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1

"사모님, 정말 도련님과 이혼하실 겁니까?" 주씨 가문의 남 집사가 눈앞에 있는 이혼 합의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 실망한 기색이 보였다.

은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저씨. 이미 결심했어요. 이 서류를..."

은하진은 이름 뿐인 남편을 결혼식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말을 멈췄다. 1년이 지났고, 그녀는 지금 그의 이름 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남 집사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께 전해줘요."

남 집사는 은하진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유하려 했으나, 은하진의 온화한 눈빛 속에 담긴 단호한 결의를 보고 마음을 바꿔 이혼 합의서를 넘겨받았다.

어쩐지 그는 다소 낙담하는 듯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잘 지내셔야 합니다."

은하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캐리어를 끌고 저택을 나온 그녀는 전에 없던 안도감을 느꼈다.

어쩌면 유명무실한 결혼을 이어가는 것보다 이혼이 그녀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순간부터 그녀는 인생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시작할 것이다.

황혼의 하늘은 점차 짙은 주황색에서 어둠으로 바뀌었으나, 주 씨 그룹의 본사는 여전히 불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최상층 회의실의 문이 열리더니 막 회의를 마친 주영욱이 나타났다.

그의 비서인 김지운은 그에게 다음 안건에 대해 브리핑할 준비를 하며 바짝 따라왔다.

"대표님, 30분 후에 화상 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기찬 씨가 대표님의 복귀를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거부해." 주영욱은 그의 말을 끊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김지운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네, 대표님."

그는 잠깐 멈추고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대표님, 한 가지 더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주영욱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김지운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 "왜 그렇게 꾸물대?"

김지운은 재빨리 말했다. "남 집사님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셨다고 합니다."

김지운은 주영욱 앞에서 직접 그 여자를 언급하는 것이 조금 불안했는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숙였다.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주영욱이 아무 말 없이 넘어가는 건가 하고 생각하던 그 때, 김지운은 소름 끼치는 코웃음 소리를 들었다.

주영욱이 그런 코웃음을 치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기분이 아주 언짢을 때만 나타난다.

김지운은 수년 간 주영욱을 위해 일해 왔기에 잘 알고 있었다.

긴장감을 느낀 김지운은 식은땀을 흘렸다.

주영욱은 시선을 높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합의서 나한테 보내."

김지운은 고개를 재빨리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대표님."

얼마 후 주영욱은 이혼 합의서를 받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의 시선은 "은하진"이라는 서명에 닿았다.

주영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이름을 바라봤다. 경멸감을 금할 수 없었다.

당시 이 여자는 돈 때문에 그와 결혼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혼을 제안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일까?

주영욱은 조건 중 하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이혼 합의서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은하진은 모든 결혼 재산을 포기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1년 전에 그녀가 주씨 집안한테 빌린 돈과 그 이자를 합해 모두 갚았다는 메모도 있었다.

주영욱은 약간 의외였다. 그는 은하진이 빚을 갚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은하진에 대하여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지 주영욱은 조금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돈에 눈이 먼 여자가 아니였다는 것인가?

갑자기 전화 벨 소리가 울려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그의 할머니 서화옥의 전화였다.

주영욱은 눈썹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서화옥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여왔다. "영욱아! 하진이와의 이혼, 나는 허락 못한다!"

주영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식이 빠르시네요. 할머니."

할머니는 그가 이혼 합의서를 받자마자 전화를 걸어 서명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정말 이런 우연이 있다고? 은하진 그 여자가 이 모든 일을 꾸몄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서화옥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 어쨌든 하진이와 이혼하면 안 된다! 영욱아, 할머니는 참 너를 모르겠구나. 하진이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아이인데, 왜 그 아이의 존재를 감사히 여기지 않는 거니?"

주영욱은 책상 위에 이혼 합의서를 내려놓고 설명했다. "할머니, 이혼을 요구한 건 은하진 씨예요."

서화옥은 결연히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넌 줄곧 그 아이를 소외했잖니. 아무리 강한 여자라도 이렇게 냉담한 남편을 견디기 어려울 거야!"

주영욱은 좌절감에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는 할머니가 왜 은하진을 그토록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압력까지 가하여 은하진과 결혼하도록 했고, 이혼하려는 지금은 또 가로 막으며 그 여자 편만 들어주고 있었다.

그는 짜증난 듯 한숨을 쉬었다. "할머니,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서화옥은 완고한 신념으로 대답했다. "그 아이와 진지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진이는 착한 아이다. 가까이 다가가 어느 정도 친해지면 너도 분명 그 아이의 매력에 빠져들거다."

주영욱은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서화옥의 주장을 비웃었다.

서화옥은 주영욱의 불만을 눈치채고 계속해서 그를 설득하려 했다. "영욱아, 마지막으로 부탁하마. 하진이가 어떤 아이인지 한 번 알아봐, 응? 그럼 네 생각도 확실히 바뀔 거야!"

