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3년간 나는 내 인생을 버렸다.
무패의 변호사, ‘네메시스’로서의 삶을.
서울의 스타 검사, 강태준의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나는 법률 서류철 대신 요리책을 붙잡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결혼기념일, 그는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왔다.
절박하게 내게 키스하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속삭였다.
“유라야.”
그가 숨결처럼 내뱉었다.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하지만 우리 결혼 생활의 최종 판결은 한 레스토랑에서 내려졌다.
웨이터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주전자를 엎질렀을 때, 강태준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 최유라에게 커피 몇 방울이 튈까 봐 몸을 날려 그녀를 감쌌다.
주전자에 남은 커피는 전부 내 팔에 쏟아졌다.
2도 화상이었다.
그는 최유라의 손에 생긴 사소한 붉은 자국에 안절부절못하며, 그녀를 청담동의 고급 개인 병원으로 데려갔다.
물집으로 끔찍하게 부풀어 오르는 내 피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신용카드를 내 손에 쥐여줄 뿐이었다.
“이걸로 택시 타고 응급실 가봐.”
그가 말했다.
“나중에 전화할게.”
그 순간, 헌신적인 아내는 죽었다.
나는 그곳을 걸어 나왔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석 달 후, 나는 법정에서 그의 맞은편에 섰다.
그의 검사 인생 최대의 사건, 그가 기소한 남자의 변호인으로.
그는 자신이 버린 조용한家庭主妇가 법조계의 전설, ‘네메시스’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그의 완벽한 무패 기록을 박살 낼 참이었다.
제1화
대형 로펌의 세계에서 ‘네메시스’라는 이름은 전설이자 유령이었다.
지난 3년간 법조계는 단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던 그 천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온갖 추측을 쏟아냈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모든 걸 불태우고 은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너무 강력한 적을 만들어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수군거렸다.
아무도 진실을 맞히지 못했다.
그 진실은 지금, 미니멀한 화병에 백합을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꽂고 있었다.
한때 네메시스로 불렸던 서지우는 이제 서지우라는 이름 대신 강지우로 살았다.
서울중앙지검의 스타 검사, 그 자신만의 완벽한 무패 기록을 가진 남자, 강태준의 아내로.
3년간 그녀는 헌신적이고 평범한 가정주부 역할을 연기했다.
날카로운 정장과 법률 서류철을 상자 속에 봉인하고, 앞치마와 요리책을 꺼내 들었다.
사랑을 위해서였다. 아니, 필사적으로 사랑이 되길 바랐던 무언가를 위해서였다.
결혼은 하룻밤의 공유된 외로움과 그의 의무감에서 태어난仓促한事件이었다.
서지우는 젊고 떠오르는 변호사였고, 모의재판에서 가끔 마주쳤던 그 명석한 검사를 남몰래 동경했다.
언젠가 그의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연약함의 편린, 그가 감추고 있는 고통을 엿보았다.
자신이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틀렸다.
강태준의 고통에는 이름이 있었다. 최유라.
자신의 패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그를 떠난 셀러브리티 디자이너이자 그의 첫사랑.
그는 결코 그녀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들의 신혼집은 그의 집착이 담긴 박물관이었다.
벽에는 최유라의 사진 한 장 없었지만, 그녀의 존재는 집 안 곳곳에 스며 있었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마시는 커피 브랜드, 그가 틀어놓는 음악, 서지우는 끼어들 틈 없는 추억 속에 잠길 때마다 흐릿해지는 그의 눈빛까지.
서지우는 노력했다.
그의 습관, 그의 취향, 그의 기분을 익혔다.
자신의 모든 전략적 천재성을 단 하나의 이길 수 없는 사건에 쏟아부었다.
바로 남편의 마음을 얻는 것.
하지만 천 일이 넘는 시간 동안 차가운 무관심 속에서, 내 집 안의 정중한 이방인으로 살고 나서야 그녀는 판결이 내려졌음을 알았다.
그녀는 패소했다.
마지막 증거는 어젯밤에 나왔다.
결혼기념일. 강태준은 여느 때처럼 잊어버린 날이었다.
그는 늦게 귀가했다. 비싼 위스키 냄새와 희미하지만 분명한 여자의 향수 냄새를 풍기며.
지금껏 본 중 가장 심하게 취해 있었다.
