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경시, 성교외.
"풍덩!"
어둠 속, 강물에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며 거대한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강가에 앉아 쉬고 있던 지서연은 물보라를 그대로 뒤집어썼다.
공기 중에 희미하게 철 녹슨 냄새가 풍겨왔다.
그녀에게 익숙한 냄새였다.
피 냄새였다.
강물에 떨어진 건 사람이었고, 그것도 부상당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멀지 않은 곳에서 일부러 목소리를 낮춘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찾아!"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치지 마!"
"절대 살려두지 마!"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럽고 급한 발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지서연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발목이 단단히 잡혔다.
"살려줘요…… 뭐든 할 테니까……" 남자는 숨이 끊어질 듯했다.
곧이어 발목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더니,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기절한 것 같았다.
의술은 인술이라 했다.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 없어야지.
만난 것도 인연이니, 구해주자.
지서연은 생각과 동시에 손을 움직였다.
허리춤에 찬 작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낸 그녀는 약병에서 약을 꺼내 남자의 입에 넣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희미한 불빛이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비춰졌다.
지서연은 급히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 남자를 물 아래로 밀어 넣어 숨었다.
곧이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녀가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강물은 이미 평온한 상태였다.
주변을 수색하던 사람들은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이 멀리 떠난 것을 확인한 지서연은 물속에서 나와 남자를 끌고 강가로 올라왔다.
밤의 강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남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남자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입에서 많은 양의 물을 토해냈다.
지서연은 남자의 코 밑에 손을 대고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더욱 짙어졌다.
지서연은 남자의 깊은 이목구비를 똑똑히 보았고, 머릿속에 여섯 글자가 떠올랐다.
'참 예쁘게도 생겼네.'
그때, 바닥에 누워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남자가 눈을 살짝 뜨자, 눈앞에 한 소녀가 어렴풋이 보였다.
달빛 아래, 소녀의 쇄골에 새겨진 검은색 초승달 문신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육주원은 시선을 위로 옮겨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의식이 흐려진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서연은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약을 먹였다.
달빛을 빌려 남자의 젖은 몸을 관찰하던 그녀는 남자가 허리에 부상을 입은 것을 발견했다.
상처는 깊었고, 아직도 피가 새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고, 과다 출혈로 기절한 것 같았다.
그녀는 남자의 옷을 찢어 상처를 씻어내고 지혈제를 뿌렸다.
처치를 마친 그녀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목숨 살리는 약을 두 알이나 삼키다니, 네 목숨값 꽤나 비싸네."
남자를 구한 지서연은 몸에 지닌 물건을 확인하고 떠나려 했다.
떠나기 전,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목에 걸린 보석 펜던트에 고정되었다.
펜던트는 전체가 붉은색으로, 달빛에 비춰져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뿜어냈다.
"네가 말한 요구 같은 건 없지만, 난 이런 희한한 물건이 좋더라."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숙여 펜던트를 낚아챘다.
"목숨 구해줬으니 펜던트는 내가 갖는다. 이걸로 퉁치는 거야."
회차 2
다음 날 오전.
지서연은 경시에 도착해 운정 그랜드 호텔에 투숙했다.
스위트룸에 들어선 그녀는 외투를 벗어 소파에 던져두고 통유리창 앞에 섰다.
높은 빌딩과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며.
그녀는 이런 풍경을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여섯 살 때, 어머니가 살해당한 후 그녀는 황량한 산에 버려졌다.
이 모든 것은 지씨 가문이 저지른 짓이었다.
사부님과 사모님이 그녀를 거두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돌아온 그녀는 복수를 하고, 본래 그녀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다.
정신을 차린 지서연은 주머니에서 부상당한 남자의 몸에서 슬쩍한 펜던트를 꺼내 햇빛에 비춰 보았다.
깨끗하게 닦은 보석은 더욱 투명해졌고, 눈대중으로 봐도 값비싼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펜던트를 쥔 손은 더욱 놓아주지 못했고, 지서연은 그 감촉이 탐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펜던트에 끈을 꿰어 목에 걸고 거울 앞에 섰다.
