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5년간 나는 알파의 반려였지만, 내 남편 강태준은 다른 여자에게만 애정을 쏟아부었다.
성대한 팩의 연회가 열리던 날, 우리 위로 거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위태롭던 가면극은 산산조각 났다.
그 끔찍한 찰나의 순간, 태준은 선택을 내렸다.
그는 나를 난폭하게 밀쳐냈다. 안전한 곳이 아닌, 사방으로 튀는 파편 더미 속으로.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았지만, 그 대상은 오직 그의 정부인 유채리뿐이었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의무실이었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내 안의 늑대와의 연결은 평생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마침내 그가 찾아왔을 때, 그의 얼굴엔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다. 그는 내 침대 곁에 서서 가장 잔혹한 배신을 행했다. 신성한 반려의 연을 무참히 끊어내는 ‘관계 단절 의식’을.
영혼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심장이 멎었다.
요란하게 울리던 심박 측정기가 길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순간, 팩의 주치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내 모습과 태준의 냉혹한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가 절규했다. “달의 여신이시여, 사모님께선… 알파의 후계자를 임신하셨습니다!”
제1화
로즈마리 향을 입혀 구운 양갈비 냄새가 온 집안을 따스하게 채워야 했다. 한때 신성하다고 믿었던 5년의 인연을 증명하는 향기로운 증거처럼. 하지만 공기는 서늘하고 차가웠다. 기다림의 침묵이 모든 향기를 집어삼켰다.
나는 심플한 리넨 원피스 자락을 열 번째 매만졌다. 부드럽지만 익숙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다. 불안하게 요동치는 속마음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가늘고 긴 화병에 꽂힌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바로잡는 손끝이 떨렸다. 완벽하게 홀로 핀 꽃. 꼭 나처럼.
*이걸 보면….*
나는 절박하게, 늘 그랬듯 주문을 외웠다.
*내 노력과 사랑을 보고, 다시 기억해 줄 거야.*
하지만 지난 1년간 지치고 영리해진 내 안의 다른 내가 속삭였다. 그건 어리석은 희망일 뿐이라고. 내가 붙잡으려는 건 실체 없는 유령이라고.
홀에 있는 괘종시계가 아홉 시를, 그리고 열 시를 알렸다. 양갈비는 차갑게 식어갔다. 그레이비소스는 굳어버렸다. 내가 켰던 단 하나의 촛불은 길고 음산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외로움의 망령처럼 일렁였다. 평소라면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위로해 주었을 내 안의 늑대도 내 불안을 느낀 듯, 안절부절못하며 울고 있었다. 녀석도 나만큼이나 반려의 부재를 사무치게 느끼고 있었다.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현관문이 열렸다. 그 소리는 내가 지켜온 고요한 기다림을 깨부수는 불협화음 같았다. 청림 팩의 알파이자 내 반려인 강태준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가 붙들고 있던 연약한 희망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그는 식탁을 보지 않았다. 나를 보지도 않았다. 폭풍우 치는 바다 같은 그의 눈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값비싼 가죽 재킷 아래로 다부진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 있었고, 턱선은 냉정하고 단단했다. 하지만 내 숨을 앗아간 것은 그의 몸에 밴 냄새였다. 비에 젖은 흙, 야생적인 야망, 그리고… 역겹도록 달콤한 유채리의 향수 냄새.
어리석고 고집 센 심장이 가슴 속에서 쿵 내려앉았다.
*오늘만은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늦었네.”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귓가를 울리는 거대한 실망감에 묻혀버린 작은 속삭임이었다.
그제야 그가 나를 보았다. 그의 시선이 정성껏 차린 식탁과 손도 대지 않은 음식, 희망을 담은 장미 한 송이를 차갑게 훑었다. 따스함도, 미안함도 없었다. 오직 내 존재 자체가 짊어져야 할 짐인 양, 뼛속까지 파고드는 깊은 피로감만이 가득했다.
