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차시현 POV)

얼어붙은 몸으로 간신히 병원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며칠 밤낮을 추위에 떨고, 하혈이 멈추지 않아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의사는 담담한 얼굴로 내 상태를 설명했다. 심각한 빈혈과 탈진, 그리고… 유산 후 합병증. 수술이 시급했다. 하지만 나는 돈이 없었다. 민순양이 내 모든 계좌를 비워버렸다.

"수술비는… 어떻게 되는 거죠?" 내 목소리는 파리했다. 의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일단은 보험 처리가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본인 부담입니다. 보호자와 상의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보호자가 없었다. 돌봐줄 가족도, 사랑해줄 연인도 없었다. 갈 곳도, 기댈 곳도 없었다. 나는 그저 텅 빈 병원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곳에서라도 잠시 몸을 눕힐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때, 내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이 진동했다. 민순양이었다. 나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는 아무 감정 없었다.

"차시현! 너 지금 어디야?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병원까지 가?" 그의 목소리에는 불같이 화가 나 있었다. 그는 내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전화 너머에서 궁리혜의 얇은 목소리가 들렸다. "순양 오빠… 시현 언니가… 혹시 또 오빠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니겠죠? 언니가 좀 예민하잖아요…" 그녀는 마치 순진한 질문을 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 속에는 나를 비난하는 노골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리혜야,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결할게." 민순양은 궁리혜를 안심시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내게 다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차시현, 너는 왜 늘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어? 리혜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너 때문에 리혜가 또 쓰러졌어!"

그는 또다시 모든 책임을 내게 전가하고 있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한 이유도, 내가 겪는 고통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궁리혜의 안위뿐이었다. "네가… 네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 정말 실망스럽다, 차시현."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

나는 침묵했다. 더 이상 반박할 힘도 없었다.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꿰뚫었다. 내가 민순양에게 매달렸던 7년의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리혜에게 달려갈 때마다, 나는 그저 한없이 기다렸다. 그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까. 이젠 아무 의미도 없었다.

넌 나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어. 단 한 번도.

나는 그의 진심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통제하려 했을 뿐이었다. 내 재능, 내 배경, 내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그저 편리한 도구였다.

전화 너머에서 궁리혜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언니… 혹시 아직도 순양 오빠가 언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언니가 차여서 너무 슬프다고 울면서 내가 위로해줬던 거… 기억 안 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잔인하게 나의 기억을 헤집었다.

민순양이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나에게 비수처럼 날아왔다. 그의 과거가, 그가 내게 했던 거짓말들이 떠올랐다. "시현아, 내겐 너밖에 없어. 리혜는 그저 어린 시절의 친구일 뿐이야."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눈은 늘 리혜를 쫓았다.

나는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전화 너머의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로 단절된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 한 명이 들어와 주사를 놓아주었다. "힘내세요, 환자분. 괜찮아질 거예요." 그녀의 따뜻한 위로가 차가운 내 마음을 간신히 데웠다.

"고마워요." 나는 힘없이 말했다. "수술은… 언제 가능할까요?" 내게 남은 것은 이제 이 몸을 회복하고,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오늘 밤에 수술실이 비어서요. 준비되는 대로 바로 진행될 겁니다." 간호사의 말에, 나는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이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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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사랑의 끝, 잔혹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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