주위를 맴도는 한 쌍, 그녀를 차가운 바깥 어둠 속에 남겨둔 채.

그녀는 그가 웃는 것을 보았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진심에서 우러나온 꾸밈없는 웃음이었다. 그녀는 그가 아라의 귀 뒤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너무나 친밀하고 부드러운 그 몸짓에 그녀 자신의 심장이 움켜쥐어졌다.

그녀는 억지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미소 짓고, ‘삔 팔’에 대한 위로와 ‘멋진 파티’에 대한 칭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계속해서 그들에게로 향했다.

미술관 이사회에서 만난 그녀의 친구 두 명이 샴페인 잔 뒤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저 뻔뻔함 좀 봐, 믿을 수 있어?”

한 명이 말했다.

“아내 생일 파티에 내연녀를 데려오다니.”

“내가 봤어.”

다른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속삭였다.

“지난주에, 차병원 산부인과에서. 대기실에서 손잡고 있더라니까.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었어.”

차병원. 서울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비싼, 태준이 ‘예약 잡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산부인과였다.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으며, 너무나 거대하고 정교해서 숨이 막힐 정도의 배신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것은 단순한 최근의 불륜이 아니었다. 이것은 장기적이고 계산된 기만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이중생활이었다. 그녀의 완벽한 결혼은 금이 간 정도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텅 빈 껍데기였다.

회차 3

혜진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가장자리부터 금이 가는 석고 가면 같았다. 이마에 차가운 땀이 맺혔고, 파티 손님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둔탁한 굉음으로 멀어졌다. 벗어나야 했다.

그녀는 변명을 중얼거리며 파우더룸으로 도망쳤다. 금박 벽지가 그녀를 옥죄는 듯했다. 화려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공허했다. 모두가 아는 자신감 넘치고 침착한 서혜진이 아니었다. 슬픔으로 속이 텅 비어버린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으며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메스꺼움을 억누르려 애썼다. 가슴의 통증은 숨쉬기 힘들게 짓누르는 물리적인 무게였다. 심장이 말 그대로 부서지는 것 같았다.

얼굴을 닦고 있을 때, 파티 중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옆 응접실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뒤이은 낮은 속삭임.

심장이 멎었다. 그녀는 그 속삭임을 알았다.

그녀는 문을 살짝 밀어 열었다. 응접실은 어둑했지만, 그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태준이 아라를 책장에 밀어붙이고, 그녀의 입술을 게걸스럽게 탐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키스가 아니었다. 굶주리고 소유욕에 가득 찬 키스였다.

아라의 부드러운 신음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태준 씨.”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엉클며 숨을 내쉬었다.

“누가 볼 거예요.”

“보라고 해.”

그가 그녀의 입술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내려가 빨간 실크 드레스 위로 엉덩이를 감쌌다.

“난 당신을 자랑하고 싶어.”

그는 살짝 물러서며, 혜진에게는 몇 년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욕망으로 어둡게 물든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진이랑은 전부 정신적인 거, 영혼의 교감 같은 거야. 근데 당신이랑은… 이거지.”

그는 서로 밀착된 그들의 몸을 가리켰다.

“이게 진짜야.”

그 말들은 혜진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그녀의 가장 깊은 두려움에 대한 마지막, 잔인한 확인 사살이었다. 그녀는 단순히 대체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사랑과 동반자 관계는 이성적이고 열정 없는 것으로 폄하되며, 그 가치가 깎여나가고 있었다.

“오늘 밤 나한테 착하게 굴면.”

태준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 입술을 움직이며 속삭였다.

“당신이 원하던 그 까르띠에 팔찌 사줄게.”

“네, 태준 씨.”

아라가 복종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나른하게 속삭였다.

그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거친 키스를 퍼붓고는 문 쪽으로 움직였다. 혜진은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뛰는 것을 느끼며 파우더룸으로 허둥지둥 물러났다. 그녀는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팔이 아라의 허리를 소유하듯 감싸고 있었다. 너무나 깊어서 육체적인 고통의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그들 자신의 관계를 떠올렸다. 항상 조심스럽고, 절제되고, 거의 경건하기까지 했던 그들의 잠자리. 그는 항상 그녀를 다치게 할까 봐, 그녀를 죽일 수도 있는 임신으로 이어질 열정이 두려워서 그런다고 주장했었다. 거짓말이었다. 그는 열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그것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그녀와 충분히 닮아서 환상이 될 수 있지만, 탈출구가 될 만큼 다른, 젊고 유순한 소녀를 위해.

