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어두운 밤이었다.
먼 별장에서 비춰오는 불빛은 어두운 밤에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남궁 저택의 거실에서 가끔씩 전해오는 웃음소리는 밤하늘을 뚫고 멀리 퍼졌다.
별장의 주방은 크지만 창문이 닫아 있어 무척 더웠다. 정나연은 홀로 더위 속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고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냄비 속에 끓고 있는 수프를 들여다보자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녀는 아침부터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아직 약을 사러 약국에 가지도 않았으며 푹 쉬지도 못했다. 그녀는 새벽부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야, 저녁은 아직이니?? 세상에! 뭐가 그렇게 느려. 너 같은 게으름뱅이가 우리 오빠랑 결혼했다니, 믿겨지지 않아!" 남궁정은 부엌 문 앞에 서서 그녀에게 소리쳤다.
정나연은 메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남궁정의 이런 태도에 그녀는 이미 익숙해졌다.
"곧 준비될 거예요."
남궁정이 퉁명스레 말했다. "빨리 빨리 좀 해. 우리 오빠랑 은하 언니가 식사를 기다리는 중이니까. 은하 언니는 너 같은 시골뜨기와는 달라. 언니는 이번에 돌아오기 전까지 줄곧 해외에서 치료받고 있어서 몸이 약하거든. 언니의 건강을 잘 지켜봐 줘야 한다고. 은하 언니를 굶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우리 오빠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정나연은 들고 있던 국자를 더 세게 쥐었다. 매서운 가슴의 통증을 느낀 그녀의 몸이 얼어붙었다.
남궁민과 3년 전에 결혼했을 때부터 정나연은 순종적인 아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남궁민은 그녀의 수고를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정나연은 아무 의미가 없는 사람이고 심은하와 비교조차도 되지 않았다.
남궁정은 비웃었다.
"내 말 잘 들어, 정나연. 우리 할머니가 얼른 손주를 보고 싶다고만 하지 않으셨어도 네가 우리 오빠랑 결혼하는 일은 없었을 거야. 그 때 은하 언니가 있었다면 오빠는 절대로 너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하여튼 어디 가나 넌 쓸모가 하나도 없어.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애도 못 낳았잖아."
이때, 정나연의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그녀는 남궁정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눈물을 꾹 참았다.
바로 그 때 그녀는 밖에서 희미하게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 내가 당신과 나연 씨를 귀찮게 하는 거 아니겠지? 나연 씨 화났어?" 이 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요염하게 들렸다.
"아니. 네 일이 더 중요해."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애정을 담아 대답했다.
남궁민은 정나연을 단 한 번도 이렇게 따뜻하게 관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동안 그녀가 그토록 갈망해온 관심은 다른 사람 몫이었다.
정나연은 홀로 부엌에 서 있었고 그녀의 아픈 가슴은 점차 가라앉았다. 그녀가 곁눈질로 쓰레기통 안에 있는 양초와 선물상자를 바라보았다. 마음 속 그녀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정나연은 지난 몇 년 간 이 결혼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가 사랑을 쏟아 부었던 남편인 그는 오늘이 그들의 결혼 3주년인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나연은 몸이 아팠지만 기념일 축하를 위해 풍성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심은하를 위한 환영 만찬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의미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정나연의 모든 노력, 관용, 그리고 희망은 오늘 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나연 씨,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심은하는 미안해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정나연은 무표정으로 앞에 있는 아름답고 연약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은하 씨는 저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해요."
심은하의 얼굴에 떠 있던 미안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정나연을 쳐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나연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민이의 마음 속에 있는 유일한 여자는 나야. 민이가 당신과 결혼한 건 그 사람 할머니 때문일 뿐이라고. 이 가짜 결혼식 놀음은 3년이면 충분해.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이 집안에서 정당한 내 자리를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민이의 마음을 얻을 거라는 희망은 갖지 않는 게 좋아. 부끄러움은 아껴두고 이만 떠나는 게 어때?"
