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제1화
[1]
내 남자 친구는 내 목숨을 그의 첫사랑한테 주라고 했다.
내가 침묵하자 그는 안달이 났다.
"전에도 나한테 두 번이나 네 목숨을 내놓은 적 있었잖아, 그리고 넌 아무렇지도 않았고. 어차피 넌 죽지 않을 건데 좀 도와주면 안 돼?"
"베레나, 네가 이렇게 이기적일 줄 몰랐어.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구하지 않을 수 있어? !"
하지만 남자 친구는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목숨을 내놓으면 나도 죽는 다는 것을.
내가 두 번이나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시스템 때문이었다.
그가 나의 생일을 같이 보내면, 나는 새 생명 1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매년 내 생일에 내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남자 친구가 상처받는 걸 원치 않아서, 그가 생일에 나와 함께 있을 것인지 몇 번이나 확인한 후에 목숨을 내놓기로 했다.
다음 주면 내 생일이고, 시스템은 나에게 로봇의 몸에 머물며 부활을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내 생일날, 그는 자기의 첫사랑 실비와 결혼식을 올렸다. 신문 한 면이 그들의 결혼식 사진으로 가득 찼다.
내가 방해할까 봐 그는 나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실비의 건강이 좋지 않아. 그녀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 결혼식을 하는 거야. 제발 방해하지 마."
하지만 죽은 사람이 어떻게 방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봇의 몸을 가진 나를 본 남자 친구는 거의 미칠 듯이 난리를 쳤다.
[2]
"베레나, 만약 네가 실비를 살려준다면, 내가 바로 너와 결혼해줄게!"
올리버의 눈썹은 찌푸려져 있었고,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나에게 간청하는 처지지만, 여전히 도도했다.
얼굴이 창백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실비는 가냘프게 숨을 쉬며, 마치 언제든 세상을 떠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연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올리버, 그만해. 베레나를 힘들게 하지 마. 베레나가 죽지 않는다 해도, 나를 구할 의무는 없어."
"내가 떠나면 둘은 마음껏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을 거야. 다시는 나 때문에 다툴 필요도 없고."
올리버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베레나, 이건 질투나 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고집 좀 그만 부려!"
그도 생사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 목숨은 목숨이 아닌 건가?
내가 죽지 않는다고 해서 목숨을 그렇게 쉽게 내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나도 고통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에게 목숨을 내줄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이 죽기 전의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올리버, 난 무서워..."
목숨을 내놓을 때의 고통은 극심했다. 나는 그것을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다.
나는 정말로 두려웠다.
올리버의 얼굴에는 나에 대한 걱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고, 인내심을 잃어 불쾌함만 가득했다.
"베레나,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야? 안 해본 일도 아니면서 왜 지금 와서 무섭다고 그래?"
"실비를 구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마음을 굳게 다잡은 듯 말했다. "실비를 살리기만 하면, 너와 결혼해서 너를 해리스 부인으로 만들어줄게!"
"베레나, 네가 원하는 거 이거잖아. 내가 너에게 약속할게!"
실비는 올리버의 손을 꼭 잡고 결단력 있는 얼굴로 말했다. "안 돼! 너에게 그런 희생을 강요할 순 없어! 차라리 내가 죽겠어!"
올리버는 실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런 어리석은 말 하지 마. 나는 너를 죽게 두지 않을 거야."
그들은 하나는 울고 하나는 위로하며, 마치 고난을 겪은 연인처럼 보였고, 나는 그녀를 구하지 않는 무정한 악당이었다.
실비의 병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지만, .
올리버는 내 약혼자였고 내년에는 결혼할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극악무도한 나쁜 사람처럼 보였다.
아마도 내가 올리버 앞에서 항상 순종적이고 겸손하며 그를 기쁘게 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 거절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정말로 그 없이 살 수 없었다.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어. 실비를 구할게."
실비의 눈이 기쁨으로 빛났다. "정말이야, 베레나? 고마워..."
"그녀에게 감사할 필요 없어!"
올리버가 그녀를 가로막으며, 나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베레나, 그렇게 고상한 척하지 마. 이건 단지 거래야. 네가 '구한다'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어."
"축하해, 드디어 네가 원하는 해리스 부인이 되는구나."
회차 2
제2화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이 너무도 빨리 찾아와, 올리버가 내 마음에 꽂은 칼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
병원에 입원한 나는 실비가 겪어야 했을 고통을 그대로 겪고 있었다. 이것은 시스템의 부작용이었다. 어떤 의료 장비도 이상을 감지할 수 없었고, 진통제도 효과가 없었다.
