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심플하지만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풍기는 인테리어의 방 안에서 여자의 교성과 남자의 신음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침대에 엎드린 운람월은 실크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쥔 채, 몸 위에서 더욱 거칠어지는 남자의 움직임을 견디고 있었다.

남자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 잘록한 곳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등 위를 덮어 누르며, 한 달간의 출장으로 쌓인 욕정을 모두 쏟아내려는 듯했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나서야 남자는 거칠게 파고든 끝에야 시원하게 안겨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절정의 여운을 가라앉혔다.

"진혁, 할아버님이 우리 아이 언제 갖냐고 또 재촉하셔."

운람월은 그의 손가락을 마주 잡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해서 어둠 속에서 더욱 매혹적으로 들려왔다.

귓가에 닿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에 그녀는 온몸이 짜릿하게 떨려왔다.

"아이를 원해?"

남자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운람월은 그가 거절하지 않자 마음속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응, 나 아직 젊으니까 낳고 나서 회복하기도 좋을 거야. 나중에 더 갖고 싶으면 기회도 더 많을 테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얼굴을 따라 내려오더니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연한 피부에 금세 붉은 자국이 남았다.

"아이로 날 묶어두시겠다? 네 주제에?"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내리꽂히자 남자는 미련 없이 몸을 뺐다. 온몸에 힘이 빠진 운람월은 침대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는 황급히 변명했다. "할아버님 뜻이었어, 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내일 본가 식사, 넌 오지 마."

"왜?"

운람월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단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일까?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로, 온 가족이 본가에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방 안은 어두워 그림자 속 남자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다.

"서아가 귀국했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녀는 얇은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얼굴에 멍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는 알몸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갔고, 곧이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운람월은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저릿한 아픔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이불을 움켜쥔 손의 힘을 푼 그녀는 쏴아하는 물소리를 들으며 회상에 잠겼다.

3년 전, 그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묵 어르신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구해줬다.

몸을 추스르자, 어르신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큰손자 묵진혁과 결혼하라는 것이었다.

어르신의 은혜에 보답하고 자신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그녀는 그와 3년 계약을 맺었다.

3년 후, 결혼 생활을 유지할지 말지는 부부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운람월은 그렇게 묵씨 가문에 머물며 묵진혁의 아내가 되었고, 그를 정성껏 돌봤다.

그녀의 보살핌 아래, 묵진혁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녀도 천천히 그에게 마음이 갔다.

결혼 3년 동안, 정식으로 함께 지낸 시간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 묵진혁은 그녀에게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 완서아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어르신을 통해 완서아가 묵진혁이 식물인간이 되자마자 그를 버리고 해외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해외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남자친구를 계속해서 갈아치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계약이 끝나는 시기와 완서아가 돌아오는 시기가 겹쳐버렸다.

3년간의 간호와 지극한 정성도 그의 마음속에 자리한 첫사랑의 그림자를 이길 수 없었고, 그의 마음을 데울 수도 없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욕실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하반신에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그는 복근이 선명하고 근육이 탄탄했으며, 긴 다리와 탄력 있는 엉덩이까지 지닌,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맨살을 맞댄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자가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본 그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옷장에서 셔츠와 정장 바지를 꺼낸 그는 수건을 풀고 느릿느릿 옷을 입었다.

"할아버님한텐 몸이 안 좋아서 못 간다고 해."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얼굴과 달리, 그의 말은 사람을 떨게 할 만큼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언가 생각난 듯 허리를 숙인 그가 바닥에 있던 양복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약 먹는 거 잊지 말고."

운람월은 그 약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매번 관계가 끝나면, 그는 직접 그녀가 피임약을 먹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질 기회를 절대로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묵 어르신은 그녀에게 빨리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했다. 묵진혁을 묶어두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녀를 곁에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묵진혁은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그렇게 대했지만, 묵 어르신과 완서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계약 기간도 다 됐으니, 이 결혼도 끝낼 때가 됐어."

