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서은별은 파를 손질해 생선 배를 가르고 안에 집어 넣었다 비린내를 없애려는 것이다.
'소금과 양념이 있었다면, 생선이 더욱 맛있었을 텐데.'
"누나. 나, 생선이 너무 먹고 싶어!"
군침을 꿀꺽 삼키는 서은혁의 모습에 서은별과 서은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배가 고파? 입가에 군침이나 좀 닦거라. 부끄럽지도 않느냐?"
"생선을 먹어 본지 너무 오래 됐어. 누나."
서은혁은 소매로 대충 침을 닦으며 생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은별은 그런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앞으로 생선을 자주 먹게 해줄게."
"정말이지 누나?"
"그래, 내가 언제 너를 속인 적 있느냐?"
"와! 앞으로 고기 자주 먹을 수 있어! 물고기, 물고기!"
서은혁은 기쁜 나머지 모닥불 주위를 뛰어다니며 춤을 췄다.
"언니, 아무리 막내라고 해도 너무 오냐오냐하는 거 아냐? 꿈에서도 물고기 타령하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은정은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쑤시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생선을 자주 먹게 해준다니, 그저 동생을 위로 하는 말 정도라고 생각했다.
곧 생선이 다 익었고, 서은별은 부드러워 먹기 좋은 뱃쪽 살을 가시를 발라 먼저 막내에게 건네 주고는 또다시 조심스레 가시를 발라 여동생에게도 건넸다.
"생선이 정말 맛있어. 큰 누나, 둘째 누나, 빨리 먹어 봐."
서은혁이 생선 살을 크게 한입 배어 물고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동생들을 다 챙기고 그제야 서은별은 생선을 한입 입에 넣었다. 생각했던 비린내는 없었고 맛있기만 했다.
'고대라 그런가? 생선이 너무 맛이 있는걸?'
"생선이 너무 맛있구나. 은정아, 은혁아. 많이 먹어라. 생선으로 배가 부르지 않다면 저기 대추도 있다. 내가 아까 오는 길에 많이 따왔다."
"예, 언니."
서은별은 생선은 거의 맛만 보다시피 했고 주로 대추로 배를 채웠다. 대추 맛은 현시대 보다 못했지만 그래도 허기를 달래긴 충분했다.
그렇게 끼니를 해결한 서은별은 산에 올라가 나물을 캐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공간이 있으니 위험은 없었다. 이공간 덕분에 산 어디에 무슨 나물이 있는지 한눈에 보였고 위험한 맹수도 미리미리 피해 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 이제 산에 올라가 나물을 캐자꾸나."
"언니, 너무 깊이 들어온 것 같아. 더 들어가면 호랑이나 늑대 무리를 만날 수도 있어."
서은정은 그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정아, 우리가 나물을 캐지 않고 돌아가면 할머니가 오늘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고 꾸짖을 게 뻔하지 않겠냐? 하지만 바구니에 나물이나 과일들을 채워서 돌아간다면 배가 고파 산에 먹을 것을 찾으러 왔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 거다."
서은정은 일리가 있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은혁아, 너는 어떠냐? 무서워?"
"무섭지 않아. 누나! 누나와 둘째 누나도 무서워하지 않잖아, 나도 무섭지 않아!"
서은혁이 작은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우리 막내 정말 용감하구나."
"말만 뻔지르르하지 호랑이를 만나면 바로 울음부터 터뜨릴 걸?"
"둘째 누나 미워! 산 속에서 호랑이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정말 튀어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흥!"
"이 녀석이."
"그 만들 하고 산에 오를 채비를 하자꾸나."
서은별은 동생들에게 준비하라 이르고는 이공간으로 나물의 위치를 체크했고 순식간에 그녀는 야생 감자를 찾을 수 있었다.
"언니, 너무 깊이 들어가는 거 아니야?"
서은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다, 은정아. 그리 멀지 않아. 반 시진 정도만 가면 된다."
"반 시진 이라고?"
서은정은 의아하기만 했다. 그녀가 어떻게 확신을 가지고 목적지를 정했는지도 궁금했고 심지어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시간까지 알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의문을 마음속에 숨기고 서은혁의 손을 잡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반 시진 후, 세 남매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주위에는 온통 나물들로 가득했다.
"언니, 어떻게 이곳에 나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 언니는 이곳에 온 적도 없잖아."
서은정의 질문에 서은별은 멈칫하더니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은정아, 이제야 말하지만 내가 물에 몸을 던졌을 때, 나는 거의 죽다 살아났다. 깨어 났을 때는 머릿속에 많은 일들이 떠오르더구나."
고대이긴 해도 거짓말이란 역시 자연스러워야 사람을 속일 수 있는 법이다.
"무슨 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예지력 같은 능력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산 속 어느 위치에 무슨 나물이 있는지 알 수 있었던 거다."
"거짓말."
"내가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난 누나를 믿어!"
서은혁이 천진한 목소리로 끼어 들었다.
"흥! 꼬맹이, 먹을 줄만 아는 줄 알았더니. 아부도 잘하는 구나."
