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서은하 POV:
다음 날 아침, 강지훈은 완벽한 남편이었다.
그는 침대로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이제는 불쾌하게만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좀 나아 보이네."
그의 미소는 눈까지 닿지 않았다.
"그냥 좀 쉬었더니 괜찮아요."
나는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했다.
"나 오늘 아침에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그는 넥타이를 바로 매며 내 시선을 피했다.
"알잖아… 서현이 기일이라. 그냥 혼자 추모 공원에 좀 다녀오려고."
거짓말은 너무나 뻔뻔하고 거침없어서 숨이 막혔다.
자신이 보호하고 있는 여자의 기일을 핑계로 그녀를 만나러 가려는 것이었다.
"물론이죠."
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다녀와요. 시간은 얼마든지 가져요."
나의 순순한 동의가 그를 안심시킨 듯했다.
그는 몸을 숙여 키스하려 했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이 뺨에 스치게 했다.
온몸에 소름 끼치는 혐오감이 퍼져, 이불 아래에서 허벅지를 손톱으로 파고들어야만 움찔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작고 날카로운 고통은 반가운 기분 전환이었다.
그가 떠나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에게는 기억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그의 서재가 첫 번째 목적지였다.
그의 노트북이 책상 위에 닫혀 있었다.
노트북을 여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전원이 켜지고 로그인 화면이 나타났다.
배경 화면은 바다 위로 지는 노을 사진이었다.
신혼여행 때 내가 찍은 사진.
이제는 속부터 썩어 문드러진, 더럽혀진 추억이었다.
그는 항상 비밀번호에 부주의했다.
그의 생일을 입력했다. 실패.
우리의 결혼기념일. 거부.
그때, 차가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아이. 민준이.
생일이 언제일까?
박서현은 5년 전에 '죽었다'.
아이는 네 살 정도로 보였다.
나는 그의 어머니 생일, 회사 창립일 등 몇 가지 날짜를 더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좌절감이 커졌다.
포기하려던 찰나, 책상 위 압지 밑에 거의 숨겨져 있던 작고 누런 포스트잇이 눈에 들어왔다.
지훈 씨의 익숙한 필체로 두 단어가 적혀 있었다.
`민준이 생일: 0828`.
민준이 생일?
8월 28일.
몇 년 전 서현과 싸울 때 그녀가 나에게 소리쳤던 말이 떠올랐다.
"8월 28일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야! 넌 이해 못 해!"
나는 그저 히스테리라고 치부했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숫자 0828을 입력했다.
액세스 승인.
나타난 바탕화면은 내 위장을 단단하고 고통스러운 매듭으로 조여왔다.
그들이었다.
지훈 씨, 서현, 그리고 어린 민준이가 네 개의 촛불이 꽂힌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아 있었다.
완벽한 가족처럼 보였다.
행복하고. 진짜처럼.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파일을 뒤졌다.
폴더 안에 또 다른 폴더가 숨겨져 있는, 그의 비밀스러운 삶의 디지털 미로였다.
나는 모든 것을 찾아냈다.
사진. 수백 장의 사진.
민준이의 첫걸음.
가족으로서의 첫 크리스마스.
내가 모르는 해변으로의 휴가.
지훈 씨는 모든 사진 속에서 내가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꾸밈없는 기쁨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은행 거래 내역서를 발견했다.
공동 계좌에서 매달 이체된 내역.
지훈 씨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 계좌였다.
어머니의 이름은 농장 근처 사서함으로 보내진 호화로운 선물 거래 내역에 적혀 있었다.
장난감. 명품 아동복.
강민준을 위해 설정된 신탁 기금.
그들은 단지 서현을 숨긴 게 아니었다.
그녀에게 자금을 대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를 자신들의 아이로, 그들의 진짜 핏줄로 받아들였다.
가슴에 텅 빈 통증이 느껴졌다.
심장이 있던 자리에 생긴 공허함이었다.
부모님이 내게 했던 모든 사랑의 말, 모든 애정의 제스처가 이제는 잔인한 조롱으로 뒤틀려 마음속에서 재생되었다.
결혼식에서 했던 지훈 씨의 서약이 떠올랐다.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만들어갈 것을 약속합니다."
그 말은 씁쓸하고 아이러니한 유령이 되어 조용한 방 안을 맴돌았다.
그는 나에게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그들에게 약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기증이 덮쳐와 책상에서 비틀거리며 물러나다 서류 더미를 바닥에 쏟았다.
나가야 했다.
진짜가 아니었던 삶의 유령들로 둘러싸인 이 집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떠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노트북 화면에 알림이 떴다.
새 메시지.
화면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박서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언제 와? 민준이가 아빠 보고 싶대. 어서 진짜 가족한테 돌아와.`
그 말은 나를 향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공격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것은 조롱이었다.
자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마지막, 결정적인 과시였다.
휴대폰이 울리고 지훈 씨의 웃는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나는 흐릿한 시야로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보,"
그의 목소리는 명랑하고 역겨울 정도로 평범했다.
"이제 막 '추모 공원'에서 나왔어. 차가 엄청 막히네. 곧 집에 갈게. 사랑해."
나는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수동적인 발견은 끝났다.
이제, 나에게는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 속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갑고 계산적인 분노의 폭풍 속에서 열쇠를 움켜쥐었다.
그 농장으로 다시 가야 했다.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봐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의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증거를 손에 넣을 것이다.