이 말을 들은 정나연은 심장이 조여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경쟁자를 마주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모를까 봐 하는 말인데 난 아직 남궁민의 아내예요. 남궁 가문의 사모님이라고요. 여기에는 당신이 말한 '자리'가 없어요."
그 말은 마치 심은하의 가슴을 찌르는 천 개의 칼과도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흉악한 표정이 나타났다.
"안일하게 굴지 마. 당신이 가진 칭호는 당신의 생득권이 아니야. 그건 취소될 수도 있다고. 게다가 만약 당신 때문에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민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두고 봐!"
정나연의 마음에 불길한 예감이 일었다.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정나연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심은하는 도마 위에서 칼을 집어 들고 자신의 복부를 찌르려고 했다.
정나연은 그녀를 막으려고 했으며 심은하의 손목을 잡으며 외쳤다. "미쳤어요?"
심은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몸싸움을 하던 도중 정나연은 날카로운 칼에 팔을 베이고 말았다. 그녀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때 심은하의 옷에서 피가 스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
심은하는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다음 순간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민아, 도와 줘! 나연 씨가 나를 죽이려고 해!"
정나연은 거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했다. 그 순간 남궁민이 부엌으로 급히 들어왔다.
정나연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막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녀의 팔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거의 의식을 잃을 때 그녀는 남궁민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 심은하를 들어 올렸고 피 웅덩이에 누워 있는 정나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급하게 뛰쳐나갔다.
회차 2
병원.
"환자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비켜! 정나연 안에 있는 거 알아!"
그 소리를 듣고 정나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힘들게 고개를 돌린 정나연의 눈에 간호사를 밀어내고 분노한 채 침대 옆으로 걸어오는 남궁정이 보였다. 남궁정은 마치 그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녀를 노려보았다.
"정나연, 너 이 비열한 것! 어떻게 은하 언니를 죽이려고 할 수 있어? 언니 신장은 심각하게 손상됐어. 상태가 좋지 않다고. 넌 감옥에서 썩어 죽을 거야."
"내가 안 그랬어!" 정나연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정이 소리쳤다. "네가 그랬잖아! 거짓말 할 생각 하지 마. 네가 아니면 누가 언니를 찔렀다는 거야? 부엌에는 너랑 언니 둘 뿐이었어. 언니가 스스로를 찔렀다는 말을 하려는 거야? 넌 우리 오빠가 은하 언니를 사랑하니까 질투하는 거지. 은하 언니만 없으면 라이벌이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언니를 죽여버리고 싶었던 거지."
정나연이 막 반박을 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남궁민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멈췄다.
그는 완벽하게 새겨진 눈썹과 몽환적인 눈을 가진 키가 큰 남자였다.
정나연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그를 바라보았다.
"남궁민,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하면 믿을 건가요?"
남궁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변명 따위 듣기 싫어, 정나연. 난 못 속여. 잘못을 저질렀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은하한테 사과 해."
"사과로는 부족해!" 남궁정이 외쳤다. "지금 은하언니 신장이 터져버렸어. 그에 대한 대가로 정나연 이 년이 은하 언니한테 자기 신장으로 보상해야 해."
그녀는 남궁민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저 여자 즉시 수술실로 데려 가세요!"
경호원들은 지시대로 행동했다.
그들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기엔 정나연은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남궁민, 지금 날 의심하는 겁니까?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요?"
그녀는 왠지 모르게 남궁민이 자신을 믿을 거라는 희망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민은 그냥 서서 무관심하게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는 남궁정의 의사를 따르기로 한 게 분명했다.
정나연의 마음에는 실망과 절망이 엉켜있었다.
어떻게 그녀를 그렇게 잔인하게 버릴 수 있는가? 남궁민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이 순간부터 사라졌다.
