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VIP 룸의 어두운 조명 덕분에 방안은 더욱 비밀스러운 공간인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장윤재의 큰 키와 다부진 체구가 대부분의 빛을 가렸고, 덕분에 강아윤은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겨 호기심과 욕망에 얼룩진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아윤은 살짝 고개를 들어 그의 주의를 끌며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장윤재의 차분하면서도 무관심한 태도는 그녀에게 작은 관심도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그는 그녀에게 눈길도 건네지 않았다.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쉰 강아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네.'

파티가 끝날 때까지 강아윤은 제대로 입 한 번 떼지 못했다. 보릿자루처럼 구석에 앉아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장윤재가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심재민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진하석은 흥미진진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계획이 실패한 것 같네?"

심재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말했다. "강아윤을 과대평가한 내 잘못이지."

아무리 예쁘장하게 생겼다 해도, 장윤재의 취향은 아닌 듯했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강아윤은 심재민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도 몇 번이나 장윤재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약간 술에 취한 진하석이 장윤재의 어깨에 팔을 두르려 했지만 공중에 어색하게 들어 올린 팔은 다시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장 도련님, 그래도 우리 어릴 때는 꽤 친했잖아요? 이제라도 시간 나면 자주 봐요. 그리고 성동구 프로젝트, 잊지 마세요. 내일 시간 맞춰 장씨 그룹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진하석이 오늘 파티를 개최한 진짜 목적은 바로 성동구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장윤재는 다소 사무적인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진 대표님이 직접 오실 필요 없습니다. 제 비서가 진 대표님 사무실에 가서 가져오면 됩니다."

진하석은 흥분된 기색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대표님만 귀찮게 해드렸네요."

"아닙니다." 장윤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진하석이 장윤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본 강아윤은 그의 절박한 모습에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장윤재가 비서를 보내겠다는 것은 진하석의 기획안이 그에게 전혀 흥미롭지 않다는 뜻이었다. 단지 사업 절차상 진행되는 형식적인 만남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뜻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진하석은, 마치 장윤재의 가장 친한 친구라도 된 듯 실실 웃기만 했다.

"강아윤." 그때, 심재민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강아윤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장윤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장윤재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듯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장 도련님을 배웅해 드려." 심재민은 굴하지 않고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듯했다.

강아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윤재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 할 때, 차갑게 식은 목소리에 다시 자리에 멈춰 서야만 했다.

"강아윤 씨, 그럴 필요 없어요."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장윤재가 드디어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강아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윤재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설명을 보탰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어요." 그리고 가차 없이 돌아서 방을 떠났다.

안색이 눈에 띄게 굳은 심재민은 장윤재가 방을 나서자마자 강아윤을 향해 돌아섰다. "아윤아, 이렇게 쉬운 일도 망칠 줄 몰랐는데."

강아윤은 커다란 눈을 연신 깜빡이며 동정을 구했다. "장 대표님이 저한테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심재민이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뭔가 말하려고 할 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강아윤!"

강아윤에게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어 안달 난 그녀에게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강아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돌아서 자리를 피했다.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강소연의 얼굴에 분노가 타올랐다.

심재민은 빠르게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부드럽게 달랬다. "소연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분노가 가득한 강소연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몰라서 묻는 거야? 내가 1분만 더 늦었으면, 강아윤은 내 남편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겠지!"

강씨 가문에서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강소연은 자신의 물건을 빼앗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심재민의 가슴을 힘껏 밀친 그녀는 강아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 시각, 강아윤은 끝없이 이어진 복도를 따라 장윤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렸다.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 선 그녀의 뒤로 강소연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저승사자의 부름처럼 기분 나쁘게 들려왔다.

미간을 세게 찌푸린 강아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겨우 숨을 고르며 문에 기대선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중심을 잡지 못해 자리에서 비틀거리자 누군가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익숙하면서도 시원한 향기가 코끝을 찌르더니 머리 위에서 차가운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강아윤 씨는 남자 품에 안기는 게 취미인가?"

지금 전체 스토리 읽기
작가를 후원하고 Moboreader의 다음 이야기를 응원해 주세요!
모든 회차 잠금 해제

슈퍼모델의 컴백: 당신은 아웃이야

3화
회차
사용자 설정
다음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