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으응… 살살… 쟤 깨우지 마."

온화 호텔 객실에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문서혜는 한참을 몸부림친 끝에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거의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녀의 남자친구 육선우가 한 여자를 품에 안고 창가에 앉히고 있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새어머니 조화자였다.

"걱정 마. 걘 깰 리 없어. 동물한테나 쓰는 약을 먹였는데, 그것도 아주 많이. 지금쯤 정신 잃고 혼수상태일걸."

육선우는 침대에 누워 있는 문서혜를 흘깃 쳐다보지도 않고 조화자의 가는 허리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화자는 연신 교태를 부리며 신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문서혜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조화자가 그녀와 육선우를 소개해 주었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기에, 그녀는 두 사람이 그녀의 등 뒤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 저녁, 육선우의 레스토랑 초대에 아무 의심 없이 응한 그녀는 그가 건넨 와인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이 모든 것이 두 사람이 미리 계획한 일이었다니.

"자기야, 만약에 걔가 좀 이따 자길 덮칠 남자가 사실 노숙자인 걸 알면 어떤 표정일까?" 조화자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모를 거야. 오늘 밤 상대가 나였다고 믿게만 하면, 걘 나한테 완전히 빠져서 순순히 결혼하겠지! 그때 우리가 안팎으로 손을 쓰면 문씨 가문뿐만 아니라 걔 엄마 재산까지 조만간 전부 우리 차지가 될 거야!"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육선우의 목소리에 문서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럼 걔 오빠는 어떻게 할 건데?"

"문씨 가문을 장악하고 나면, 기회 봐서 감옥에 보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아."

육선우의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웃음을 터뜨린 조화자는 마치 이미 승리를 손에 넣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눈빛이 더욱 사악하게 빛나더니 "아, 그리고 문서혜, 그년도 곱게 두면 안 되지. 너희 둘이 부부가 되면 잠자리를 안 할 수 없을 텐데. 선우, 너 걔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마!"

육선우는 조화자를 더 세게 끌어안고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며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응?"

"하응…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아예 병신으로 만들어 버려!"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문서혜를 해칠 방법을 생각하는 조화자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흉악하게 보였다.

육선우는 땀을 흘리며 조화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네 말대로 할게."

그렇게 두 사람이 곧 끝날 것 같자 문서혜는 서둘러 눈을 감았다.

곧 옷을 입은 육선우와 조화자는 침대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는 문서혜를 흘깃 쳐다보고 그제야 안심한 듯 객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객실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서혜는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은 어느새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

"육선우, 이 개자식! 내가 정말 눈이 멀었지. 그동안 너를 그렇게 믿었는데,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을 줄이야! 조화자랑 한패가 돼서 우리 가족을 전부 죽이려 해!"

문서혜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과도를 움켜쥐고 그대로 자신의 팔을 그었다. 곧 피가 솟구치고 통증이 느껴지자 그녀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녀가 겨우 침대에서 내려오자 그때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문서혜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비틀거리며 창가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녀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자 곧바로 조화자와 육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갔어? 없잖아! 설마 도망친 거야?"

"멀리 못 가. 오늘 밤 남자 하나 구해서 저년 몸에 붙은 불부터 끄지 않으면, 이 호텔에서 살아서 못 나갈 테니까!"

그녀는 창틀을 밟고 힘겹게 옆방 창틀을 잡았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확 낚아채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갑작스러운 힘에 중심을 잃은 문서혜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옷깃을 움켜쥐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엉키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남자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짙은 남자의 향이 문서혜의 머릿속에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그녀는 팔에 난 솜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녀는 몸부림치려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지훈이 보낸 거냐?"

어둠 속에서, 남자의 지극히 매력적인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남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얇은 옷 사이로 그의 단단한 근육과 완벽한 몸매를 느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강인한 향기에 그녀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온지훈이 누구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저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저기… 잘생겼어?"

그녀의 말에 민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쁘지 않아."

"그럼 못생기진 않았다는 말이네."

어차피 노숙자와 강제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몸매 좋고 잘생긴 이 낯선 남자가 더 나았다.

문서혜는 두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 중얼거렸다. "고마워."

다음 순간, 그녀의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이 남자의 차가운 입술 위로 포개졌다.

회차 2

약효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두 사람은 침대에서 소파로, 바닥에서 발코니로 옮겨가며 밤새도록 서로를 탐했다.