셔츠의 마지막 단추를 잠근 그가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운람월의 앞에 놓았다.

"여기 서명해. 이제 서로 간섭하지 말자."

서류 위에 적힌 '이혼 합의서'라는 글자가 유난히 눈에 아팠다. 종이를 움켜쥔 운람월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회차 2

결국 이 날이 오고야 말았다. 운람월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자, 두 눈에 물안개가 낀 그녀가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물었다. "당신... 정말 나랑 이혼하려는 거예요?"

침대 옆에 선 남자는 조각 같은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로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볼 뿐이었다.

"묵씨 집안 사모님 자리는 네가 아니겠지만... 내 옆에 있고 싶으면 정부 자리 하나 정도는 비워줄 수 있어."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무심한 눈빛에 희롱하는 기색이 어렸다.

두 사람은 잠자리에서 놀랍도록 잘 맞았기에, 그녀가 원한다면 그는 그녀를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운람월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녀가 애써 외면했던 모든 것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두 사람의 첫 잠자리는 술김에 벌어진 우연이었다. 그들은 밤새도록 서로를 탐했다.

술에서 깨어난 그는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분노했다.

그녀는 그의 새빨갛게 충혈된 눈에 자책과 후회가 서려 있던 것을 똑똑히 기억했다.

묵 할아버님 때문에 그는 아무 짓도 하지 못했지만, 그 후 잠자리에서 온갖 방식으로 그녀를 대했다.

두 사람은 함께 살지 않았다. 묵진혁은 깨어난 후 일찌감치 집을 나갔고, 그녀는 혼자 저택에 남아 그가 찾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찾아올 때마다 잠자리를 갖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이런 관계가 스폰받는 애인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묵씨 가문에서 묵 할아버님을 제외하고, 아무도 그녀를 묵씨 부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운람월은 머리끝까지 치미는 까닭 모를 분노를 느끼며 이성과 평정을 모두 잃고 원초적인 감정만 남았다.

"허, 묵 회장 정부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서울 한 바퀴는 돌 텐데, 나 같은 전처한테까지 차례가 오겠어?"

묵진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내려다보자, 여자의 붉어진 눈가와 비웃듯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그는 운람월이 아내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가 이곳에 자주 오지는 않았지만, 올 때마다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여자는 그를 보물처럼 떠받들었고, 그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이곳에서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자는 널리고 널렸다.

운람월 하나쯤 없어도, 유유가 있고, 다른 여자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위자료나 확인해. 동의하면 빨리 사인하고."

묵진혁이 손목에 찬 명품 시계를 확인했다. 밤 9시 10분,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낀 운람월은 남자의 말에 따라 이혼 위자료 부분을 펼쳤다.

자산 약 60억 원에 차 한 대와 집 두 채. 정말 통 큰 이혼 위자료였다.

여자의 놀란 표정을 본 묵진혁의 차가운 눈빛에 비웃음이 번졌다.

역시, 뼛속까지 새겨진 돈에 대한 탐욕은 숨길 수 없군.

"적다고 생각하면 말해. 고려해 보고 더 얹어줄 수도 있으니."

어쨌든 여자가 지난 2년간 그를 잘 보살펴준 것이 꽤 마음에 들었으니, 이 정도 돈은 그에게 껌값에 불과했다.

"됐어요."

운람월은 펜을 들어 합의서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다른 한쪽 칸에는 묵진혁이 이미 서명을 마친 상태였다.

날카로운 필체는 소나무처럼 굳세고 힘이 넘쳤다.

그녀는 서류 마지막에 그녀의 이름을 한 획 한 획 써 내려갔다.

마지막 획을 긋는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눈을 꼭 감은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3년간의 꿈에서 깨어날 때가 온 것이다.

묵진혁은 여자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

약속대로 이혼 합의서를 손에 넣었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간을 찌푸린 그가 귀찮다는 듯 혀를 찼다. 눈초리와 눈가에 옅은 염세적인 기운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9시, 구청에서 봐."

