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나연아, 너 차승재 돌아왔다는 거 들었어?"

시끌벅적한 룸 안, 강나연의 옆에 앉은 여자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오늘 밤은 대학교 동창 모임으로 분위기는 꽤나 활기찼지만, 차승재의 이름이 언급되자 모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강나연이 웃음거리가 되길 기다리는 눈치였다.

커다란 원탁을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도 강나연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작고 갸름한 얼굴은 마치 최상급 백옥으로 빚은 듯, 피부에서 은은한 빛이 났다.

강나연은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보이지 않는 평온한 눈빛으로, 물컵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난 몰라."

다른 동창들도 잇따라 거들었다. "그때 너희 두 사람의 연애가 얼마나 떠들썩했는지 아직도 기억나는데. 우리 모두 너희가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지. 근데 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줄이야. 차승재는 이제 성휘미디어의 사장님이라던데, 솔직히 너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는 거 아니니?"

예전 같은 반이었던 여학생이 놀림 섞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 남편도 돈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차승재만큼은 아닐 거야. 옛 사랑이 새 사랑보다 더 향기롭다는 말이 있잖아. 안 그래?"

그 말에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술을 조금 마신 강나연은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주위의 목소리들은 점점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만 다가와서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너희들끼리 재밌게 놀아. 난 몸이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

"왜 이렇게 급히 가는 거야? 남편이 기다리니?" 누군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룸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고개를 번쩍 든 강나연의 시선 끝에, 마지막에 들어오는 사람이 바로 차승재인 것을 알아보았다.

3년이 지난 지금, 검은색 정장을 입은 그의 몸에서는 한층 날카로워진 기세가 느껴졌고,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방금 말을 건 사람은 차승재의 룸메이트였던 조명걸이었다.

차승재의 등장에 룸 안 여자들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며 빛났다.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비주얼이었고, 학교 시절부터 쭉 인정받던 킹카였다.

조명걸은 강나연을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강나연, 네 남편도 불러서 같이 놀지 그래?"

"그 사람이 좀 바빠서. 난 먼저 일어날게." 강나연은 차승재의 시선을 무시한 채 조명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룸을 나섰다.

그녀가 떠난 후, 조명걸은 차승재를 돌아보며 말했다. "봤냐? 쟤 지금 너를 볼 낯짝이 없는 거야. 허영심에 눈이 멀어 널 버리더니, 저런 여자는 여기에 낄 자격도 없어."

차승재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강나연이 사라진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조명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디 가!"

그 시각 강나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나연!" 차승재가 갑자기 그녀의 곁으로 달려와 팔을 잡고 따져 물었다.

"날 보는 게 그렇게도 불편하냐?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서?"

갑작스런 힘에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한 강나연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차승재를 올려다보았다. "이 손 놔."

그러나 차승재는 그녀의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키가 훤쩍 큰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고작 이런 꼴로 살려고 날 버렸어? 그 남자는 너한테 제대로 된 장신구 하나 채워주지도 못하는 거 같은데. 이게 네가 한 선택이야?"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의 손길이 불쾌한 강나연은 온 힘을 다해 팔을 뿌리치려 버둥댔다.

두 사람은 건물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검은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천천히 건물 입구에 멈춰 섰다.

익숙한 번호판을 발견한 강나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반응을 알아차린 차승재는 고개를 돌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바라보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차 문이 열리며 키 큰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등장과 함께, 주변 공기의 온도가 서늘하게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강나연은 그 틈을 타 차승재의 손을 뿌리치고 남자에게 달려갔다. "모레 온다고 했잖아?"

서정욱은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고 차갑고도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좀 일찍 끝났어."

두 사람의 다정한 행동을 지켜보는 차승재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서정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차승재를 훑어보며 강나연에게 물었다. "동창이야?"

강나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욱은 그녀와 차승재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에 분위기가 더욱 어색해졌다.

서정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승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강나연 씨의 남편입니다. "

회차 2

그 한 마디는 단순한 소개를 넘어, 명백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방금 전 두 사람이 서로의 손목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서정욱은 빠짐없이 지켜봤다.

"집에 가자." 말을 마친 서정욱은 강나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 차에 올라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차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했다.

강나연은 서정욱의 기운이 평소보다 훨씬 싸늘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차승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그가 자존심이 상한 걸까?