올리버는 병원에 나를 위한 개인 병실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후, 회복하여 생기가 넘치는 실비와 함께 떠났다.
떠나기 전, 실비는 걱정하는 척하며 물었다. "베레나를 이렇게 놔두고 가도 괜찮을까? 많이 아파 보이는데."
올리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베레나는 지난 두 번도 괜찮았어. 이번에만 저렇게 아프다는건 다 엄살이야. 누구를 속이려는 건지 모르겠어."
"가자. 너와 함께 산책하기로 했잖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두 번 목숨을 내놓고, 나는 올리버의 죄책감을 덜어주고자 완전히 회복된 뒤에야 모습을 보였다. 그런 행동이 오히려 그가 나를 오해하도록 할 줄은 몰랐다.
그는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답답한 병실에서 나는 몸이 붓고 얼굴이 누렇게 떴다. 내 허리는 마치 누군가가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엄청나게 아팠고, 온몸의 관절은 서서히 갈리고 으스러지는 고통이었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었고, 먹을 수도 없었으며, 가끔은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실비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친절한 척하며 올리버의 영상을 간호사들에게 보내, 나에게 보여주도록 했다.
이곳은 해리스 가문의 병원이었기에, 간호사들은 감히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그래서 내 고통은 더욱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식당에서.
"올리버, 왜 베레나는 아직 퇴원하지 않았어? 정말 아픈 거 맞아?"
올리버는 코웃음을 쳤다. "병원 검사 결과로는 그녀에게 이상이 없다고 나와. 베레나는 아주 건강해. 아프다고? 웃기는 소리. 그러니 걱정하지 마. 너 걱정이나 해, 너무 말라서 내 마음이 아파."
바에서.
"올리버, 진실 혹은 도전! 솔직히, 베레나는 어떻게 널 사로잡았어? 분명 뭐가 특별한 게 있었겠지?
올리버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특별하지, 침대 위에서 특히 더. 너도 한번 해볼래?"
"올리버, 너 진짜 나빠! 하하!"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하게 내 자존심을 유린했다.
가끔은 내가 느끼는 고통이 마음에서 오는 건지, 몸에서 오는 건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모두 내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고통이었다.
시스템은 내가 실비를 구하지 말아야 했다고 했다.
나 역시 올리버와 나 사이를 끊임없이 이간질하는 그 간사한 여자를 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를 구하지 않으면 올리버는 분명 나와 헤어질 것이었다.
그에게서 떨어지면, 나도 살 수 없다.
시스템이 이 세계로 나를 데려왔을 때, 내 원래 몸은 이미 죽기 직전이었다.
올리버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와 함께 지내며 매년 내 생일에 그가 나와 함께 있어야만 나는 또 한 해를 살 수 있었다.
내가 목숨을 유지하려면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며칠이 지나면 당신은 죽을 겁니다. 당신의 기억을 인간 모습 로봇에 꽂아줄 테니, 며칠 동안 로봇으로 지내도록 하세요."
"다행히 다음 생일이 10일 뒤입니다, 그 쓰레기 남자가 당신 생일을 함께 보내주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끊임없는 고통이 3일 동안 지속되었다.
퇴원할 때, 아무도 내가 이제 로봇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도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았기에, 나는 혼자 집으로 갔다.
문을 열었을 때, 조명은 어둡고, 공기에는 음식의 향기가 가득했다.
식탁 위에는 정교한 요리와 아늑한 촛불이 놓여 있었다.
올리버와 실비는 식탁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손은 그의 어깨에 놓여 있었으며, 그녀의 손가락에 낀 반지가 내 눈을 찔렀다.
그것은 내가 소중히 여기던 약혼반지였다.
회차 3
제3화
공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올리버 방금까지의 다정한 표정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퇴원했나 보네."
실비는 활기차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리 와, 베레나. 우리랑 같이 먹자."
마치 이 집의 진짜 주인인 것처럼 친절하고 발랄하게 말했다.
최신형 로봇 몸체에 아직 적응 중이어서, 나의 걸음걸이는 다소 이상했다.
실비는 웃음을 터트렸다. "올리버, 걷는 모습을 봐. 예전에 우리 집에 들어와 먹을 것 훔쳐 먹다가 맞아서 다리 부러진 그 강아지 같지 않아?"
그녀는 내 집에 앉아서 나를 조롱했고, 내 약혼자는 무관심했을 뿐만 아니라, 따라 웃음까지 터뜨렸다.