그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던 거실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검찰청 동료들이 그와 함께 있었고, 옛날 사건 얘기를 하며 웃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거의 본체만체했다. 마치 가구의 일부인 양 시선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태준 씨, 좀 쉬어야겠어요.”
그녀가 부드럽게 말하며 그를 부축하려 다가갔다.
그는 무거운 몸을 그녀에게 기댔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어지러운 순간, 희미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가 가까이 있었다. 그가 나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키스했다.
그가 가끔 보여주던 의례적이고 순결한 입맞춤과는 전혀 다른, 거칠고 절박한 키스였다.
심장이 갈비뼈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어쩌면. 어쩌면 술기운이 마침내 그의 벽을 무너뜨린 걸지도 모른다.
그가 몸을 떼었다. 그의 눈은 흐릿하고 초점이 없었다.
그는 미소 지었다. 부서질 듯 애틋한, 그러나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닌 미소였다.
“유라야.”
그가 속삭이며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그 이름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날아와 박혔다.
그녀 안의 희망은 산산조각 나, 폐부를 채우는 날카로운 먼지가 되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인 동작으로 그를 침실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라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서지우는 고요한 방 안에 서 있었다.
달빛이 그의 잘생긴 얼굴의 날카로운 선을 그리고 있었다.
온 도시의 찬사를 받는 남자, 정의의 거인.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자신이 될 수 없는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존재.
그녀는 침실을 나와 그가 절대 들어오지 않는 서재로 향했다.
옷장 깊숙한 곳에서 먼지 쌓인 상자를 꺼냈다.
안에는 그녀의 옛 물건들이 있었다.
서울대 법대 졸업장이 담긴 액자. 모의재판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들.
그리고 심플한 검은색 명함 지갑.
그녀는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간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었다.
서지우 변호사
손안의 명함이 낯설게 느껴졌다.
다른 인생에서 온 유물 같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었다.
공적인 미소를 띤 거짓된 얼굴의 강태준 사진을 지나쳐 스크롤했다.
3년 동안 한 번도 누르지 않았던 번호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박진수. 뉴욕에 있는 그녀의 옛 멘토.
그녀에게 ‘네메시스’라는 별명을 붙여준 남자.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심장이 차갑고 규칙적인 북소리처럼 울렸다.
뉴욕은 자정이 넘었지만, 그는 받을 걸 알았다. 그는 늘 늦게까지 일했다.
두 번째 신호음이 울리고 그가 받았다.
“박진수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익숙했다.
“대표님.”
그녀가 말했다. 그녀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거칠었다.
수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코너 오피스에 앉아, 아마도 입에 시가를 물고,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것이다.
“지우?”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맙소사, 정말 너야?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뉴욕 법조계 전체가 네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다고.”
그의 흥분한 목소리가 그녀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이는 연고 같았다.
누군가 그녀를 기억했다. 누군가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안식년을 가졌어요.”
그녀가 말했다. 세기의 절제된 표현이었다.
“3년짜리 안식년? 네메시스, 넌 안식년 같은 거 안 가져. 넌 상대를 포로로 잡잖아.”
그가 투덜거렸다.
“이류 기업 사냥꾼들 상대할 때마다, 나 혼자 처리하게 두고 떠난 널 저주한다고. 네가 없으니 놈들이 물렁해졌어. 긴장하게 만들 사람이 없으니까.”
서지우는 어두운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피곤한 눈,เรียบง่าย하게 틀어 올린 머리.
부드러운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이건 네메시스가 아니었다. 이건 유령이었다.
“그놈은 네가 누군지 알아냈나?”
박 대표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는 그녀의 비밀 결혼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물어본 적 없어요.”
서지우가 대답했다. 그 진실은 텅 비고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우며 마지막 먼지까지 씻어냈다.
“저, 이혼 소송할 거예요.”
또다시 침묵.
그리고 박 대표의 느리고 만족스러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잘했어.”
“그리고 대표님.”
그녀의 목소리가 단단해지며, 옛 강철 같은 resolute함이 척추에 돌아왔다.
“저, 돌아가요.”
“언제?”
“내일 오후에 인천공항 도착해요.”
그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느껴졌다.
“코너 오פי스 비워뒀어. 돌아온 걸 환영한다, 네메시스. 진짜 싸움이 뭔지 놈들에게 다시 보여줄 시간이야.”
그녀는 전화를 끊고 책상 위에 놓인 서명된 이혼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몇 달 전, 필요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작성해 둔 서류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강태준에게서 온 문자였다.