강나연은 남편이 화가 났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일단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동창회 자리였을 뿐인데... 차승재가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어..."

서정욱은 갑자기 옆에 놓인 정교한 선물 봉투를 집어 그녀에게 건네며 말을 가로챘다. "선물이야."

강나연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선물 봉투를 건네받았다.

결혼 3년 동안, 서정욱이 집에 머무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그녀에게 선물을 챙겨주었다.

그렇다면 그는 화가 난 걸까, 안 난 걸까?

강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손에 쥔 선물이 마치 뜨거운 숯덩이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서정욱을 돌아보자 그는 이미 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는 듯했다.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한 강나연은 오늘 술을 조금 마신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창문을 살짝 열었고, 얼굴에 스치는 밤바람에 온몸이 한결 시원해졌다.

3년 전, 강씨 그룹은 자금줄이 막혀 파산 위기에 처했다. 그때 강나연의 아버지는 서씨 가문과 맺은 혼약 이야기를 꺼내며, 그녀와 서정욱이 어렸을 때부터 정혼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두 가문의 조상들이 생사를 함께한 사이였다는 것을 빌미로 강나연을 서정욱과 결혼시켜 위기에 처한 강씨 그룹을 구하려 한 것이다.

강씨 그룹은 어머니가 생전에 심혈을 기울여 이룬 것이자 강나연에게 남겨진 마지막 유산이었기에 그녀는 어머니의 심혈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한편 당시 차승재는 창업 초기여서 감정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고, 두 사람은 다툼이 잦았다. 결국 강나연이 먼저 차승재에게 이별을 고했다.

결혼 후 서정욱은 여전히 차갑고 무뚝뚝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녀에게 잘 대해 주었다.

해월만, 두 사람의 신혼집.

차가 지하 주차장에 멈춰 서자 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대표님, 사모님. 도착했습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강나연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 서정욱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택군, 이제 퇴근해."

"네." 그 말에 운전기사 이택군은 차에서 내려 공손히 인사한 뒤 주차장을 떠났다.

강나연이 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손목이 갑자기 꽉 붙잡혔다.

서정욱은 가볍게 힘을 주어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강나연은 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의 뜨거운 허벅지 위로 속절없이 앉혀졌고 두 다리는 강제로 벌어져 그의 허리를 감싸게 되었다.

지금의 자세가 너무나 수치스럽다는 생각에 그녀의 얼굴은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그녀는 엉덩이를 살짝 움직여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오려 했지만, 서정욱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누르며 앞으로 자신의 몸쪽으로 바싹 당겼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며 서로의 가슴이 단단히 밀착되었다. 강나연은 그의 아랫도리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욱 씨... 이, 이거 놔. 날 내려줘." 강나연은 새빨개진 얼굴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평소처럼 말이 없던 서정욱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쥐더니 거칠게 입을 맞췄다.

마침 주차장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쳤고, 그 위로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나연은 수치심에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평소 아무리 난폭한 그라도 차 안에서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었다.

서정욱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감싸 쥔 채 숨을 헐떡이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자신의 품속으로 바싹 끌어안았다.

뜨거운 키스가 끝난 후에야 그는 비로소 강나연을 놓아주었다. 살짝 부어오른 그녀의 붉은 입술이 매혹적인 광택을 띠고 있었다.

서정욱은 다시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나른한 섹시함이 묻어났다. "오늘 동창회, 즐거웠어?"

강나연은 아무리 둔감해도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서정욱은 항상 감정의 기복 없이 침착한 사람이었기에, 오늘 같은 파격적인 행동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다시 설명하려 입을 여는 순간, 서정욱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움켜쥐는 바람에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잉크처럼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붉은 입술을 응시하며 차갑게 물었다. "술 마셨어?"

강나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 말, 기억 안 나?"

강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의 어깨를 잡은 손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술이 약했다. 예전에 술에 취해 길을 헤매다가 차에 치여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병원의 연락을 받은 서정욱은 중요한 회의를 중단하고 바로 달려왔다. 그 후로 그는 그녀에게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규칙을 세웠다.

차승재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강나연은 오늘 그 금기를 스스로 깨버리고 말았다.

짜증이 뒤섞인 서정욱의 손길은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더니 점점 대담해져 이내 거침없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파고들었다.