방 안 가득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서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 그녀는, 몸에 어지럽게 남은 흔적들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문서혜의 눈이 반짝 빛났다. '샤워 중인가?'

그녀는 남자가 책임을 물을까 봐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주머니에 있던 푼돈과 액세서리를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약효를 풀어준 데 대한 감사 표시였다.

그리고 쪽지 한 장을 남긴 후,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나왔다.

호텔 방.

민준혁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침대 위에는 이미 여자의 온데간데없었다. 다만 침대 시트에 남은 선명한 핏자국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것들을 발견했다.

'하…'

민씨 가문의 황태손이자 화성그룹 CEO, 해성시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 민준혁을 품고서, 고작 돈 몇 푼이랑 쪽지 하나 던져두고 튄다고?

어림없지!

10분 후.

민준혁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한 손에 담배를 든 채 우아하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얇은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앞에는 밧줄로 꽁꽁 묶인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형님, 저도 다 형님을 위해서 그런 거예요. 형님도 이제 스물여덟이시잖아요. 여자친구도 없고, 여자한테 관심도 없으시니…. 제가 답답해서 그만…."

민준혁은 소파에 남은 붉은 자국을 흘깃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그 여자, 이름이 뭐야?"

"네? 무슨 여자요?"

온지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의 형은 지금껏 여자에게 손끝 하나 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형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젯밤 사람을 보낸 건 맞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 온지훈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형님, 저는…"

온지훈이 해명하기도 전에, 민준혁은 그의 어깨를 그대로 걷어찼다.

"어젯밤 CCTV 전부 뒤져. 땅을 파서라도 그 여자 찾아내! 못 찾으면, 넌 아프리카 가서 얼마 전 병으로 죽은 놈 프로젝트나 인계받아."

온지훈은 민준혁의 큰 키와 위압적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어젯밤 민준혁과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성시에서 민준혁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한번 찍히면 목숨은 그의 손에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민준혁과 하룻밤을 보내고 도망치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였다.

*

호텔을 빠져나온 문서혜는 택시에 올라탔다.

조화자와 육선우의 악독한 계략이 귓가에 생생하게 맴돌았다.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조화자와 육선우의 추악한 민낯을 반드시 밝혀내야만 한다!

마음을 다잡은 문서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소파에 앉아 있던 아버지 문청산이 벌떡 일어났다.

"어젯밤 어딜 싸돌아다닌 거야? 학교에 전화해 보니 기숙사에도 안 들어왔다더구나!"

그의 두 눈은 분노로 핏발이 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여보, 진정해요. 그러다 몸 상하겠어요. 서혜 아직 어리잖아요. 철이 없어서 그래요." 문청산 곁에 앉아 있던 조화자가 가식적으로 그를 말리며 문서혜를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서혜야, 아빠가 화내시는 거 너무 미워하지 마. 너도 이제 다 큰 처녀인데, 외박하고 그러면 아빠랑 내가 얼마나 걱정하겠니? 혹시라도 나쁜 사람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우리 가문 체면은 둘째 치고 네 몸이 얼마나 소중한데…"조화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문서혜를 바라보았다.

만약 어젯밤 그녀와 육선우의 음모를 엿듣지 않았다면, 문서혜는 조화자가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이 번쩍 든 문서혜는 조화자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조화자의 말은 문청산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나이가 스물이 넘었는데 아직도 철이 없으면 어떡해! 이 아비가 평소에 너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구나. 오늘 네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놔야겠다!"

그는 단단한 회초리를 손에 들고 문서혜를 향해 내리쳤다.

회초리가 문서혜의 몸에 닿기 직전, 그녀는 문청산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회차 3

"아버지, 죄송해요. 어젯밤 친구들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휴대폰이 언제 꺼졌는지도 몰랐어요. 미리 연락 못 드린 거, 다 제 잘못이에요."

문청산은 손에 든 몽둥이를 차마 놓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 섰다. 예전 같았으면 문서혜는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을 터였다. 무슨 일이든 시시비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부녀의 관계는 늘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 문서혜가 오늘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사실 문서혜는 조화자가 아버지 앞에서 온갖 아양을 떨어 환심을 샀고, 아버지가 그녀를 깊이 신뢰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아버지에게 어젯밤의 일을 고해봤자 증거가 없는 이상, 절대 믿어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일단은 납작 엎드려 때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 조 이모님은 남이니까 절 잘 모르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전 아버지 딸이잖아요. 아버지는 절 아셔야죠. 제가 어떻게 감히 문씨 가문에 먹칠을 하겠어요?"

