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오늘 밤은 우리의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IT 업계의 거물인 내 남편, 강태준은 이 도시에서 가장 비싼 호텔을 통째로 빌려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나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속삭였다. 하지만 잠시 후, 나는 그가 내 눈앞에서 우리가 함께 만든 암호를 이용해 그의 내연녀, 최유나와 시시덕거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회사에 긴급 상황이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고 파티를 떠나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가 터뜨린 기념일 불꽃놀이? 그것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다음 날, 그녀는 임신한 채 우리 집 앞에 나타났다. 나는 창문을 통해 그의 얼굴에 천천히 번지는 미소를 보았다. 몇 시간 후, 그녀는 그가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청혼하는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그는 항상 나와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10년 동안 나는 완벽하고 내조 잘하는 아내였다. 또한 그의 회사를 구한 보안 아키텍처를 구축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내가 계획된 잠적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타고 있을 때, 차가 빨간불에 멈췄다. 우리 옆에는 결혼식을 위해 장식된 롤스로이스 한 대가 서 있었다. 그 안에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강태준과 최유나가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충격으로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저 창밖으로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기사에게 가달라고 말했다.

제1화

오늘 밤은 우리의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IT 업계의 거물인 내 남편, 강태준은 도시에서 가장 비싼 호텔의 최상층 전체를 예약했다. 파티장은 부드러운 촛불 빛과 사람들의 나직한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완벽한 부부였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였고, 나는 그를 내조하는 조용한 아내, 서지우였다.

그의 회사 소속 주니어 프로그래머인 최유나라는 여자가 내 옆을 지나갔다. 그녀는少し 지나치게 밝게 웃었다.

"사모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세요. 드레스가 정말 멋져요."

말은 정중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도전적인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 시선이 내게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강태준이 내 뒤로 다가와 허리를 감쌌다. 그는 내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지만, 그 손길은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여기 있었네, 내 아름다운 아내."

그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무 의미 없는 공개적인 애정 표현이었다. 등을 감싼 그의 손은 따뜻했지만, 나는 온몸으로 퍼지는 한기를 느꼈다.

나는 최유나가 동료들 무리에 합류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는 강태준을 돌아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강태준은 그것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재빨리 사업 파트너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능숙하게 화제를 바꿨다.

그가 다시 내게 몸을 기울였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오늘 밤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지우야. 보기 좋잖아."

그것은 요청이 아니었다. 친밀한 순간으로 포장된 명령이었다. 그는 진행 중인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완벽한 결혼이라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의 사업 파парт너들이 그가 던진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모두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뛰어난 남편의 충실한 아내. 그들의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의 완벽한 인생을 위한 액세서리, 하나의 소품이 된 기분이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손에 든 비싼 샴페인이 시큼하게 느껴졌다.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재빨리 손을 바로잡았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됐다.

나는 그냥 'IT 재벌의 아내'가 아니었다. 강태준을 만나기 전, 나는 비밀 정부 기관에서 최고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 중 한 명이었다. 내 능력은 과시용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잊어버렸거나, 혹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내 일부였다.

나는 6개월 전부터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유나는 부주의해졌거나, 혹은 대담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함께 찍은 사진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흘리는 작은 단서들. 그녀는 자신이 디지털 발자국을 몇 분 안에 추적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것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을 추궁하는 대신, 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의 옛 스승인 박진수 팀장님이 '완전 소멸 프로토콜'을 설정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일단 실행되면, 서지우라는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릴 일련의 명령어들이었다.

클러치 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알림이었다. 나는 방 건너편에서 강태준과 최유나가 대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개발했던, 오직 그와 나만이 공유하기로 했던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의 비밀을 이용해 내연녀와 내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그거였다. 마지막 조각이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48시간 후면 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이다.

강태준이 사랑스러운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시 걸어왔다.

"얼굴이 좀 창백해 보이네, 여보.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진심 어렸다. 완벽한 연기였다.

"그냥 좀 피곤해서요."

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안에 쓴맛이 맴돌았다.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나중에 당신을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어."

그가 내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기대되네요."

