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나는 아내 최수하를 증오했다. 그녀가 나를 배신하고 내가 사랑하는 여자, 민샛별을 해쳤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나는 끝까지 외면하고 조롱했다. 결국 그녀는 내 눈앞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 후 모든 진실이 드러났다. 그녀는 나를 지키기 위해 모든 오명을 뒤집어썼고, 죽는 순간까지 나를 사랑했으며, 심지어 민샛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심장까지 기증했다.
내가 뱉은 잔인한 저주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후회와 죄책감에 몸부림쳤지만, 그녀는 이미 내 곁에 없었다.
절망 속에서 아내의 유품마저 훔쳐 달아나는 민샛별의 비열한 미소를 목격한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내 남은 인생 전부를 걸고, 내 아내의 삶을 망가뜨린 모든 것들에게 가장 잔혹한 복수를 선물하겠다고.
제1화
최수하 POV:
몸이 부서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나는 그를 기다렸다.
눈을 뜨자마자 찾아온 극심한 두통은 나를 침대에 묶어두는 듯했다. 어지러움이 온몸을 휘감아 일어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도 버거웠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침대 매트리스에 파묻히는 듯한 무력감에 다시 쓰러질 뻔했다.
그때였다.
복도 저 멀리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느리지만 분명한 발걸음. 병혁이었다.
나는 몸을 가누기 힘든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을 더듬었다. 차가운 유리병이 손에 잡혔다. 진통제. 하지만 지금은 약조차 삼킬 기운이 없었다.
병혁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것을 느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병혁아."
내 목소리는 몹시 갈라져 있었지만, 내겐 이 한마디를 내뱉는 것조차 너무나 아픈 일이었다. 그의 이름이 내 입술을 스칠 때마다 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무심했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멈춰 설 뿐이었다. 나는 그의 시선 속에 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 갔다 이제 와?"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그의 대답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뒤돌아섰다. 그의 넓은 등은 나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내 심장이 발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가 식어버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던 힘을 잃고 비틀거렸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잠깐만."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차가운 옷감의 감촉이 내 손끝에 닿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그를 붙잡고 있는 유일한 끈인 양 느껴졌다.
갑자기 아랫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나는 숨을 들이쉬지 못하고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경련하는 것 같았다.
"이젠 하다 하다 이런 유치한 연극까지 해?"
그는 내 손을 뿌리치려 애쓰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가 아픔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통에 찬 얼굴로 간신히 그의 옷자락을 놓았다. 하지만 내 손은 여전히 그의 옷깃을 스치듯 붙들고 있었다. 놓아버리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내 온몸을 지배했다.
"병혁아, 나... 병원에 좀 데려다줘. 너무 아파."
내 목소리는 애원하듯 떨렸다. 나는 평소에는 그에게 이런 부탁을 절대 하지 않았다.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만큼은 정말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내가 벌레라도 되는 양 보는 듯했다.
갑자기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섬뜩하고 잔인한 미소였다.
"연기 실력이 전보다 더 형편없어졌네, 최수하."
그는 내 말을 비웃듯 말했다.
그는 거칠게 내 손을 뿌리쳤다. 내 손목이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욱신거렸다. 하지만 물리적인 고통보다 더 아픈 것은 그의 차가운 말이었다.
그는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턱이 아팠지만,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하고 민샛별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내가 너를 용서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의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는 섬뜩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내 귀에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네까짓 게 죽든 말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차라리 지금 당장 죽어버려."
그의 잔인한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꿰뚫었다.
그의 저주를 듣는 순간, 내 몸은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오직 그의 잔인한 말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방을 나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는 홀로 남겨졌다.
극심한 통증에 나는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엎드리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간신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 손가락이 떨리는 와중에도 나는 119를 눌렀다.
눈을 떴을 때는 낯선 병실 천장이 보였다.
나는 손에 들린 검사 결과지를 멍하니 바라봤다. 뇌종양 말기. 내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그 글자들이 내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수하야, 괜찮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오랜 친구이자 의사인 지연이었다. 그녀는 내 손에서 검사 결과지를 빼앗아 들었다.