예쁘네. 그냥 걸고 다니자.
펜던트를 옷 속에 숨긴 지서연은 휴대폰을 꺼내 IP 주소를 변경하고 뉴스 앱을 열었다.
페이지가 전환되자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지씨 가문 큰 아가씨 지서윤 중상으로 의식불명, 지씨 가문 거액으로 혈액 구한다!"
흥미가 생긴 지서연은 기사를 클릭했다.
지서윤은 교통사고로 인해 대량 출혈이 발생했고, RH 양성 혈액형임에도 병원 혈액 은행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지씨 가문은 거액으로 혈액을 구하고 있었지만, 헌혈하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서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교통사고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일어났네.
지씨 가문에 들어가기 위해 꽤나 힘을 써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줄이야.
휴대폰을 끈 지서연은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어 머릿속 생각을 정리했다.
판다 블러드, 희귀한 것이지만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경성에서 발을 붙일 수 있는 신분이었다.
결심을 굳힌 지서연은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단지 지씨 가문에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제발 돌아와 달라고 빌게 만들고, 그녀가 지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보란 듯이 세상에 공표하게 할 것이다.
서울제일병원.
지정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서연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정덕은 지서연을 보자마자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
지서연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아버지?"
그녀의 말은 천둥처럼 지정덕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는 지서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서연은 그가 자신을 쳐다보게 내버려 두었다.
그녀를 볼수록, 그는 죽은 그녀의 어머니를 더욱 떠올릴 것이다.
그에게 아직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
부녀는 얼마나 오랫동안 서로를 쳐다보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을까.
마침내 지정덕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너 정말…… 니엔니엔이니?"
지서연의 얼굴에 아무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친자 확인이라도 해드릴까요, 아버지?"
"아니, 아니다……" 지정덕은 주름진 얼굴을 눈물로 적시며 말했다. "너와 네 어머니가 젊었을 때, 정말 똑같구나."
지서연은 실소를 터뜨렸다.
만약 그가 부와 권력을 탐내 아내와 딸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녀의 어머니는 비참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고, 그녀도 10년 넘게 밖에서 떠돌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어머니를 언급할 자격이 있을까?
"RH 혈액형, 제가 가지고 있어요."
지서연은 말을 마치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지정덕은 깜짝 놀라더니 빠르게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부녀는 중환자실 밖으로 향했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지서연은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병상에 누워 온몸에 관을 꽂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 피를 원한다면, 조건이 있어요."
그녀는 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저는 지씨 가문의 정당한 큰 아가씨로 돌아가고 싶어요. 지씨 가문은 저를 위해 성대한 환영 연회를 열어야 해요."
지정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니엔니엔, 네가 지낼 곳이 없다면, 내가 너를 위해 집을 사줄 수 있어. 하지만 지씨 가문에 돌아오는 건……"
그가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지서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동의하더라도, 지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씨 가문이 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 그럼 지서윤, 안 살릴래요."
말을 마친 지서연은 뒤돌아섰다.
지정덕은 그녀를 뒤쫓아가 팔을 잡았다. "니엔니엔, 가지 마라. 아빠가…… 아빠가 가서 상의해볼게……"
회차 3
지씨 집안사람들은 결국 지서연을 가문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지서연은 지정덕과 그의 아내 서미영이 이 일로 인해 크게 다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날 저녁, 지서연은 지서윤을 위해 처음으로 헌혈을 했다.
지서윤이 과다 출혈로 인해 앞으로도 여러 번 헌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씨 집안은.
지서연을 병원 VIP 병실에 머물게 했다.
그때, 휴대폰이 두 번 진동했고,
지서연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샹쓰: [육씨 가문 소주인 육주원이 지금 경시 전체를 뒤지고 있어. 스무 살 안팎에 의술을 할 줄 알고, 쇄골에 검은색 반달 모양 점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대.]
메시지를 확인한 지서연은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어머, 나랑 똑같네.]
샹쓰: [아니, 장난으로 넘기지 마! 어쩌면 그 사람이 찾는 게 너일 수도 있어.]
지서연: [나를 왜 찾아? 그 사람이랑 원한 산 일도 없는데.]
