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2

세상은 빛이 아닌, 공황에 빠진 목소리들의 희미한 소음과 바람의 끊임없는 비명으로 돌아왔다.

나는 눈 속에 얕게 파인 구덩이, 급하게 만들어진 구덩이에 누워 있었다.

강태준과 한유라가 내 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그들의 모습은 휘몰아치는 흰 눈 속에서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였다.

"그냥 몸이 축 늘어졌어요!"

한유라가 말했다.

그녀의 고음의 비명은 내 귀에 거슬렸다.

"자기 재킷을 찢더니 그냥... 기절해 버렸어요. 고산병 때문인 것 같아요."

강태준이 나를 흔들었다.

그의 손길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차서진! 차서진, 일어나! 이딴 짓 그만해!"

나는 말을 하려고, 그들이 살인자라고 말하려고 애썼지만, 턱이 굳어 있었다.

얕고 거친 숨을 쉴 때마다 폐가 타는 듯했다.

추위는 이제 침입자였다.

내 가슴속, 두개골, 골수 안에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감각이 아니었다.

내가 되어가고 있는 그 자체였다.

"쇼하는 거야."

새로운 목소리가 비웃었다.

다른 등반가 중 한 명, 강태준의 친구가 내 눈구덩이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유라한테 담요 줬다고 삐진 거지. 완전 애새끼네."

강태준이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를 걱정이 아닌, 완전한 경멸의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럴 줄 알았어. 날 조종하려는 거야. 죄책감 느끼게 만들려고."

"태준 씨, 그녀가 움직이지 않아요."

한유라가 말했다.

그녀의 가짜 동정심에 이제 진짜 공황의 기색이 섞여 있었다.

"아마 우리가..."

"아마 그녀는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배워야 할 거야."

강태준이 쏘아붙였다.

그는 내 팔 밑을 잡아 나를 눈구덩이 안으로 더 깊이 끌어넣었다.

내 부츠는 얼음에 쓸모없이 긁혔다.

그는 구덩이 가장자리에 눈을 다져 넣어, 사실상 나를 생매장했다.

"그녀는 머리 좀 식힐 필요가 있어. 말 그대로."

그는 일어서서 비싼 장갑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의 다리를 잡으려고 애썼다.

내 손가락이 마지막 힘을 다해 그의 방한 바지 천을 움켜쥐었다.

"태준 씨... 제발..."

그는 내려다보며 내 손을 걷어찼다.

그의 표정은 순수한 혐오감으로 가득했다.

"한심하긴."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요, 태준 씨. 그녀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것뿐이에요."

"넌 너무 착해, 유라야."

그가 대답했고, 그의 목소리에 담긴 따뜻함은 물리적인 타격처럼 느껴졌다.

"가자. 배고파지면 본부 텐트로 기어 오겠지."

그들의 발소리는 폭풍에 삼켜져 희미해졌다.

나는 혼자였다.

완전히, 철저히 혼자였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에게 죽도록 버려졌다.

추위는 포식자처럼 더 깊이 이빨을 박아 넣었다.

내 몸은 이제 떨림을 멈췄다.

끔찍한 이정표였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내 심부 체온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근육이 얼어붙고, 장기가 기능을 멈추기 시작했다.

내 시선이 등산복에 닿았다.

찢어진 부분은 어깨 바로 아래였다.

약 20센티미터 길이의 길고 삐죽삐죽한 상처가 안쪽 층을 외부 환경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바람이 그 틈으로 직접 파고들어, 이미 기능을 상실해가는 내 몸을 끊임없이, 잔인하게 공격했다.

한유라는 내 장비를 망가뜨린 것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치명타를 날렸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원초적이고 절박한 욕구가 솟구쳤다.

위성 전화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하나 있었다.

강태준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비밀.

내 등산복.

내가 입고 있는 이것.

이것은 그냥 일반적인 '케이클라임' 등산복이 아니었다.

스마트 담요와 연동되도록 설계된 두 번째 시제품이었다.

그리고 왼쪽 소매단 안쪽, 솔기 자체에 꿰매진 작고 압력 감지식 비상 비컨이 숨겨져 있었다.