"지연아, 나 괜찮아."
나는 애써 웃었지만, 내 미소는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내 몸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다른 병원에서 받았다고? 믿을 수 없어."
지연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녀는 검사 결과를 꼼꼼히 확인했다.
"혹시... 오진일 수도 있잖아. 다시 한 번 확인해줄 수 있을까?"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봤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지연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내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걱정 마, 수하야. 내가 다시 검사해줄게. 분명히 괜찮을 거야."
그녀는 나를 안심시키려 애썼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며칠 후, 다시 검사가 진행되었다. 나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작은 희망조차 품지 않으려 애썼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다.
지연은 침통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수하야, 미안해... 결과는 같아."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나... 얼마나 남았어?"
내 목소리는 마치 남의 목소리처럼 낯설게 들렸다.
지연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봤다.
"수하야, 우리가 최선을 다할게. 포기하지 마."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 속에서 절망을 봤다.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니야... 아니야... 거짓말이지?"
나는 흐느껴 울었다. 내 몸이 통제 불능으로 흔들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지연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품은 따뜻했지만, 나는 여전히 홀로 고통 속에 있었다.
내 몸은 죽어가고 있었다. 마치 병혁과의 결혼 생활처럼.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결국에는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불을 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어둠 속에 갇히는 것이 차라리 편했다.
저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병혁이 돌아왔다. 나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문이 열리고, 거실에 불이 켜졌다. 병혁은 나를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는 내 쪽을 힐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계단을 향했다.
"병혁아."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냉정하고 단호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안의 모든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용기를 쥐어짜냈다.
"우리, 이혼하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내 목소리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내 안의 모든 것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병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를 사랑했다. 그의 눈빛, 그의 표정, 그의 모든 것이 내 삶의 전부였다.
"이젠 하다 하다 이런 식으로 또 연극을 해?"
그는 내 말을 비웃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내 가방을 찾았다. 가방 속에는 며칠 전 미리 작성해둔 이혼 합의서가 들어 있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진통제가 든 약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멍하니 약병을 바라봤다.
나는 합의서를 꺼내 가방을 닫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합의서를 내밀었다.
"내가 이미 사인했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심장은 갈가리 찢기는 것 같았지만, 나는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
"너, 민샛별 사랑하잖아.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그를 향해 희미하게 웃었다.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회차 2
최수하 POV:
병혁은 내 손에서 이혼 합의서를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는 내 사인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가 이런 걸 쓸 줄도 아네? 경영학을 전공했어야지, 의학을 전공할 게 아니라."
그는 합의서를 툭툭 치며 내 어깨를 쳤다. 그의 행동은 조롱의 의미였다.
그는 내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였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솔직히 말해봐. 이혼하고 위자료라도 뜯어내려고 수작 부리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가 또 나를 오해하고 있었다.
"아니야. 돈 때문이 아니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비웃듯 차갑게 웃었다. 그의 눈빛은 나를 경멸하는 듯했다.
"네가 어떤 인간인지 모를 줄 알아?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게 너잖아."
그의 목소리는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넌 이 집안에 어떻게든 남아 있으려고 발악하는 게 보여. 이런 식으로 위자료라도 챙겨서 버티려고 하는 거잖아. 그게 네가 이 집안에 붙어 있으려는 수단 중 하나였으니까."
그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찢어 발겼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네 친정은 부도 날 거야. 그때 가서 또 누구한테 매달리려고?"
그는 비웃듯 말했다. 그의 말은 현실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네가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알아?"
그는 내게 다가와 서늘하게 물었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내 몸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서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
"병혁아,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줘."
내 목소리는 애원하듯 떨렸다.
"민샛별 사랑하는 거 알아. 내가 널 놓아줄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위자료도 필요 없어.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간절하게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 민샛별 사랑해. 그래서 너 같은 거한테서는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아."
그는 내 말을 비웃듯 말했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좁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나는 민샛별을 성대하게 맞이할 거야. 너 따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로."
그의 말은 내 심장을 찢어 발겼다.