차갑고 씁쓸한 깨달음이 밀려왔다. 그가 아라에게 집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혜진이 될 수 없는 단 한 가지, 젊고, 부담 없고,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는 임신이 가능한 존재였다. 강씨 가문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운, 그가 자신의 미래를 써 내려갈 수 있는 백지였다.

고통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그녀 안에서 내장을 할퀴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을 추슬러, 완벽한 안주인의 가면을 다시 쓰고 반짝이는 파티장으로 걸어 나갔다.

방 건너편에 있는 아라를 보았다. 그녀의 뺨에는 승리감에 찬 홍조가 어려 있었다. 드레스 깃 바로 위에는 작고 검붉은 자국, 키스 마크가 보였다. 그 광경은 새로운 고문이었다.

아라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혜진이 충격받게도,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샴페인 잔을 든 채 불안해 보였다.

“사모님.”

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다.

“샴페인이… 저한테는 좀 독하네요. 혹시… 물 좀 갖다주실 수 있을까요?”

그 대담함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남편과 비밀스러운 밀회를 막 끝낸 내연녀가 아내에게 마실 것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혜진의 속은 단단하고 분노에 찬 매듭으로 꼬였다. 삔 팔을 쥔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리고 그때, 재앙이 닥쳤다.

아라는 아마도 혜진의 태도 변화를 감지하고, 불안하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파티의 중심 장식이었던, 높게 쌓인 샴페인 잔 탑에 부딪혔다. 탑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끔찍한 순간,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하더니, 이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유리 깨지는 소리와 거품 이는 샴페인의 폭포수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혜진은 바로 그 경로에 있었다. 그녀는 멀쩡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지만 소용없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그녀의 팔과 어깨를 베었다. 커다란 조각 하나가 그녀의 이마를 쳤고, 따뜻한 피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틀거리다 대리석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윙윙거리는 귓속에서, 그녀는 태준을 보았다. 그는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의 가면이었다. 찰나의, 어리석은 순간,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달려갔다.

그는 샴페인에 젖었을 뿐 다치지 않은 아라에게로 갔다. 그는 마치 그녀가 위험에 처한 사람인 양,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

“아라!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아기는!”

그는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살피며 외쳤다.

그는 혜진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녀는 피를 흘리며 부서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차갑고 짜증스러웠다. 마치 그녀가 단지 불편한 존재, 치워야 할 난장판인 것처럼.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그의 모든 관심은 아라에게 쏠려 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부드러운 안심의 말을 속삭였다.

혜진은 차갑고 샴페인에 젖은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있었다. 유리 조각들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그녀는 샴페인 타워의 잔해를 보았다. 그녀의 산산조각 난 삶에 대한 완벽한 은유였다. 베인 상처의 통증은 날카로웠지만, 그렇게 철저하고 완전하게 버려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피로 얼룩진 검은 드레스. 그녀는 파티장을 걸어 나왔다. 깨끗한 흰색 대리석 바닥에 피 묻은 발자국을 남기며. 아무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가 떠나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택시를 탔다. 불과 일주일 전에 왔던 바로 그곳이었다.

“혼자 오셨어요, 부인?”

분류 간호사가 혜진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며 직업적인 동정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네.”

혜진은 텅 빈 속삭임으로 말했다.

“혼자 괜찮아요.”

커튼으로 가려진 그녀의 자리에서, 그들이 보였다. 태준은 아라를 같은 병원, 복도 끝 개인실로 데려왔다. 그는 그녀 주위를 맴돌며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고, 그의 얼굴은 다정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아라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존재하지도 않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냈다.

“아무 걱정 마.”

그의 목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타고 들려왔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그것은 그가 한때 그녀에게 했던 말의 고통스러운 메아리였다. 병동의 간호사들은 그가 얼마나 헌신적인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파트너처럼 보이는지에 대해 속삭이고 있었다.

혜진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것이었어야 할 삶의 관객이 되어. 그녀는 이제 그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단순히 대체품을 원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녀를 대체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의 삶 속에서, 그녀는 이미 사라진 존재였다.

그리고 그 차갑고 소독약 냄새 나는 병실에서, 혜진은 그것을 공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사라져야 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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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쓰라린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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