“바빴어, 은하야.”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짜증스러웠다. 그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 무심함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채리의 향기가 더욱 짙어져 우리 집을, 모든 것을 더럽혔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 만들었는데.”
나는 식어버린 저녁 식사를 가리키며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그의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마른 손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네 그 감상적인 놀이,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 언제까지 이런 연극에 어울려 줘야 하는데?”
모든 단어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정확히 내 심장에 박혔다. *지긋지긋한. 연극. 감상적인 놀이.* 그는 내 사랑을 선물이 아닌 귀찮은 의무로 여겼다. 내가 몇 시간 동안 준비한 식사, 하루 종일 소중히 되새겼던 추억들. 그 모든 것이 알파로서의 그의 위대한 삶에 방해가 되는 성가신 요구일 뿐이었다.
내 안의 늑대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낮게 울었다. 그 소리는 내 영혼의 고통을 그대로 반영했다. 나는 눈물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면 그를 더 짜증 나게 할 뿐이니까.
그는 나를 지나쳐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의 무게에 마룻바닥이 신음했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병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맥주 한 병을 들고 돌아와 손목 스냅으로 병뚜껑을 땄다. 그는 긴 한숨과 함께 맥주를 들이켰다.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내 어깨 너머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내가 이미 벽지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처럼.
“팩 원로회 회의가 길어졌어.”
그는 형식적이고 공허한 변명을 던졌다. 거짓말이었다. 그의 온몸에서 진실의 냄새가 났으니까.
*그냥 물어봐.*
내 안의 파괴적인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정면으로 부딪쳐. 이 지옥을 끝내버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 끔찍한 악몽을 현실로 만들 그 말을 듣는 것이 두려운 겁쟁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 잔칫상 앞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내 반려가 다른 여자의 향기를 풍기며 맥주를 마시는 동안.
*
이틀 후, 가슴 속 상처는 여전히 곪아 터지고 있었다. 우리는 공식적인 팩의 만찬에 참석했다. 태준이 체면을 위해 꼭 참석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자리였다. 팩 하우스의 웅장한 홀은 대화와 웃음소리로 윙윙거렸고, 공기는 와인과 구운 고기 냄새로 가득했다. 식기가 도자기에 긁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신경을 거슬렀다. 나는 상석에 태준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소희가 꼭 입으라고 했던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완벽한 알파의 반려 모습을 연기하면서.
“정말 아름다워.”
소희는 나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말했었다. 그 동정심이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가 뭘 놓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해줘.”
하지만 태준은 나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늘 그랬듯, 테이블 저편의 유채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좌중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녀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내 신경을 날카롭게 긁었다. 매끄러운 검은 머리와 반짝이는 눈동자, 자신감 넘치는 활기찬 늑대의 기운을 뿜어내는 그녀는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여자였다.
몇 년 전 국경 분쟁에서 얻은 오랜 부상의 후유증이 허리 아래쪽을 날카롭게 찔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날이 추우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통이었다. 오늘 밤은 유난히 더 끔찍했다. 나는 숨을 헉 들이마시며 아픈 곳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마디로 쑤시는 부위를 세게 눌렀다.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현기증이 몰려왔다. 머리 위 샹들리에의 반짝이는 불빛이 시야에서 흐릿하게 번졌다.
나는 태준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힘겹게 속삭였다.
“태준 씨, 허리가… 오늘따라 너무 아파요.”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미동도 없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유채리에게 쏠려 있었다. 그녀는 방금 어떤 사소한 무례를 당했다며 아랫입술을 파르르 떠는, 완벽한 슬픔을 연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죠? 정말 모욕적이에요!”
유채리의 목소리가 테이블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태준의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표정은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다정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게 울렸다.
“그런 애 말은 신경 쓰지 마, 채리야. 상대할 가치도 없어. 넌 그런 것 따위에 상처받을 사람이 아니잖아.”
