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그 말에 서유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부정우는 그녀의 눈에 스친 실망감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얇은 입술은 싸늘하게 움직였다. "미안하지만 여러 번 말했잖아. 난 결벽증이 있어."
서유리는 다급하게 말했다. "여보... 하지만 난..."
그녀는 이미 히스테리 증상을 앓고 있었고, 남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였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여보, 저 좀 도와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촉촉이 젖은 눈으로 그를 애처롭게 바라봤고, 숨소리마저 가빠졌다. 그녀는 정말로 원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고,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부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늘 자신 앞에서 요염하게 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꾸짖었다. "그렇게 원하면, 네가 알아서 해결해."
냉정하고 경멸이 담긴 그의 말은 그대로 서유리의 마음속 가장 약한 곳을 세게 후벼 팠다.
하지만 부정우는 그녀의 얼굴에 스친 상처받은 표정을 못 본 척했다. 그리고 싸늘하게 덧붙였다. "앞으로 내 앞에서 이런 옷 입지 마."
그 말에 서유리의 물기 어린 눈동자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가슴 한가운데서 시큰한 감정이 천천히 번져 갔다. '여보는 결국… 나를 만지려 하지 않는다.'
"알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소리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랑 같은 방 쓰지 마." 부정우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 말에 서유리는 고개를 들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여보?"
'설마… 나랑 별거하려는 건가?'
"난 옆방에서 잘 거야.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지 마." 부정우는 차갑게 경고한 후, 침대에서 내려와 미련 없이 침실을 떠났다.
그 자리에 서유리만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서유리가 부정우와 결혼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부부 관계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부정우는 늘 얼음처럼 차갑게 그녀를 대했다. 그렇게 쌓여 온 압박 속에서 그녀는 결국 히스테리 증상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데도 남편인 부정우는 그녀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방까지 따로 쓰겠다고 했다. 서유리에게는 그야말로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었다.
부정우가 떠난 후, 겨우 조금 따뜻해진 침실은 다시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서유리의 몸 속에서 들끓는 열기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처럼 더 세게 타올랐다.
부정우의 냉담한 태도는 그녀의 마음을 깊이 베어 냈고, 그 자극에 히스테리 증상까지 다시 발작했다.
지금 그녀는 온몸이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 마치 몸 깊은 곳에서 억눌렸던 욕망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흐읍, 흐읍, 너무 힘들어. 너무 원해..." 그녀의 볼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머릿속에는 오늘 진료실 검사대 위에서 그 남자 의사와 있었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맙소사!' 서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그 남자 의사를 떠올렸을까? 나는 이미 결혼했고 남편도 있는데.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다른 남자를 떠올리다니…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대담하고 문란해진 거지?'
하지만 부정우는 그녀를 만지려 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서유리는 다시 그 남자 의사를 떠올렸다.
특히 오늘 병원 앞에서 그가 차에 타라고 했을 때, 그녀는 마스크 아래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정말 잘생겼어. 부정우보다 훨씬 잘생겼어. 만약 내가 그 남자 의사랑 함께…'
서유리는 황급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끊어 냈다. '부정우가 나를 거부한다 해도… 내가 다른 남자를 떠올리면 안 되잖아. 이건 마음으로 바람을 피우는 거나 다름없잖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 옆 탁자 서랍을 열고 그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결혼한 지난 1년 동안 부정우는 번번이 그녀를 밀어냈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히스테리 증상은 다시 발작하곤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부정우를 떠올리며 스스로 해결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부정우가 아니라 바로 그 남자 의사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서유리는 정신을 차렸다.
입가에는 옅은 물기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마치 탈진한 것처럼 힘이 빠져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유리는 다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가방을 열고 오늘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찾았다.
침실에는 이미 마실 물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 옷이나 걸치고 부엌으로 내려가 물을 마시고 약을 먹으려 했다.
그녀는 부정우의 침실을 지나가다 갑자기 안에서 남자의 의심스러운 신음 소리를 들었다.
서유리는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런 신음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어두운 조명 아래, 부정우는 침대 옆에 앉아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고, 거친 목소리가 낮게 계속 흘러나왔다. "유진아… 내 아내… 난 너만 원해… 너만 사랑해…"
"쿵!" 서유리의 머릿속이 윙 하고 울리며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유진이? 큰어머니의 딸? 서씨 가문에서 명실상부한 큰 아가씨, 서유진?'
서유리의 아버지 서정태에게는 아내 한서영과 애인 정소미가 있었다. 아내 한서영은 딸 서유진을 낳았고, 애인 정소미는 아들과 딸을 낳았다.
아들 서재민은 서씨 가문의 유일한 남자 후계자로, 태어나자마자 큰어머니 한서영에게 입양되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막내딸인 서유리만이 정소미 곁에서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 정소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정소미는 그녀보다 아들 서재민과 서유진을 더 좋아했다.
정소미는 자신의 딸의 결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것을 그녀의 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 맡겼다.
하지만 서유리는 부정우와 결혼하기 전, 따로 사람을 시켜 알아본 적이 있었다. 부정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서가의 아가씨라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 놓고 결혼을 동의했다. 그때 그녀는 그 아가씨가 당연히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전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부정우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사실 그녀의 언니 서유진이었다. 그의 사생아 신분으로는 서유진과 어울릴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혼 후 부정우는 심각한 결벽증을 이유로 그녀를 만지려 하지 않았다.
서유리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 이 순간이 되어서야 그녀는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정우는 차라리 스스로 해결할지언정 그녀를 만지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언니 서유진을 위해 순결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서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서유진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처럼 아꼈다. 큰어머니는 물론, 자신의 엄마마저도 그녀를 보물처럼 여겼다.
결국 서유리만이 언제나 서가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였다. 아버지도, 큰어머니도, 그리고 자신의 엄마마저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서유리는 결혼하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남편 부정우마저도 그녀의 언니 서유진을 좋아했다.
서유리는 그저 모든 것이 너무나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지금 남편이 연달아 서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연거푸 뺨을 얻어맞는 것처럼 그녀를 아프게 했다.
문득 서유리는 결혼 전 부정우가 몇 번이나 서씨 가문을 찾아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그는 늘 온화하고 차분했으며,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춘 신사 같은 사람이었다. 서씨 가문에 올 때마다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챙겨 주기도 했고, 그래서 서유리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그가 서씨 가문을 찾아온 이유는 애초에 그녀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은 처음부터 서유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