긴 손가락으로 이혼 합의서 한 부를 집어 든 남자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떠나며 그녀에게 무정한 뒷모습을 보였다.

방에 홀로 남은 운람월은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안은 채 한바탕 실컷 울었다.

마지막 눈물이 떨어지자, 그녀는 묵진혁에 대한 마지막 감정까지 마음속 깊이 묻어버렸다.

3년의 시간이 끝났으니,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상심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8시 50분, 구청 앞에 묵진혁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구청 앞 길가에 정차한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그는 고개를 숙이고 컴퓨터에 온 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남자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어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임지석 총괄 비서는 조수석에 앉아 곁눈질로 뒷좌석의 남자를 몰래 훔쳐보며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잠겼다.

오늘 아침 묵 회장의 전화를 받은 그는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었다.

묵 회장님과 사모님이 오늘 구청에서 이혼하신다고?!

그는 묵 회장이 열두 살 때부터 그의 곁을 지켰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묵 회장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묵 어르신은 식물인간이 된 손자에게 아내를 맞이하게 했다.

그는 묵 회장이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새 사모님을 안타깝게 여긴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묵 회장이 깨어난 후, 뜻밖에도 새 사모님과 바로 이혼하지 않고 몇 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이혼이라니.

사모님은 할아버님께서 묵 회장에게 억지로 결혼시킨 분인데, 이렇게 이혼해 버리면 할아버님 쪽은 어쩌려고?

"지금 몇 시지?"

차가운 목소리가 임지석의 상념을 끊었다. 그는 휴대폰을 확인하고 대답했다. "8시 55분입니다. 회장님, 저희가 이곳에 도착한 지 20분 지났습니다."

차 안에는 두 사람의 옅은 숨소리만 들릴 뿐, 고요하기만 했다.

임지석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회장님, 혹시 어르신께는 말씀드리셨습니까?"

묵진혁은 눈을 내리깔았다. 할아버지는 운람월을 무척이나 아꼈다.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가 선조치 후보고를 택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임지석은 속으로 상황 파악이 끝났다.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차 안의 기압이 뚝 떨어진 것을 보니, 묵 회장님께서는 분명 제멋대로 일을 진행하신 것이리라.

그가 결정한 일은 묵 어르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회차 3

임지석은 차창 밖을 내다보던 중, 눈을 번뜩 뜨더니 묵진혁을 돌아보며 말했다. "회장님, 사모님 오십니다."

임지석의 말에 묵진혁도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내다봤다. 짙은 회색의 프라이버시 필름을 통해 운란월이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몸에 딱 달라붙은 빨간색 원피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 곡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치마는 장미꽃 모양으로 주름이 잡혀 있어 걸을 때마다 흔들거렸다.

허리를 강조한 디자인은 그녀의 허리가 한 줌에 잡힐 듯 가늘어 보였고, 등 뒤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그녀의 매혹적인 매력을 더했다.

운란월을 자주 보지 못했던 임지석은 그녀의 화려한 모습에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완전 선녀가 따로 없네."

묵진혁은 그런 임지석을 흘겨봤다. 이혼 첫날, 저런 옷을 입고 누구를 유혹하려는 걸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끝날 무렵, 그의 안색이 먹구름보다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본가로 가."

"예? 사모님은요?"

"태워."

택시에서 내린 운란월은 길게 늘어선 리무진을 발견했다. 내려오지 않는 걸 보니, 그녀가 직접 가서 모셔오라는 뜻인가?

그녀가 다가가 차창을 두드리려 할 때,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다음 순간, 차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자리를 채 잡지 못한 운란월은 강한 관성에 몸이 앞으로 쏠리며 남자의 다리 사이에 쓰러졌다.

손이 얼굴보다 먼저 남자의 그곳에 닿았고, 그것은 그녀의 손안에서 꿈틀했다.

손바닥으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자 그녀는 황급히 몸을 뒤로 뺐고, 몸을 일으키려다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쳐 고통에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방금 전의 세련되고 고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숨을 헐떡였다. "이혼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임지석은 귀를 쫑긋 세웠다. 설마 묵 회장님이 후회하시는 걸까?