그는 거침없이 계단으로 향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는 홀로 남겨졌다. 내 마음은 몹시 쓰라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이혼 합의서를 주워 들었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수하야, 아빠가... 아빠가 쓰러졌어. 병원으로 실려 간대."
나는 다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병원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
"수하야, 아빠가... 회사가 망했다고 하니까 쓰러졌어. 이제 어떡하면 좋아?"
엄마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병혁의 말이 떠올랐다.
'머지않아 네 친정은 부도 날 거야.'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친정이 망할 것이라는 것을.
엄마는 내 팔을 붙잡았다.
"수하야, 병혁이한테 말해봐. 병혁이는 재벌이잖아. 분명히 도와줄 거야."
엄마의 눈빛은 간절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냉정한 눈빛을 떠올렸다.
"엄마, 병혁이는 날 미워해.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도와주지 않을 거야."
나는 차갑게 말했다. 내 목소리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엄마는 내 뺨을 때렸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쓸모없는 것! 네가 왜 그렇게 쓸모가 없어? 병혁이를 꼬드겨서 돈이라도 받아와야 할 거 아니야!"
엄마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몸이 파르르 떨렸다. 엄마의 차가운 말에 나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 같았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삼 년 전, 하윤호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는 엄마의 비밀이 담긴 영상을 내게 내밀었다.
"최수하 씨,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주면 이 영상은 영원히 묻어버리지."
그의 목소리는 섬뜩했다.
"병혁이네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잖아. 내가 병혁이네 회사의 채무를 해결해줄 수도 있어."
그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나는 병혁의 어려움에 불안했다.
나는 하윤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의 도움으로 병혁의 회사를 살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를 배신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지지 못했다. 병혁의 아버지가 병혁과 나를 결혼시키려 했기 때문이었다.
"최수하 씨, 내가 당신이 병혁 씨를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병혁 씨 곁에서 그를 지켜주세요."
병혁의 아버지는 내게 간곡히 부탁했다. 나는 처음에는 거절했다. 병혁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막대한 예물과 함께 병혁의 집에 돈을 받아 챙겼다. 병혁의 아버지는 병석에 누워 병혁에게 나를 책임지라고 했다.
결국 병혁은 나와 결혼해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병혁은 나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나는 병실을 나와 진통제를 삼켰다. 차가운 약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불쾌했다.
그때, 내 눈에 익숙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고, 새하얀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투명했다. 얇은 입술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민샛별이었다. 병혁의 사랑이자 나의 오랜 친구.
나는 그녀를 피하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발견한 후였다.
"수하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비웃음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다리를 절뚝이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비열했다.
"네 친정 망했다며? 네 몸도 안 좋다던데,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는 걱정하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상관하지 말고 꺼져."
나는 차갑게 말했다. 내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다.
하지만 샛별은 비웃듯 웃었다. 그녀의 눈빛은 교활했다.
"벌써부터 질투하는 거야? 병혁이가 나를 보러 병원에 올 때마다 너는 매번 미쳐 날뛰는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도발적이었다.
"병혁이 아직 나한테 넘어오지 않았어. 네가 원하는 대로 이혼해줄게. 그러니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마."
나는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 애썼다.
샛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비웃었다.
"넌 아직도 병혁이가 널 사랑한다고 착각하는구나? 병혁이가 널 얼마나 혐오하는데."
그녀의 비웃음은 내 심장을 찢어 발겼다.
그녀는 과장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내 귀에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넌 정말 순진하다. 병혁이는 널 복수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뿐이야. 네가 죽는 날까지 널 괴롭히다 버릴 거야."
그녀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꿰뚫었다.
샛별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병혁이가 네 몸에 손댄 적도 없잖아? 너를 더럽다고 비웃었잖아. 그걸로 복수하고 싶다던데?"
그녀의 말에 나는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치욕스러움이 내 온몸을 집어삼켰다.
내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나는 그녀를 노려봤다.
"닥쳐! 더 이상 그딴 소리 하지 마."
나는 소리쳤다.