그가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이나 할까 궁금했다. 그는 아마 나를 자신의 성공 신화의 일부, 그저 곁을 지켜준 여자로만 여길 것이다. 3년 전 그의 회사 전체를 붕괴 직전에서 구해낸 보안 아키텍처를 구축한 여자는 잊어버린 채.

방 안의 공기가 무겁고 숨 막히게 느껴졌다. 가짜 미소와 공허한 칭찬들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는 이미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 위해 몸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 있지는 마."

발코니로 향하는 동안, 두 여자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완벽한 커플이야.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저렇게 사랑하다니."

그들의 말은 칭찬이었지만, 내게는 조롱처럼 들렸다.

나는 발코니로 나가 차가운 밤공기를 마셨다. 그것은 반가운 위안이었다. 난간에 기댄 채 도시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안에 있는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은 지난 6개월 동안 느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손님들의 속삭임은 이제 그저 소음일 뿐이었다. 그들은 동화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거짓말 위에 세워졌는지 전혀 몰랐다.

불륜의 증거를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익명의 이메일 속 사진 한 장. 내가 그에게 소개해줬던, 우리만의 장소였던 카페에서 웃고 있는 강태준과 최유나. 그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고,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한 시간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주변 세상은 침묵에 잠겼다. 고통은 날카로웠고, 가슴에 물리적인 통증으로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그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설명이라도, 실수였다는 어떤 신호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그는 집에 들어와 내 뺨에 입을 맞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는 그가 잠든 후에도 오랫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집 안의 정적이 나를 짓눌렀다. 슬픔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지만, 이내 천천히 다른 것으로 굳어졌다.

무감각. 그리고 무감각之后에는 차갑고 명확한 결심이 뒤따랐다.

이 결혼은 그냥 깨진 게 아니었다. 끝났다. 그리고 나는 싸우면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라질 것이다.

회차 2

클러치에서 울리는 부드러운 진동이 나를 기억에서 끌어냈다. 개인 휴대폰이 아니라, 작고 암호화된 장치였다. 나는 큰 화분 뒤에 숨겨진 발코니 구석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박 팀장님에게서 온 전화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어, 지우야."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전문적이었다. "프로토콜은 준비됐어. 마지막 명령만 내리면 돼."

"감사합니다, 팀장님."

"정말 확신하는 거야? 일단 실행하면 되돌릴 수 없어.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라도 해야지."

그의 말이 내 안 깊은 곳을 찔렀다. 가족. 그 단어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목구멍에 덩어리가 생겼다.

강태준은 더 이상 내 가족이 아니었다. 그는 내 침대를 공유하는 낯선 사람이었다. 우리 결혼이라는 사기극의 사업 파트너일 뿐이었다.

"팀장님."

가슴이 답답했지만 내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프로토콜을 실행할 때, 모든 것을 지워주세요. 공적인 기록뿐만이 아니에요. 모든 서버, 모든 데이터베이스에서 서지우를 없애주세요. 저를 지워주세요."

전화기 저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우야, 그건… 극단적인 조치야. 그건 버림받은 요원들에게나 쓰는 수준의 삭제라고. 강 대표랑 너,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내가 얼마나 내 역할을 잘 해냈는지에 대한 증거였다. 내 가장 가까운 연락책조차 내 삶의 진실을 몰랐다.

"그가 바람을 피웠어요, 팀장님."

말은 평평하고 무미건조하게 나왔다.

전화기 너머로 길고 무거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렇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몇 달 전 그녀의 전화… 네가 추적해달라고 했던 거.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네."

그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해했다.

"시스템은 48시간 후에 준비될 거야. 개인적인 일들을 정리해.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서지우는 존재하지 않게 돼."

"알겠습니다."

안도의 물결이 나를 덮쳤다. 계획은 확고했다. 실행되고 있었다.

나는 지저분한 이혼 절차를 겪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재산을 위해 싸우거나 그의 거짓말과 사과를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사라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모든 것에 대해."

"몸조심해, 얘야."

그가 전화를 끊었다. 내가 클러치에 장치를 다시 넣는 순간, 강태준이 발코니 문에 나타났다.

"누구랑 통화했어?"

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나는 돌아서며 완벽하게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요.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전화하셨어요."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간단하고 믿을 만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내 얼굴을 잠시 살피며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그러다 긴장을 풀고 의심을 거두었다. 그는 뒤에서 나를 팔로 감싸 안으며 자신의 가슴에 나를 끌어당겼다.