그는 사모님께서 묵 회장님 곁을 이렇게 오래 지켰으니, 정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방금 전의 사고를 마음에 두지 않은 남자의 안색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가보면 알아."

그는 양복 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꺼내더니, 긴 손가락으로 포장지를 찢어 입에 넣고 혀끝으로 사탕을 꽉 눌러 마음속의 포악한 감정을 억눌렀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운란월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한 시간 넘게 달린 차는 어느새 한 저택으로 들어섰다.

수천 평에 달하는 저택에는 가산과 유수, 정자와 회랑이 있었고, 중국식과 서양식 건물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메시지에 답장을 마친 운란월은 익숙한 풍경에 잠시 멍해졌다.

"본가는 왜? 여기 왜 데려온 거야?"

오늘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다. 할아버님의 규칙에 따라 가족들은 본가에 모여 식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어젯밤, 묵진혁은 그녀에게 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다. 원래 이혼 신고를 하러 가던 참인데, 왜 갑자기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걸까?

리무진은 호숫가 별장 앞에 멈춰 섰고, 묵진혁은 운란월을 끌고 차에서 내렸다. 다급한 얼굴로 다가오는 집사를 무시한 그는 바람을 일으키듯 2층으로 향했다.

집사는 그의 뒤를 쫓아오며 다급하게 말했다. "큰 사모님께서 아침 내내 못 일어나시다가,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다행히 큰 회장님께서 일찍 발견하셨고, 지금 주치의 선생님께서 수술실에서 응급 처치 중이십니다."

"큰 사모님께서 두 번째로 쓰러지신 겁니다. 쓰러지실 때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셨고, 선생님께서 장기 부전이 동반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2층 안방 밖에는 묵씨 가문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할머니는 세 명의 자식을 낳았다. 첫째 묵태준은 군에 복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

둘째 묵상훈은 묵진혁의 아버지로, 원래 묵씨 그룹의 사장이었으나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셋째 묵수헌은 서울 시장으로, 현재 출장 중이다.

묵진혁을 발견한 묵상훈의 아내 당은주는 입술을 비죽였다. "누구는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나 봐. 식구의 생사도 신경 안 쓰고, 온통 돈에만 눈이 멀었으니."

그녀는 묵진혁의 뒤에 서 있는 운란월을 흘겨보며 혀를 찼다. "어머, 아직 이혼 안 했니? 어른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실크 치파오를 입은 그녀는 팔짱을 끼고, 완전한 화장을 한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묵상훈은 묵진혁을 향해 말했다. "진혁아, 네가 집에 돌아온 후 할머니께서 너를 얼마나 아끼셨는지 알기나 하냐?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할머니 임종도 못 지킬 뻔했어. 내 생각엔, 네가 그렇게 많은 사업을 관리하는 건 소용없으니, 차라리 좀 넘기는 게 어때?"

묵진혁은 그들과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할아버님 앞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좀 어떠세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님은 부인의 병세에 초췌해져 있었고, 주름 가득한 두 눈은 굳게 닫힌 방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주치의가, 가망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더구나."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손을 꽉 잡고 흐느끼는 목에서 한 글자 한 글자 힘겹게 쥐어짰다. "진혁아, 옥란이가... 갈 것 같구나."

손목을 잡은 힘이 천근만근 무거웠고, 묵진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안 됩니다. 할머니께서는 늘 건강하셨습니다. 괜찮으실 겁니다."

운란월은 문 앞에 모인 어른들께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묵진혁의 뒤에 자리를 잡고 서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문을 바라봤다.

할머니는 할아버님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손주며느리로서 무척이나 아꼈다.

이런 위급한 상황이기에, 묵진혁이 이혼을 앞둔 그녀를 데려온 것이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주치의가 나왔다.

"큰 사모님께서 위독하셔서 저희가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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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전처가 회장님을 거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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