그는 나를 완벽하게, 철저하게 무시했다. 내 육체적 고통은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유채리가 꾸며낸 감정 놀음보다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공개적인 선언이자, 명백하고 잔인한 우선순위의 표명이었다. 나는 두 번째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허리의 통증은 희미한 불씨 같았지만, 심장의 고통은 맹렬한 불길처럼 타올랐다. 다른 팩 구성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동정, 그리고 수군거림. 수치심이 뜨거운 열기가 되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더는 머물 수 없었다. 단 1초도 그의 인생의 소품으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반려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용히 의자를 뒤로 밀고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나는 고개를 든 채 웅장한 홀을 걸어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허리의 통증과 내 존재의 무가치함이라는 crushing 무게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
나의 유일한 안식처는 작업실이었다. 우리 집 뒤편, 개조된 작은 창고에 자리한 그곳은 말린 허브와 오존, 그리고 낡은 양피지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나는 태준의 무시당하는 반려가 아니었다. 여기서는 나 자신이었다. 반짝이는 가루와 희귀한 수정이 담긴 병들이 선반을 가득 채웠다. 천장에는 허브 다발이 매달려 있었고, 단 하나의 창문으로 쏟아지는 달빛 속에 향기로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내 마법은 우리 팩에서 드문 것이었다. 대부분이 무력과 팩의 정치에 의존하는 반면, 나는 원소에 대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내와 집중을 요구하는 조용하고 어려운 마법. 그것이 나의 위안이었다.
나는 익숙한 나무 의자에 주저앉았다. 허리의 욱신거림을 무시하고 얕은 구리 그릇 위로 두 손을 들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유채리를 위로하던 태준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내 안의 차갑고 텅 빈 공간, 한때 그의 애정이 있던 그 자리에 집중했다. 그 차가움과 아픔을 끌어모아 내 힘으로 전환했다.
서서히 그릇 가장자리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섬세하고 복잡한 패턴으로 퍼져나갔다. 내 고통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것이었다. 완벽한 눈송이 하나가 내 손바닥 위 허공에서 나타나 부드럽게 맴돌다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그것은 작은 창조 행위였다. 내 세상이 무너져 내릴 때에도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부드러운 차임벨 소리가 내 집중을 깨뜨렸다. 작업대 위에 놓인 작고 마법이 부여된 태블릿, 보안이 철저한 원거리 통신 장치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거의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 여전히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메시지는 암호화되어 있었고, 모든 마법 분야를 관장하는 권위 있고 중립적인 조직인 ‘백은 길드’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숨이 멎었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해독했다.
작업실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글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선명하게 빛났다.
*청림 팩의 서은하.*
*귀하의 독특한 원소 시그니처가 위원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귀하를 한 달 후 보름달이 뜨는 날 개최되는 ‘천상 대회’에 공식적으로 초대합니다. 대회 전 갈라에 참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될 예정입니다.*
천상 대회. 10년에 한 번 열리는 마법 토너먼트. 모든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실력자들이 모이는 자리. 그것은 전설이자 꿈이었다. 신분도, 팩도, 반려가 누구인지도 아닌, 오직 실력만이 중요한 곳.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희망에 찬 리듬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초대장이 아니었다. 탈출구였다. 기회였다. 무시당하는 고통과 끝없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
아주 오랜만에, 꾸며내지 않은 진심 어린 미소가 내 입가에 번졌다. 작고 연약했지만, 진짜였다.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회차 2
백은 길드의 연회장은 빛과 소리의 숨 막히는 장관이었다. 청림 팩의 소박한 나무판자 홀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었다. 이곳에서는 작은 마차만 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얼어붙은 별처럼 빛을 쏟아냈고, 그 빛은 잘 닦인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었다. 공기는 수백 가지 다른 마법의 기운이 뒤섞여 팽팽하게 진동했고, 값비싼 향수와 샴페인, 그리고 야망의 냄새로 가득했다. 현악 4중주의 부드러운 멜로디가 하객들의 세련된 대화 사이를 유유히 흘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주목받는 기분을 느꼈다.