이중 안전장치.

나만의 개인 보험.

나는 그것에 닿아야만 했다.

왼팔은 내 것이 아닌, 얼어붙은 고깃덩어리 같았다.

나는 그것을 움직여 얼굴 쪽으로 구부리라고 명령했지만, 거의 까딱도 하지 않았다.

오른팔은 그나마 좀 더 반응이 있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나는 그것을 가슴을 가로질러 끌어당겼고, 장갑 낀 손가락으로 반대쪽 소매를 할퀴었다.

천은 얼음으로 뻣뻣했다.

감각 없고 쓸모없는 내 손가락은 천을 잡을 수 없었다.

눈물이 뺨에서 얼어붙었다.

이게 끝이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었다.

배신당하고, 버려지고, 내 약혼자가 직접 판 도랑에서 꽁꽁 얼어붙은 채로.

순수하고 희석되지 않은 분노가 마지막 힘을 불어넣었다.

나는 이렇게 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이기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왼쪽 손목을 입으로 가져가 소매단을 세게 물었다.

턱에 가해지는 충격적인 고통을 무시하고, 두꺼운 소재를 이로 꽉 물었다.

머리를 이용해 소매를 위로 끌어당겨 솔기를 드러냈다.

거기에 있었다.

천 속에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돌기.

나는 손목을 구덩이의 얼음벽에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아무 일도 없었다.

압력 센서가 얼어붙었다.

날카롭고 국소적인 충격이 필요했다.

바람에 빼앗긴 짐승 같은 외침과 함께, 나는 내 손목을 내 헬멧에 내리쳤다.

솔기 안에서 작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붉은 불빛이 한 번 깜빡였다.

작동되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너무나 강렬해서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그 뒤를 이어 압도적인 피로감이 덮쳤다.

내 몸은 더 이상 줄 것이 없었다.

내 머리가 눈 위로 힘없이 젖혀졌다.

눈꺼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세상은 평화롭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흰색으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냥 눈을 감는 것이 너무나 쉬울 것 같았다.

잠드는 것이.

어둠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할 때, 그림자가 내 눈구덩이 위로 드리워졌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시야가 흐릿했다.

한유라였다.

그녀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내 담요의 파란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가짜 눈물은 사라졌다.

그녀의 표정은 차갑고 계산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직 살아있네?"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맞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질기네."

그녀는 손도끼를 들어 올렸다.

작고 잔인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졌다.

"태준 씨는 정말 순진해. 당신이 그냥 심술부리는 거라고 진짜 믿고 있어. 몇 년 동안 당신을 원망해왔다고 나한테 말했어. 당신 그림자 속에서 사는 걸 증오한다고. 모두가 당신이 '케이클라임'의 진짜 천재라는 걸 아는 걸 싫어한다고. 그는 그냥 당신을 짓밟을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말들은 얼음송곳이 되어 내 마음의 마지막 따뜻한 부분을 꿰뚫었다.

"그는 기꺼이 그랬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당신이 실패하는 걸 보는 걸 기뻐했어."

그녀는 내 옆 눈 속에 손도끼를 던졌다.

마지막 경멸적인 제스처였다.

"걱정 마. 내가 당신 대신 그 사람 잘 돌봐줄게."

그녀는 돌아서서 걸어갔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나를 내 파멸의 끔찍하고 얼어붙은 진실과 함께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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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3

바람이 울부짖었다.

나의 임박한 죽음을 위한 애절한 교향곡처럼.

비컨의 작은 붉은 불빛은 비밀스러운 약속이었지만, 매 순간 희미해져 가는 약속이었다.

시간은 나의 적이었다.

추위는 나의 사형 집행인이었다.

한유라의 말이 내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잔인한 주문처럼.

그는 기꺼이 그랬어.

내 등산복의 찢어진 부분은 벌어진 상처였다.

방수, 방풍 장벽인 고어텍스 겉감이 손상되었다.

내의가 노출되어, 바람에 날리는 미세한 눈에 빠르게 젖어들고 있었다.