회차 3
서은하 POV:
어두운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는 내 것이었어야 할 삶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유령 같았다.
농장 경계의 숲에 숨어 소나무와 축축한 흙냄새를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것은 내가 몇 년 동안 숨 쉬어온 무균 상태의 거짓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나무들 사이로 그들이 보였다.
나의 부모님, 서진철 회장과 윤혜숙 여사.
그들은 잃어버린 입양딸을 슬퍼하는 게 아니었다.
비밀스러운 손주에게 푹 빠져 있었다.
어머니는 민준이를 그네에 태워주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내가 평생토록 간절히 원했던 부드러운 기쁨이 가득했다.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작년에 나는 어머니에게 뒷마당에 작은 장미 정원을 가꾸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었다.
늘 꿈꿔왔던 일이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내 말을 흘려들었다.
"오, 은하야, 엄마는 재단 일 때문에 너무 바빠. 내년에 하자꾸나."
하지만 민준이를 위해서는 바쁘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다 가진 듯했다.
할 수 없었던 게 아니었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위해서는.
농장 가사도우미가 레모네이드 쟁반을 들고 나왔고,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사모님, 정말 아이를 잘 다루시네요! 민준이가 할머니를 정말 좋아해요."
"진정한 미래 가의 핏줄이잖니, 안 그러니?"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어릴 적 지훈이 판박이야."
그 말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나를 강타했다.
진정한 미래 가의 핏줄.
그럼 나는 뭐지?
대체품?
진짜 후계자가 자랄 때까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편리하고 재능 있는 딸?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나는 외부인이었다.
나는 발견되었고, 집으로 돌아왔고, 이름을 얻었지만, 결코 진정으로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이것이 그들의 가족이었다.
나는 그저 임시 손님일 뿐이었다.
지훈 씨가 도착해 서현의 입술에 키스하고 민준이를 품에 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긴급한 출장'을 핑계로 우리의 수많은 기념일과 생일을 놓쳤다.
이제 나는 진실을 보았다.
그는 내 삶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그의 노트북에 있는 디지털 파일들은 유죄를 입증했지만, 내 머릿속의 차갑고 현실적인 목소리—보육원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 소녀의 목소리—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속삭였다.
디지털 증거는 삭제되고, 부인되고, 조작으로 치부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더 확실한 것이 필요했다.
실질적인 것.
그들이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고통의 원초적인 소리.
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것을 삼키기 위해 손마디를 깨물었다.
무너질 수 없었다.
여기서는. 아직은.
갑자기 사적인 도로를 따라 덜컹거리며 올라오는 트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헤드라이트가 나무들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큰 떡갈나무 뒤로 몸을 숙였다.
트럭은 농장 인부 중 한 명의 것이었다.
즉각적인 물리적 위협이 나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했고, 차갑고 날카로운 집중력을 강요했다.
새로운 은신처에서는 더 가까웠다.
너무 가까웠다.
서현을 보며 미소 짓는 지훈 씨의 눈가 주름이 보였다.
그녀가 그의 팔에 손을 얹는 방식, 쉽고 익숙한 친밀감의 제스처가 보였다.
그들은 수년을 함께한 부부의 무의식적인 우아함으로 서로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은밀한 목소리.
"다음 주가 이사회야."
서현이 말했다.
"그 이후에, 새로운 농업 계약이 확보되면, 우리도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알아."
지훈 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은하가. 은하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
"그 여자, 당신 생각보다 강해."
서현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투였다.
"속상해하겠지만, 받아들여야 할 거야. 우리 이렇게 영원히 살 수는 없잖아, 지훈 씨. 민준이는 아빠랑 온전히 함께할 자격이 있어."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들은 나를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 관리되어야 할 장애물,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내 심장의 마지막 남은 조각들마저 산산조각 내는 말이 들려왔다.
지훈 씨는 서현을 더 가까이 끌어당겼고, 그의 목소리는 오직 그녀만을 위한 낮은 속삭임이었다.
"걱정 마."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은하는 내가 처리할게. 우리가 준비될 때까지 절대 모를 거야. 약속해."
그것이었다.
연인의 속삭임으로 전달된, 마지막 배신.
내 시선은 미친 듯이 주위를 훑었다.
무언가 필요했다.
실질적인 무언가.
지훈 씨가 마시다 만 레모네이드 잔 옆, 파티오 테이블 위에서 그것을 보았다.
그의 휴대폰. 그의 *다른* 휴대폰.
내 머릿속은 그 하나의 목표 외에는 모든 것이 하얗게 지워졌다.
나는 그들이 웃음소리를 남기며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심장이 귀에서 쿵쾅거리는 가운데, 나는 그림자처럼 잔디밭을 가로질러 나무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내 손가락이 휴대폰의 차가운 금속을 감쌌다.
내 주머니에는 똑같은 모델의 내 휴대폰이 있었다.
어리석은 위험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그것들을 맞바꿨다.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순간, 파티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지훈 씨가 집 안의 따뜻한 불빛을 등지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불과 몇 걸음 떨어져 있었다.
거의 부딪힐 뻔했다.
나는 얼어붙었다.
후드를 더 깊이 눌러쓰고, 그에게 등을 보인 채.
"거기 누구야?"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저녁의 정적을 갈랐다.
그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몇 년 동안 나를 속이며 연마해 온 그의 본능이 그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고,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었다.
등 뒤에서 그의 존재감이 숨 막히는 무게로 느껴졌다.
그가 나를 찾아낼 것이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