‘좀 늦어. 유라 씨가 한국에 와서. 저녁 약속 있으니 기다리지 마.’
서지우는 메시지를 보고 답장 없이 삭제했다.
그녀는 펜을 들어 서류에 거침없이 서명했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여자의 서명답게, 날카롭고 자신감 넘쳤다.
끝났다.
가면극도, 결혼 생활도, 결코 자신을 봐주지 않을 남자를 향한 길고 고통스러운 기다림도.
강지우는 죽었다.
네메시스가 돌아온다.
회차 2
다음 날 아침, 집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강태준은 그녀가 깨기 전에 나갔고, 그의 쪽 침대는 차갑고 흐트러짐 없었다.
그가 쓰는 비싼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그곳에 살지만 진정으로 존재하지 않는 남자의 유령처럼.
서지우는 여행 가방 하나만 쌌다.
결혼 전 자신의 것이었던 물건들만 챙겼다.
책들, 스스로 산 몇 벌의เรียบง่าย한 옷, 그리고 잠시 멈춰뒀던 인생이 담긴 상자.
그 외의 모든 것—강태준이 그녀의 사이즈나 스타일도 묻지 않고 사준 명품 옷들, 상자 속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보석들, 그의 favorite 요리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주방 도구들—은 모두 남겨두었다.
그것들은 그녀가 더 이상 연기하지 않는 연극의 소품일 뿐이었다.
가방 지퍼를 올리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조용한 집 안에서 그 소리는 jarring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문을 열자 잡지 표지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서지우의 한 달 식료품 예산보다 비쌀 법한 날카로운 흰색 팬츠 슈트를 입고 있었다.
완벽하게 스타일링된 금발 머리, 밝고 연습된 미소에는 진짜 온기가 없었다.
소개 없이도 서지ou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다.
최유라.
“안녕하세요.”
최유라가 비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우 씨 맞죠? 전 유라예요.”
그녀는 악수를 청하지 않았다.
그저 서지우 너머로 집 안을 훑어볼 뿐이었다.
“태준 씨 있나요? 제 브랜드 법률 검토 최종안 때문에 아침에 만나기로 했는데.”
서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복도에서 강태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라 씨! 일찍 왔네요.”
그는 서지우를 지나쳐 걸어갔다.
그의 얼굴은 서지우가 몇 년 동안 자신을 향해서는 본 적 없는 진심 어린 미소로 환하게 빛났다.
그는 최유라를 따뜻하게 껴안았다. 길고 깊은 역사를 말해주는 스스럼없는 친밀함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었어요.”
최유라가 몸을 떼면서도 그의 팔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이번 지적 재산권 문제가 좀 걱정돼서요. 이번 주에 새 라인 론칭인데, 차질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걱정 말아요.”
강태준의 목소리는 낮고 reassuring했다.
“내가 다 처리하고 있어요. 관련 판례도 다 뽑아놨고. 놈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도 전에 끝내버릴 테니까.”
그는 그녀를 거실로 이끌었다. 문간에 서 있는 서지우는 완전히 잊은 채였다.
그들은 소파에 앉아 최유라가 명품 가방에서 꺼낸 태블릿을 함께 들여다보며 머리를 맞댔다.
그는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그의 집중력은 절대적이었다.
불가능한 사건을 이길 때 사용하던 바로 그 집중력.
아내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 집중력.
서지우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함께 있을 때 완벽해 보였다.
서울의 파워 커플. 그는 뛰어난 검사. 그녀는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그들은 한 쌍이었다.
서지우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질투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심오하고 오싹한 명료함뿐이었다.
나는 이곳의 이방인이구나. 임시방편.
배역이 이미 정해진 줄도 모르고 어리석게 오디션을 본 역할.
그녀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여행 가방을 집어 들었다.
거실을 지나갈 때, 최유라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머, 태준 씨. 내가 커피에 설탕 하나, 아몬드 밀크 약간 넣는 것까지 기억하네요. 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당신뿐이야.”
“어떤 것들은 잊히지 않지.”
강태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지우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멈췄다.
그녀는 3년 동안 매일 아침 그의 커피를 탔다.
블랙, 설탕 두 스푼.
목숨이 걸려도 그가 기억해내지 못할 간단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집을 나섰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다. 서울의 햇살이 그녀의 피부에 거칠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비행기 안, 거대한 서울이라는 도시가 발아래로 작아질 때, 서지ou는 노트북을 열었다.