축축함이 피부에 닿아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생명은 분 단위로 측정되고 있었다.

눈 밟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강태준과 다른 사람들이 본부 텐트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미친 듯한 순간, 내 가슴속에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가 나를 데리러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한유라가 그의 팔에 매달려 연극적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저 여자가 날 공격했어요, 태준 씨! 그냥 상태 좀 보러 갔는데, 손도끼로 나한테 달려들었다고요! 완전히 미쳤어요!"

내 손도끼.

그녀가 내 등산복을 찢는 데 사용했던 것.

방금 내 옆에 던져 놓았던 것.

그것은 눈 속에 놓여 있었다.

나를 향한 무기로 왜곡되고 있는, 저주스럽고 조용한 증거물.

"이게 대체 뭐야?"

강태준이 포효했다.

그의 눈이 내 재킷의 찢어진 부분에 닿았다.

그는 그 상처를 치명적인 부상이 아닌, 내 광기의 증거로 보았다.

"자기가 한 짓이야!"

다른 등반가가 끼어들었다.

"유라 씨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나는 말을 하려고, 부인하려고 애썼다.

"그녀가... 그녀가 찢었어요..."

말은 얼어붙은 목소리로 나왔고, 바람에 흩어졌다.

강태준은 듣지 못했다.

아니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한유라의 눈물 젖은 얼굴과 내 망가진 모습을 번갈아 보았고, 그의 판결은 즉각적이고 절대적이었다.

그의 눈빛이 마침내 나를 무너뜨렸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혼란도 아니었다.

차갑고 단단한 확신이었다.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는 나를, 그의 약혼녀를, 그가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여자를 보며 괴물을 보았다.

"넌 항상 내가 관심을 주는 사람이면 누구든 질투했지."

그가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독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이건 너한테도 역대 최악이야."

"이런 수준의 압박감을 감당할 깜냥이 안 되는 거지."

다른 누군가가 무시하는 듯한 어깨짓과 함께 말했다.

"항상 자기가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예쁜 신입이 관심 좀 받는 걸 못 견디는 거야."

"정말 프로답지 못해."

또 다른 목소리가 덧붙였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야."

그 말들이 나를 때렸다.

하나하나가 물리적인 타격이었다.

그들은 내 주위에 이야기를 쌓고 있었다.

내가 너무 약해서 부술 수 없는 거짓말의 감옥을.

강태준은 한유라 옆에 무릎을 꿇고, 내 스마트 담요를 그녀 주위로 더 단단히 감쌌다.

"괜찮아, 자기야."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몇 년 동안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함으로 가득했다.

"내가 여기 있잖아. 저 여자가 널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그 애칭, 너무나 자연스럽고 친밀한 그 말이 칼날의 마지막 비틀림이었다.

한유라는 훌쩍이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 너머로, 그녀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그 눈은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넌 짐 덩어리야, 차서진."

강태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평하고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마치 폐기해야 할 결함 있는 장비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넌 팀에 위험하고, 너 자신에게도 위험해."

나의 희망, 그 작고 어리석은 불꽃이 완전히 꺼졌다.

해결할 오해도 없었다.

호소할 사랑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그의 경멸이라는 차갑고 단단한 현실만이 있었다.

나는 눈 속으로 다시 쓰러졌다.

마지막 싸울 힘이 빠져나갔다.

추위는 이제 위안이었다.

고통의 끝을 약속하는.

"나는 프로젝트 팀장이다."

강태준이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공식적이고 권위적인 톤을 띠었다.

"그리고 나는 공식적으로 차서진의 이번 원정 자격을 박탈한다. 그녀는 우리가 후송을 준비할 때까지 여기에 남는다."

그는 나의 사형 선고를 공식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현기증이 덮쳐왔고, 세상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내 몸이 포기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깊고 하얀 심연 속으로.

내 의식이 흐트러지기 시작할 때, 새로운 소리가 눈보라의 포효를 뚫고 들려왔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소리, 점점 더 커지는 깊고 규칙적인 울림이었다.

두두두두두.

헬리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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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게 내버려둔 약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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