소희는 나에게 그녀만의 마법을 부렸다. 그녀가 찾아준 드레스는 한밤의 하늘색, 깊고 반짝이는 남색이었다.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다 바닥에서 활짝 퍼지는 디자인이었다. 어깨는 드러났고, 머리는 우아하게 틀어 올려 길고 하얀 목선을 드러냈다. 장신구는 심플한 은 귀걸이 한 쌍뿐이었다. 나는 우아하고, 강력하며, 동시에 몹시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문가에 있던 작은 무리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속삭임이 내 드레스 자락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저 사람이야… 청림 팩의 원소술사.”
“불을 얼릴 수 있다고 들었어.”
“알파의 반려가 대회에 참가하다니? 들어본 적 없는 일인데.”
속삭임에는 동정이나 경멸이 아닌, 마지못해 인정하는 듯한 호기심 어린 존경이 담겨 있었다. 대회에 참가 자격을 얻은 것만으로 나는 내 팩에서는 결코 얻지 못했던 지위를 얻었다. 취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입가에 작고 자신감 있는 미소를 띠고 자세를 바로 했다. 오늘 밤, 나는 단지 태준의 반려가 아니었다. 나는 참가자, 서은하였다.
나는 방 건너편에서 그를 보았다. 근엄한 표정의 알파들 무리 속에 서 있는 태준. 그는 맞춤 제작한 검은 정장을 입고 권력과 권위의 화신처럼 보였다.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나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보았다. 소유욕의 불꽃. 녹은 금 같은 눈을 가진 잘생긴 다른 알파가 나를 향해 미소 짓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턱이 굳어지는 것을.
*이제야 내가 보여?*
씁쓸한 만족감이 속에서 피어올랐다.
*다른 남자들이 나를 주목하니까? 당신과 상관없이 내 가치가 생기니까?*
그가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인파를 가르는 단호하고 거침없는 직선이었다. 늘 그랬듯, 사람들은 그를 위해 길을 열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향해 미친 듯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무엇을 요구할지 알 수 없었다. 화를 낼까? 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그의 지배력을 다시 확인하려 할까? 그 생각은 두려우면서도, 부끄럽게도 약간은 짜릿했다.
그가 방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그 일이 일어났다.
낮고 격렬한 진동이 고대 건물의 기초를 뒤흔들었다. 지진이 아니었다. 더 깊고, 더 마법적인, 마치 세상 자체가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놀란 숨소리가 군중 속에서 터져 나왔다. 은 쟁반 위의 샴페인 잔들이 부딪쳤고, 현악 4중주는 불협화음을 내며 멈췄다.
내 시선은 위로 향했다. 저 높은 곳, 고대의 마력이 깃든 수정으로 가득 찬 거대한 샹들리에 중 하나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 세기 동안 버텨온 고정 장치가 천장에서 뜯겨 나가면서 역겨운 마찰음이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잔인한 운명의 장난처럼, 샹들리에의 치명적인 궤적은 태준과, 마치 소환된 듯 그의 곁에 나타난 유채리, 그리고 내가 모두 서 있는 바로 그 대리석 바닥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
시간은 느려지지 않았다. 산산조각 났다.
내 머릿속은 단 한 번의 끔찍한 심장 박동 안에 수천 가지 세부 사항을 처리했다. 유채리의 목에서 터져 나온 겁에 질린 비명. 천장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먼지와 석고 가루. 연회장 전체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떨어지는 수정에서 굴절된 빛이 바닥에 수천 개의 공포에 질린 무지개를 그리는 모습.
태준은 우리 사이에 서 있었다. 그의 반려인 나와, 그의 집착인 유채리 사이에.
내 안의 늑대가 마음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찬 원시적인 울음소리이자 절박하고 본능적인 애원이었다.
*반려가 우리를 구할 거야. 우리를 지켜줄 거야.*
하지만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찰나의 계산, 선택의 순간을. 망설임은 없었다. 갈등도 없었다. 오직 본능만이 있었다.