박 대표가 이미 그녀의 복귀 후 첫 사건 파일을 보내왔다.
잔혹하고 판돈이 큰 적대적 인수합병 사건이었다.
의뢰인은 파산 직전이었고, 상대편 변호인단은 악랄하기로 소문난 로펌이었다.
모두가 이길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서지우는 예비 서면을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머릿속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도전의 익숙한 전율, 약점을 찾는 사냥,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전략.
마치 3년 동안 참았던 숨을 다시 쉬는 것 같았다.
꽃을 꽂고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여자는 사라졌다.
네메시스는 이미 일하고 있었다.
회차 3
강태준은 서지우가 사라진 것을 이틀 동안이나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최유라의 패션위크 론칭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는 그녀의 VVIP 파티 에스코트였고, 대기 중인 법률 고문이었으며, 그녀의 confidant였다.
그는 서울의 화려한 상류층 세계를 최유라를 팔짱에 끼고 여유로운 매력으로 누비고 다녔다.
살아있음을, 활력이 넘침을 느꼈다.
사흘째 아침, 고요하고 텅 빈 집에서 깨어나 최유라가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가 떨어진 것을 깨닫고 나서야 막연한 불안감이 그를 찔렀다.
그는 서지우의 이름을 불렀다.
“지우야?”
침묵.
그는 집 안을 걸어 다녔다.
그녀의 옷장은 반쯤 비어 있었다.
욕실 세면대 그녀 쪽은 그녀의เรียบง่าย하고 무향 제품들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미간을 皱렸다.
친정에 갔나? 보통은 말하고 가는데.
그는 주방 카운터 위에 놓인 서류 뭉치를 보았다.
그녀가 좋아하던 미니멀한 화병이 눌러놓고 있었다.
그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혼 소송장
글자들이 종이 위에서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것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혼?
그는 짧고 믿을 수 없다는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일 거야. 관심을 끌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요즘 그녀가 예민했던 것 같다고 막연히 떠올렸다.
이것도 그녀의 조용하고 극적인 행동 중 하나일 뿐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최유라였다.
‘오늘 밤 애프터파티는 시그니엘 바 81에서. 늦지 마. 당신을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어.’
그는 즉시 서류에 대한 생각을 잊었다.
최유라의 서프라이즈가 서지우의 작은 투정보다 훨씬 흥미롭게 들렸다.
그는 서류를 카운터에 다시 던져두고, 열쇠를 챙겨 문으로 향했다.
서지우 문제는 돌아와서 처리하면 된다.
그때쯤이면 그녀도 화가 풀려 있을 것이다. 늘 그랬으니까.
막 나가려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서명이 눈에 들어왔다.
서지우의 필체는 우아하고 정확했다.
하지만 그 옆에, 그녀의 손글씨로 작은 메모가 휘갈겨져 있었다.
‘Re: 유라 패션 v. 아틀리에 누아르 - 1988년 IP 계약서 2조 c항 확인 요망. 해당竞业禁止条款은 상법 제16600조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법상 효력 없음. 엉뚱한 곳을 보고 있음.’
강태준은 얼어붙었다.
그는 다시 서류를 움켜쥐었다.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틀리에 누아르 분쟁은 그가 최유라와 자신의 법무팀하고만 논의한 기밀 사항이었다.
그리고 1988년 계약서… 그건 그들이 어제서야 겨우 찾아낸 희귀한 문서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게 효력이 없다는 걸 그녀가 어떻게 알았지?
그와 그의 팀은 바로 그 문제로 몇 시간 동안 논쟁했지만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메모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필체는 서지우의 것이었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법률 분석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brilhant했다.
그가 그토록 애써 формулировать하려던 바로 그 주장이었다.
짜증 섞인 감정을 뚫고 혼란의 조각이 파고들었다.
내가 결혼한 이 여자는 대체 누구지?
자신의 비싼 변호사들보다 자기 사건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은 이 조용하고 겸손한 가정주부는?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어디야?’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이상한 기분을 떨쳐냈다.
운 좋게 맞혔겠지. 어쩌면 그가 통화하는 걸 엿들었을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최유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혼 서류를 카운터에 남겨두고 서울의 햇살 속으로 걸어 나갔다.
그 골치 아픈 메모는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