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그때 마침, 의사가 병실에서 나왔다.
"의사 선생님, 상황은 좀 어떤가요?"
의사는 싱긋 미소 지었다. "도련님께서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다만, 후유증으로 기억을 일부 잃으신 것 같습니다. 이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겁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서윤과 김유현은 다시 김유진의 병실로 들어섰다.
"우리 아들, 병원에서 푹 쉬고 있어야 해. 요 며칠 엄마랑 둘째 형이 번갈아 가며 병문안 올 거야."
이서윤은 김유진의 곁에 앉아 안쓰럽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네 아빠랑 큰형, 셋째 형은 지금 바빠서 오지 못했어. 그래도 네가 퇴원할 때쯤이면 모두 돌아올 거야."
"네."
김유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윤과 김유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맑고 투명해서,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이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이서윤과 김유현은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아이고, 내 새끼." 이서윤은 참지 못하고 다시 김유진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지난 세월 동안, 엄마는 계속 널 찾아 다녔어. 찾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났더구나. 나도 거의 절망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네 소식을 듣게 되었지 뭐니."
"엄마가 이렇게 널 찾았으니, 그동안 네가 받은 서러움, 엄마가 다 보상해 줄게."
"엄마, 괜찮아요."
김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전 이미 충분히 만족해요."
"그리고..." 김유진은 고개를 들어 김유현을 쳐다봤다.
"제게 이렇게 잘생긴 형도 생겼고, 진짜 행복해요!"
김유현은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이렇게 순수한 동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자기 동생을 해친 자들에 대한 증오심이 더욱 짙어졌고 놈들의 시체를 파내서 부관참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엄마, 둘째 형, 아빠와 다른 형들도 엄마처럼 저를 받아줄까요?" 김유진는 사뭇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기억에 전에도 어떤 집에 입양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저를 좋아하지 않았고, 결국 저는 집에서 쫓겨났어요."
"내 새끼,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이서윤은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들과 달라. 나도, 네 아빠도, 그리고 네 형들까지. 우리 전부 네가 돌아온 걸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어."
김유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둘째 어르신이 위조한 자료에는 그가 여씨 가문에서 쫓겨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 엄마와 나, 그리고 아빠와 네 다른 형들도 100%, 아니 200% 너한테 잘해줄 거야. 그러니까 절대 걱정 하지 마." 김유현이 맞장구를 쳤다.
"네."
김유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이서윤과 김유현은 매일 김유진의 병문안을 왔다.
김유진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틈틈이 다크 웹을 통해 대부를 살해한 범인의 소식을 알아봤다.
이번에 그녀는 김씨 가문이라는 단서를 따라 놈을 추적해 보았지만 둘째 어르신이 말했던 것처럼 범인도, 김씨 가문도 너무 은밀하게 행동했던 탓에 쓸만한 정보를 얼마 알아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김씨 가문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범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내야 할 것 같았다.
현재, 김유진은 병원 정원에 앉아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있었다.
[김유민, 3회 연속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다! 영화계 역사 새로 쓰다.]
"김유민, 내 셋째 형이 대단한 배우였군. 얼굴 좀 봐... 확실히 잘생겼네." 김유진은 기사에 뜬 사진을 바라봤다. 흰색 슈트를 입은 채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는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 같아 보였다.
그의 우수에 젖는 눈빛은 무심코 스치기만 해도 소녀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그녀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김씨 집안 유전자는 정말 끝내주네." 김유진은 혀를 내둘렀다. "큰 형 김유혁은 금융계 엘리트잖아? 그가 설립한 명원 그룹은 여성시에서 손꼽히는 기업이고, 진출한 분야도 셀 수 없이 많군.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아버지 여천성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김유진은 대학교수에다 혁신적인 논문도 꽤 발표 했고, 심지어 학계 최고의 미남이라 불리고 있네."
김유진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대단한 거물 셋을 형으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바로 그때, 그녀는 환자 복을 입은 남자가 손에 칼을 든 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달려 드는 걸 보았다.
"위험해!"
김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더니 놀라운 속도로 그 남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의 다급한 부름에 앞에서 걷던 남자는 고개를 돌렸고 칼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도 하기전에 김유진이 덮치듯 그를 품에 안았다.
"죽여버릴 거야!!"
환자복을 입은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일그러진 얼굴로 칼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달려 들었다.
김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 차기로 정확하게 놈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을 날려 버렸다.
이어 그녀는 그가 잠시 멈칫한 틈을 놓치지 않고 즉시 몸을 돌려 니킥으로 그의 명치를 가격했다. 강한 충격에 남자는 뒷걸음질 치더니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간호사 두 명이 달려와 환자복을 입은 남자를 제압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간호사들은 연신 사과했다.
"이분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감정이 무너지셨습니다. 당장 병실로 데려가겠습니다."
김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감정 조절도 안 되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놔둔 거야?'
하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구한 남자를 돌아봤다.
"괜찮으세요?"
말을 마치자마자 김유진은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동자는 마치 연못처럼 깊고 고요해서 그저 한번 보았을 뿐인데 그녀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부드러운 중 저음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아, 아뇨. 별말씀을요."
김유진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멋쩍다는 듯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이 남자, 셋째 형보다 더 잘생겼는걸? 설마 유명한 대 스타인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