"네가 한 짓이 뭔데! 병혁이한테 돈 빌려줬던 그 돈, 하윤호가 줬던 돈이잖아! 너 그때 하윤호랑 같이 있었잖아! 병혁이가 너를 얼마나 역겨워했는지 알아?"
샛별은 내 과거를 폭로했다. 그녀의 말은 내 심장을 칼로 쑤시는 것 같았다.
"입 다물어! 꺼지라고!"
나는 소리치며 샛별을 밀쳤다. 그녀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샛별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했다.
회차 3
최수하 POV:
"샛별아!"
병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뒤에서 달려와 쓰러진 샛별을 안아 올렸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나를 노려봤다.
"네가 감히 민샛별을 밀쳐?"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샛별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저번에 다쳤던 다리 괜찮아?"
그는 샛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샛별은 아픈 듯 신음했다. 그녀의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그녀의 옛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
병혁은 샛별을 안아 들고 응급실로 향했다. 그는 나를 스쳐 지나갈 때, 증오에 찬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밤이었다.
나는 간신히 잠이 들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병혁이었다.
"네가 감히 민샛별을 밀쳐?"
그는 거칠게 내 이불을 걷어 올리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내 팔이 아팠지만,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뭐가 그렇게 악독한데?"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내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래, 날 죽여. 죽여서라도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끝내줘."
나는 절규하듯 말했다. 내 목소리는 파르르 떨렸다.
"내가 널 배신했다고? 내가 민샛별을 다치게 했다고? 아니야. 내가 널 배신할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널 사랑했는데."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하윤호랑 잔 적 없어. 그건 다 오해야."
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갑자기 아랫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에 나는 숨을 들이쉬지 못하고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경련하는 것 같았다.
병혁은 비웃듯 웃었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직도 그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해? 하윤호 같은 비열한 놈이랑 놀아났으면서."
그의 목소리는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통증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생각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애썼다.
병혁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네가 그렇게 더럽다고? 나도 너를 더럽다고 생각했어."
그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내 옷을 거칠게 찢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내 맨살이 드러났다. 나는 모멸감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
"하윤호랑 잤으면서 감히 나를 거절해? 어디 내가 확인해줄까?"
그는 섬뜩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내 귀에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그의 손이 내 몸을 더듬었다. 나는 몸이 파르르 떨렸다.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밀어냈지만, 그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갑자기 아랫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 마치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에 나는 신음했다. 온몸이 경련하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병혁은 내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비웃듯 말했다.
"연기 그만해. 내가 아직 너한테 손댄 것도 아니잖아."
그의 목소리는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파... 병혁아... 배가 너무 아파."
나는 흐느끼며 말했다. 나는 진통제를 찾았다. 내 손은 필사적으로 약병을 더듬었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병혁을 밀쳐냈다. 그는 중심을 잃고 침대 머리맡에 부딪혔다.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내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약병과 검사 결과지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다급하게 약병을 주우려 했지만, 병혁이 먼저 잡았다.
그는 검사 결과지를 들여다봤다. 그의 눈빛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저 침대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이내 검사 결과지를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약병도 함께 던져졌다.
"이젠 하다 하다 이런 식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네. 최수하, 네 수법은 정말 다양하구나."
그는 비웃듯 말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그의 손길은 차가웠다.
"나는 민샛별이 더 좋아. 너 따위는 죽든 말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그의 잔인한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꿰뚫었다.
그는 방을 나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는 홀로 남겨졌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약병을 주워 들었다. 물도 없이 약을 삼켰다. 차가운 약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불쾌했다.
점점 통증이 가라앉았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수하야, 병혁이한테 돈 받아왔어? 아빠 병원비 내야 하는데."
엄마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엄마, 병혁이한테 돈 못 받아. 이혼할 거야."
나는 힘없이 말했다.
"뭐? 이 쓸모없는 것! 그러면 하윤호한테라도 꼬드겨서 돈 받아와! 네 아빠 병원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데!"
엄마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날아와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엄마, 아빠가 쓰러진 게 하윤호 때문이 아니었어? 엄마도 하윤호 때문에 사고 났잖아."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전화가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