말을 마친 문서혜의 눈가에 투명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비록 아내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했지만, 문청산은 딸에게만큼은 좋은 아버지가 되려 노력해 왔다. 그런 딸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손에 든 몽둥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잘못을 알았으면 됐다.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해. 어서 일어나거라." 문청산이 이토록 쉽게 문서혜를 용서하자 조화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애써 분노를 누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청산 씨, 내가 오해한 거라고 했잖아요. 우리 서혜가 얼마나 착한데, 밖에서 함부로 구는 그런 애들하고는 다르지. 그렇지, 서혜야?"

문서혜는 조화자의 말에 담긴 가시를 꿰뚫어 보며 입꼬리를 올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참, 서혜야. 아빠가 너한테 할 말 있으시단다." 조화자는 말을 하면서 문청산의 팔을 툭 치더니 몰래 그에게 눈짓을 보냈다.

문청산은 두어 번 헛기침을 하더니 소파에 앉아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혜야…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 이모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억지로 싫은 사람과 결혼하라고 강요할 순 없지. 육선우 그 아이, 집안은 평범해도 너한테 잘하고 너도 그 녀석을 좋아하니,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겠냐."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문서혜는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거 문청산은 육선우를 여자 등이나 쳐서 출세하려는 속물이라 여기며 둘의 교제를 결사반대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문서혜의 결혼 상대로 물색해 둔 이가 있었다. 바로 고씨 가문의 도련님 고우혁이었다.

하지만 고우혁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바람둥이였고,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문서혜는 고우혁과의 결혼을 거절하기 위해 문청산과 적지 않게 다퉜다.

"하물며 오늘 아침 뉴스까지 났더구나. 고우혁 그놈이 클럽에서 여자를 두고 주먹다짐을 했다고. 그런 놈에게 널 보낼 생각을 하니 아빠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문청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육선우 그 아이가 너한테 진심으로 잘해준다면, 아빠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게. 시간 날 때 집에 데려와. 약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약혼이요?"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에 문서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청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모가 용한 사람에게 날을 받아왔는데, 이달 말이 길일이란다. 마침 네 생일과도 겹치니 겹경사 아니겠느냐. 너도 이제 혼기 꽉 찬 나이니, 어서 약혼을 해야 아비 마음도 놓이지."

문서혜는 그제야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 조화자가 아버지에게 무언가 바람을 넣은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 서둘러 자신과 육선우를 약혼시키려는 조화자의 속셈에 좋은 의도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당장은 조화자와 육선우의 약점을 잡은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저들의 계획에 어울려 주며 스스로 꼬리를 드러내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순종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 문서혜는 문청산의 다리 옆에 쪼그려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아빠. 예전엔 제가 철이 없어서 아빠 속만 썩여 드렸어요.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꼭 아빠 말씀 잘 들을게요."

문서혜가 순순히 약혼을 받아들이자 조화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어젯밤 자신과 육선우의 계략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젯밤 문서혜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그 독한 약을 먹고도 멀쩡히 돌아온 것을 보니, 필시 다른 남자와 뒹굴었을 것이라고 조화자는 확신했다.

바로 그때, 조화자의 눈에 문서혜의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자국이 들어왔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흥, 역시.'

조화자는 문서혜가 어젯밤 다른 남자의 침대에 기어 올라갔으리라 확신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계략이 빠르게 짜 맞춰지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문서혜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 그녀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 아래에서 온몸에 남은 그 남자의 흔적을 필사적으로 씻어냈다.

이런 식으로 첫 경험을 빼앗긴 사실에 속이 상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굴욕은 전부 조화자와 육선우, 그 두 사람 때문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문서혜는 이달 말에 있을 약혼식에서 어떻게 반격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장 친구가 소개해 준 사설 탐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화자와 육선우의 뒤를 밟아 불륜 증거를 확보하고, 약혼식 날 두 사람이 꾸미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 달라고 의뢰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컴퓨터를 켜고 자신의 개인 SNS에 메시지를 올렸다.

같은 시각, 민씨 그룹.

온지훈이 흥분한 얼굴로 민준혁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형, 찾았어요!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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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문 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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