"그런 여자를 알아 보라고요?" 주영욱의 어조는 틀림없는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화옥의 의지는 확고했다. "3개월! 앞으로 3개월만 그 아이와의 결혼을 유지해주렴. 그 후에도 여전히 그 아이와 이혼하고 싶다면 방해하지 않을게! 어떠냐?"

회차 2

주영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할머니를 거부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한 뒤 그는 마지 못해 말했다. "할머니, 약속드릴 수는 있지만 그런 탐욕스러운 여자를 좋아할 일은 절대 없다는 건 미리 말씀드릴게요. 3개월이 아니라 3년을 더 함께 보내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서화옥이 중얼거렸다. "지금 누굴 말하는 게냐? 하진이는 그런 여자가 아니란다."

주영욱은 은하진의 인성에 대해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아 다짜고짜 말했다. "그만하면 됐어요, 할머니.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후 주영욱은 책상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음침함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은하진, 정말 당신의 계획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는 비웃었다.

1년 전, 이 여자는 돈에 대한 욕망 때문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 씨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이혼을 원하는 척하면서 의도적으로 3개월간 이혼을 미루고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면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꽤 괜찮은 계획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의 성격을 너무 몰랐다. 그는 누가 뭐라든 한 번 내린 결정은 절대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다음날, 은하진은 면접을 위해 외출했다.

전달 받은 주소로 향한 그녀는 낭만적이고 엄숙한 분위기로 조화롭게 장식된 대저택에 도착했다.

대문에 새겨진 문양이 유난히 정교했다.

은하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이 저택이 자신이 살던 집보다 훨씬 더 호화롭고 웅장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 가정교사 면접을 보러 온 것이었다. 서화옥이 소개해 준 취업 기회었다.

서화옥은 은하진이 주 씨 집안에게 빚 지고 싶지 않은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년동안 그녀는 은하진에게 여러가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줬고, 은하진도 기대 그 이상으로 훌륭하게 완성하여 1년 안에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이번 아르바이트에서 주는 급여는 지금까지 해 왔던 그 어느 것보다도 훨씬 많이 높았다. 은하진은 돈이 필요했고 이 기회를 쟁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초조함을 억누르며 문 앞으로 다가가 벨을 눌렀다.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하진은 누군가가 대답을 할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녀를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김지운 비서였다. 은하진을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젊음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순간적으로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프로다운 태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그는 공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정교사 지원자이시군요. 은하진 선생님, 맞으시죠? 저는 주 대표님의 비서 김지운입니다." 은하진은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지운 비서님."

인사를 마친 뒤, 김지운은 은하진을 저택 뒷마당으로 데려갔다.

그 곳에서 멈춰선 그는 먼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민우는 저기 있어요."

은하진은 그의 손가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그네 위에 한 아이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 또래의 아이들은 아주 활기가 넘쳤고 대부분은 장난꾸러기였다. 그런데 이 아이는 움직이지 않는 꼭두각시처럼 우두커니 앉아 멍한 눈으로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예민하고 여린 모습은 바람에 흩어질 것만 같았고 이는 은하진의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켰다.

김지운은 설명했다. "민우의 상황은 좀 특이합니다. 교사를 이미 여섯 명이나 쫓아냈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은하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기 전, 서화옥에게서 이미 민우의 상황에 대해 얘기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저택을 둘러봐도 될까요?"

김지운은 다소 당황했다. 이런 요청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교사들은 도착하자마자 즉시 민우에게로 달려가 그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의 강한 저항으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김지운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런데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안내는 못 해드릴 것 같네요."

은하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김지운에게 주민우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물은 다음 혼자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택을 둘러보면서 흩어져 있는 어린이 장난감과 벽에 걸려 있는 그림 몇 점을 발견했다.

그림의 기법이 부족하긴 했지만, 색상은 대담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각 그림마다 정성스럽게 액자에 넣어 걸어뒀고, 아래쪽에는 주민우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주민우가 그림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갖고 있음이 분명했다.

은하진은 곧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마당으로 돌아온 그녀는 챙겨온 미술용품을 정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밝은 색들이 캔버스 위로 흘러가며 점차 마당의 풍경이 그려졌다.

은하진은 그림에만 열중했다.

그녀 뒤쪽에서 그네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주민우는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예술 작품에 매료되었다.

생기 잃었던 눈이 순간적으로 빛나는 듯했다. 그는 그네에서 내려 은하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한편, 저택의 서재에서 주영욱은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지운은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들어와서 그에게 알렸다. "대표님, 새 교사가 도착했습니다. 직접 만나보시겠습니까?"

주영욱은 이마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

주민우는 이미 여섯 명의 교사를 쫓아냈다. 오늘 온 새 교사도 별 다름 없어 보였다.