이 끝없이 기다림 속에서 고통만 느끼게 하는 짝사랑은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단 한 순간이라도 남궁민은 그녀를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뭐라고 해도 이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녀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정나연에게 처음으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더 이상 이 비참한 결혼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남궁민, 우리 이혼합시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궁민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마치 정나연이 까닭 없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처럼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혼한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순 없어, 멍청아." 남궁정은 경멸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나연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왜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처벌을 받아야 하죠? 그 사람을 위해 내 신장을 얻으려는 게 우습네요.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는지 한 번 봐야겠어요!"
분노한 정나연의 몸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솟아났다. 그녀는 마침내 경호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금방 심은하의 병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녀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남궁민이 심은하를 보호하려고 급히 들어왔다.
"정나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심은하는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남궁민의 셔츠를 부여잡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민아, 나 무서워."
남궁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정나연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정나연, 이제 그만해. 그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
정나연의 얼굴에 뉘우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침대로 걸어갔다.
심은하의 눈이 우월감으로 반짝거렸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매우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정나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정나연은 손을 들어 심은하의 볼에 내려쳤다.
"짝" 소리가 병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놀라 얼어붙었다. 정나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심은하의 복부를 감싸고 있던 거즈를 벗겨냈다.
작은 상처가 즉시 드러났다. 피는 이미 멈췄다.
그것을 본 남궁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봐요! 작은 상처 뿐이잖아요. 칼은 복부를 뚫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나 보고 신장을 달라니. 대단한 연기네요, 심은하 씨!"
정나연은 처음부터 의심스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심은하가 스스로 찔렀으니 정나연은 그 상처가 그리 깊지 않으리라는 것을 의심했다.
그녀의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게 작은 상처가 신장을 위험하게 한다니 말도 안 됐다.
심은하는 급히 배를 가렸다.
"사실 대로 말해, 은하야. 어떻게 된 거야?" 남궁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심은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사실은, 나... 나도 몰라.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 정나연 씨가 나를 찌르고 난 후 난 혼수상태에 빠졌잖아. 방금 깨어났고. 의사가 오진을 했을지도 몰라."
"오진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내가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 신장은 당신 몸에 가 있겠죠!" 정나연은 얄궂게 웃었다. "한 가지 더. 신장에 손상이 간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배가 아니라 등허리를 찔렀어야죠. 하지만 당신은 스스로 찔렀으니까 복부가 다쳤고요."
"헛소리!" 심은하는 겁에 질려 남궁민을 바라보았다. "민아, 저 여자 말 믿지 마. 나를 찌른 사람은 정나연이었어."
남궁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심은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후, 그의 눈은 정나연에게로 향했다.
"알아볼 시간을 좀 줘. 오해였다면 원하는 대로 보상해 줄게."
정나연은 아무런 감정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남궁민에게 가졌던 사랑은 이제 죽어버렸다.
지난 몇 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남궁민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지금 보상하려는 이유는 단지 심은하를 보호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나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럼 이혼해줘요!"
남궁민은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가 자신의 아내를 이렇게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은 3년 동안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나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등을 돌리고 떠났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그녀의 몸은 매우 힘들어졌다.
방금 남편이라는 사람과 심은하에게 남은 힘을 모두 써 버렸다.
정나연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곧 검은색 린컨이 정나연의 앞에서 멈췄다. 잘 다린 정장을 입은 잘 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이때 정나연이 휘청거리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남자는 그녀를 제때 붙잡았다.
정나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태환 삼촌..." 그리고는 그의 품 안에서 기절했다.
회차 3
심은하의 병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느낌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때문에 남궁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심은하를 돌보고 있던 의사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남궁민은 그를 쳐다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은하의 신장이 터졌다고 말했지 않았습니까? 새 신장이 필요하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의사는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겁에 질린 나머지 말을 할 수 없었다.
남궁민이 덧붙였다. "아마추어도 범하지 않는 실수를 하다니 의사직은 이제 그만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가 두 손을 모았다. 그는 남궁민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사 협회에 신고되면 그는 다시는 병원 개업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겁에 질려 사실대로 말했다.
