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청황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소녀 항상 장군님을 존경하고 숭배해왔습니다. 장군님과 장군님의 사병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내던지고 피를 흘리며 적들과 싸우는 덕분에, 백성을 더불어 우리가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옥 부인이 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신녀, 황궁 태의원(太醫院) 유일한 여 의원으로서 곧바로 장군님 댁으로 걸음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한 초청황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처소에 들어서자마자 옥 부인의 상황을 보고 신녀 깜짝 놀랐습니다. 장군님께 이 사실을 아뢰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피습을 당하여 정신을 잃었습니다."
"넌 분명 죄가 두려워 자살하려 한 것이다!" 그때, 옥 부인이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대청에 건너왔다. 그녀는 초청황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초청황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두 발로 장군 댁 대청에 나타난 것이다. "장군, 소첩과 가엾은 우리 아이를 떠올려 주시옵소서, 그 아이는 장군님의 장자이옵니다."
"울지 말거라, 울지 말래도." 자신의 애첩이 비통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에 장상무는 가슴이 아려왔다. "초청황, 감히 아직도 변명을 하려는 것이냐? 내 아이를..."
"장군님!" 초청황은 그 말허리를 싹둑 끊어먹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옥 부인께서 회임을 한 적 없는데, 소녀 어찌 장군님의 아이를 해칠 수 있단 말입니까?"
대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초청황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옥 부인은 더욱 아연실색하며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다. "초청황, 어찌 마음이 이리 모진 것이냐. 내 아이를 죽여 놓고, 이제 내가 거짓 회임을 하였다는 말로 모욕하려는 것이냐? 내가 10개월 동안 회임한 것이 모두 거짓이란 말이냐?"
"초청황,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려는..."
"증거가 있습니다." 초청황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장군님, 장군님은 명석하고 관대하며 아량이 넓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에 현혹되어 억울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죠?"
장상무는 초청황의 맑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장군님, 저 미친 여자가 하는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소첩이 장군님의 아이를 10개월 회임 했다는 사실, 누구보다 장군님께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옥 부인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 애당초 초청월의 손을 잡고 초청황을 해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후회스러웠다.
처음 그녀는 아무 아이나 데려와 장군의 아이라고 할 심산이었다. 아이가 귀한 장군 댁에서 제일 먼저 장군의 후손을 낳았으니 어렵지 않게 장군 본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말이다. 하지만 초청월은 아이만 있어서는 장군 본처가 될 수 없다고 설득하였고, 그녀와 함께 초청황을 모함하면 장군 본처 자리에 올려주겠다 약조했다. 지금이 되어서야 그녀는 약간 후회하고 있다.
"장군님, 저는 여섯 살 때부터 둘째 숙부와 함께 의술을 배웠고, 이제 어언 십 년이 지났습니다. 이후 숙비 마마의 추천과 고된 시험을 통과하여 태의원의 유일한 여 의원이 되었습니다. 소녀의 능력, 장군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라 믿습니다. 부족한 실력이라면 제가 장군님 댁에 걸음 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소녀 옥 부인의 맥을 짚을 때, 옥 부인이 거짓 회임 맥상을 보이게 하는 민간요법 약초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독 약을 복용하면 바로 정상인의 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초청황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제가 장군님께 아뢰기도 전에, 누군가가 저의 뒤통수를 내리친 것 아닙니까. 이후, 저는 장군님의 후손을 해치려 했다는 죄로 누명을 쓰고 처형장에 압송되었습니다."
"허튼소리 그만하여라! 난 그런 적 없다. 난 그러지 않았다!" 옥 부인은 놓칠세라 장상무의 손을 꽉 잡았다. "장군님, 장군님은 이 소첩의 말을 믿어 주셔야 합니다. 소첩은 절대 장군님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장군님, 예로부터 백성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적혈인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초청황은 자못 여유가 흘러 넘치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 태아의 시체, 아직 처리하시지 않았겠죠?"
"그래." 그 작은 시체가 관에 누워있다는 것을 떠올린 장상무는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전해졌다. 서른이 넘어가는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이가 죽었는데,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아이가 죽고 피가 응고되었으니 적혈인친으로 증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초청황은 말을 하면서 옥 부인을 흘깃 쳐다봤다.
그녀의 말에 옥 부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몰래 가슴을 쓸어 내리기까지 했다. '그래, 아이도 죽었는데 뭘 검증하겠다는 것이야.'
"하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적혈인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습니다."
옥 부인의 얼굴이 다시 한번 사색이 되었다. '안돼, 더 이상 초청황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어!'
"만약 장군님께서 진실을 알고 싶으시다면 아이의 뼈 한 조각을 내주십시오. 장군님의 아이인지 아닌지 시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초청황, 내 아이를 죽여 놓고 이제는 뼈까지 토막 내겠다는 것이냐? 어찌 마음이 이리 독하단 말이냐!" 말을 하면서 옥 부인은 장상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장군님, 가엾은 우리 아기,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었는데, 어찌 죽어서도 이런 대접을 받게 한단 말입니까? 아이의 뼈를 토막 내야 한다니. 얼마나 아플까요?"
"초청황, 혹 죽음이 두려워 옥 부인과 본 장군의 아이를 모함하여 죽음을 피하려는 것이냐?" 장상무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 솔직히, 그도 의심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의 본처는 몇 십 년이 지나도록 회임 하지 못하였고, 후원 소첩들도 회임 하지 못한 것을 본 그는 자신을 의심했었다. 그러던 중 옥 부인의 회의임 소식이 들려오면서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아이를 각별히 아꼈다.
"만약 신녀 스스로 결백을 밝히지 못한다면, 초씨 가문 전체를 처형하여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