김지운은 다른 말 없이 조용히 서재를 나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주영욱이 책상 위의 모든 문서를 다 처리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진 것을 보고 그는 민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가기로 했다.

그가 뒷마당에 도착했을 때,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광경이 그를 맞이했다.

편한 옷차림의 여자가 이젤 앞에 앉아 있었고, 높이 올려 묶은 그녀의 머리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황혼의 은은한 햇빛이 마당을 가로질러 그녀의 밝고 매혹적인 미소를 비췄다.

그녀 옆에는 주민우가 손에 붓을 들고 앉아 있었다.

주영욱은 놀라운 기색을 보였다. 주민우는 한 번도 외부인에게 눈길을 준 적이 없었고 가깝게 다가간 적은 더욱더 없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새 교사와 이렇게 조화롭게 지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장면은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주영욱의 마음 한쪽이 녹아 내리는 듯 했다.

그는 조용히 다가갔다. 은하진은 키가 훤칠한 그림자가 캔버스 위에 드리워지고 나서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주영욱은 자신도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죠?"

회차 3

보기 드물 정도로 멋지고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주영욱이 나타나자 주민우는 신나 아버지의 품에 퐁당 안겼다.

아이의 그런 행동에 은하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민우의 친밀감 넘치는 반응과 희열 넘치는 눈빛에 은하진은 자신 눈 앞에 있는 남자가 바로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주 대표님. 민우의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순간, 주민우의 뱃속에서 갑자기 굉음이 흘러나왔다. "꼬르륵, 꼬르륵"

주영욱은 주민우를 자상하게 꼭 안고 속삭였다. "배고파? 저녁 먹으러 가자."

주민우는 아버지에게 꼭 붙어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묻었다. 애착이 엄청나 보였다.

주영욱은 다시 은하진에게 관심을 돌리고 말했다. "당신은 채용되었습니다. 비서가 고용계약서 작성을 도와줄 겁니다."

은하진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주영욱이 주민우를 데리고 저녁 식사하러 간 동안 은하진은 김지운으로부터 고용 계약서를 전달 받았다. 그녀는 특히 급여 조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 내용을 주의 깊게 검토했다.

보수도 꽤 좋았고, 추가 혜택도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업무내용에는 주민우를 가르치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 포함된다.

계약서를 정독한 은하진은 즉시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을 하면 더 이상 할머니의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김지운은 은하진이 서명한 계약서를 받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은하진 씨, 오늘부터 민우를 잘 부탁드립니다."

은하진은 따뜻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은하진은 주민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서재에서 김지운은 주영욱에게 고용 계약서를 전달하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님, 새 교사의 고용 계약서입니다. 검토해 보십시오."

중요한 문서 처리에 한창이던 주영욱은 계약서를 받아 옆에 있는 서류 더미에 넣었다.

그가 고용한 새 교사는 최근 이혼 서류에 서명한 여성과 같은 이름인 은하진이었다.

레드 아이즈.

밤이 깊어지자 레드 아이즈는 어둡고 매혹적인 조명으로 물들었다. 요동치는 음악은 모든 사람의 잠재된 파티 세포를 깨우는 것 같았고, 술 냄새로 가득한 공기는 모두를 취하게 만들었다.

반쯤 채워진 위스키 잔에서 투명한 얼음 몇 개가 딸가닥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흔들렸다.

위스키 한 잔과 주스 한 잔이 부딪히자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권웅은 잔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축하해! 하진아, 이제 자유가 코 앞이야!"

은하진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선언했다. "내가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한 것도 축하해줘!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권웅은 허리를 숙였다. 그의 웃음소리는 바에 울려 퍼졌고, 그의 스터드 귀걸이는 희미하게 빛났다.

은하진은 그에게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댄스 플로어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뭐가 그렇게 웃겨?"

권웅의 웃음은 계속되었고, 결국 그는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한바탕 웃은 후 눈물을 닦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은하진에게 말했다. "왜 이래. 다른 직업을 못 찾는 사람처럼."

은하진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장난스레 혀를 내밀었다.

권웅은 한 쪽 손에 머리를 기대고 한숨을 쉬었다. "내 스튜디오에 오라고 입이 닳도록 요청했건만 넌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잖아."

은하진은 가짜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는 피만 빨아 먹는 악마 사장 밑에서 일하지 않지."

권웅은 코웃음을 쳤다. "어머, 그럼 지금 사장은 뭐 돈만 펑펑 주는 자선가라는 거야?" 그는 그녀를 놀렸다.

은하진의 마음 속에 주영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머뭇거렸다. 바로 그 때 쾌활한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방해했다.

"권웅!"

은하진이 뒤를 돌자,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남자 뒤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오늘 만난 그 "자선가" 사장이었다.

그녀는 놀라서 외쳤다. "주 대표님?"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상사의 나쁜 짓

1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