"베레나, 너 자신도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으면서 괜히 아픈 척 입원했지? 내 관심을 끌고 싶었던 거야?"
그는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애쓰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아? 결국 너만 더 비참해져."
그렇다. 정말 창피한 일이었다.
특히 지금, 이 로봇 몸으로 바뀐 뒤로는, 심장이 아파져 오는 생리적 반응조차 느낄 수 없게 되었으니.
내가 실수로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왼발이 오른발에 걸려 올리버 쪽으로 넘어졌다.
갑자기 실비는 다리를 내밀었고, 나는 식탁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마가 식탁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고, 접시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실비는 비명을 질렀다. "아, 너무 뜨거워!"
올리버는 즉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디 데였어?"
나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고, 단지 바닥에 어색한 자세로 누워 있는 창피함만 느꼈다.
뜨거울 리가. 음식은 진작에 식어 있었는데.
평상시 그렇게 예리하던 올리버 그녀의 유치하고 가식적인 거짓말에 계속 속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실비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만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베레나, 내가 여기 있는 게 싫다면 그냥 말했으면 됐잖아.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거야?"
그녀는 손을 만지작거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내가 네 반지를 끼고 있어서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나도 하나 사고 싶었어. 우리 손가락 사이즈가 비슷해서 올리버에게 빌려서 껴 본 거야."
"베레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당장 돌려줄게."
그녀가 반지를 빼는 척했지만, 올리버가 그녀를 말렸다.
"돌려줄 필요 없어! 이젠 네 거야!"
그는 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반짝이는 바닥에 어울리지 않는 걸레를 보는 듯했다. "베레나, 네가 정신 차리고 돌아온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렇게 옹졸하고 질투가 많구나."
"실비가 그냥 반지 좀 빌린 것뿐인데, 너는 일부러 화상을 입히려고 해?" 너처럼 독한 사람은 처음 봐!"
실비는 걱정하는 척하며 말했다. "화내지 마, 올리버. 베레나가 다쳤는지 확인해 봐. 아까 넘어질 때 큰 소리가 났었어."
바닥은 국물과 기름으로 뒤덮였고, 내 몸도 온통 음식물로 뒤범벅이 되었다. 나는 발을 헛디디고 미끄러지며 간신히 일어나고 있었다.
올리버의 눈에는 혐오감이 스쳤다. "자업자득이지! 너를 해치려다가 스스로 다친 거잖아. 교훈을 얻어야지! 그녀 신경 쓰지 마."
"음식이 아깝다."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이제 나는 실비의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한 존재가 되었고, 이 식탁 가득한 음식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내 수년간의 진심 어린 헌신은 모두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내가 침묵하자, 올리버는 더 화가 나서 팔짱을 끼고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추태를 부리다니, 정말 창피하다."
"베레나, 실비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내 집에 있었고, 내 반지를 끼고, 내 남자를 안고, 나를 다치게 했는데, 내가 그녀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올리버가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어이없었다.
실비에 대한 올리버의 편애는 이젠 맹목적이었다.
내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이 폭발하기도 전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다.
시스템이 내 감정의 한계를 최대치로 설정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성을 유지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내가 수년간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은 모습이 못마땅해서 시스템이 이런 조정을 한 것이다.
나는 입을 열고 기계적으로 말했다. "미안해."
실비는 승리한 듯 미소 지었다.
그러나 올리버는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그만 가식 떨어! 모두 네가 얼마나 옹졸하고 질투가 많은지 알아! 이제 와서 억울한 척, 너그러운 척하지 마. 그럼 내가 널 불쌍히 여기기라도 할 줄 알았어? 꿈도 꾸지 마!"
나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나를 여러 번 짓밟고 모욕했다. 한때 나는 마음이 아파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돌아온 건 그의 더욱 심한 모욕이었다.
그래서 나는 체념하고 싸우지 않기로 했고,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겼어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미친 사람 같다고 말하던 그는, 이제는 내가 미쳐서 날뛰지 않는다고 못마땅해한다.
나는 무엇을 해도 잘못된 것이다.
올리버는 분노에 차서 나를 밀어내고 실비를 위층으로 데려가면서 말했다. "바닥을 치워. 보기도 싫어!"
"분위기를 다 망쳤어!"
참 미안하다. 내 집에서 내 약혼자와 그 애인의 기분을 망쳐서 말이다.
나는 바닥의 엉망진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세상이 마침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쳐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