"둘째 누나는 큰 누나 말도 안 믿잖아. 왜 나를 비웃고 그래!"
"그만들 하고, 이제 나물을 캐자꾸나."
"응! 누나!"
서은혁은 작은 발걸음으로 서은별에게 다가가더니 능숙하게 나물을 캐기 시작했다. 3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물을 캐는 그의 몸놀림은 아주 익숙했다.
15분쯤 지나니 주위에 있는 나물을 모두 수확할 수 있었다.
서은정과 서은혁의 바구니는 나물들로 가득 찼으나 서은별의 바구니는 아직 빈 곳이 있었다.
"은정아, 이게 뭔지 아느냐?"
서은별은 야생 감자를 손에 들고 물었다.
"몰라, 평범한 잡초 같아 보이는데?"
"이건 잡초가 아니다. 이건 감자라 불리는 작물이지. 뿌리 쪽을 파보면 알맹이가 있을 거다."
"감자? 언니. 나는 그런 이름을 처음 들어 봐."
'흠, 이 시대엔 아직 감자에 대해 제대로 모르나 보군.'
서은별은 챙겨온 괭이로 뿌리 쪽 흙을 파냈고 금세 감자 세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감자를 들어 올리자 두 동생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감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먹을 수 있지."
"하지만 이걸로 요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언니."
그녀의 말대로 감자로 요리를 하는 사람은 이 시대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내가 감자를 구워주마."
두 동생은 못 미더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서은별을 향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서은별을 말리고는 싶은데 감히 입을 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은별은 즉시 서은정 더러 불을 지피고 먹을 것을 만들라 시키고는 자신은 주위를 돌아 다니며 최대한 많이 감자를 캤다. 그리고는 그녀는 일부러 감자를 바구니 제일 아래에 숨기고는 그 위에 나물을 덮었다.
캔 감자 중 6개를 구워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려 했다.
두 동생은 처음에 감자를 입에 대려 하지도 안았다. 하지만 서은별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더니 끝 내 참지 못하고 작게 한입 먹어 보더니 눈빛이 반짝 빛났다.
"너무 맛있어! 누나."
서은혁의 눈매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정말 먹을 수 있을 줄 몰랐어. 그리고 정말 맛있는 걸? 역시 언니가 최고야."
맛도 있고 배도 물릴 수 있는 감자를 찾아 내다니, 서은정은 이번에 산에 오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은정은 맛있게 감자를 먹었다. 서은별이 어떻게 감자라는 작물을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잊혀진지 오래었다.
두 동생과 상의를 마친 서은별은 동생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러던 중에 산 기슭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세 소녀를 만났다. 이웃 마을의 소녀들과는 옷차림부터 달랐다. 딱 봐도 읍내에 사는 아가씨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서혜영이었고 옆에는 그녀의 친구 우청하와 우연아였다.
유연아는 남매의 길을 가로 막더니 팔짱을 끼고 서은별을 하찮게 쳐다 봤다.
"쯧쯧, 은별아, 곧 시집갈 사람이 왜 산에 기웃거리는 것이냐? 시집가기 전에는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몰라?"
"어머! 연이야 너는 아직 모르나 보구나. 저년이 어디 그런 좋은 팔자가 있겠어? 우리 할머니는 은자 5냥에 저년을 다리 병신한테 팔아 넘겼다."
서혜영은 원래부터 사촌 언니인 서은별을 싫어 했다. 서은별이 자신보다 예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뼈가 앙상하고 낯색도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얼굴은 빛을 바래지 않았다.
"뭐라고? 은자 5냥? 너무 많지 않아? 저런 년은 기생집에 팔아 넘겨도 2냥도 채 받지 못할 것 같은데?"
우청하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요사하게 웃었다.
"닥쳐!"
참지 못한 서은정이 우청하를 밀쳐냈고 그 바람에 그녀는 논두렁에 빠져 옷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 미친년이! 너 오늘 죽었어!"
우청하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은정을 향해 달려 들었고 이내 그녀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나머지 둘 도 부리나케 달려와 친구를 도와 허은정을 밟아 대기 시작했다.
"너희들 당장 그만둬!"
서은별은 바구니를 서은혁에게 맡긴 뒤, 부랴부랴 서은정을 향해 달려갔다.
이공간 속의 샘물을 마신 그녀는 힘이 장사였다. 그녀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그 셋을 전부 논두렁에 처박았다.
급히 서은정을 살펴보니 입가에는 피가 흘렀고 머리에는 커다란 혹이 생겨있었다.
바로 그때, 서은별은 한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은정아, 빨리 기절한 척하거라!"
"왜?"
서은별은 주위를 힐끗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년들에게 맞아서 정신을 잃은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한다. 노부인은 너를 치료하는 돈이 아까워 우리를 밖으로 내 쫓을 거야. 그러면 우린 분가 할 수 있어. 더 이상 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될 거다."
"언니, 나..."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라. 넌 그저 기절한 척 눈만 꼭 감고 있으면 된다."
"알겠어, 언니."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은정아! 제발 눈을 좀 떠 보거라! 이대로 죽으면 안 된다. 은정아 정신 좀 차려 보거라!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