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3

대학 4학년인 최예림은 일 년 전,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열어 졸업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에게 있어 스튜디오는 그녀의 자랑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경쟁사로부터 압박이 끊이지 않았고, 누군가 그녀를 유성에서 쫓아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예림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밤새 그녀를 놔주지 않은 손길 덕분에, 눈을 뜨자마자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몸에 꼭 맞는 정장이 불편했던지라 최예림은 제일 편한 옷을 골라 입었다. 펑퍼짐한 캐주얼 차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과 매혹적인 몸매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데스크 직원이 즉시 다가오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대표님 어머님께서 스튜디오에 와 계셔요." 직원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설명을 덧붙였다. "말리려고 했지만, 아기를 품에 안고 있어서. 혹시라도 아이가 다칠까 봐 접대실로 안내해 드렸어요."

최예림은 직원을 향해 싱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어머니 진미연은 결코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다. "괜찮아요, 이해해요. 돌아가서 일 보세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직원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스튜디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곳곳에 그녀의 손길이 묻어났다. 심플하면서도 고전적인 인테리어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 그녀만의 독보적인 색을 나타냈다. 스튜디오 내부로 들어가자 진미연이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심우천은 사십 대에 늦둥이를 품은 진미연이 낳은 미숙아였다. 그날 이후, 진미연의 세상은 심우천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예림은 문에 기대서서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품에 안은 아기를 내려다보는 진미연의 얼굴에 뚜렷한 모성애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최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까지, 진미연은 현명하고 온화한 아내이자, 자상한 엄마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자상한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미연은 심우천의 어머니일 뿐이다.

이러한 생각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지만 최예림은 간신히 마음을 가다듬고 접대실로 향했다.

그녀가 진미연의 맞은편에 앉자, 진미연은 그녀를 흘깃 쳐다보더니 다시 심우천을 바라봤다. 비서가 커피만 내오고 도망치듯이 나가자, 최예림은 천천히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에요?" 그녀의 말투에서는 온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미연은 최예림의 차림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살을 깊게 찌푸리고 되물었다. "넌 차림이 그게 뭐니? 지금의 네가 심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 잊었어? 너의 일거수일투족이 심씨 가문을 대표한다는 사실 잊으면 안 돼."

소파에 기대앉은 최예림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난 최예림이에요. 심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입술을 굳게 다문 진미연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너!" 언성을 조금 높인 그녀는 품 안에서 꿈틀거리는 심우천을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봤다.

목소리를 한껏 낮춘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 아저씨가 널 위해 괜찮은 맞선 상대를 찾았어. 이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야. 내일 딜라이트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어. 너도 이제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됐지. 이씨 가문에서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니까 신경 써서 준비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린 최예림의 입가에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 이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은 불과 며칠 전에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심정환이 그녀를 위해 물색한 맞선 상대가 고작 이런 수준이라니.

"시간 없어요." 최예림이 차갑게 거절했다.

그러자 진미연은 거칠게 찌푸려진 미간으로 되물었다. "시간이 없다고? 어제는 학교도 가지 않고 스튜디오에 출근도 하지 않았잖아. 외박까지 하며 술집에만 있던 사람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들먹여?"

최예림은 어젯밤에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 술집에서 밤새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이것이 그녀가 아침 댓바람부터 스튜디오를 찾은 원인이기도 했다.

만약 품에 어린 심우천이 없었다면, 당장에 소리부터 내질렀을 것이다.

그때, 최예림의 목덜미에서 빨간 자국을 발견한 진미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목에 그건 뭐야? 최예림, 밖에서 몸을 함부로 굴리고 다녔다간 절대 가만있지 않을 줄 알아."

커피잔을 손에 쥔 최예림은 잠깐 멈칫하더니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최예림을 바라봤다. 마흔이 넘는 나이에 파산까지 경험한 진미연은 여전히 우아하고 기품이 넘쳤다. 이 세상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건 없다.

"제가 몸을 함부로 굴리고 다녔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최예림은 소파에 기대앉으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어차피 저한테 관심 없잖아요. 왜 이제와 갑자기 신경 쓰는 척하는 거예요? 당신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이나 데리고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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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나를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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