그의 본능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잔인할 정도로 빠르고 파괴적으로 명확한 움직임으로, 그가 움직였다. 하지만 나를 향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나를 밀쳤다. 세게. 한때 그토록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았던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강타했다. 그것은 주된 샹들리에를 피하게 하려는 밀침이 아니었다. 폭력적이고 생각 없는 배제였다. 그는 나를 옆으로 내던졌다. 초기 충격 지점에서 쏟아져 내리는 무거운 수정 파편과 부서지는 나무 조각들 속으로.
그는 나를 구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은 고통과 배신의 만화경이 되었다. 내가 뒤로 비틀거리며 발목이 꺾이는 동안, 내 마지막 의식에 남은 광경은 태준의 모습이었다. 그는 강력하고 보호적인 방패처럼 뛰어올라 유채리를 감쌌다. 그는 그녀를 가슴에 품고, 나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채, 그가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떨어지는 석고의 작은 충격들을 흡수했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의 입술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그의 생각에는 내 안전이 없었다. 나는 그가 소중한 것을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길에 있는 장애물, 치워버려야 할 가구 조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세상이 폭발했다. 묘비처럼 무거운 화려한 천장 조각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고통은 눈을 멀게 하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하얀 초신성이었다. 부서지는 수정 소리, 비명 소리, 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내가 들은 마지막 소리였고, 그 후 세상은 끝없는, 고요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회차 3
나는 소독약 냄새와 차갑고 살균된 공기의 날카로움 속에서 깨어났다. 얇고 까슬까슬한 담요가 턱까지 덮여 있었고, 규칙적인 기계음이 조용한 방 안을 울렸다. 의무실. 청림 팩의 의무실이었다. 내 몸은 낯선 나라, 고통으로 가득 찬 미지의 땅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에 새로운 불길이 일었고, 다리와 등, 뼛속까지 둔하고 무거운 통증이 맥박처럼 울렸다.
*그가 나를 밀었어.*
그 생각은 뱃속에 차갑고 단단한 돌덩이처럼 자리 잡았다.
*그가 나를 버렸어.*
우리 팩의 나이 든 주치의인 김 원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에 들어왔다. 그의 친절하고 물기 어린 푸른 눈에는 내가 견딜 수 없는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 능숙하게 움직이며 내 침대 옆 모니터를 확인했다. 내 불안감에 심박수가 치솟자 규칙적인 기계음이 빨라졌다.
“얼마나… 얼마나 심각한가요?”
나는 마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의 표정은 암울했다.
“은하 씨… 충격이 심했어요. 다발성 골절에 내부 장기 손상까지. 하지만 그게 최악은 아닙니다.”
나는 얇은 담요를 꽉 쥐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샹들리에는 오래된 것이었고, 마력 증폭용 수정이 박혀 있었어요.”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게 산산조각 나면서 혼돈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방출됐습니다. 수정 파편들이 등, 척추 근처에 박혔어요. 그게… 당신의 연결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연결이요? 제 늑대와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파편이 늑대의 영과 당신을 잇는 주된 신경 경로를 영구적으로 손상시켰습니다. 늑대는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연결이… 희미해졌어요. 앞으로 변신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은하 씨.”
목이 메인 신음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내 늑대. 나의 힘, 나의 동반자, 내 영혼의 다른 반쪽. 그 연결이 끊어지고, 내 몸에 갇히게 된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운명이었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뜨겁고 소리 없는 눈물이 뺨의 얼룩을 따라 길을 내며 흘러내렸다.
“태준 씨는… 다녀갔나요?”