"사랑해, 지우야. 그거 알지? 당신 없으면 난 길을 잃을 거야."

그의 말은 독이었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만약 당신이 날 배신하면 어떡할 건데?"라고 묻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상상했다.

아마 그는 웃어넘길 것이다.

몇 년 전, 우리가 나눴던 부주의하고 농담 섞인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그에게 만약 바람을 피우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영원히 날 차단해버려. 그래도 싸지."

곧, 넌 네가 받아 마땅한 것을 받게 될 거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넌 내 인생에서 영원히 차단될 거야.

바로 그때, 최유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손에 파일을 들고 있었고, 표정은 진지하고 전문적이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피닉스 프로젝트에 대한 긴급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강태준은 나를 놓아주었고, 그의 태도는 즉시 집중하는 CEO로 바뀌었다.

"뭔데?"

그는 파일을 받아들고 내게 등을 돌려 그들만의 작은 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나는 그들을 지켜봤다. 상사와 부하 직원의 완벽한 그림이었다. 그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순간, 나는 그들의 기술에 감탄할 뻔했다.

이상한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소리 지르고 접시를 깨는 일 없이 벗어날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강태준이 이벤트 매니저에게 카운트다운을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5, 4, 3, 2, 1..."

그는 내게 돌아서며 환하게 웃었다. "결혼기념일 축하해, 내 사랑."

갑자기, 밖의 하늘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으로 폭발했다. 우리만을 위한 거대한 불꽃놀이였다. 군중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10년이네."

강태준이 불꽃놀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제 같은데."

나는 터지는 불빛들을 응시했다. 10년. 평생처럼 느껴졌다.

완전히 다른 평생. 내 옆에 있는 남자는 내가 결혼했던 남자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야망은 있었지만 친절했다. 이 남자는 오만하고 공허했다.

그는 번쩍이는 불빛에 얼굴이 밝혀진 채 내게로 몸을 돌렸다. 그는 내게 키스하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뒤로 물러섰고, 얼굴에 짜증이 스쳤다.

"어떤 놈이 지금 귀찮게 하는 거야?"

그가 휴대폰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그는 화면을 흘끗 보았다. 짜증은 사라지고 복잡한 감정의 혼합물로 대체되었다. 나는 어두운 빛 속에서도 그것을 분명히 보았다. 욕망. 복잡함.

나는 화면을 언뜻 보았다. "Y"로부터 온 메시지. 하트 이모티콘 하나.

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돌렸지만, 너무 늦었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그의 눈은 날것의, 굶주린 표정으로 번뜩였다.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일이야."

그가 비단처럼 부드러un 목소리로 거짓말했다. "해외 서버 중 하나에 긴급 상황이 생겼어. 가서 처리해야 해."

"태준 씨, 오늘 우리 기념일이잖아요."

나는 딱 적당한 실망감을 담아 부드럽게 말했다.

"알아, 자기야, 정말 미안해."

그가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꼭 보상할게, 약속해."

"괜찮아요."

나는 그가 더 많은 거짓말을 늘어놓기 전에 말을 끊었다. "가보세요. 일이 중요하죠."

그는 안도하는 듯 보였다. 너무 쉬웠다. 그는 내가 속이기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최고야, 지우야.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그는 내 뺨에 건성으로 빠르게 키스하고 서둘러 떠났다.

나는 그가 가는 것을 지켜봤다. 차가운 확신이 내 심장에 자리 잡았다. 그는 서버를 고치러 가는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따라갈 것이다.

회차 3

나는 그에게 10분의 시간을 준 뒤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서비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내 움직임은 빠르고 조용했다. 내 차는 개인 구역에 주차되어 있었다. 차에 올라타 거리로 나섰다.

그의 차를 찾는 것은 쉬웠다. 그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맞춤형 스포츠카를 몰았다. 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헤드라이트를 껐다. 그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사무실 지역을 벗어나 새롭고 고급스러운 주거용 타워 쪽으로 향했다.

그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아파트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길 건너편에 주차하고 지켜봤다.

