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성국공부(成國公府).

오늘은 성국공(成國公)의 생신잔치로, 경성의 명문 세가 대다수가 참석했고 소효정을 태운 마차도 성공국부에 도착했다.

소혜월이 호수에 빠져 감기에 걸린 탓에 장공주가 주최하는 시회에 참석 할 수 다는 게 거의 확실해졌다. 때문에 소효정은 이번이야말로 자신이 주목을 받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하여 그녀는 평소와 달리 소혜월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생신 잔치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소효정은 붉은 의복을 차려 입고 성국공부 정문 앞에 서 있었고 옅게 화장을 한 그녀는 화사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목에는 소혜월의 거처에서 '챙겨 온' 산호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백옥 같은 피부에 눈부신 목걸이가 더해지니 한층 우아한 기품을 자아냈다.

소혜월의 산호 목걸이를 특별히 착용한 건 경성의 높으신 분들에게 자신이 소혜월과 동등한 지위임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소부의 진정한 적장녀가 바로 자신임을 은연중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현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먼 친척이라는 신분으로 소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것들을 전부 되찾을 것이라 다짐했다.

소효정은 고개를 숙여 목에 걸린 값비싼 산호 목걸이를 응시했다.

'소혜월 그 멍청한 년이 무슨 자격으로 이 귀한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거지? 이건 내 거란 말이야!'

그 생각에 소효정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 환해졌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빛나는 모습을 모든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소혜월이 성공국부에 와있다는 사실을.

외조부가 대청에서 조정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기에 소혜월은 방해 하지 않고 외조모를 찾아 갔다.

"부인님, 아가씨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소혜월이 외조모인 진씨의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하인들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인들이 이토록 열성적인 것도 당연했다. 소혜월이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자랐으니 말이다.

성국공부의 후손들이 모두 남자였기에, 외손녀인 소혜월은 각별한 사랑을 받았고 소혜월도 자주 찾아와 외조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때문에 성공국부인은 손자들보다도 소혜월을 더 귀여워하고 각별히 아꼈다.

하인들 역시 그녀를 좋아했다.

소혜월이 성국공 부인의 방으로 들어섰다. 외조모를 마주하자 참았던 감정이 터져 나와, 그대로 그녀의 품에 안겨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월아, 무슨 일이냐? 승상부에서 누가 너를 괴롭혔느냐?"

성국공 부인은 소혜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진섭 그 놈이 감히 내 외손녀를 함부로 대하다니, 승상 자리를 그만두고 싶은 모양이구나."

성국공 부인의 눈가에 노기가 스쳤다.

성국공부는 삼대를 이어온 공신 가문으로 그 권세가 황실 다음이었다. 일개 서민 출신의 승상인 소진섭은 본래 성공국부의 눈에 들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딸이 좋다니 어쩌겠는가. 하여 성공국 부인은 딸의 뜻을 따라주었다.

하지만 소진섭 그 놈이 감히 그녀의 손녀를 건드린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닙니다, 그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소혜월이 눈물을 닦아 내며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는, 흐느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월아. 이제 혼사를 치를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애 같구나."

성국공 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소혜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소혜월이 참 사랑스러웠다.

마음을 진정시킨 소혜월은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지난 생, 외조부의 생신 잔치가 있은 뒤, 외조모가 바로 병으로 앓아 누웠고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도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소혜월은 오늘 반드시 외조모의 곁을 지켜 누구도 그녀를 해칠 수 없게 막으려 했다.

"할머니, 요즘 국공부에 별일이 없었나요?"

자기가 환생을 했다고 털어 놓을 순 없었다. 누구도 믿기 어려울 테니까. 하여 그녀는 빙 돌려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별 일?"

성국공 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별 일이라... 딱히 떠오르는 게 없구나."

소예월이 침묵에 잠겼다.

'그렇다면 오늘 잔치에서 소효정이 수작을 부린 건가? 그녀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잠시 고민하던 소혜월은 외조모를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할머니, 사실 간밤에 악몽을 꾸었는데, 너무 무서웠습니다."

일단은 꿈이라고 둘러대며 외조모한테 조심하라고 귀띔하기로 했다.

성국공 부인은 한동안 말없이 듣더니 손수건을 꺼내 소혜월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 할머니는 괜찮아. 이 정도면 몸도 정정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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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가 된 왕과 적녀(嫡女)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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