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배운길의 질문에 박영준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윙크를 날리면서 설명했다.

"네가 해외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 잘 모를 수 있어. 이 일은 한때 해성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 김성준에게는 자기 아내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여동생이 한 명 있어. 최윤정은 당장 망해가는 김씨 가문에 최씨 가문 재산 대부분을 투자하는 대가로 김성준과 결혼했지. 그러면 여기서 질문, 김씨 가문은 최윤정에게 고마워했을까? 두 사람이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김성준이 나타나는 자리마다 여동생이 파트너로 참석하고 있어. 김씨 가문은 최윤정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그녀를 하인 부리듯이 부리고 말이야. 아무 존중도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말이지."

박영준은 혀를 끌끌 차며 계속해서 말했다. "김성준도 참 대단한 사람이야. 외모로 보나 성품으로 보나, 해성에는 감히 최윤정과 비교할 상대조차 없는데, 어떻게 저런 여자를 집에 내버려두고 출신도 모르는 여자에게 빠질 수 있지?"

한참 동안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박영준이 뒤를 돌아보자 소파에 앉아 있던 배운길이 어느새 방을 나가버린 것이다.

"아저씨, 같이 가..."

경매품에 사인을 마친 최윤정은 간단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 몸을 돌리자마자 화가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윤정, 누가 허락도 없이 혼자 연회에 참석해도 된다고 했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뒤를 돌아보자 청순 여리한 드레스를 입은 김설민이 김성준의 팔을 꼭 안고 다가오는 것이다. 가녀린 얼굴에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미소 뒤에 오만한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성준 오빠, 윤정 언니한테 화내지 마세요. 아마 제가 오빠 파트너로 참석하는 게 싫어서 일찍 경매장에 도착해 오빠를 기다렸겠죠. 차라리 제가 먼저 집에 돌아가 있을게요." 잔뜩 상처받은 얼굴로 김성준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김설민의 두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언니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김성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최윤정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어울리지 않는 공주 드레스를 벗어 던진 그녀는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한복을 입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기세를 내뿜었다.

우아한 몸짓에 여유로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마치 최씨 가문의 상속녀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가 감히 넘볼 자격조차 없을 만큼 얄밉게 오만했다.

김성준은 그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자기 잘난 멋에 사는 공주병 환자가 내 파트너로 참석하면 우리 김씨 가문의 체면만 깎아내릴 게 뻔해."

그리고 김설민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달랬다. "어렸을 때부터 넌 내 유일한 파트너였어. 이후에도 내 파트너는 너밖에 없어."

언제나 그랬듯이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은 최윤정을 안중에 두지 않고 말했다.

"최윤정 씨는 왜 굳이 행사에 참석해 이런 꼴까지 당하는 건지." 모여든 구경꾼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남편이 여동생을 편애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연회에 참석해 못 볼 꼴을 보이고 있으니."

그러나 최윤정은 오히려 개의치 않은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다. "맞아요. 설민 씨가 당신의 파트너로 자처하니 제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몰라요."

최윤정이 난동을 부릴 줄 알았던 사람들은 현모양처에 가까운 그녀의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김설민은 최윤정이 김성준에게 혼나서 얌전해졌을 거라 생각하여 한창 기분이 들떠 있을 때, 최윤정이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다. "밖에서 아무 여자나 만나는 것보다 깨끗하잖아요."

그 말을 들은 김설민의 두 눈에 분노가 언뜻 거리더니 빨개진 눈시울로 최윤정을 바라봤다.

"윤정 언니, 저를 향한 성준 오빠의 편애 때문에 언니가 저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거 알고 있어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언니는 재벌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저같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얕잡아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씨 가문은 언니가 함부로 모욕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에요. 모든 비난과 질책은 제가 감당할게요!"

김설민의 가식에 최윤정은 터져 나오려는 실소를 겨우 참았다.

당시 두 집안에서 혼담이 오갈 때, 김씨 가문은 한창 몰락할 때였다. 언론에서는 최윤정이 자기 집안보다 많이 못한 가문에 시집갔다고 의논했는데, 그것에 김성준은 늘 불쾌했었다.

가문에 관한 얘기만 언급되면 김성준은 상상 그 이상으로 예민해져 최윤정이 자신을 얕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의 알량한 자존감이 열등감에 휩싸인 줄도 모른 채 말이다.

하필이면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고 있던 김설민이 매번 김성준의 열등감을 콕콕 찔렀고, 김성준은 자존감을 이기지 못해 최윤정에게 화풀이를 한 꼴이 되었다.

예상대로 김성준은 최윤정을 향해 버럭 화부터 냈다. "사과해! 난 줄곧 네가 오만하기 그지없는 공주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 이제 보니 넌 오만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무례하고 교양도 없는 여자였어. 최씨 가문에서는 딸을 이딴 식으로 교육한 거야? 명문 재벌 가문이라고 소문났더니, 사실은 별거 아니잖아?"

그는 최윤정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 설민이한테 사과하고 목걸이 내놔. 진심을 담아 공손하게 사과하면 용서해 줄게."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에 오만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는 그녀의 인생에 두 번은 없을 오만한 명령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자신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그의 핀잔을 피하고자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바로 승인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몰아붙였으니, 최윤정은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해야 할 것인데...

"뭐라고? 지금 나더러 당신 동생한테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길 바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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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중생:억만장자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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