나는 입안에서 재 맛이 나는 질문을 던졌다. 알아야만 했다. 내 안의 깊이 상처 입은 어리석은 부분이 여전히 그가 후회로 가득 찬 얼굴로 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김 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유채리 씨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녀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아.*
그 말은 씁쓸한 조롱이었다. 내 반려의 몸으로 보호받아 상처 하나 없이 걸어 나간 유채리는 충격을 받았고, 그의 행동 때문에 부서지고 평생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나는 이 차가운 하얀 방에 홀로 남겨졌다. 내 안에서 깜빡이던 마지막 희망의 불씨가 꺼지고, 차갑고 단단한 확신만이 남았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결코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
그는 이틀 후에야 나타났다. 내 병실 문이 활짝 열리고, 그는 복도의 불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연회장에서 입었던 맞춤 정장이 아닌, 그의 권위와 위압감을 조금도 감추지 못하는 심플한 검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얼굴은 차가운 무관심의 가면을 쓰고 있었고, 폭풍우 치는 그의 눈에는 후회나 걱정의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침대에 부서진 채 누워 있는 나를 보더니, 입술을 비틀며 희미하게 비웃었다.
“깨어났군.”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가슴속에 얼음덩어리가 박힌 채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날 밀었어.”
“나는 채리를 구한 거야.”
그는 단호하고 딱딱한 목소리로 정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넌 스스로 구경거리가 됐고, 채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 넌 우리 팩을 망신시켰어, 은하야. 그 많은 알파들 앞에서 그렇게 약해 빠진 모습으로 누워서.”
그의 말의 뻔뻔함, 완전한 책임 전가에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 자신의 잔인한 선택의 희생양이 된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내 상처의 고통은 그의 잔인함이 주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 죽을 셔도 있었어.”
나는 너무 약해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차라리 그때 죽어버렸으면 더 나았을 텐데.”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했다.
“너와 나 사이의 이… 이 인연. 이건 약점이 됐어. 족쇄야. 너의 그 집착, 그 감상적인 태도… 내 힘을 갉아먹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방해물이라고.”
그는 침대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존재가 방을 가득 채우며 나를 질식시켰다. 그는 나를 반려가 아닌, 해결해야 할 문제, 지워버려야 할 오류로 내려다보았다.
“고대부터 내려온 ‘관계 단절 의식’을 거행하겠다.”
그의 선언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며, 절대적으로 최종적이었다.
내 세상이 멈췄다. 모니터의 기계음이 멀리 사라지는 것 같았다. 관계 단절 의식. 그것은 가장 극단적인 배신의 경우에만 사용되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의식이었다. 강제적인 거부. 달의 여신이 축복한 인연을 마법으로 찢어버리는 행위.
“안 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 움직임에 두개골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태준 씨, 제발….”
그의 눈은 얼음 조각 같았다.
“나, 청림 팩의 알파 강태준은, 너 서은하를 나의 반려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인연은 이제 끊어졌다.”
그 말이 그의 입술을 떠나는 순간, 내가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이 나를 꿰뚫었다. 육체적인 것이 아니었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이었다. 내 목에서 날것 그대로의,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5년 동안 우리를 연결했던 은빛 실이 끊어졌다. 그 반동은 재앙과도 같았다. 심장이 터져버리고, 마력이 통제 불능 상태로 소용돌이치며, 내 생명력이 그가 있던 빈자리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세상이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 옆 모니터의 기계음이 하나의 높고 지속적인 소음으로 변했다.
*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문이 벌컥 열리는 모습이었다. 김 원장이 공황 상태에 빠진 얼굴로 달려 들어왔다. 그는 멎어버린 모니터를 흘끗 보고는, 차갑고 미동도 없는 태준의 모습을 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는 의료용 태블릿으로 미친 듯이 진단 프로그램을 돌리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손이 화면 위를 날아다녔다.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김 원장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커졌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빛나는 화면과 태준의 용서 없는 시선, 그리고 침대 위의 부서진 내 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순수하고 완전한 충격과 공포가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알파…”
주치의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관계 단절… 그 반동이… 사모님께만 향하는 게 아닙니다.”
그는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며 태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달의 여신이시여, 사모님께서… 알파의 후계자를 임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