회차 3

"오늘 다들 마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어... 다음부턴 안 그럴게."

강나연이 말을 마쳤지만 서정욱의 얼굴은 여전히 잔뜩 굳어 있었고, 그의 기척을 감지한 그녀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수줍은 목소리로 물었다. "집에 가서 하면 안 될까?"

"안 돼."

남자의 목소리는 거부의 여지가 없을 만큼 강력하고 압도적이었다.

저항할 수 없었던 강나연은 얼굴이 빨개진 채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단추 하나를 푸는 데만 몇 분이 걸리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서정욱은 손을 뻗어 그녀의 원피스를 거칠게 찢어 내렸다.

강나연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순식간에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다.

그녀는 오늘 밤 노란빛이 도는 랩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의 거친 손길에 쉽게 풀려버렸고, 이내 브래지어와 속옷도 그의 손아귀를 피해가지 못했다.

좁은 차 안에서 벨트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고요한 밤에 유난히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 멈춰 선 람보르기니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남녀의 낮은 신음이 스쳐 나왔다.

밖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차 안의 온도는 점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가슴을 스칠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고 두 사람의 눈빛에는 뜨거운 욕망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강나연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서정욱이 일으킨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는 몸이 흔들리는 대로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서정욱이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가볍게 깨물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강나연은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정욱은 갑자기 그녀를 시트에 눕히고 새로운 공세를 시작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자신 위에 있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서정욱은 옷을 입고 자신의 재킷으로 그녀의 몸을 감싼 뒤 차에서 안아 내렸다.

집에 도착했을 때, 강나연은 이미 지쳐 잠들어 있었다. 하얗고 예쁜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그녀는 잠꼬대로 싫다고 중얼거렸다.

아마 방금 그녀에게 조금 거칠었던 모양이다.

서정욱은 그녀를 안고 욕실로 들어가 몸을 깨끗이 씻겨 준 후, 침대에 눕혔다.

그도 샤워를 마치고 목욕 가운을 걸친 채 거실로 나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때문에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때, 비서 이양찬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성휘미디어 쪽에서 대표님 뒷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마주친 차승재의 얼굴이 떠오르자, 서정욱의 얼굴은 더욱 차갑게 굳어졌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전화를 끊어버렸다.

3년 전, 강나연은 차승재와 헤어진 후 서정욱과 바로 결혼했다.

'차승재가 다시 돌아올 줄이야.' 서정욱은 결혼하기 전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는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본래 그는 오늘 출장 중이었지만 차승재가 경성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부하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밤새 달려온 것이었다.

결국 호텔 문 앞에서 두 사람이 서로 잡아 끄는 모습을 보았다.

강나연은 예전에 차승재를 그렇게 좋아했으니, 차승재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옛정이 되살아나길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두운 조명 아래, 서정욱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눈빛은 짙은 담배 연기에 가려졌다.

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고, 하늘은 서서히 새벽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강나연은 아침 9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천천히 눈을 떴다.

방에서 나온 그녀는 서정욱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도 회사에 가지 않았다고?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이미 집을 나섰을 텐데.'

입술을 꼭 깨문 강나연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식탁으로 다가갔다. 식탁에는 이미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서정욱은 손에 든 노트북을 닫아 옆으로 치우고 그녀를 바라보며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일어났어? 아침 먹어."

그의 옆자리에 앉자, 가사도우미가 다가와 두 사람 앞에 각각 좁쌀죽 한 그릇을 내려놓았다.

서정욱의 식사 모습은 매우 우아하고 단정했으며, 식사 중에는 보통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가사도우미가 평소처럼 잡지를 서정욱의 옆에 놓았다. 그는 평소 아침 식사 중에 잡지를 읽는 습관이 있었다.

강나연은 잡지를 흘깃 쳐다보다가 눈빛이 멈칫했다.

잡지 표지에 실린 사진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서정욱도 잡지를 발견하고 집어 들어 헤드라인을 훑어보았다.

<성휘미디어 신임 대표, 첫사랑과 재회. 애틋한 밀회 포착>

차승재와 강나연이 어젯밤 호텔 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던 것이다.

차승재의 얼굴은 선명하게 찍혔지만, 강나연은 옆모습만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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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 재벌남과 매력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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