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자현우 같은 잡놈이 이렇게 아름답고 이해심 많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다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우진백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최근 누군가 이번 과거 제도에 부정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는 상서를 올렸다.

하여 부정행위를 저지른 거인을 수색하기 위해 어사 신분에 미복 차림으로 순시를 나가다 자현우라는 술고래를 만난 것이다.

그날 자현우가 천박하기 그지없는 기녀 여러 명을 품에 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모습만 기억에 남았다.

그 중 한 기녀가 그를 흘깃 쳐다보자 질투심에 눈이 먼 자현우가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고래고래 소리까지 질렀었지.

다행히 호위가 지키고 있어 자현우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실수로 그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를 깨뜨리고 말았다.

옥패가 깨진 것과 동시에 자현우도 꿈에서 깬 듯한 얼굴이었다. 우진백의 화려한 옷차림과 주변에 많은 호위를 본 그는 당장에 겁에 질려 바지를 적셨다.

엉망이 된 옷차림과 취기가 오른 얼굴에는 기녀의 빨간 연지 자국까지 남아있었고,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오물까지 묻어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우진백이 혐오감 가득한 눈빛으로 곁에 선 호위를 쳐다보자, 호위는 자현우를 끌고 옆으로 데려갔다.

한낱 하찮은 파리와도 같은 사내를 호위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는 묻지 않을뿐더러 신경 쓰지도 않았다.

허나 아침 해가 밝자마자 누군가 그를 찾아와 사죄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복 차림으로 순시를 나왔던 터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거절하려던 찰나, 명함에서 전해지는 은은한 향기를 맡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저주처럼 그를 괴롭혀온 두통이 명함에서 전해지는 향기를 맡은 후 마법처럼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다.

거절의 말이 한참이나 입술을 맴돌았으나 결국 목구멍 아래로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의 모든 감각이 명함의 주인을 만나고 싶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그 주인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 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다.

잠깐 맛만 보려 했으나 이성을 완전히 잃은 그는 여인이 기절할 때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여인의 작은 입술이 탐스럽게 살짝 벌어진 것을 떠올린 그의 눈빛이 더욱 짙게 가라앉더니 울대가 살짝 진동했다.

이미 차분해진 몸이 다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끓어올랐다.

"임자월..."

상서에 적힌 임자월의 이름을 응시한 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후 손가락으로 임자월의 이름을 매만지는 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아쉽구나. 너를 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그녀가 도망칠 수 없게 단단히 손아귀에 틀어쥐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다른 사내의 아내가 된 여인을 그리워하며 욕망을 억누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더럽혀진 몸을 이끌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온 임자월은 낭패한 몰골에 대해 변명거리를 여러 개 생각했지만, 가족들 중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쓸쓸한 기분으로 처소에 돌아간 그녀는 깨끗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비슷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이상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곁에 놓인 등불을 들어 부군을 찾으러 나섰다.

그녀의 부군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기에, 이 시간에는 보통 서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서고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촛불이 서고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부군이 촛불에만 의지한 채 밤새 서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모든 노력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느낀 그녀는 서재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가 서재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시어머니와 부군의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자월이는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냐? 그 귀인이 자월이를 괴롭히는 건 아니겠지?"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월이도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우리가 상대하기 힘든 장수들도 자월이가 모두 상대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문제없을 겁니다."

"이 어미가 걱정하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그 귀인이 자월의 예쁘장한 미모에 홀려 저지르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

시어머니가 하는 말을 들은 임자월은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오늘에 있은 일을 떠올린 그녀는 문을 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 귀인의 신분이 마냥 평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앞뒤로 시중을 드는 하인이며 호위며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현지의 현령 나리께서도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귀인이 어떻게 천박하고 교양도 없는 여인을 품에 안을 수 있겠습니까?"

천박하고, 교양이 없는 여인...

임자월은 지금 자신이 듣고 있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부군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보니 부군은 그녀가 없는 곳에서 그녀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순간 차갑게 식어 내렸다. 오늘 의자에 묶여 귀인의 손아귀에 다뤄질 때보다 더욱 차가운 느낌이었으니.

손에 쥔 등불을 더욱 세게 움켜쥔 그녀가 조심스럽게 서재 문을 두드렸다.

"부군, 안에 계십니까?"

곧바로 문이 열리고 자현우는 그녀를 따뜻하게 품에 안았다.

"부인, 드디어 돌아왔군."

자현우는 임자월의 안색이 유난히 창백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더러, 심지어 그녀가 옷을 갈아입은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떻게 되었는가? 대인께서 나를 용서해 주시겠다고 약조했는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군의 눈빛에, 임자월은 자현우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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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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