샹쓰: [그 사람 비위를 건드린 적은 없는지 다시 생각해 봐.]
지서연은 기우라고 생각했다.
[내가 경시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말도 안 돼. 우연일 뿐이야. 마음에 두지 마.]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후, 저쪽에서는 더 이상 답이 없었다.
이것으로 채팅은 끝났다.
지서연은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결국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자마자 페이지가 넘어가며, 커다란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주원, 28세."
그게 끝이었다.
지서연: "……"
꽤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군.
그녀는 흥미가 생겨 캐리어에서 태블릿을 꺼내 USB를 꽂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빠르게 키보드 위에서 코드를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드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화면에 간결한 대화창이 나타났다.
"모시모시― 사람 하나만 찾아줘."
"누구?"
지서연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육주원."
"알겠어. 3일."
만족스러운 답을 본 지서연은 코드가 난무하는 페이지에서 빠져나왔다.
같은 시각, 남호 별원.
경시의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호화 저택은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찾았나?"
넓은 침실에서 육주원은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몸가짐이 늠름하여, 비록 중상을 입었지만 그 강대한 기세를 가릴 수는 없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 끝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곽준혁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아직입니다."
육주원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그는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찾아."
"네."
대답을 한 후, 곽준혁은 품에서 금박을 입힌 초대장 하나를 꺼내 깍듯이 육주원 앞에 내밀었다.
"도련님,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육주원은 그의 손에 들린 초대장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어디 건데?"
"지씨 가문 인정 연회입니다. 지정덕이 밖에서 낳은 사생녀를 가문에 들이는 자리인데, 지 어르신께서 도련님께는 꼭 참석해 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꼭?" 육주원은 얇은 입술 사이로 두 글자를 뱉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곽준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절해 드릴까요?"
그의 도련님은 연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이런 수준의 연회는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씨 가문 어르신이 거듭 부탁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이 초대장을 따로 도련님 앞에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다.
육주원은 초대장을 집어 들었고, 그윽한 눈동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이 더해졌다.
이 지씨 가문 사생녀, 제법 수완이 있군. 지씨 집안이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일을 벌이다니.
그는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아니, 지 어르신께 꼭 참석하겠다고 전해."
인정 연회 당일, 마침 날씨가 맑았다.
지서연은 병원을 나와 교외의 산으로 차를 몰았다.
산길은 구불구불했지만,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어머니의 묘를 찾았다.
덩그러니 있는 무덤엔 비석조차 없었고, 잡초만 무성했다.
늘 다니던 길이 아니었다면, 그리 쉽게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지서연은 묘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위의 잡초를 꼼꼼하게 뽑아냈다.
그녀의 동작은 잠든 어머니를 깨울세라 조심스러웠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몸을 숙여 머리를 조아리고, 차가운 땅에 이마를 댄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머지않아, 어머니는 마땅히 받아야 할 모든 것을 받게 될 것이다.
지서연은 다시 한번 절을 하고, 일어나 큰 걸음으로 떠났다.
인정 연회는 오후로 정해져 있었다. 지서연은 호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러 스타일링을 받았다.
그녀가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고, 휴대폰에는 지정덕이 건 부재중 전화가 스무 통 넘게 찍혀 있었다.
지서연은 여전히 서두르지 않고, 아래층에서 물건을 챙긴 후에야 출발할 준비를 했다.
그 시각, 지씨 본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사생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람이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단연 지정덕의 현 부인인 서미영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지정덕에게 함부로 대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입에 욕을 달고 있었다. "그 계집애가 날짜 잡을 때부터 알아봤어. 일부러 그런 거야! 하필 그 사람 기일에 맞춰서, 순전히 우리 속을 긁으려고!"
"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어? 우리 서윤이가 사고 나자마자 온 경시에서 희귀 혈액 한 방울을 못 찾더니! 그 계집애가 돌아오자마자 재수 없게 진짜, 앞으로 좋은 꼴 보긴 글렀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지정덕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관자놀이 위로 핏줄이 미세하게 툭툭 튀었다.
바로 그때, 문 쪽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