몇 분 후, 최유나가 엘리베이터 로비에서 나왔다. 그녀의 전문적인 태도는 사라졌다. 그녀는 실크 가운을 입고 머리를 풀고 있었다. 초조해 보였다.

강태준의 차가 подъезжать하자, 그녀는 그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표정은 토라짐과 기쁨이 섞여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녀가 장난스럽게 불평했다.

강태준은 차에서 내리며 활짝 웃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파티에서 빠져나와야 했어."

그가 낮고 친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었거든."

그는 하늘을 향해 막연하게 손짓했다. 마지막 불꽃이 사라지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어?"

"나를 위한 거였어?"

그녀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녀를 위한 건 줄 알았는데."

"내내 네 생각만 했어."

그가 그녀에게 깊게 키스하며 말했다. "약속할게, 유나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이 계약만 끝나면, 내가 다 처리할게."

나는 차 안에서 엔진을 끈 채 앉아 있었다. 백미러로 그들을 지켜봤다. 몇 년 전 내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기념일 불꽃놀이. 나는 그에게 너무 사치스럽다고, 돈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고집을 부렸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다. 그 웅장한 로맨틱 제스처는 그의 아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내연녀를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최유나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몸을 밀착시켰다.

"기다리기 싫어, 태준 씨."

그녀가 나른하게 속삭였다. "당신이 그녀랑 같이 있는 걸 생각하면 질투 나."

그가 낮고 목구멍에서 울리는 소리로 웃었다. "질투할 거 하나도 없어."

"그럼 증명해봐."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타고 내려가며 속삭였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누군지 보여줘."

그는 더 이상의 격려가 필요 없었다. 그는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녀의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차 쪽으로 옮겼다.

그녀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그녀를 조수석 문에 밀어붙이고 다시 그녀의 입을 찾았다. 창문은 틴팅되어 있었지만, 그들의 실루엣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광란적이고 절박한 춤이었다.

나는 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다.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 뺨에 차가운 길을 남겼다. 나는 화가 나서 눈물을 닦았다.

사진으로 한 번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달랐다. 배신감은 생생했고, 다시 찢어진 상처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약속들, 그의 서약들을 기억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그녀는 젊고, 야심 차고, 노골적이었다. 그게 전부였을까? 낡고 익숙한 장난감을 대체할 새롭고 반짝이는 장난감?

나는 억지로 느리고 깊은 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지금은 아니다.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나에게는 탈출구가 있었다.

앞으로 47시간만 더. 그 생각은 생명줄이었다. 나는 이것을 견뎌낼 것이다. 오늘 밤을 넘기고 나면, 나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나는 파티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크고 텅 빈 우리 집으로 운전해 갔다. 우리가 함께 지었고, 이제는 더럽혀진 추억으로 가득 찬 집. 나는 곧장 우리 침실로 가서 드레스를 갈아입지도 않고 누웠다.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거의 새벽 3시였다.

강태준이 문간에 서 있었다. 그의 실루엣은 복도 불빛에 역광으로 비쳤다. 그는 긴장해 보였다.

"지우야? 여기 있었네. 정말 걱정했어."

그는 침대로 달려왔고, 나를 보자 안도의 빛이 얼굴에 가득했다.

"파티에 돌아왔는데 당신이 없었어. 전화도 안 받고.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걱정. 그는 단지 그의 완벽한 알리바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가 사라졌기 때문에 걱정했을 뿐이다.

"늦게 돌아왔네요."

나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서버에 큰 문제가 있었나 봐요."

"그랬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정말 엉망이었지. 하지만 이제 다 해결됐어."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이 역겹게 느껴졌다.

나는 이 일에 능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말. 연기. 그가 나를 잘 가르쳤다.

그는 내가 무사하다는 것, 그의 완벽한 세상이 여전히 온전하다는 것에 안도하는 듯 보였다. 그는 나를 끌어안고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는 이렇게 나 놀라게 하지 마."

그가 속삭였다. "만약 내가 당신을 잃는다면, 난 뭘 해야 할지 모를 거야.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야."

나는 그의 품에 가만히 있었다. 그의 말이 나를 새장처럼 감쌌다.

걱정 마, 강태준, 나는 생각했다. 곧, 그걸 증명할 기회를 갖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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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에게 두 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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