"대표님,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심은하 씨가 그런 진단을 내리라고 저에게 명령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약속합니다."
"나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의사를 본 남궁민이 자신의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고 경호원은 즉시 간청하는 의사를 밖으로 내보냈다.
남궁민은 붉은 얼굴을 한 심은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서 실망감이 엿보였다. "왜 그랬어?"
심은하는 울음을 터뜨렸다. "민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정나연 씨가 당신이 나를 돌보는 걸 싫어하길래 그랬어. 너무 분해서 그냥 교훈만 주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만해!" 남궁민은 더 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신장을 가져가는 걸로 교훈을 주려고 했다고?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지? 심은하,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너무 관대했지? 그래서 눈에 뵈는게 없지?"
그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심은하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애원했다.
"민아, 내가 잘못했어! 그런 짓을 하면 안 됐어. 그냥 너무 무서웠던 것 뿐이야. 정윤 씨가 죽은 후로는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내 몸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당신이 날 버리고 떠날까 봐 두려웠던 거야. 이번 일은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제발!"
차정윤은 남궁민의 친구로 남궁민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약혼녀인 심은하를 남궁민에게 맡기고 그녀를 항상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죽은 친구를 생각하니 남궁민의 마음이 약해졌다.
"정윤이한테 당신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약속은 지킬 거야."
심은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남궁민은 불쾌한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나연은 내 아내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그 사람 괴롭히지 마. 이번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해. 알았어?"
그 즉시 심은하의 얼굴이 굳었다.
"민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정나연은 미천한 출신에 불과해 당신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지난 3년 동안 당신 가문에 수치만 안겨줬잖아. 정말로 그 여자랑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이혼하자고 했잖아. 그냥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안 돼?
"말 가려서 해. 내 결혼 생활은 너와 상관 없는 일이야."
남궁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는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병실을 나갔다. 그때 그는 정나연이 이혼을 요구했을 때 얼마나 진지해 보였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녀와의 이혼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집의 안주인으로서의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그것이 그가 그녀와 결혼한 정확한 이유였다.
정나연은 시골에서 자란 고아였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없어 그녀를 통제하기는 매우 쉬웠다.
과거에 정나연은 그를 충실하게 섬겼다. 남궁민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지 졸졸 따르는 순종적이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남궁민은 정나연은 보내 주고 싶지 않았다. 정나연은 심은하와의 언쟁 때문에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에 남궁민은 그녀와 상의 후 보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부하 직원에게 손을 흔들며 명령했다. "당장 정나연을 찾아. 그리고 정나연 계좌로 10억을 이체해."
부하 직원은 바로 움직이지 않고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사를 바라보았다.
남궁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거기 계속 가만히 서 있지? 할 말이 있으면 해."
"사모님이 병원에서 나가시고 난 후, 고급 차량을 타고 온 남자가 사모님을 데리고 갔습니다."
"뭐라고?"
남구민이 주먹을 말아 쥐며 미간을 더 깊이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모든 일들이 그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남자가 누군지 조사하고 사람을 즉시 데려와!" 남궁민이 분개해 명령했다.
한편, 정나연은 다시 의식을 찾았다.
이번에는 병실에서 혼자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따뜻하고 화려한 침실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드디어 집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게로구나. 난 여전히 남자 하나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참고 견디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네가 정말 정씨 가문의 사람이 맞기는 한 거냐?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익숙한 목소리에 정나연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침대 가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가출은 아니었어요. 나쁜 남자 때문에 가족들 마음을 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유니버스 그룹의 회장이자 도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인 정태국은 자신의 사랑하는 손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괜찮아, 괜찮다, 우리 공주야. 이제 울지 말거라. 그 자식한테 너는 과분하다. 이 가문의 상속자로서 너는 머리를 높이 들고 당당함을 유지해야 해. 유니버스 그룹은 네 것이다. 이제 그 누구도 널 건드리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